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 / 마경덕
나무들이 파릇파릇 봄을 끼운다
가지마다
단단한 집게클립으로
강을 건너는 누의 클립은 악어의 아가리
종유석과 석순도 석회동굴이 클립이다
봄바람과 스카프가
맞물린다 정오와 식곤증과 커피가, 마트와 카트와 카드가
맥주와 치킨과 퇴근이
빌딩은 빌딩끼리, 골목은 골목을 물고 버틴다
몸에서 멀리 뻗어나간 각각의 발가락도 하나로 꽂혀있다
하늘이 새 떼를 감싸는 것도
헤어롤이 머리를 휘감는 것도 클립의 방식
옛 애인과 과거를 정리하지 못한
어지러운 연애들
클립에 끼우지 못한 결혼은 쉽게 깨진다
챗got 해설
마경덕의 시 「클립」은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클립에 빗대어 '묶임'의 개념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이 시는 "단단한 집게클립"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자연의 풍경부터 인간의 관계까지 묶고 연결하는 방식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클립은 나무가 봄을 붙들고, 악어의 아가리는 누를 붙드는 장치가 되며(생존을 위한 자연의 순리), 또한 일상 속 관계와 물건들을 고정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옛 애인과 과거를 정리하지 못한 어지러운 연애들"이나 "클립에 끼우지 못한 결혼은 쉽게 깨진다"는 구절은 인간 관계에서의 '연결'과 '단절'을 암시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힘과 그 부재로 인한 취약함을 강조합니다. 클립이라는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결속과 분리의 의미를 드러내는 이 시는 묶임과 관계의 중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관계의 끈을 이어주는 존재의 필요성을 환기하게 만듭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변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