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사는 인생-(8)

[꿈속의신부(꿈신)]

"강지혜씨, 오늘 수술이에요."

새벽회진을 도는 간호사가 내 침대에 금식 긴판을 걸어주며 말했다.

약간의 주의사항을 말해주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밤새 잠을 설쳐 겨우 잠든 내 단잠을 깨웠다.

"아, 그리고 오늘 전신마취 못해요. 왜냐면 지금 갈비뼈가 아직 완전히 붙은 것도 아니고...

 폐에 상처가 나 있는 상태라 잘못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어요."

병원이란 곳은... 너무나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도 하고 매우... 냉정한 곳이다.

"그래서 하반신 마취를 할 거예요. 마취과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신**박사님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근데 마취가 잘 되려면 말을 좀 해야 마취기운이 위쪽으로 천천히 올라가거든요. 척추 주사 놓고 나면 그때부터 말을 좀 하셔야 돼요. 아셨죠?"

"그, 그래요? 그럼... 무슨 말을 하지. 부끄럽게. 음... 그럼, 노래해도 돼요? 난 노래라면 오랫동안 이어부를 자신이 있는데."

"후훗, 그러던지요."

나는 얼른 메모지를 꺼내어 수술할 때 부를 노래 곡목을 선정했다.

"이문세 노래부터 해야겠다. 음...아, 동요메들리! 아아, 그래. 뽕짝 메들리..."

그리고 자다 깨다를 몇 번 되풀이 하고 바야흐로 수술 시간이 되었다. 겁이 덜컥났다.

아...프...지...않...을...까.

수술동의서에 싸인을 하는 엄마 손이 조금 떨려 보였다. 나도 심호흡을 크게 했다. 내가 겁을 내면

엄마는 더 불안하겠지.

"엄마, 수술할 때 사우나나 하고 와. 오래 걸린대."

"미친년..."

엄마한테 머리를 쥐어박히고 되게 커다란 철문을 통해 냉장고 속 같은 곳으로 끌려갔다.

수많은 계기판이 삐, 삐 소리를 대고 가늘고 굵은 호스가 여기저기 꿈틀대는게 꼭 외계인의 비행접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취주사는 매우 아팠다. 주사가 아니라 가슴이 아팠다. 왜냐면 척추주사를 맞으려면 사고이후 단 한번도 옆으로 누워본 적이 없는 내가 옆으로 누워야 했고 그러려니 절단 난 여덟개의 갈비뼈들이 사정없이 폐와 내장과 그 쪽에 꽉 차 있는 내 속살들을 마구 찔러댔기 때문이다. 눈물이 찔끔 났다.

"자, 이제 마취주사 다 놨다. 너 얘기 좀 해 봐라. 너 웃긴 얘기 많이 한다고 소문났더라. 어디 좀 해봐. 간호사에게 설명 들었지? 말을 좀 해야 마취약이 몸에 퍼지거든. "

"저, 노래 할 건데요."

"노래? 하하하 수술을 그렇게 많이 했지만 수술실에서 노래한단 애 첨 봤다. 김간호사! 거기 음악 꺼라. 환자가 노래 해 준댄다. 하하하."

수술시에는 담당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목적에서일까,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고 한다. 엽기적인 나는 과감히 그 노래를 최초로 중단시키고 생음악을 시작했다.

"아, 아, 이문세 노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헝클어진 머릿결! ♬"

다리의 감각이 없다. 느낌이 없다는 걸 느낀다는 게 신기했다. 다리가 저린것도 같고 어떤 밧줄 같은 것으로 동여매어지는 것도 같았다. 노래는 연이어 게속됐고 수술도 시작됐고 칼로 두꺼운 고깃덩이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둔탁한 소리도 났고 어떤 이물질이 갈리는 소리도 났다.

가슴윗부분까지 저릿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마취효과는 척추로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이문세 메들리가 끝나고 동요 메들리를 할 때였다.

"바아이 와자 마이보이...푸는바아미네서(바다의 왕자 마린보이 푸른바다 밑에서)"

"지혜씨, 고만 불러라. 입까지 올라갔다."

"어? 어버버? 어버러버러버?(네? 입이요? 입까지 올라갔다니요?)"

"그거 봐. 말도 잘 안되잖아. 식도까지 마취시키면 나중에 구토 나와. 그만 불러도 돼. 수술도 거의 끝났어. 하하 내 참. 수술 할 때 노래 해준 환자는 지혜씨가 처음일 거야."

"어... 어허허. 어...(네... 아하하. 음...)"

준비했던 뽕짝 메들리는 시작도 안했는데 수술은 끝났고 나는 과도 마취상태가 되어 안면근육까지 마비증세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노래 메들리 불렀던 환자로 나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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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예고 : 백돼지를 기억하십니까? 백돼지와의 로멘스 아닌 로멘스의 결말이 이어집니다.

   개봉박뚜... 

[엔타로]

꿈신님 <덤으로 사는인생> 감동적으로 읽고 있답니다 ^^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이야기를 재미로만 읽을수가 없네요!! 아~~ 항상 삶에 감사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바짝 드네요!!

[꿈속의신부(꿈신)]

고마워용 엔타로님 ^^

[펠세스]

나까지..내 지금의 인생이 덤으로 느껴져..ㅋ 근데..말많은 건..그때도 그랬구나..ㅋㅋㅋ

[꿈속의신부(꿈신)]

끼끼끼끼...........나 조신녀이고파...젠장. ㅡㅡ+

[Sarah]

진짜 엔타로말처럼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고 힘든 수술과정이야기인데... 미안하지만... 난 자꾸 웃음이나오고...(언니가 넘 사실적으로 글은 잘써서 그래...) 다음편 연재를 기다리게된다는... ㅠㅠ

[꿈속의신부(꿈신)]

고통을 웃음으로 받아달란 뜻도 내포되어 있징.. ㅋㅋㅋㅋ 웃어도 돼~~ 웃으라고 쓴 글이야

[리요]

언닌 참 대단한거 가터요~

[꿈속의신부(꿈신)]

수술중 노래하는거 ? ^^

[초롬]

역시... 보통은 아니시네요...ㅋㅋㅋ

[딩동]

ㅎㅎㅎ 재밌어요 어뜨케 재밌을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