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이 그런 날인가비여
오늘은 왼 종일 매사가 꼬이는 날이였다.
전날 고명하신 고 아무개 선생으로 부터 서울에 함께 가지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따라나섰는데....
가야할 목적지는 서대문역이란다
천안에서 청량리행 전철을 타고 가던 길이라, 신길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여 가야하는건데 그만 그 신길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꼬이는 일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지하철 구간을 확인해보니 다시 신길역으로 되돌아 가는 편이 빠르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대방역에서 함께 내리려고 급히 나오려는데,나는 빠져나오고 고 아무개씨는 닫히는 문에 정지를 당하고 말았다.
동행하던 우리는 어이없게도 이산가족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랬거나 저랬거나 목적지만 가서 만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서로 통화를 하고서 혼자서 신길역으로 되돌아 갔는데....
신길역으로 가서 5호선으로 환승코자 그쪽으로 급히 가는 가는 길인데, 내 목전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자가 길바닥에 그대로 벌렁 나자빠지고 만 것이다.
돌발적인 사건에 당황을 하며 인공호흡을 해 줄까, 아니면 119 신고를 해야 하나 하던차에....
다행히 뒤따라오던 한 아주머니가 알른 가슴에 손을 얹고, 즉각 인공호흡을 실시해 준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119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만 해주면 되는걸로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날더러 꼼짝말고 자기들 올때까지 전화 끄지 말고 그 자리에 꼼짝말고 있어달란다.
앗,이런 낭패가?
그런데 다행이도 구급대원은 신속히 달려와 주었다.
더 이상 지체할수가 없어 그들에게 쓰러진 환자를 맡겨놓고, 나는 까먹은 시간을 보충하려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목적지 서대문역에 도착해서 어디 있느냐고 전화를 했더니, 이 양반 엉뚱한 곳에서 전화를 받는다.
자기는 시청역에 내려 충정로를 경유해서 다시 환승하려 했는데,그만 깜박 졸다가 종로 3가까지 가고 말았단다.
그래서 지금 걸어오는 중이니 잠깐만 기다려 달란다.
한참을 기다리다 서로 재회는 이루어졌고....
그런데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임 모라는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이 친구 역시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시간이 지체될거란다.
하는수 없이 둘이서 서울 경찰청에서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 사람도 도대체 나타나질 않는다.
전화해보니 서울 경찰청이 아니리 그냥 경찰청이란다.
그걸 몰랐으니 우리는 당연히 서울 경찰청에서 기다라고 있었을 수 밖에....
경찰청은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라 일러준다.
거리상으로는 100m쯤 되는 곳으로, 2~3분 걸으면 되는 곳이었다.
경찰청을 찾아 전 경수라는 한국 마약범죄학회 회장이란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인근에 잘 아는 맛집이 있다며, 골목에 있는 남원 추어탕 집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하여 임모씨는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체, 우리끼리 점심을 먹고 행사를 하게될 경찰청 앞으로 다시 나왔다.
경찰청 앞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을 규탄하는 노골적인 프랑카드와 온갖 욕설의 낙서들이 곳곳에 즐비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마약산업 토벌 촉구 대 정부 성명서 밮표 및 기자회견의 시간을 가졌다.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의 시간을 갖고 난 후,어디가서 차나 한잔 하자고들 했는데,....
임 모씨는 우리 더러 잘 아는 맛집이 있다며 그곳을 가자며 돼지 통구이 통술집으로 안내를 하였다.
다짜고짜 돼지고기 3인분에 막걸리 3병을 시킨더니.자기는 냉면 그릇을 하나 달라는 특별한 주문을 한다.
뭘 하려나 했더니,자신은 그 냉면 그릇에 술을 가득 따라 붓는다.
아니 이럴수가!,삼국지의 장비나 항우라도 환생했다는 말인가!
보통 사람 같으면 셋이서 두세병이면 족할 테지만,추가로 두병을 더 달라고 주문까지 한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일은 그 다음 일이었다.
계산을 고 선생이 하려고 하자, 자기 마누라하고 먹겠다며 고기 2인분을 더달라고 주문을 하지 않는가!.
자기가 살 것도 아니면서, 집에 가져 갈 고기까지 주문하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계산이 무려 8만원이나 나왔는데,근데 또 염치없는 요구를 하고 나왔다.
집에서 마누라한테 1만원 타가지고 나왔는데,다 써버려 교통비가 없다고 만원을 달라는 주문이었다.
고 선생은 주머니에 현찰이 없어 불똥이 내게로 틔었다.
순간 어이없는 일이었지만,하는 수 없이 호랭이 눈깔같은 1만원을 건네주었다.
이 친구 한다는 말 자기는 가진게 돈밖에 없다고 하더니만,하는 행위가 도대체 미덥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고 선생은 반신반의 하는듯 하면서도 꽤 신뢰를 하고 있는 눈치였다.
왕년에 이름있는 은행 근무를 오래했었고,유명한 축구단에 암원진으로 일 했었다는 경력을 들어가면서.....
더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1만원을 준 내게는 100만원으로 갚아주고,술값을 낸 고씨에겐 1억을 갚아 주겠단다.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일을 겪고서, 우리는 헤어져 하행 열차를 탔다.
우리가 탔던 전철은 인천행인데,구로에서 내려 1호선으로 환승해야하는걸 깜빡 몇 칸을 더 지나치고 말았다.
그래 내가 한다는 말,"나는 졸다 그랬다"고 했더니,고씨왈,자기는 주무시다 놓쳤단다.
졸다 놓친거나 잠 자다 놓친거나 피장파장 아주 궁합이 환상적인 사람들인것 같다.
지하철 도어 벽에 공감되는 글이 보였다.
제목은 "향기"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 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꼬였던 오늘 하루 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안역에 내리어 승강기를 타려는데 나는 탔지만,고 선생은 정원 초과라는 말을 듣고 또 다시 헤어지는 운명...
이게 도대체 무슨 괘이한 일인고?
둘은 다시 만나 "오늘은 일진이 그런가비여~!" 하고서 배꼽을 잡고 웃지 않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