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신앙의 참 맛 - 박용식 시몬 신부님

[포청]

하느님 신앙의 참 맛 

제가 작년에 넘어져 다쳐서 엄지손가락을 붕대로

싸매고 다녔더니 한 신자가 “아니 신부님도 다치세요?

우리 같은 죄인이야 넘어지면 다치는 게 당연하지만

신부님이야 하느님이 보호해 주시고 막아주시는 줄 알았는데요.” 라고

농담 섞인 말이지만 뼈가 있는 말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 당신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는 복을 주시고

당신 뜻을 어기는 사람들에게는 벌을 주신다는 생각을 들어 낸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잘못 된 생각입니다.

하느님을 몰라도 한 참 모르는 소리입니다.

불교에서 가장 큰 죄는 무지(無知), 즉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세례자 요한이 두 번이나 예수님에 대해서

“나는 이분이 누구신지 몰랐다.”(요한1.31-33)고 고백하면서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수녀님들의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면 딸이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던 부모들이 많았답니다.

하느님이 누구신지 몰랐기 때문이겠죠?

그 중에는 외동딸이 수녀원에 간 후 매일 아침 찬 물을 떠놓고

하루 속히 수녀원에서 나오도록 신령님께

빌었다는 어머니도 있었답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몰랐을 때는 딸이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그렇게 반대하더니 하느님이 누구신지 알고 나서는 수녀원에서

살고 있는 딸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의 기도 덕택으로 딸 수녀들이 잘 살아가고 있답니다.

하느님을 제대로 알기 전과 알 고 난 후의 삶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군요.

바오로 사도도 처음에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몰라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박해했지만 예수님을 알고 나서는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예수님을 알기 전에는 로마 시민임을 자랑으로 여겼고 부귀영화를

쫓아 살았지만 예수님을 알고 나서는 그 좋아하던

부귀영화를 쓰레기로 여긴다고 했습니다.

저에게도 좋아하던 것이 쓰레기처럼 하찮아 보였던 체험이 있습니다.

민물낚시에서 붕어낚시가 으뜸이라면 바다낚시에서는

단연 ‘돔’을 잡는 재미가 첫째라고 낚시꾼들이 말합니다.

제가 낚시로 그 돔(도미)을 낚아보기 전에는 고등어를 낚는 재미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돔 낚는 재미를 느끼고 부터는

고등어 잡는 재미는 아주 형편없었습니다.

특히 돔 중에서도 감성돔을 잡는 손맛을 알고부터

고등어 잡는 재미는 쓰레기처럼 하찮게 보였습니다.

전에는 팔뚝만한 고등어를 잡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감성돔

잡는 재미를 알 고 난 후에는 고등어는 고기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참으로 깊은 진리를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주님을 알기 전에는 세속과 물질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님을 알고부터는 물질이 주는 기쁨이 쓰레기에 불과한 것을

깨달았듯이 우리도 하느님을 알고,

신앙의 참 맛을 안다면 그 좋아보이던 세상재물이나

부귀권세가 하나같이 쓰레기로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늦게야 님을 알았다.’고 ‘님(하느님)이

자신 안에 계시거늘 다른 곳에서 님을 찾았다.’고 ‘고백록’에서

고백한 것처럼 주님 안에 참 행복이 있는 데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순교자들도 처음에는 주님을 몰랐지만 주님을 알고 난

후에는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주님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들은 자식이나 생명보다도 주님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마침내 목숨까지 바쳐 순교하였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처음에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몰랐는데 후에 알고

보니 하느님이요 주님이시라고 고백합니다.

우리도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알지 못할 때는 세상의 쾌락과 물질을 그토록 좋아했지만

주님을 알고부터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주님을 모를 때는 이 세상에서 물질이나 건강이 최고인줄 알았고

부귀권세가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주시는 축복과 신앙의 혜택을 알고부터는

이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물질을 쓰레기로 보는 경지에까지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지만 재물에 끌려 다니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부귀영화가 인생을 살찌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며 마침내 영원한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 당신이 누구신지를 모르던 저희를

부르시어 당신을 알게 하여주시고 영원한 생명에까지

이끌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글:  박용식  시몬 신부

[청담골]

저는 어제 주일미사 다녀오면서
부모님께 감사했어요
하느님 알게 해주셔서
모태신앙이 아니였다면
지금의 내모습이 아닐수도
있었겠다 싶어서요.

[육모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