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그야말로 동물 천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시대라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한국은 한때 개고기 먹는 나라라면서 서방국가들에게 비아냥을 엄청 받았습니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도 개고기를 먹지만 유독 한국이 대표적인 미개한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그랬던 나라가 갑자기 반려동물의 천국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얼마나 반려동물이 많았으면 한국에는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린다는 말이 나왔을까요.하여튼 한국은 정말 모아니면 도같은 풍조가 만연하고 특히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특히 개를 많이 키우는 것을 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개를 많이 키우면 개에 대한 배려와 개를 키우는 견주들의 마음가짐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한국은 차량이 급증하지만 자동차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난폭운전 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1500만 인구 반려동물 시대에 맞는 그런 문화가 한국에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단히 아쉽게도 말입니다. 한국이 반려동물도 많지만 유기되는 동물도 엄청나다는 통계가 그런 사안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개를 얼마나 오래 키우느냐는 질문에 1년에서 5년미만이 51%나 차지했습니다. 개를 입양해 5년도 넘기지 못하고 파양하거나 버리는 경우가 절반이상이라는 것입니다. 1년미만이라는 응답도 18%였습니다. 개가 죽을 때까지 키웠거나 키울 것이다는 사람은 불과 12%에 그치고 있습니다. 10명중 한명만이 개를 입양해 그 개가 죽을 때까지 같이 한다는 말입니다. 개를 파양하거나 버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사가 27%, 짖어서가 22%, 배변등 문제로 12%, 본인과 배우자의 임신 또는 출산으로 8%, 경제적 부담이 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해 보면 그냥 강아지가 예쁘고 귀여워서 데려다 키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귀찮아지고 개를 관리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피곤해서 버리거나 파양하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왜 한국에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가 많은 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한국은 예전 해외에 아이를 보내는 나라라는 오명이 존재했습니다. 아이는 낳았지만 키울 수 없어 버리는 아이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버려지는 사람이 불쌍하고 애처러운 것처럼 개나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개나 고양이를 데려다가 조금 피곤하고 불편하면 슬그머니 차를 타고 가다가 으슥한 장소에 버리는 인간들의 행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무책임과 죄의식의 결여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냥 애완동물에 불과하고 동물 인형수준에 머문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반려동물 문화가 한국에 비해 상당하다는 미국의 경우에는 개를 입양하기 위해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획득한 자에 한해 입양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단독주택이 많아 소형견보다는 중대형견이 다수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판단하고 가족 수준에서 개를 판단하고 인식하는 그런 문화가 존재해야 제대로 된 반려동물 시스템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자녀들처럼 개를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데 사용하는 데 비용의 상당수가 들어가지만 한국의 경우는 개를 훈련시키고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경비를 지출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먹는 사료나 간식에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먹는 것만 책임지면 된다는 생각인데 그런 마음으로는 반려동물 문화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초저출산으로 한국의 젊은 남녀들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단지 외로워서 퇴근후 짧은 시간 위로받기 위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입니다.그냥 인형 하나 사다 놓은 것입니다. 결코 반려동물이라 칭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결혼하면 파양하거나 버리고,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고 혼자 남은 개들이 방을 어지럽게 하고 물건을 물어 뜯으면 참지 못하고 유기하게 됩니다.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용품 시장은 쪼그라드는 반면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에 5조 8천억원에서 현재 8.5조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급증하는 추세에 걸맞는 반려동물 문화가 한국에 존재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도 인간과 똑같은 삶을 지니고 있다는 의식이 바로 반려동물 문화의 기본이 됩니다. 가축공장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에서부터 가족으로 입양하는 것이 아닌 노리개로 데려다 놀다 싫증나면 버리는 그런 상황속에 반려문화 성숙은 고사하고 한국이 반려동물의 천국이지만 또한 전세계적으로 가장 추악하고 지옥같은 나라라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정말로 곰곰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한국에게 반려동물 문화가 존재하는가 또는 반려동물을 진정하게 가족으로 판단하고 받아드리고 있느냐는 것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봐야할 시점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2024년 10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