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다리를 건너 마을길을 지나니 도로에 전차들이 지나는 풍경이 자주 보입니다.
'삼성'이라는 광고 문구를 쓴 전차를 보니 타지에서 동향사람을 본 듯 반가웠습니다.
전차의 색이 참 예쁘죠?
체코의 왕궁, 지금은 대통령 집무실로 쓰인다는 곳입니다.
저리 매일 사람들로 가득하면 어찌 업무를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그건 제 기우겠지요?
이쪽은 보이기 위한 곳일 터이고 그 안쪽으로 돌아가면 조용한 내실이 있을 테니까요.
주교좌 성당인 비투스 성당입니다.
역대 왕들의 대관식이 있었던 곳, 앞쪽의 Golden Gate을 지나면서 왕들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겠지요?
Golden Gate 위, 모자이크 그림에는 최후의 심판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한 나라를 다스릴 왕들은 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600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성당 안은 장미의 창을 비롯한 스테인드 글래스가 아름답습니다.
그 외에도 성 비투스, 성 바츨라프, 성 요한 네포묵, 바츨라프 성인의 할머니인 성 루드밀라의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지금도 체코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바츨라프왕은 10세기에 실존했던 왕으로 재임 기간은 짧았지만,
지덕을 겸비한 선한 성품의 통치자로서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준 인물입니다.
색유리의 어린 소년은 어린 시절의 바츨라프 성인과 그의 할머니인 성 루드밀라입니다.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바츨라프 왕은 동생에게 살해를 당하였다고 하지요.
종교적인 이유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욕심때문에....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도, 또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고해의 비밀을 지키다 순교한 네포묵 성인의 유해가 모셔진 관이 천사들 상과 더불어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천사는 네포묵 성인의 입을 가리키고 있지요
비투스 성당의 뒷모습. 워낙 성당이 커서 렌즈 안에 다 포착이 되지 않습니다.
큰 사람은 마음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걸까요?
사진을 못 찍어서 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서 별 핑게를 다 대고 있습니다.
성당을 나와 조금 걸어 내려오면 Golden Lane이라고 하는 아기자기한 색색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골목,
황금 소로로 이어지는데요,
이곳은 원래 왕실의 성지기들을 위해 지어진 집들이라고 합니다.
후에는 금세공업자들이 이주해 와서 살았기에, goldsmiths에서 golden lan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또 작가 카프카가 머물며 작업을 했다는 그의 누이 집이 저 파란색 22번 집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책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로 변해 있고요,
저 청년처럼 키가 큰 사람들은 고개를 한참 숙여야만 드나들 수 있는 좁고 작은 문들.....
집의 윗층은 중세 기사들과 그들의 무기를 전시해놓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요
하인들도 이렇게 고운 옷들을 입었구나 생각하니 그 시대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ㅎㅎ
이거 분명 공주병 증세 맞나요? 저건 공주옷이 아니니까 그건 아닌듯도 싶고요.
중년의 멋쟁이 두 사람이 뭔가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 받고 서 있는 이 곳은 프라하 성의 꼭대기인데요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블타바강과 프라하 시가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성을 내려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 도착한 곳은 순례의 첫미사를 드렸던 승리의 성모 마리아 성당.
이곳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은총의 아기 예수상,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이 모셔진 곳이지요.
한 발짝 성당 안으로 들어서 봅니다.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그으며 조용히 다음에 이어질 우리의 미사를 위해 자리에 앉습니다.
제의방에서 미사를 준비하시는 수녀님의 뒷모습이 진지하고 엄숙합니다.
원래는 스페인의 요셉 수사님에게 나타났다는 아기 예수님.
비질하시는 수사님에게 아기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성모송을 외우라고 하셨다지요?
수사님이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하는 부분에 이르자 '그 아이가 바로 나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다는 아기 예수님...
그 모습을 간직하고 매일을 그리워하던 수사님에게 아기 예수님은 다시 나타나시고
그 모습대로 밀랍 인형을 만들라고 하셨다고 해요.
각국의 아기 예수님상이 진열되어 있는 박물관 입구, 우리 나라 돐복을 입은 아기예수님도 있음 좋겠다고
지도 신부님이신 마조리노 신부님이 말씀을 하셔서 웃었습니다.
진열장에는 아기 예수님의 가운이 색색별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돌아가실 때는 벌거벗기운 채로 옷 한 벌 지니지 못하셨던 예수님, 당신도 아기 때는
성모님이 저토록 고운 옷으로 꾸며주셨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자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해 옵니다.
미사를 드리고 나와 건물과 건물을 흐르는 작은 강 위로 배 하나 조용히 떠오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건물에 비췬 하오의 햇살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내 삶의 시간들 또한 그분의 빛으로 은은하게 빛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다리를 건너 갑니다
카프카가 살았다는 그의 집은 지금은 저렇게 사람들이 쉬어 가는 카페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그의 작품의 제목처럼 '변신'인 셈이지요.
물론 소설에서처럼 잠에서 깨어보니 벌레로 변한 건 아니지만....
해가 지는 저녁, 강가에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저만치 비투스 성당도 프라하 성도 조금씩 멀어져 갑니다.
숙소를 옮겨 다시 짐을 풀고 낮에 보았던 프라하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시계탑에 올라 야경을 바라보기 위함이지요
불빛에 작은 노점상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습니다.
이곳 저곳 기웃거려 보면서 늦은 밤 사지도 않을 물건 값을 물어보는 것이 슬며시 미안해지기도 하네요.
지금쯤이면 하루의 피곤함에 지친 이 사람들도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싶어질 시간이니까요.
낮에 보았던 시계탑에 올라 바라본 틴 성당(성모 성당)이 밤의 불빛을 받아 더 또렷이 빛납니다.
건너편 성 니콜라스 성당 또한 그렇고, 어떤 것들은 어둠 속에서 더 또렷이 그 빛을 발한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물론 불빛 때문이지만요 ....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 시계탑을 내려와 거리의 군중들 사이로 함께 흘러 갑니다.
순례의 첫날, 독일과 함께 맥주로 유명하다는 체코의 필스너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남은 시간들을 위해 잔을 높이 들었습니다.
"Na zdravi !!"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