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자비를 이루는 일
강희재 신부
저에게는 고해성사 집전이 참 어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힘겨운 삶을 한아름 지고 오는 교우들에게 그 짧은 시간 동안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를 건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억울함 때문에 격앙되어 고해소에 들어오는 이, 슬픔과 아픔을 가득 안고
들어오는 이, 죄스러움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이, 불만이나 의무감으로 들어오는 이만이 아니라,
잘 듣지 못하는 이, 사제의 말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길게 시작하는 이, 남만을 탓하다가 그냥
고해소를 나가는 이도 있어 마음을 다해 성사를 집전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실 물과 간식도 챙기지 않고 긴 시간 산에 올랐습니다.
목마르고 출출했는데, 어떤 분에게서 물과 과일을 건네받게 되었습니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목마르셨죠?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괜찮아요, 어서 드세요.’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고해성사 집전을 위한 준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성사를 집전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묵상하는 것, 성사를 받는 교우가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를 체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 고백한 죄보다 그 죄로 인해 아파했을 교우의 힘겨움에 더
공감해주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렇게 준비하여 성사집전을 하고 나면, 성사를 받은 교우들이 남기고 간 감사와 찬미라는 빛과 더불어
삶의 맛을 북돋는 하느님 자비의 소금으로 고해소가 가득 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 자비를 이루는 일은 사제와 교우 모두에게 삶의 소중한 빛과 소금을 안겨줍니다.
* 하느님 자비를 청할 때에는 얼마든지 큰 그릇을 준비하셔도 됩니다.
첫댓글 찬미예수님
가족들을 만나러 고향으로 가시는 분들
안전운전 하시고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들,
가족친지들 행복하시고 즐거운 추석 연휴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