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기도)
주님,
마음이 불편한 주일을 보냈습니다.
거짓, 위선, 어리석음, 판단.....
인간들이 뿜어내는 더러운 것들을 보며 분노하지만
저 또한 똑같이 더러움을 뿜어내며 오염시키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용서하여 주옵소서.
복음을 알기에 판단하는 자가 아니라,
불쌍히 여기며 기도하는 자가 되게 하옵소서.
말씀 앞에 나아갑니다.
십자가 보혈을 의지합니다.
날마다 정결케 하시는 주님의 보혈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요.
자격 없는 자,
오늘도 주님의 이름을 힘입어 아버지께로 나아가오니
주님 주시는 기쁨으로 춤추게 하옵소서.
성령님,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본문)
27. 열나흘째 되는 날 밤에 우리가 아드리아 바다에서 이리 저리 쫓겨가다가 자정쯤 되어 사공들이 어느 육지에 가까워지는 줄을 짐작하고
28. 물을 재어 보니 스무 길이 되고 조금 가다가 다시 재니 열다섯 길이라
29. 암초에 걸릴까 하여 고물로 닻 넷을 내리고 날이 새기를 고대하니라
30. 사공들이 도망하고자 하여 이물에서 닻을 내리는 체하고 거룻배를 바다에 내려 놓거늘
31. 바울이 백부장과 군인들에게 이르되 이 사람들이 배에 있지 아니하면 너희가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 하니
32. 이에 군인들이 거룻줄을 끊어 떼어 버리니라
33. 날이 새어 가매 바울이 여러 사람에게 음식 먹기를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먹지 못하고 주린 지가 오늘까지 열나흘인즉
34. 음식 먹기를 권하노니 이것이 너희의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 하고
35.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매
36. 그들도 다 안심하고 받아 먹으니
37. 배에 있는 우리의 수는 전부 이백칠십육 명이더라
38. 배부르게 먹고 밀을 바다에 버려 배를 가볍게 하였더니
39. 날이 새매 어느 땅인지 알지 못하나 경사진 해안으로 된 항만이 눈에 띄거늘 배를 거기에 들여다 댈 수 있는가 의논한 후
40.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리는 동시에 키를 풀어 늦추고 돛을 달고 바람에 맞추어 해안을 향하여 들어가다가
41. 두 물이 합하여 흐르는 곳을 만나 배를 걸매 이물은 부딪쳐 움직일 수 없이 붙고 고물은 큰 물결에 깨어져 가니
42. 군인들은 죄수가 헤엄쳐서 도망할까 하여 그들을 죽이는 것이 좋다 하였으나
43. 백부장이 바울을 구원하려 하여 그들의 뜻을 막고 헤엄칠 줄 아는 사람들을 명하여 물에 뛰어내려 먼저 육지에 나가게 하고
44. 그 남은 사람들은 널조각 혹은 배 물건에 의지하여 나가게 하니 마침내 사람들이 다 상륙하여 구조되니라
(본문 주해)
27~32절 : 14일 동안이나 향방을 잃어버리고 이리저리 풍랑에 쫓기고 있을 때, 비록 밤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사공들은 본능적으로 육지가 가까웠다는 감지했다.
급격하게 수심이 얕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사공들은 우선 고물(배의 뒤쪽, 船尾)에 닻을 내려 배를 정지시킨다.
원래 닻을 내릴 때는 이물, 즉 배의 앞쪽에서 내리는 것이 상례였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이 앞쪽에 내리면 암초에 걸릴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뒤쪽에 내린 것이다.
바로 이 때 사공들이 닻을 내리는 체 하면서 거룻배를 내려서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치려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바울이 배의 전문가인 사공들이 없으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닻을 내리고, 키를 풀고, 돛을 달고 하는 등의 일들은 선원들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자 백부장과 군사들은 아예 거룻배의 줄을 끊어버린다. 그것은 계속되는 유혹거리를 제거하고자 하는 극단적인 조치였을 것이다.
거룻배는 육지에 상륙할 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다음날 배를 해안에 갖다 대는 모험을 감행해야 했고,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쳐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33~37절 : 날이 새어 가자 14일 동안이나 풍랑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음식을 먹지 사람들에게 바울이 음식을 권한다.
바울이 276명의 무리들을 안심시키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난 후, 음식을 먹게 한다.
38~44절 : 배에 있던 밀들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배를 가볍게 하고 섬으로 가까이 가는데 배가 모래톱에 걸려 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자 군인들이 죄수들이 도망갈까 봐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 죄수들이 도망칠 것을 염려해서 다 죽이자는 병사들의 의견은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바울의 모든 말과 행동을 본 백부장은 바울을 살리고 싶었다. 백부장이 바울을 구하려고 군인들을 제지한다. 그래서 헤엄치는 사람은 헤엄치게 하고, 물에 뜨는 것을 잡을 사람은 그것을 의지하여 섬으로 가게 한다.
그리하여 한 명도 남김없이 목숨을 구하게 된다.
결국 바울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된 것이다.
(나의 묵상)
잠시의 즐거움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미항에서 50km밖에 되지 않는 뵈닉스로 향했지만, 276명을 태운 배는 무려 14일 동안이나 풍랑 이는 바다에 떠다니며 죽을 고생을 한다.
자기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이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바울이 있어, 믿음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로마에 반드시 도착할 것과 배 안의 모든 생명들이 안전할 것을 확실히 믿었다.
하지만 온갖 새로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울의 마음도 급하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겠거니 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공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한 것은 끝까지 배를 안전하게 운행하여 위험과 혼란이 없게 함이다. 무리들을 안심시키고 기도한 후 음식을 먹게 함으로 지친 그들이 힘을 내어 바다를 헤엄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타인의 생명을 위해 지혜롭게 행동하는 바울을 본 백부장에게 바울을 신뢰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나님께서 백부장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바울의 생명을 보호하시니 다른 죄수들까지도 죽지 않게 된다.
나는 창세전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을 하나님께서 직접 이루신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니 지금 내가 이 땅을 살아감은 하나님께서 약속을 이루시는 과정을 보면서 사는 중인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다 이루신다는 것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한다.
그렇다고 나는 꼼짝도 안 하고 그저 ‘믿습니다!’ 하고 팔짱 끼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신다는 확신 속에 그때그때 내게 주어지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성령님 의지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바울처럼 사공들이 떠나지 않게 제지하는 일도 하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여 힘을 내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문제는, 내게 바울처럼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그런 지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성령보다 앞서서 자기 고집대로 행하는 성급함이 많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어리석게 행동하는 순간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늘 뒷북을 잘 친다.
감동도 한 박자 늦게 하고, 회개도 두 박자 늦으니 정말 어리석은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는다.
나의 어리석음을 벗겨주시고, 주님과 박자 맞추어 손뼉도 치고, 걸음도 걷는 그런 연습을 계속하게 하시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일 주님과 교제함으로 누리게 되는 은혜이다.
지금 비록 이 수준이지만 내게는 정말 감지덕지이다. 이런 은혜가 없다. 그동안 주님과 교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보면 끔찍할 뿐이다.
믿음의 확신 속에서 주님 주신 지혜로 역동적으로 행동하는 자가 되길 소망한다. 성령님과 한 걸음 한 걸음 보폭을 맞추어 나감으로 그분의 역사 한 가운데에서 잠잠히 행동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은혜는 당연히 복음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쏟아 부어지길 원한다.
(묵상 기도)
주님,
믿음의 확신 속에서 잠잠히 행동하는 바울을 봅니다.
그런 바울을 지지해 주시며 이끌어 가시는 성령님의 역사를 봅니다.
바울은 더 이상 죄수가 아니라,
276명의 생명을 주도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백부장 율리오의 눈에 뿐만 아니라, 배 안의 모든 자들의 마음에
하나님을 생각하게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구별된 거룩한 자입니다.
아, 구별된 거룩한 자로 살지 못한 저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누구보다 믿음 좋은 척하면서
툭하면 하나님 이름을 가리는 데 일등공신일 뿐입니다.
주님의 긍휼을 바라오니
오늘도 보혈로 덮어주옵소서.
성령님, 도와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