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지구라는 한 공간에서 일상의 삶은 시간이 모두에게 일정하게 느낀다. 그러나 빛의 속도와 같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거나 강한 중력장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주비행사가 빛의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다면,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보다 훨씬 젊은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우주비행사가 높은 속도로 이동하는 동안 시간이 더 느리게 흘렀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
사람의 늙음은 성장이 멈췄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성장의 끈을 늦추면 노화 현상이 더디게 일어난다. 성장은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젊게 가지며 꾸준히 활동하라는 것이다. 꽃이 피지 않는 것을 보고 꽃을 탓하지 말고 성장 환경이 어떤지 살펴야 한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60세에서 75세까지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한다. 그 시기는 직장에서 물러나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시기인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때는 틀에 박힌 수동의 삶이 아니라 내 뜻대로 사는 능동의 삶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제2의 인생 성장기로 삶의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늙음을 느리게도 할 수 있고 빠르게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젊은이가 늙은이 같이 보이는가 하면 늙은이가 젊은이 같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이 사십에도 성장을 멈추고 늙어가기도 하고 일흔을 넘겨도 성장을 하기도 한다. 성장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육체적 성장은 음식과 운동에 있으며 정신적 성장은 마음가짐과 정서 함양에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책과 가까이하며 취미나 여가 활동, 여행하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있다. 또 문화시설에서 계획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
몸이 노화하면 뇌도 노화한다. 뇌의 노화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치매가 온다. 몸과 정신이 건강하면 치매를 방지할 수 있다. 뇌에는 도파민 물질이 나온다. 감정 조절로 쾌락을 주는 물질이다. 도박이나 음주로 도파민이 상승하기는 하지만 일시적이다. 독서나 음악, 가벼운 운동, 걷기, 예술 활동, 봉사 등으로 상승시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내 인생을 돌아본다. 60이 넘어서 더 행복한 것 같다. 일선에서 물러나 어느 한 곳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 그 길에서 신앙의 끈을 잡고 함께하니 기쁨이다. 매일 아침 테니스로 체력을 다지며, 낮에는 지인과 등산도 하고 여행도 즐긴다. 또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정신적 활동에도 기쁨이다.
나이가 들어도 걸을 수 있으면 행복하다. 걷지 못하고 자리에 누우면 근육이 소멸하고 근력이 떨어져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 걸을 수 있도록 운동하여 근력을 키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또 늙어도 배우는 자세가 뇌를 움직이게 한다.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돌보는 것이 모범적 삶(갓생)이며 인생을 즐기며 사는 ‘욜로(You only live once)’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