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어느 술집에서
목련이 뚝뚝 떨어지는 어느 빛바랜 봄날
코로나로 밥벌이를 잃은
친구와 술을 마신다
잠깐 취객의 고성이 혼란스런 틈을 타
친구는 물수건으로 눈시울을 적시고
난 짐짓 모른 체 빈 술잔에 술을 따른다
조금 뒤 묘한 침묵이 술집 공간을 쭉 훑고
사람들은 선명한 마스크 자국을 남긴 채
아등바등 살아온 삶에 항변하듯
연신 벌컥벌컥 술잔을 비운다
문밖엔 저 잘 낫다고 떠드는
집채만 한 선거 현수막이 뚝뚝 떨어지는
목련 밑에 흉물처럼 바람에 버둥거리고
친구가 우울해 나도 우울한 빛바랜 밤
아홉 시 오십구 분
신림역 어느 술집에서 쫒기듯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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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신림역 어느 술집에서
노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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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5
21.03.31 12:1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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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코로나19는 언제 끝나며, 보궐선거의 결과는?
선거 현수막과 눈물과 술잔 기울이는 실업자의 대비가 절묘합니다.
눈물 없이 맘 편히 술 마실 날은 언제 오려나~
오늘 신림역이네요 뵌지가 제법 오래입니다
시간은 정확히 잘 지키셨네요.
그나저나 이제 선거 끝나면 누군가의 당선 현수막이 걸리겠어요.
아 수도권은 9시55분이군요. 봄날 쓸쓸하네요. 그래도 봄인데 선거가 방해를 하는군요.
언제 우리 시화 붙였던 당정역 어느 술집에서 한잔하자구.
거기도 지금쯤은 벚꽃이 만발했을 텐데...
난 짐짓 모른 체 빈 술잔에 술을 따른다
집채만 한 선거 현수막이 뚝뚝 떨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