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는 12지신 중 넷째번으로 정묘신이다. 온순하고 꾀가 많아 예로부터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겨왔다.
달 속에 산다고 하는 이상 세계의 신수(神獸)로서 달과 동일시되며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최고의 장수 동물로 상징화 되어 있다.
‘ 토끼는 달에 살고 있다고 얘기되거나 달 자체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항아(姮娥:달에 사는 미녀)가 서왕모에게서 받은 불사약을 남편 예(?) 몰래 혼자 먹고 달로 도망갔다는 신화는,달과 동일시된 토끼의 장생 불사적 이미지를 표상한다. 도교에서는 장생불사로 표상한다.’(한국문화 상징사전 페이지 603)
현실 세계에서는 지상의 어느 동물보다도 지략이 뛰어난 동물로서 지혜를 상징한다.
민담에서는 토기는 힘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것에 반비례하여 매우 영특하고 착한 동물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강하나 우둔한 동물에게는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게 된다.
국민 동요로 널리 불려지고 있는 산 토끼 노래가 나온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 노래는 1928년 암울했던 일제 시대 이일래 선생께서 창녕군 이방면 소재 이방초등학교 근무 당시 학교 뒷산 고장산 기슭에서 평화롭게 뛰놀던 산토끼 모습을 보고 그려냈다. 우리도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일제의 통치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항일사상과 동심이 담긴 산토끼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
‘이 노래가 아동들 사이에 널리 불려지자 당시 일본인 교장은 가사 내용을 곰곰 되새겨 보고 ‘산토끼’가 바로 토끼 모양을 한 한반도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트집까지 잡았었다고 이일래 선생은 회고했다.‘ (동아일보,1978. 12. 26)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총 깡총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테야
이일래 선생은 깡충깡충 뛰는 산토끼가 주워온 알밤의 의미에 비중을 두고 있다.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 테야’는 당초 지은 ‘토실토실 밤송이 주워서 올 테야’를 뒤에 개작한 것이라고 밝혀졌다.
알밤은 자유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에 따른 행복함을 표현한 것이다. 일제의 암흑의 통치기에 나타나는 조선어의 부자유화, 창씨개명, 언론, 종교, 결사의 탄압 등은 그의 심정을 짖눌렸을지도 모른다.
삼국사기 귀토설화에 관련된, 조선후기 토끼를 의인화한 판소리 작품인 토끼전에도 ’서민의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나타나 있다. 풍자성은 서민계층이 당시 당면하고 있던 정치현실과 지배계층에 대한 반항의식,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양반관료계급의 가렴 주구 및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의식 등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23,페이지 140)
이렇게 볼때 민족적 감정을 고양시킨 국민 동요 산토끼는 피지배계층의 지배계층에 대한 의식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