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수출금지·가격규제… 전세계는 지금 식량확보 전쟁 매일경제 입력 2011.02.06 18:37 수정 2011.02.06 19:43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전라
#지난달 24일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는 햄버거 가격을 곧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식자재인 닭고기, 밀, 치즈 가격이 올해 2~2.5%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맥도널드의 가격 인상 발표 이후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앞다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정부의 성급한 조치가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수출제한 같은 단기 조치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정책 긴급 가이드라인을 최근 발표했다. 식량 가격 급등 속에 각국의 규제조치로 자칫 아프리카, 아시아의 식량 수입국이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8년 6월 위기 수준 넘었다 전 세계 '식량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옥수수, 쌀, 밀 등 핵심 곡물은 물론 설탕, 오일 등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아 식량 수입국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일부 국가들이 식량난을 이유로 수출 금지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식량 전쟁'이 곳곳에서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FAO에 따르면 올해 1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244.8로 1년 전(170.3)보다 무려 43.8% 올랐다. 아이티, 소말리아 등에서 곡물 가격 급등으로 폭동이 일어났던 2008년 상반기 수준에 육박한다. 설탕가격지수의 폭등세는 더욱 심각하다. 1월 현재 420.2로 최근 2년 사이 두 배 넘게 뛰었다. 육류와 오일, 유제품 등 주요 식품 가격 역시 폭등세에 있어 55개 품목을 묶어 산출하는 식량가격지수(FPI)는 식량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8년 6월 수준을 넘었다.
국내 수입가격에서도 식량 가격 폭등의 충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1월 옥수수 수입가격은 t당 251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2.1% 상승했고, 원당 가격은 같은 기간 22.2% 올랐다. 밀은 35% 올라 t당 375달러를 기록했다.
식량 가격 상승은 물가 불안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특히 신흥시장은 식품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 에 따르면 브릭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물가에서 식품 비중은 39%로 선진국 평균(17%)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인도는 60.2%나 된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 포럼 (WEF)에서 "식량 가격은 이미 2008년 수준에 도달했고 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치솟는 식량 가격이 지구촌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수요와 투기수요의 합작 식량 가격 상승을 놓고 전문가들은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겹쳐 가격 상승이 '이중 점프'를 하면서 폭등세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가격 상승의 1차적인 원인은 수요 증가다.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가 두드러진 신흥국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옥수수의 경우 중국 소비량이 2006년 1억4500만t에서 올해는 12% 늘어난 1억6200만t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브라질에서도 최근 4년 사이 18~32%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지난해 9.3㎏을 기록해 5년 만에 20.7% 늘었다. 인도도 같은 기간 35.2% 늘어났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5년간 1인당 소득이 39% 증가하면서 우유 계란 육류 생선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인구가 2억20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기후 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작황 부진 속에 중국 등 고성장 신흥국의 수요가 늘어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원자재에 대한 투기 수요도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소맥, 대두, 옥수수 가격은 1월 들어 국제시장에서 일제히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정진영 삼성 경제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소맥, 대두, 옥수수의 투기적 순매수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미국의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투기자금으로 둔갑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 에너지 수요도 식량 가격을 더욱 밀어올렸다. 니혼 게이자 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40%, 브라질 산 사탕 수수 의 50%가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사용된다.
40년내 옥수수값 최대 100%상승 문제는 이런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의 싱크탱크 포어사이트(Foresight)는 최근 보고서에서 "식품을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향후 40년간 가격 폭등이 일어날 것"이라며 "옥수수 가격은 2050년까지 최대 100%, 쌀은 80% 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치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식량 문제와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을 잡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고,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식량 안보를 G20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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