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만성질환 "당뇨병"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10위중 7가지가 만성질환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은 질환의 특성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평생 병과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질환에 대해 예방과 관리가 어떻게 이뤄져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의 5대 만성질환인 당뇨병, 고혈압, 뇌혈관질환, 소화기질환, 간질환에 대해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의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혈당의 농도를 조절하는 필수 호르몬인데, 췌장이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아 혈액이 고혈당의 상태로 남게 되는 것이 당뇨병이다.
제 1형 당뇨병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제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20세 이하의 연령에서 발병한다. 유전적 원인, 심신의 스트레스, 바이러스, 자가면역이상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 1형 당뇨병은 일반적으로 병세의 악화가 빠르다. 보통 당뇨와 비만을 연계해서 생각하지만, 1형 당뇨병은 체격이 마른 어린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슐린을 외부에서 주사로 공급하여 가능한 한 혈당을 정상화하여야 한다. 2형 당뇨병에 비해 혈당의 변동 폭이 커서 대개 하루 수회의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다. 1형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에는 혈액이 산성화되는 위중한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유병기간이 오래되고 혈당 조절 상태가 나쁠수록 눈, 신장, 신경계통에 만성 합병증의 발생이 증가한다.
제 2형 당뇨병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제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이용능력의 감퇴로 발생된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 비만, 운동부족, 심신의 스트레스, 임신, 외상, 약물 등으로 인해 체내 당대사가 원활하지 않게 되면 당뇨병에 걸리게 되며 고령으로 인한 신체 각 기관의 노화가 혈당 조절기능을 상실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제 2형 당뇨병이다. 제 2형 당뇨병은 병세가 만성이며 일반적으로 먹는 약 만으로도 조절되는 경우가 많으나 유병기간이 오래되어 인슐린 부족이 생기거나 고혈당이 심하면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게 된다. 1형 당뇨병에 비해 혈당의 변동 폭이 크지는 않지만, 관리를 잘 하지 않은 채로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역시 만성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 2형 당뇨병 환자는 복부 비만, 높은 인슐린 저항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동반하기도 쉬우므로 이를 함께 관리해야만 뇌졸중, 심근경색 등 대혈관 합병증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진단
당뇨병은 혈당 수치를 통해 진단하게 되는데, 공복혈당과 당부하 후 2시간에 각각 정맥 혈액을 채취하여 혈당을 측정함으로써 진단할 수 있다. 혈당이 당뇨병 진단기준 수치보다는 낮고 정상보다는 높은 내당능장애나 공복혈당장애는 추후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므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당뇨병 진단 기준>
* 당뇨병 : 공복혈당 126㎎/㎗ 이상, 75g 포도당 경구투여 후 2시간 혈당 200㎎/㎗ 이상
* 내당능장애 : 공복혈당 126㎎/㎗ 미만, 75g 포도당 경구투여 후 2시간 혈당 140~199㎎/㎗
* 공복혈당장애 : 공복혈당 100~125㎎/㎗, 75g 포도당 경구투여 후 2시간 혈당 140㎎/㎗ 미만
이 외에도 일정기간의 과거 혈당 정도를 알 수 있는 당화혈색소검사로도 진단할 수 있으며, 인슐린 분비능력을 측정하는 c-펩타이드 검사 등을 실시해 당뇨병의 종류를 판단할 수 있다.
가장 흔한 당뇨병의 증상이 '무증상' 이라고 말할 만큼, 상당히 진행되기까지 당뇨병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느끼더라도 초기에는 전신쇠약감과 피로, 다음·다뇨 등이 일상생활에서 크게 불편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40대 부터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통해 혈당을 측정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당뇨병 가족력이나 임신성 당뇨병의 기왕력이 있거나 복부비만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에는 좀 더 일찍 혈당 검사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병세가 급격히 진행하는 1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전신 피로감, 다음, 다뇨 증상과 함께 체중감소가 급격해 지는 고혈당 증상이 흔하며, 오래 진행된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고혈당 증상과 함께 합병증으로 인해 시력 이상, 부종, 하지 이상감각으로 인한 통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사고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뇨병은 실명, 만성 신부전, 하지 절단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당뇨병 환자 4명 중 3명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당뇨병에 대해서는 치료라는 말보다 관리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약물요법을 병행하게 되는데,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혈당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혈당 관리와 함께 혈압, 지질 수치 관리와 비만 관리, 금연, 금주 등 생활습관 관리를 함께 병행해야 보다 효과적인 합병증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뇨병 관리는 평생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꾸준한 상담을 통해 본인의 생활패턴에서 실천 가능한 식사, 운동 요법을 선택하고 사용할 약물의 종류도 결정하여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음식 섭취 후 더욱 상승하기 때문에 폭식이나 단식을 삼가고 양질의 제철 음식을 이용하여 적절한 영양소와 열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준비 없이 무리하게 시작할 경우 합병증이 진행된 사람이나 고령의 환자에선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서서히 강도를 증가시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혈당 강하제로는 여러 가지의 경구 약제와 인슐린을 포함한 주사제들이 있다. 당뇨병의 혈당 조절 목표를 쉽게 말하자면 저혈당이 거의 없으면서 가장 정상혈당에 근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병기간이 짧은 환자일수록 정상혈당에 가깝게 조절하면 추후 기대할 수 있는 건강 이익이 높으므로 초기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당의 정도, 동반 질환의 유무, 약제 부작용 발생 여부 및 비용-효과를 고려하여 적절히 약물을 선택하게 되는데, 최근 부작용이 적으면서 각기 조금씩 다른 장점을 가지는 약제들이 다수 개발되어 당뇨병 치료약제 선택도 개개인에 맞춤 치료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약제에 따라서 저혈당, 소화불량, 오심, 설사, 식욕저하, 체중증가 또는 감소 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심장·신장·간기능 저하가 있을 때 주의해야 할 경우도 있는 등, 여러 종류의 약물을 빈번히 사용하게 되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소위 궁합이 잘 맞는 약제의 조합을 이용하여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내분비내과 서지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