기자들 10명 중 8명, 윤 거부권 · 2인 방통위 "잘못"
정부·국회 우선 처리 과제 "방통위·공영방송 독립성"
윤 정부 언론소통 "잘못 "87.3%…보수 기자도 63%
기자협회보, 현직기자 1133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주류 언론의 보도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 외교안보 불안, 김건희 씨 관련 비리, 언론탄압 등 민주주의 파괴를 드러내는 기사는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회법안 거부권 남발, 공영방송 장악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적 보도가 많지 않다.
그러나 현직 기자들의 생각은 이런 ‘애완견’ 보도 양태와 다르게 나타났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현장 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자 10명 중 무려 8~9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운영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또 대다수의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소통은 물론 기자 압수수색 등 언론탄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7월19~28일 간 기자 11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현재(7월12일 기준)까지 총 15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란 질문에 77.1%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잘하는 편”이라는 답변 15.8%를 압도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자신의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기자들 중에서도 36.5%가 나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보는 이유(중복응답)로는 “거부권의 과도한 남용” “대통령의 독재적 행보” “삼권분립 취지 위배” “총선민심을 반영 못해” 등이 제기됐다.
기자협회보 홈페이지 갈무리
또 야당의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을 불러온 위법적 ‘2인 체제’ 운영에 대해서도 무려 82.2%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겨우 7.5%로 “잘 모름” 답변(10.3%)보다도 적었다. 잘못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로는 “대통령 지명 2인이 일방적으로 심의·의결해서” “5인 합의제 기구 입법 취지를 훼손해서”라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와 22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미디어정책’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방통위·방심위의 독립성 강화”(55.7%)와 “공영방송사 정치적 독립보장”(53.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런 결과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방통위 2인 파행운영, 공영방송 장악 강행이 기자들의 관점에서 봐도 크게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소통에 대해서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51.5%)와 “잘못하는 편이다”(35.8%)를 합쳐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평가가 87.3%에 달했고 긍정적 평가는 7.9%에 불과했다.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기자들 중에서도 63%가 윤 정부 언론소통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언론탄압’ ‘언론장악’으로 비판 받아온 사안 8가지를 제시하고 각각 기자들의 동의 정도를 5점 척도(매우 잘못하고 있다 1점, 매우 잘하고 있다 5점)로 물었다. ①방심위 등의 징계남발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심의 논란 ②YTN 민영화 ③MBC 전용기 탑승배제 및 ‘바이든-날리면’ 사태 ④KBS, EBS 수신료 분리징수 ⑤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교체시도 ⑥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 압수수색·기소 ⑦방송3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⑧tbs 교통방송 예산 삭감 등 8가지에 대해 모두에서 기자들은 중위값 3점에 미달하는 1~2점 정도를 매겼다. 1점은 “매우 잘못하고 있다”이며, 2점은 “잘못하고 있다”, 중윗값 3점은 “보통이다”를 의미한다.
특히 ‘⑥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 압수수색·기소’ 항목은 1.57점을 받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③MBC 전용기 탑승배제 및 ‘바이든-날리면’ 사태’(1.73점), ‘①방심위 등의 징계 남발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심의 논란’(1.81점), ‘⑤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교체시도’(1.97점)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현직 기자들은 ‘신뢰하는 언론사’로 1위에 MBC, 2위에 연합뉴스, 3위에 조선일보를 꼽았다. 10위권에서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각각 9, 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1위에 연합뉴스, 2위에 경향신문, 3위 MBC, 4위 조선일보였다.
기자협회보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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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신하는 언론사’로는 1위에 조선일보, 2위에 MBC, 3위에 한겨레, 4위에 KBS를 꼽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1위 조선일보, 2위 MBC, 3위 연합뉴스, 4위 KBS라고 답했다. 주류매체가 아닌 뉴스타파는 유일하게 9위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기자협회보는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한국기자협회 소속 회원 1만1496명 가운데 문자 발송에 성공한 1만1447명을 대상으로 7월19일부터 28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응답률은 9.9%(응답자 1133명)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2.9%p다. 설문에 참여한 기자의 소속사는 전국종합일간지 19.2%, 지역종합일간지 22.8%, 경제일간지 17.4%, 서울소재 지상파 방송 2.9%, 지역소재 지상파 방송사 4.1%,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6.5%로 이른바 ‘주류 언론사’가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