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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7
s#1. 갖바치 집 외경 (밤)
아랫 방문 위로 불빛이 새어나온다.
당골네와 방백인, 방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다.
s#2.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밤)
난정,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난정모의 옆에 앉아있다.
갖바치, 난정모의 손목위에 얇은 천을 대고 맥을 짚고 있다.
그 뒤편으로 앉아있는 당추와 달래.
갖바치 : (손을 떼며)..약해지신 기를 탕재로 보하시면 괜찮아지실겝니다.
당추 :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나무관세음보살..
난정 : (난정모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어머니..
난정모 : (난정에게 시선 피하며 눈을 감는다)...
갖바치 : ..난정아, 어머니 쉬시게 해드려라. (일어난다)
난정 : (따라 일어서며) 예, 고마워요..아저씨..
갖바치와 당추,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자리에 앉아 난정모의 이불을 잘 덮어준다.
난정모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달래.
s#3. 갖바치 윗 방 안 (밤)
갖바치와 당추,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 옆에 방백인이 앉아있다.
갖바치 : 아주머니께서 정신이 돌아왔으니 다행한 일이오.
당추 : (한숨)..차라리 보살님께서 정신을 놓고 계신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네.
갖바치 : (보며) 형님, 그 무슨 말씀이요?
당추 : ..기생이 된 난정이를 지켜보는 보살님 심정이 어떠시겠는가?
방백인 : 사람은 타고난 팔자에서 도망칠 수 없는게요. 기생될 년은 기생이 되고, 도둑놈이 될 놈은 도둑놈이 되고...
당추 : 닥치지 못할까?! 그게 어찌 팔자 탓이란 말인가?
방백인 : 허면 뉘탓이요?
갖바치 : 첩의 딸은 첩의 딸로 살아 갈 수 밖에 없게 옭아매는 이 세상이 잘못된게지!
당추 : (갖바치를 보며) 자넨 조정암이 이 난제를 풀 수 있다고 보는가?
갖바치 : (한잔 마시는)...
s#4. 남소문 객주 대문 안 (밤)
송서방, 조족등을 들고 들어오는데 누군가 어깨 뒤로 손을 턱 올려놓는다.
송서방 : (놀라 돌아보며) 히익- 누,누구요?
능금 : 아저씨 나요.
송서방 : (알아보고)..난 또 누구라고? 휴- 간 떨어질 뻔 했네?
능금 : 길상이랑 달래는 어디갔소?
송서방 : 달랜 모르겠고, 길상인 도주어른을 뫼시고 나갔다.
능금 : 어딜요?
s#5.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향심이와 탄금이가 가야금을 타고 있다.
윤임의 옆에 자운아, 윤원형, 백치수가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백치수, 윤원형의 잔에 술을 따른다. 윤원형, 단숨에 마신다.
윤원형 : (취기가 올랐다) 백도주, 백도주는 가진 재물이 얼만큼 되오?
백치수 : (빙긋 웃는)...글쎄요?..(여유있는 농담)..상목으로 바꿔 끝을 이으면
조선 팔도를 한 두어바퀴 쯤 돌릴수 있을런지요..?
윤원형 : 허허, 백도주도 풍이 좀 세시구만?
윤임 : 풍이라니?! 자네, 화수분이라고 들어봤는가?
윤원형 : 화수분이요?
자운아 : 댸물이 댜꾸 생겨 아무리 써도 써도 듈디가 않는 화수분 말씀이옵네다.
윤임 : 백도주가 바로 그 화수분일세.
백치수 : 그래봤자 하루 세끼 밥 먹는거야 똑 같습지요.
윤원형 : 오, 그래요? 백도주, 앞으로 우리 잘 지내 봅시다. (한잔 따라주며) 자 한잔 받으시오.
백도주 : (한잔 받는데)...
윤임 : 자운아, 뭘하는가? 이 기방 최고의 미색인 매향이를 들이게나.
윤원형 : 숙부님, 거 모르시는 말씀이시옵니다. 장통교 기방의 최고는 난정이옵니다. 정난정!
윤임 : 난정?..호오, 그런 아이가 있었던가?
윤원형 : 그러믄요. 헌데 이 조카 놈이 난정이 머리를 올려주기로 약조가 다 되어 있으니
숙부님께오서 딴 마음을 잡수시면 큰일나옵니다.
윤임 : 그렇다면 조카님도 매향이한테 딴 맘 먹으면 큰일나네!
윤원형 : 알겠사옵니다. 허면 이놈과 약조하신 걸로 믿고 제가 술 한잔 올리겠사옵니다. (술병을 들면)
윤임 : (술잔 들며) 그러지. 허허.
자운아, 보다가 휙-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s#6. 동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옥매향, 길상의 잔에 술을 따른다.
옥매향 : 단소 소릴 들으니, 니녘은 뎡도 많고 매틴 한도 많은 사람으로 보입네다.
길상 : ....
옥매향 : 니녘은 성이 어케되요?
길상 : ..아비 얼굴도 모르는 천출 광대한테 성 같은게 어디있겠소? (마신다)
옥매향 : 기생이나 광대나, 기예를 파는 거이 다를 바가 없으니끼니 우리 두사람, 댤 통할 것 같구만요.
길상 : (옥매향을 보는)...?
옥매향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헌데 이녘 가슴속엔 난뎡이가 들어 앉아 있디요?
길상 : (움찔 보는데)...?!
자운아(E) : 매향아-매향이 방에 있네?
옥매향 : (방문쪽을 돌아보며)...와요?
s#7. 동 기방 마당 (밤)
자운아, 아랫방 문 앞에 서 있는데.
옥매향 :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며) 와기래요? 오마니.
자운아 : 판부사 대감께서 탸드신다, 날래 안방으로 들어가보라우.
옥매향 : (삐죽대며) 알갔시오. (방안의 길상을 보며) 댬시 기다리시라요?
심퉁(E) : 아, 글씨 안된다니까 그러네유.
능금(E) : 안되긴 뭐가 안돼! 저리 비켜!
능금, 중문안 마당으로 들어온다.
심퉁 : (능금의 뒤를 쫓아오며) 이봐유-
자운아 : (다가와 능금의 행색을 살피며) 다 큰 텨녀가 오밤듕에 기방엔 무슨 일로 왔소?
능금 : 내 사람 좀 찾으러 왔소.
길상 : (아랫방에서 나오며) 능금아.
능금 : 길상아, 너..
옥매향 : (길상보며) 이녘이 아는 사람입네까?
길상 : (당황하는데)...
능금 : (옥매향을 흘겨보며 빽-) 길상아,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옥매향 : (능금을 훑어보며 빙긋) 행색은 에미나인데 말뽄샌 꼭 왈자패 같구만?
능금 : (인상 북 긁으며) 어렵쇼, 기생년 말하는 것 좀 보게?!
옥매향 : (보며) 뭐이 어드레? 기생년?!
능금 : (달려들며) 그래 이 구미호같은 기생년아!
길상 : (급히 달려와 능금을 말리며) 능금아, 그만두지 못해?!
자운아 : (재미있다는 듯 보는)...
백치수 : (안방에서 나오며 능금보며) 능금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능금 : (백치수 보고)...아저씨한테 돌려줄게 있어 왔소.
백치수 : (마당으로 내려서며) 그래? 허면 집에 가서 돌려받기로 하자.
자운아 : 됴듀어른, 벌써 가시렵네까?
백치수 : (끄덕이며) 아무래도 나같은 장사꾼이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으이. 나중에 또 들름세.
(길상에게) 가세. (앞장 서서 간다)
자운아 : (백치수 뒤에다 조아리며) 살펴가시라요.
옥매향 : (길상에게) 언데라도 술 생각나면 타쟈오시라요.
능금 : (휙- 돌아보며) 길상인 내 배필이야! (옥매향을 손으로 가르켜 찍으며) 너, 길상이한테 꼬리치지 마!
길상 : (능금의 팔을 잡아 끌며) 얼른 따라 와.
능금 : (길상에게 끌려나가면서도 옥매향을 흘겨본다)...
옥매향 : (어이없어) 뭐, 저런 에미나이래 다 있디?
자운아 : (미소)..매향아, 너 뎌 툥각한테 푹 빠진거이 아니네?
옥매향 : 오마닌?..내레 님자있는 사람은 관심없시요.
자운아 : (의아) 님자라네? 뎌 선머슴같은 에미나이 말이네?
옥매향 : 그 에미나이래 말고 님자가 따루 있시오. 댜, 날래 들어가자우요. (안채 방 쪽으로 간다)
자운아 : (갸우뚱)...
s#8.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능금, 방바닥위에 백치수의 염낭을 탁-놓는다.
백치수 : (능금을 웃으며 보는)..허허, 어찌 이걸 돌려줄 생각이 났더냐?
능금 : 되로 주고 말로 받을거요. 언제고 내 아저씨 객주를 다 털어먹을테니 후회 하지 마시오?!
백치수 : 허허, 대신 앞으로 일년간은 내가 무엇을 시키든, 시키는대로 해야한다. 약조 할 수 있겠느냐?
능금 : ..좋소, 대신 딱 일년만이오?
백치수 : 오냐, 일년이 지나면 네게 재물 모으는 법을 알려주마.
능금 : 그 전에 나도 도주아저씨한테 한가지 다짐받을게 있소.
백치수 : 무슨 말인지 뱉어보거라.
능금 : (옆에 앉은 길상을 흘겨보며) 앞으로 길상일 데리고 기방에 가지 마시오. 약조하실수 있소?
백치수 : 허허, 그래 내 약조하마.
능금 : 그럼 됐소.
s#9. 동 백치수 사랑채 마당 (밤)
길상과 능금, 방에서 내려와 신발을 꿰어신는다.
능금 : (길상을 휙-노려보며) 길상아, 너 어쩌자고 기방출입이야?!
길상 : ...
능금 : 난 네가 얼굴 반주그레한 기생년들 보고 껄떡거리는게 보기 싫어!
길상 : (못마땅하게 보며)..말뽄새하곤?!
능금 : 암튼 너 두 번 다시 그 구미호같이 생긴 기생년 만나지 마! 한번만 더 기방에 가면 내 그 기방에 확 불을 싸질러 버릴거야!
길상 : (앞장서서 간다)...
능금 : (쫓아가며) 증말이라니까?! 내 말 우습게 듣지마!
s#10. 대궐 전각들이 밝아온다(INSERT)
s#11. 중궁전 방 안 (아침)
중종, 이불 속에서 잠을 깨고 눈을 뜬다.
중종, 고개를 돌려 보면 윤비가 옷을 차려 입고 중종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윤비 : (조아리며) 전하, 침수 편안히 하셨사옵니까?
중종 : (몸을 일으키며) 중전, 벌써 일어나시었소?
윤비 : 예. (은쟁반을 들어 올리며) 자리조반을 젓수시옵소서. 신첩이 쑨 잣죽이옵니다.
중종 : 허어, 중전이 손수 잣죽을 쑤시다니...(수저 들어 한술 떠 넣으며)..중전의 정성이 담뿍 깃들어 그런지 참으로 맛이 있구려.
윤비 : 황감하옵니다.
중종 : 중전, 과인을 살피듯 우리 원자를 잘 보살펴 주시오.
윤비 : ..예, 신첩이 배앓이 하여 낳은 친자로 여기고 살피겠사옵니다.
중종 : 참으로 고맙고 든든하구려. (윤비의 손을 잡으며).. 과인이 중전같은 사람을 얻은 것은
선대조께오서 굽어 살피신 음덕이요, 하늘이 내리신 복이라 생각 되어지는구려.
윤비 :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이 오늘은 정사를 폐하고 하루종일 중전 곁에 있고 싶구려.
윤비 : 전하, 아니될 말씀이옵니다.
중종 : 허허, 과인도 아오. 내 편전에 들어 내수사 일부터 살피리다.
윤비 : 전하, 내수사에서 올리는 장부는 믿지 마시옵고, 실사를 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왕실의 내탕금 또한
백성들의 혈세로 거둔 것이오니 그 용처와 재고에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미소로 끄덕이며 윤비를 본다)...새겨두리다.
s#12. 경빈처소 방 안
경빈이 연상 건너편에 앉아 있는 금이를 본다.
경빈 : 어젯밤, 전하께오서 진노하시어 중궁전에 드셨는데...중궁전에서 침수드시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은겐지 참으로 답답하구나.
금이 : 그러게 말이옵니다..쇠인이 패물을 주어 매수한 구슬이와 갑이가 어찌 문초를 견뎌냈을런지요...?
경빈 : 금아, 어제 중궁전에서 문초를 받은 무수리들이 무슨 토설을 하였건 간에 넌 모른다고 딱 잡아떼야 될 것이니라,
내 말뜻을 알겠느냐?
금이 : 예, 마마.
나인(E) : 경빈마마, 복성군 드시었사옵니다.
경빈 : 오, 어서 뫼시어라.
방문이 열리고 복성군이 들어오면 금이가 일어나 맞이한다.
복성군 : (조아리며) 어마마마, 문후드리옵니다.
경빈 : 오, 복성군 내려앉으세요...요즘 글공부는 잘 하고 있습니까?
복성군 : 예, 화천군께오서 불민한 소자를 자상하게 이끌어주시고 계시옵니다.
경빈 : 그래요? 에미는 복성군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 궁금하구려,
언제고 화천군을 뫼시고 에미 앞에서 글 읽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복성군 : 하오나 어찌..어마마마께오서 선생님과 한 방 안에서..
경빈 : 괜찮소, 아들의 글공부 선생님이신데요..그리 하도록 하세요..
복성군 : ...예. 하오면 소자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복성군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갑자기 역겨운 기운을 느낀다.
경빈, 입을 막고 몇 번 헛구역질을 해댄다.
경빈 : (수건으로 입을 닦다가 '혹시?' 손으로 배를 만지며) 아,아니 내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s#13.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대사헌 이장곤(40대 초반의 문무를 겸비한 늠름한 체구)과 조광조가 앉아 있다.
중종 : 대사헌은 내수사의 용처과 재고를 철저히 살피어 그 잘못된 점이 있었다면 추호도 가감없이 과인에게 보고토록 하시오.
이장곤 : 예, 신, 전하의 명을 받들어 거행하겠사옵니다.
조광조 : 전하께오서 내수사의 용처와 재고를 실사하시라 하교를 내리신 것은 참으로 합당하오신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더불어 관료의 녹봉을 감축하시고, 국가의 행사를 줄여나가시어 백성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시어
성군의 덕을 더욱 밝히시옵소서.
중종 : (미소) 과인 역시 백성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녹봉을 감축하는 일은 조정의 반발을 불러 올 수도 있는 사안이고,
조세제도는 하루 아침에 바꿀수 없는 중대사이니 과인이 더 상량한 연후에 조정중신들의 뜻을 모아
차후에 개선해 나가도록 할터이니 경들은 과인을 더욱 격려하도록 하오.
조광조 : 우악하오신 성지를 삼가 받들겠사옵니다.
이장곤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중종 : 더 하실 말씀들이 있으시오?
조광조 : 전하, 신, 전하께 주청드릴 일이 있사옵니다.
중종 : 말해 보오.
조광조 : 전하, 포은 정몽주 선생을 공자를 모신 성균관 문묘에 신위를 모시어 함께 제사 지내도록 하시옵소서.
중종 : ..정몽주라면 고려조에 충성한 인물이 아니오?
조광조 : 정포은 선생이 비록 고려를 위한 충신이라 하오나 문성공 안유선생과 함께 고려때 처음으로
성리학을 일으켜 놓은 분이옵고, 더욱이 정포은의 정충대 절은 조선의 선비들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할 덕목이옵니다.
중종 : ...허나, 과인이 어찌 조종조에서 못하신 일을 시작 할 수 있겠는가?
조광조 : 전하, 지금은 인재를 양성해야 할 때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정포은을 문묘에 종사하시여 정충대절을 장려하오신다면
차후 정포은 선생을 추종하는 절개 높은 인재들이 전하의 보위를 떠받칠 것이옵니다.
중종 : ..대사헌은 어찌 생각하시오?
이장곤 : 신 또한 조제학의 주청이 합당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정포은 선생은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이시옵고,
절의로서는 만세의 스승이오니 문묘에 종사하오심이 마땅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중종 : (생각하다가)..과인이 삼사와 논의한 연후에 비답을 내리겠소.
조광조 : ...!
해설(NA) : 조광조가 정몽주를 공자를 모신 문묘에 제사를 모시자고 한 주청은 조정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s#14. 어전회의 몽타쥬
중종 앞에 영의정 정광필, 김전, 안당, 이장곤, 홍경주, 남곤, 심정과 조광조, 김안로, 등과
몇몇의 대신들(*)이 격렬한 논쟁을 하고 있다.
조광조,안당,이장곤은 찬성파고 홍경주,남곤,심정은 반대파이며
정광필과 김전, 그리고 김안로는 관망파에 속해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들 위로.
해설(NA) : 정몽주는 조선왕조의 건국에 반대하고 끝까지 고려에 충성을 바친 인물로 선죽교에서 태종, 이방원에게
참살 당한 사람이다. 조선 건국 직후 정몽주는 부정적으로 평가되었지만 점차 정몽주의 절개를 기리고
그를 문묘에 배향하자는 논의가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왜 지금 조광조의 주청이 격렬한 논쟁을 불러 왔을까?
조선은 성리학을 국시로 삼은 국가였다. 곧 성리학이 조선의 정치이념이고 정치 원리였다.
하지만 세조가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에서 사육신, 생육신으로 상징되듯
많은 선비들이 참살을 당하거나 은둔의 길을 택했고, 연산군 시절엔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통해
또 다시 많은 선비들이 화를 당했다. 중종 반정이후엔 반정공신들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는 정치상황속에서
유생들은 성리학을 정치이념으로 하여 자신의 경륜을 펼치려고 하기 보다는
싯귀나 문장을 연마하여 관직에 오르는 길을 택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s#15.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와 김식, 김구, 김정이 뭔가를 결연하게 토론하고 있는 모습위로.
해설(NA) : 조광조의 등장은 바로 성리학의 이념, 즉 정치적 이념과 소신을 위해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절개 있는 선비정신의 재등장이었으며 연산군 이후로 끊어졌던 조선의 선비정신의 부활을 주창한 것이었다.
s#16. 편전 어전회의
중종과 대신들이 조광조를 주시하고 있다.
조광조가 중종에게 뭔가를 아뢰고 있는 결연한 모습위로
해설(NA) : 이런 맥락에서 조광조가 주청한 정몽주의 문묘배향은 단순히 옛 성인을 높혀 기리자는 말이 아니라,
중종에게 앞으로 국가 통치의 방향과 인재 등용에 있어서 성리학에 뛰어나고 절개가 곧은 인물들을 등용하여
정사를 도모하라는 요구였으며 이것은 곧 과거의 정치세력과 결별하라는 분명한 요구였던 것이다.
조광조 : (조아리며)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공신파와 사림파, 그리고 관망파가 중종의 얼굴을 주시한다.
중종, 고민에 빠진 듯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해설(NA) : 그리고 조광조의 등장은 반정이후 십년 이상 정국공신들에게 휘둘려온 중종에게
드디어 독자적으로 정사를 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중종 : (결심한 듯 고개를 든다) 승지는 들으라.
김승지 : (조아리며) 예.
중종 : 고려조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을 성균관 문묘에 종사케 하라!
홍,남,심 : (당황하여) 저,전하...!!
조,안당,이장곤 : (감격하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광필과 김전은 눈을 감고 신음을 내뱉고 김안로의 눈은 뭔가를 계산하는 듯 반짝거린다.
s#17. 윤임의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이 마주 앉아있다.
김안로 : 조광조의 시대가 열리고 있소이다.
윤임 : 음!! 전하께오서 드디어 조광조라는 준마 위에 안장을 얹으셨구려...
김안로 : 얼마안가 개혁이라는 방죽이 터질것이옵니다. 격류에 휩쓸리지 않게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소리나지 않게 우리편 세를 모아야 하옵니다.
윤임 : (끄덕끄덕)..그 말씀이 길인 것 같소이다.
김안로 : 그러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할 터인데..허허, 재물은 모두 공신들이 거머 쥐고 있으니..
윤임 : 이 사람이 재물을 변통할 인물을 알고 있소이다.
김안로 : 백치수란 자 말씀이옵니까?
윤임 : 영감께서도 아시는구려.
김안로 : 조정의 이곳저곳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백씨 성을 가진 자의 소문을 들었을 뿐이옵니다.
윤임 : 이 사람이 소개장을 써드릴테니 영감께서 한번 찾아가 보시겠소이까?
김안로 : 그러지요.
s#18. 빈청 안
담담한 표정의 정광필과 김전 앞에 홍경주, 남곤, 심정이 앉아있다.
홍경주 : 이러다가 방죽이 터질 것 같소이다. 조광조 그 자가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어요!
남곤 : 정포은의 문묘배향까지 윤허가 계셨으니..허, 앞으로 현량과가 실시되면 조정이 온통 사림들 일색이 될텐데,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수는 없소이다.
김전 : (무겁게 입을 떼며) 신입구출이라...새 사람들이 들어오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물러나는게 세상 법도가 아니겠소이까?
심정 : 좌찬성께오선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옵니까? 경륜이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거늘..
홍경주 : 오죽 답답하면 그리 말씀하시겠소! 앞으로 흑두재상들이 판치고 다니는 꼬락서니를 어찌볼런지?..허허 참.
정광필 : 이 사람은 신구가 조화를 잘 이루어 정사를 돌본다면 조정의 장래가 밝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외다.
남곤 : 허, 유학을 숭상한다면서 장유유서조차 모르는 조광조 패거리들한테 기대 할 것을 기대하셔야지요!
정광필 : 조정암이 고지식한 사람은 아니니 믿어봐야지요.
남곤 : (탁자를 쾅 치며) 아무튼 이 사람은 조광조 그자와 한 조정에 있을바엔 차라리 전하께 사직을 청하겠소이다! 음!!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홍경주 : 이 사람도 같은 뜻이외다! (일어서서 나간다)
심정 : ...음!! (따라 나간다)
김전 : (한숨 푹 내쉬며)...어허, 이 나라 조정의 한치 앞길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구려.
s#19. 대궐 중문 앞 일각
남곤, 뭔가를 생각하며 사인교 쪽으로 걸어온다.
사인교 앞에 기다리던 중치막이 다가선다.
남곤 : (중치막 보고) 조광조는 퇴청하였는가?
중치막 : 예, 조금 전 퇴궐하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남곤 : (사인교에 올라타서 뭔가를 잠시 생각하다가) 음..정동으로 가자.
s#20.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 앞에 김식, 김구, 김정이 앉아있다.
김구 : 정포은 선생의 문묘배향이라, 이제야 이 나라 도학정치의 대의명분이 선 듯 하옵니다.
김정 : 예, 조정암께서 참으로 큰 일을 하셨사옵니다. 이제야 조선의 사림들이 낯을 들고 다닐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조광조 : 이 사람은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포은선생과 함께 뫼시지 못한게 안타까울 뿐이외다.
김식 : 첫 술 밥에 배부를수야 있는가? 이제부터 시작 아닌가?
조광조 : 그래서 이번에 현량과로 천거된 여러분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오.
전하를 성군으로 뫼시고 이 나라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몰아내고 도학정치의 장래를 펼쳐나가봅시다.
하인(E) : (방밖에서) 나으리 이조판서 대감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조광조 : (흠짓 놀라 방밖을 보는) 이판께서?
김식, 김정, 김구 등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긴장하는데
'어험!' 헛기침을 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관복차림의 남곤.
조광조와 일행들, 일어나서 남곤을 맞이한다.
남곤 : (둘러보며) 어허, 이거, 조선의 인재들께서 다들 여기 모여계셨구려?
조광조 : 이판대감께오서 어쩐 일로..?
남곤 : 기별도 없이 찾아온 것이 당혹스럽겠지만 내 조제학과 긴히 나누고 싶은 말이 있어 걸음을 했소이다.
조광조 : (상석을 권하며) 좌정하시지요.
남곤 : 그러십시다. (둘러보며) 젊은 선비들께서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좋겠소만..
김식, 김구, 김정이 조광조를 본다.
조광조, 가볍게 끄덕여 주면 김식, 김구, 김정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남곤 : (방문이 닫히면) 조제학, 오늘 정포은 선생의 문묘배향도 정해졌으니 우리 공신들과 사림들이 손을 잡고
전하와 종묘사직을 위해 큰 정치를 해보십시다. 어떻소이까?
조광조 : 이판대감께오선 정포은 선생께서 말을 거꾸로 타고 가신 뜻을 아시옵니까?
남곤 : (당황)..?
조광조 : 이 사람 생각엔 사림과 훈구공신들은 가는 길이 다른 듯 하옵니다.
남곤 : 허허, 전하를 위한 충정이면 됐지 다를게 또 뭐가 있겠소?
조광조 : (똑바로 보는)...대감께오선 이 사람과 흥정을 하시자는겝니까?!
남곤 : (움찔) 흥정?! (웃음으로 무마) 허허허 흥정이라니요?
조광조 : 이 사람에게는 대감 말씀이 꼭 그렇게 들리옵니다.
남곤 : 허허, 정암. 정치란 현실이외다, 때로는 타협하고 굴신할 줄도 알아야 되는 법이라 이 말씀이오.
조광조 : 이 사람은 소신과 절개는 간 곳 없고, 눈 앞의 이해득실만을 따져 처세하고,
저자거리 장사치들의 흥정이 난무하는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남곤 : (굳어지며) 정암, 정치란 혼자 하는게 아니오. 도학정치의 이상만 앞세웠다간 자칫 자충수를 둘수도 있다 이 말씀이외다.
조광조 : (벌떡 일어선다)..이 사람, 귀를 씻어야겠사옵니다.
남곤 : (당혹감과 수치감) 뭬, 뭬야?!
조광조 : (방 밖으로 휙-나가버린다)
남곤 : (울그락 붉으락)..저,저자가?! (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상을 탁 친다)...!!
s#21. 갖바치 아랫방 안
난정모, 인상을 찌푸리며 탕약을 마시고 있다.
옆에서 난정모를 지켜보고 앉은 난정과 달래, 당골네.
당골네 : 쭉 들이키시오, 성님.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엔 쓴 법이라지 않소?
난정모 : (휙 노려보며) 성님이라니?!
당골네 : 우린 십년 세월 넘게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사이 아니요? 내 앞으론 성님을 성님으로 모시겠소.
난정모 : 성님?! 난 만정이 다 떨어지네! 아예,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 말게!
당골네 : 성님, 그때 일을 아직도 맘에 담아두고 계시오? 난정이도 이만큼 컸으니 묵은 원한일랑 다 풀어버립시다. 예 성님?
난정 : (당골네 의아하게 보며)..묵은 원한이라니요?
당골네 : (웃음) 으응..그런게 좀 있어..
난정모 : 닥치지 못하겠나?! 주절거리지 말고 썩 꺼져버려!
당골네 : (찔끔하며) 그러지요..성님..(삐죽대며 나간다)
난정, 당골네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보는데 당추와 갖바치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갖바치 : 보살님, 신기가 어떠시옵니까?
난정모 : 괜히 폐만 끼친 것 같아..송구스럽사옵니다.
당추 : (앉으며) 보살님, 당분간 소승의 암자에서 지내시는게 어떠실런지요?
난정모 : 예?
당추 : 몸이 쾌차하실때까지 바람도 쐬실겸, 부처님곁에서 얼마간 지내시지요.
난정 : 그리 하세요, 어머니...마님께서 언제 또 사람을 보내 해꼬지 할지도 몰라요.
난정모 : 그리 할수는 없다. 그 집은 대감마님께오서 마련해주신 집이야. 대감마님의 명이 있기전엔 지켜야 할 내 집이다.
내 죽더라도 그 집에서 죽을것이야.
난정 : ...
난정모 : ..난정아, 너무 폐를 많이 끼쳐드린 것 같구나.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난정 : 어머니..
당추 : 아주머니..
갖바치 : 형님, 아주머니 말씀대로 하는게 좋겠소. 내 가끔 약을 지어 들려보겠소.
당추 : 음!!
s#22. 정윤겸 안채 마당
박씨가 대청위에서 배서방을 내려다 보고 섰다.
양평댁이 부엌쪽에서 지켜보고 섰다.
박씨 : 뭬야, 모녀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배서방 : 예. 어젯밤에 가보았지만 보이지가 않사옵니다.
박씨 : 야반도주 한게 아닌가?
배서방 : 세간살이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잠시 몸을 피한 듯 싶사옵니다.
박씨 : (생각하며) 배서방, 대감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장흥댁 모녀를 찾아내 반드시 도성 밖으로 쫓아내도록 하게나! 알겠는가?!
배서방 : (어쩔수 없다)...예..
박씨, 휙- 돌아서 안방으로 들어가면 옥련, 박씨 옆에 서있다가 그 뒤를 쫓아들어간다.
s#23. 동 안채 방 안
박씨, 자리에 앉으면 건너편에 따라 앉는 옥련.
옥련 : 어머니. 괜히 장흥댁 모녀에게 손을 대셨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드시는게 아니올런지요?
박씨 : 긁어 부스럼이라니?
옥련 : 아버님께오서 난정이가 기생이 된 걸 보신다면 어머니께서 직접 나서지 않으셔도
아버님께서 모녀를 쫓아내시지 않겠사옵니까?
박씨 : ...
옥련 : 소녀는 그리 생각하옵니다.
박씨 : (생각하는)..음..
s#24. 난정모 집 마당
난정과 달래가 난정모를 부축하고 들어온다.
마당에 부서진 살림살이(16회 s#33의)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난정모 : (부서진 살림살이를 보며)..정녕, 배집사가 이랬단 말이냐?
난정 : ..예..아저씨가..너무 야속하옵니다.
난정모 : ..아랫사람이 무슨 힘으로 상전의 명을 거역할 수가 있겠느냐?...들어가자..
난정과 달래가 난정모를 방쪽으로 데리고 들어가는데.
길상 : (마당으로 들어오다가 부서진 살림보고)...난정아!!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난정모 : (의아하게 돌아보는)...누구요?
길상 : (멈칫 멈춰서는)...!
s#25.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길상과 달래를 보고 앉았다.
난정모 : 이름이 길상이라 했소?
길상 : ...예.
난정모 : ..내 목숨을 구해줬다니...큰 신세를 졌구려.
길상 : ...
난정모 : 달래야..너도 고맙구나..날 그리 정성껏 돌봐주었다니...
달래 : 아니어요, 아주머니..아주머니가 절 친 딸처럼 대해주셔서 고마워요..꼭 울 어머니 같으셨어요.
난정모 : ...
길상 : 허면,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달래 보며) 가자 달래야. (일어선다)
난정모 : 변변히 대접을 못해서 어쩌누?
달래 : (일어서며)..몸조리 잘하시고 얼른 쾌차하세요.
난정모 : ..그래..잘들 가거라.
달래 : 예..아주머니 보러 또 들러도 되지요?
난정모 : ...그럼, 되구 말구...
난정 : (따라 일어서는데)...
길상 : 나올거 없어. 어머니하고 있어.
난정 : ...
s#26. 난정모 집 대문 밖 길
길상과 달래가 걸어간다.
달래 : 오라버니, 우리 어머니도 저 아주머니처럼 생겼었을거 같아요. 맞지요?
길상 : ..그래..그러셨어..
달래 : 능금 언니가 걱정 많이 하겠네?
길상 : ...가자.
s#27. 난정모 방 안
난정, 난정모를 부축하여 이부자리에 눕혀준다.
난정 : 어머니, 힘드실텐데 누우세요.
난정모 : (냉랭하게 본다)...
난정 : (움츠려드는)...
난정모 : 네가 또 에밀 속이고 기방에 나가면 에민 그 날로 네 얼굴을 아니 볼것이야!
난정 : ....
난정모, 자리에 누우면 난정, 이불을 잘 덮어준다.
s#28. 난정모 마당
난정, 부서진 살림살이들을 치우고 있다.
난정, 쪼그려 앉아 깨진 사기조각을 들고 보다가 뭔가를 생각하다가 휙- 일어선다.
s#29. 정윤겸 대문 안 마당
배서방, 하인들이 마당 쓰는 것을 지휘하고 있다.
난정,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배서방 : (난정을 보고 당황하여) 어,나,난정아?..네가 어찌 여길?
난정 : (매섭게 보며) 마님께 여쭐 말이 있어 왔어요.
난정, 안채쪽으로 걸어간다.
배서방 : (당혹스럽게 난정의 뒤를 쫓으며)..나,난정아!
s#30. 동 정윤겸 안채 방 안
박씨, 수를 놓고 있던 손을 멈추고 방문쪽을 본다.
옆에서 수를 놓던 옥련도 흠짓놀라 돌아본다.
박씨 : 뭬야, 누가 왔다고?!
옥련 : (당황하여) 어머니, 난정이가 왔답니다.
난정, 당당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씨 : 네 이년!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발을 들여놓는게냐?!
난정 : (앉으며) 마님, 이년도 이 댁엔 두 번 다신 오고 싶지 않았사옵니다.
허나 마님께서 꼭 아셔야 될 일이 있어 찾아왔사옵니다.
옥련 : (코웃음) 흥, 남 우세스럽게? 창기가 대낮에 낯짝을 빳빳하게 들고 다닐수 있을까?
난정 : (싸늘하게 보며) 아씨를 보러 온게 아니라 이 년은 마님을 뵈러 왔소!
옥련 : (겁에 질려)..어,어머니!
박씨 : 네 이년! 네 감히 대갓댁 규수를 위협을 하는게냐?!
난정 : 위협을 하시는 것은 마님이시옵니다.
박씨 : 뭐, 뭐라?
난정 : 어찌 저희 모녀를 쫓아내지 못해 핍박하시는 것이옵니까?
박씨 : 핍박이라니?! 허면 네 년이 창기가 되어 대감의 면전에 먹칠을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으란 말이더냐?!
난정 : 마님, 이년은 첩년의 딸년이옵니다. 언제 한번이라도 마님께서 이년을 사람 대접 해주신적이 있었사옵니까?!
박씨 : (쏘아보는)...뭣이라?
난정 : 첩년의 딸년이 창기가 되건 남의 첩년이 되는 것이 당연지사이거늘
마님께오선 이년이 요조숙녀라도 되길 바라셨사옵니까?!
박씨 : 네, 감히 뉘 앞이라고 함부로 주둥일 놀리는게냐?!
난정 : 대감마님의 체면이 저희 모녀의 목숨보다도 중하단 말씀이옵니까?!
박씨 : ..저,저..
난정 : 마님께서 한번만 더 사람을 시켜 저희 모녀를 쫓아내려 하시오면 이년도 가만 있지는 않을겝니다!
박씨 : (어이없는 듯)..내 너희 불쌍한 모녀를 지금껏 거두워 주었더니 은혜를 고작 이리 갚는게냐?
난정 : 예, 마님께서 개,돼지처럼 거두워 주셨지요. 핍박하는것만도 모자라 누명까지 씌워 매질까지 하셨지요.
박씨 : ...뭬,뭬야?!
난정 : 이년 잘 아옵니다. 사람대접 못받는게 무언지! 천대 받는게 무엇인지!! 멸시 받는것이 무엇인지!!!
마님께서 이년에게 너무도 잘 알려주지않으셨사옵니까?!
박씨 : 이,이런 발칙한! 양평댁, 양평댁-
양평댁 : (방문 열며) 예, 마님!
박씨 : 뭣하는게야?! 당장 이 발칙한 것을 끌어내지 못하고!
양평댁 : (난정을 잡으며) 난정아, 나가자, 얼른!
난정 : (뿌리치며) 놓으세요! 내 발로 왔으니 내 발로 걸어나가겠어요! (박씨를 보며) 마님,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한번만 더 저희 모녀를 핍박하시오면 이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댁 대감마님의 전정에 누가 되는 짓을
할 수 밖에 없사옵니다.
박씨 : 뭬,뭬야, 이런 못된 것!
난정 : 이 년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신다면 낭패를 보실터이니 그리 아십시오!
난정, 박씨에게 공손하게 조아린다. 그것이 더 싸늘한 느낌으로 보인다.
난정, 옥련의 얼굴을 쏘아보다가 휙-돌아서 나간다.
박씨 : 저,저런 못된 년 같으니!
s#31. 자운아 기방 마당
심퉁, 툇마루에 걸레질을 치고 있는데 난정,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심퉁 : (돌아보고) 어라, 난정아씨? 며칠동안 기별두 없이 어찌 된 일여유?
난정 : ...아주머니 계시니?
심퉁 : 야, 안방으루 들어가보셔유..(안방 쪽에다) 마님, 난정아씨 오셨슈.
자운아(E) : (안방에서) 기래?..들어오라우.
난정 : 예. (안방으로 가려는데)
옥매향 : (안방쪽 내실에서 나오며) 이거이 누구네? 난뎡이 아니네?
난정 : ...?!
옥매향 : 내레 니가 사가에 턍기방을 탸렸다길래 안 나올듈 알았는데, 어케 왔네?
난정 : (보다가 돌아서는데)...
옥매향 : 윤승후관께서리 두둑한 돈듀머니를 건네시던데, 한번 살수텽 드는데 올마씩 받는기야?
너 기러다 금방 댸물 모아서리 부댜되갔다, 기렇티 않네?
난정 : (멈춰서서 뭐라고 하려다가 눌러 참는다)...
옥매향 : 와, 턍기도 턍기 소릴 들으니끼니 속이 좋디 못하네?
자운아(E) : 뭐하네, 왔으며 날래 들어오디 못하고!
난정 : (안방쪽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 (보는)...
s#32.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앞에 앉은 난정을 본다.
자운아 : 니 오마니가 탸쟈 오셨드랬든건 알디? 그날 굉댱 했었드랬디.
난정 : ...다 제 잘못이에요. 용서하세요.
자운아 : 괜탾아, 내레 니 사뎡 다 알았으니끼니, 녀기 못나온다고 해서 너 탓할 사람 아무도 없어.
난정 : (뭔가 결심하는 듯 보는)...
자운아 : 와, 그 말 하러 온거이 아니네?
난정 : 아니요. 난 꼭 기생이 될거에요!
자운아 : 뭐이, 고럼 네 오마닌 어뗘고?!
난정 : 어머니한텐 당분간 비밀로 할거에요..어머니 몸이 나으실 때 까지는 매일 나오진 못하더라도 내치지만 말아주세요.
이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기적에 오를수 있는 가무와 연주솜씨를 익히겠어요.
자운아 : ...니 뜻이 뎡 그렇다면 어뗠수 없디만..
난정 : ..대신 승후관 나으리는 꼭 제가 모시게 해주세요. 그것만 약조해 주세요.
자운아 : ('물건은 물건이구나' 보는)...!!
s#33. 중궁전 외경
s#34.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 놓인 패물뭉치를 보고 앉아있다.
엄상궁이 윤비 앞에 차를 따라 앞에 놓아준다.
엄상궁 : 마마, 경빈전에서 무수리를 매수하여 중궁전을 감시하도록 시킨것이 자명 하온데
어찌 경빈에게 아무런 죄도 묻지 않으시옵니까?
윤비 : 전하께오서 내수사 일을 어찌 처결을 하실런지 살핀 연후에 치죄해도 늦지 않을걸세.
엄상궁 : 예.
윤비 : (찻잔을 들어 한잔 마시는데)...
오상궁(E) : (방밖에서) 마마, 희빈과 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 : ..들라해라.
오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희빈과 창빈이 들어와 조아린다.
엄상궁, 조아리고 뒷걸음질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어서오세요, 두분께서 어쩐 일로 중궁전에 드셨소?
희빈 : (앉으며 고자질투) 마마, 신첩이 듣자오니 경빈이 중궁전에 불경스런 짓을 하였다는데 사실이옵니까?
윤비 : (미소) 희빈은 어찌 생각하시오? 경빈이 정말 그런짓을 했다고 생각하오?
희빈 : ..예, 간특한 경빈은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옵니다. 모르긴 몰라도 중궁전은 물론이고
중전마마의 사가이신 부원군댁까지도 감시를 하고 있을것이옵니다.
윤비 : (흠짓) 내 사가에까지?
희빈 : 예, 뿐만 아니오라 제조상궁을 통해 지밀안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죄다 알고 있다 하옵니다.
윤비 : 어허, 희빈은 어찌 그리 경망한가?
희빈 : 예?
윤비 : 내명부간에 험절이 있다면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웃전에 고변을 하다니?
희빈 : (당황하여 조아리며) 마마, 신첩이 우둔하여 회초리 맞을 짓을 하였사옵니다.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창빈 :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감싸줄 허물이 있고 그 죄를 만천하에 밝혀 치죄해야 해야 할 것이 있을것이옵니다.
신첩의 소견엔 이번 경빈의 죄는 덮어두어서는 아니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나 역시 창빈의 생각과 같소.
희빈(E) : (당황한 얼굴) 둘이 아주 짝짜쿵이 잘 맞는구먼?!
윤비 : 희빈, 창빈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겠소.
희빈 : (어색한 웃음) 예, 중전마마..(창빈을 보며) 창빈 앞으로 이사람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오.
창빈 : (미소)...
s#35. 편전 방 안
중종이 놀란 표정으로 앞에 앉은 대사헌 이장곤을 본다.
중종 : 뭣이라, 내수사의 물자와 내탕금이 장부와 어긋난다?
이장곤 : 예, 전하. 내수사별좌, 박수림은 내수사의 미곡과 피륙을 범포하여 고리대를 놓거나 매점매석을 통해
막대한 치부를 하였사옵고, 내탕금 중 황밀 오백근을 횡령하여 황해도 북포와 평안도 명주로 환물하여
궁궐 밖 객주에 축재 했사옵니다.
중종 : 허, 이럴수가?! 과인은 그리 믿었거늘...
이장곤 : 왕실의 재물을 사사로이 횡령한 것만도 막중한 죄이온데, 장부를 가필하여 그 용처와 재고를 조작하였사오니,
이는 씻어 담지 못할 대죄이옵니다. 내수사별좌 박수림을 잡아들여 국문하오심이 옳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고민하는)..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과인의 잘못이 크도다..
이장곤 : ...망극하옵니다.
중종 : 죄인을 잡아들여 문초토록 하라!
이장곤 : 예.
s#3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인상을 쓰며 괴로워하고 있다.
박수림(E) : (방밖에서 울부짖는) 마마-마마-억울하옵니다.
경빈, 귀를 막고 도리질치다가 휙-방 밖을 보며 일어서서 나간다.
s#37. 경빈 처소 마당
박수림, 계단 밑에서 방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다.
금이, 안절부절 하고 있다.
박수림 : (눈물 줄줄 흘리며) 마마, 이놈을 살려주시옵소서.
경빈 : (대청 밖으로 나와 쏘아본다)..
박수림 : ...마마..마마..
경빈 : 내 박별좌를 믿었거늘 전하와 이 사람을 이리 배신할 수 있단말이오?!
박수림 : (놀라)..마마, 억울하옵니다. 이놈은 마마께오서 시키는대로 했을..
경빈 : (버럭) 닥치지 못하겠소?!! 궁궐 법도에는 인정이 없소!
전하께오서 어떤 벌을 내리시더라도 달게 받아 죄를 씻도록 하시오!
박수림 : 마,마마!
경빈 : 밖에 별감들 있더냐?!
별감들이 달려와 일각문 밖에서 조아린다.
경빈 : (보고) 별감들은 무엇을 하시는가?! 어서 이자를 끌어내지 않고!
별감들, '예이-' 하며 일각문 안으로 들어와 박수림을 사정없이 끌고 간다.
박수림 : (돌아보며) 마마-마마-
경빈, 어금니를 깨물며 휙 돌아선다.
경빈의 글썽거리던 눈물이 뺨 위로 주르르 흐른다.
s#38.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경빈이 참으로 모진 사람이로구만. 제가 살기 위해 애비를 그리 내치다니.
오상궁 : 그러하옵니다.
윤비 : 전하께오서 박별좌를 문초하셨다더냐?
엄상궁 : 예, 전하께오서 박별좌를 문초하신 연후에 횡령한 재물을 환수케 하시고 박수림에게 곤장 오십대를 치고
도성 칠백리 밖으로 원방부처 시키라는 어명이 계셨다 하옵니다.
오상궁 : 앞으론 전하께오서 경빈에 대한 총애를 거두실 것이옵니다.
윤비 : (저으며)..아닐세, 내탕금을 횡령한 자를 참수형에 처하지 않으신 걸 보면 그리 하시지는 않을게야.
엄,오상궁 : ...?
윤비 : (혼잣말로)..그리하시지는 않을게야...
s#39.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착잡한 표정의 중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주상, 왜 이리 용안이 어두우신게요?
중종 : 아,아니옵니다..(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마신다)...
자순대비 : 주상, 박별좌에 대해 죄를 과하게 물으신게 아니오?
중종 : (보며) 마마, 과하다니요?
자순대비 : 박별좌가 내탕금에 사사로이 손을 대었다고는 하나 축냈다기 보다는 오히려 두배, 세배로 불려놓지 않았소?
덕분에 왕실 재정이 넉넉해져 지난번 친영례도 대과 없이 치루지 않았습니까?
중종 : ...
자순대비 : 경빈이 많이 섭섭할게요, 주상께서 경빈을 위로해 주세요.
중종 : 어마마마, 소자, 경빈을 용서할 수가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그 아비의 일을 물어 경빈에게까지 죄를 연좌하시려는겝니까?
중종 : 그런게 아니옵고, 생전의 장경왕후의 일 때문이옵니다.
자순대비 : 장경왕후의 일이라니요?
중종 : 장경왕후가 원자를 회임하였을 당시 후궁전에서 잉태한 원자를 낙태시키기 위해 저질렀던 행실들을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놀라)..뭬, 뭬요?
중종 : 잣죽에 약을 타고...밤마다 중궁전에서 도깨비 놀음을 하고...
자순대비 : (근엄하다) 주상!! 대체 누가 그런 망령된 말을 주상께 진언드렸단 말이오?!
중종 : ..소자..다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어마마마 정녕 그런 일이 없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었소! 아니 지엄한 궁궐에서 있을수가 없는 일이요!
중종 : (보는)...?!
자순대비 :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찌 이 어미가 모르고 있었겠소?
중종 : (당황하여) 하오면...?
자순대비 : 예, 누군가 내명부를 이간질 시켜 이득을 취하려는 자의 사특한 간계일게요.
중종 : ...!
자순대비 : 주상께선 대체 누구에게 그 말을 들으시었소?
중종, 뭔가를 생각하는 혼란스러운 얼굴위로 떠오르는.
s#40. 후레쉬 백(16회 s#47의)
윤비 : 참으로 끔찍하고 부끄러운 일이옵니다. 하오나 신첩의 말을 한귀로 들으시고 한귀로 버리셔야 하옵니다.
전하께오서...모른척 하시어야 하옵니다.
s#41. 동 대비전 방 안
중종, 찌푸리며 뭔가를 생각하는데.
자순대비 : 주상, 경빈은 주상의 장자이신 복성군의 어머니입니다. 자고로 집안이 편안해야 만사가 형통하다고 하였습니다.
부디 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고 잘 살피시어야 합니다.
중종 : ...!
s#42.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에 놓인 패물을 보다가 앞에 앉아있는 엄상궁에게 말한다.
윤비 : 엄상궁, 경빈을 불러오게.
엄상궁 : 마마, 경빈을 치죄하려 하시옵니까?
윤비 : (미소)..아무리 내명부의 기강을 잡는 일이 중하다고는 하나, 아비를 떠나보낸 자에게 어찌 회초리를 들겠는가?
엄상궁 : 하오시면..?
윤비 : 이 패물들을 돌려주고 이번 일은 무마할 작정이네.
엄상궁 : ...예?
윤비 : 경빈도 이번 일로 깨닫는 바가 많았을것이야.
s#4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연상 앞에 앉아 어딘가를 쏘아보고 앉아있다.
경빈(E) : 암, 내 깨닫는 바가 많고 말고...밟지 못하면 어차피 밟히고 마는 것을... 그래, 내 한번 맞서 볼 것이야..
경빈, 자신의 배를 더듬으며 미소를 짓는데.
금이(E) : (방밖에서) 마마, 중궁전 오상궁 들었사옵니다.
경빈 : (방문쪽 휙-노려보며) 들라해라.
오상궁 : (방문이 열리면 조아린다)...중전마마께오서 찾아계시옵니다.
경빈 : 내 심기가 편치 못하여 지금은 찾아뵈올 수가 없다고 고하시게.
오상궁 : (놀라) 예에?
경빈 : 이른대로 고하래도!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s#44. 중궁전 방 안
윤비, 장지문 앞 윗목에 앉아 안절부절하는 오상궁을 의아하게 본다.
윤비 : 왜 경빈은 오지 않았느냐?
오상궁 : 마마, 아뢰옵기 황송하와...
윤비 : (엄한) 어서 고하게.
오상궁 : 예, 경빈은...심기가 편치 못하여 지금은 찾아뵈올 수가 없다고...
윤비 : (눈이 번쩍) 뭬야?!
오상궁 : (황송하여 고개를 돌린다)....
윤비 : (분을 삭이듯 생각하다가)...엄상궁, 자네가 직접 경빈처소에 가서 경빈을 불러오게.
엄상궁 : 예, 마마.
윤비 : 경빈의 사지를 묶어 끌고서라도 내 앞에 대령시키란 말일세!
엄상궁 : 예.
s#45. 경빈처소 방 안
경빈 : (코웃음을 치는) 하! 어디 한번 해 볼테면 해보라지?!
s#46. 대궐 일각
엄상궁, 상궁과 나인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s#47. 경빈 처소 마당
엄상궁, 일각문안으로 들어선다.
마당을 쓸고 있던 나인 하나가 엄상궁을 보고 조아린다.
엄상궁 : (둘러보며 엄하게) 중궁전에서 왔다고 고하여라.
나인 : 마마께오선 대비전으로 드셨사옵니다.
엄상궁 : ...?!
s#48. 대비전 방 안
경빈, 자순대비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서럽게 흐느낀다.
자순대비 : 경빈, 대체 왜 이러시는게요? 자초지종을 말해 보시오.
경빈 : ..대비마마, 신첩은 어찌 되어도 좋사옵니다. 허나 신첩의 복중 태아는 대비마마께오서 지켜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뭬요? 허면 경빈께서 회임을 하셨단 말이오?
경빈 : ..예..그러하옵니다...
자순대비 : (한편으로 놀랍고 기쁜 표정)...회임?!
s#4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경빈이 대비전에 들었어?
엄상궁 : ..예..
윤비 : (뭔가 벼르듯 쏘아보는데)...
오상궁(E) : (방밖에서 다급한) 마마, 오상궁이옵니다.
윤비 : 들라.
오상궁(E) : 예.
방문이 열리고 오상궁이 급하게 들어와 조아린다.
오상궁 : 마마, 경빈이 회임을 하였다 하옵니다.
윤비 : (휙-돌아보며) 뭬야, 회임?!
s#50. 윤원형 사랑채 외경
윤원형(E) : 회임?! 아,아니 회임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뼉다귀같은 소리요?!
s#51.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원형이 속 터진다는 표정으로 앞에 앉은 윤원로를 보고 있다.
윤지임도 어이없다는 얼굴로 윤원로를 노려보고 있다.
윤원형 : 험,험. 그러니까, 거 뭣이요? 형님이 기방출입을 하면서 연분을 맺은 기생년이 회임을 해서
와가 한 채를 통째로 사줬다 이 말씀이요?
윤원로 : (눈을 감은채)..그래..내 소실로 들였다.
윤지임 : 어이구 저걸 자식이라구. 애비는 독수공방을 하는데 너 혼자 소실을 맞아 들여! 에라 이 불효막심한 놈아!
윤원형 : 형님! 대체 그 알토란 같은 만냥을 언제 빼 돌린거요?
윤원로 : 거야 니 알 바 아니구..그래서 내 이르지 않았느냐? 중전마마께는 돌려줬다하고 그냥 모른척 하자구.
윤원형 : 하! 나도 이젠 증말 모르겠소. 은자 삼만냥을 변통하여 간신히 셈을 맞춰 놨는데
이제 만냥을 또 어디서 맞춘단 말이오?!
윤지임 : 이놈아, 당장 첩년 사준 집 팔아서 돈으로 해내!
윤원로 : 아버님, 그 집을 팔면 홀몸도 아닌 소실은 어디서 삽니까? 처가살이 하는 놈 형편에 집안에 소실을 들일수도 없고.
윤원형 : 거야, 형님 사정이고, 당장 만냥 토해내시오! 아니면 내 중전마마께 가서 모조리 고하겠소.
윤원로 : 맘대로 해라. 사내 대장부 체면이 있지, 나도 한번 준 재물 뺏아오는 모진 놈이 되고 싶진 않다!
윤원형 : 허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요, 대체!
윤지임 : (윤원로 보고) 이놈아, 넌 아들이 아니고 웬수다, 웬수. 내 눈앞에서 썩 꺼져!
윤원로 : 원형아, 이왕 이렇게 된거 네가 변통해 온 삼만냥을 아버님하고 셋이서 만 냥씩 나누어서 장사라도 해보는게 어떠냐?
윤원형 : 어허 (밀쳐내며) 아버님께서 나가라 하신 말씀 못들으시었소?!!
윤원로 : (일어서며) 좋사옵니다. 아버님께오서 소자를 더 안보시겠다면 소자도 다신 이 댁에 발걸음을 하지 않겠사옵니다.
윤지임 : 그래, 이눔아. 넌 그게 효도하는게야.
윤원로, 심통맞게 보다가 방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지임 : 원형아, 이제 어쩌면 좋으냐?
윤원형 : (한숨) 글쎄 말이옵니다. 어떻게 변통을 해 봐야지요...
s#52. 자운아 기방 마당 (밤)
자운아, 부엌쪽에서 심퉁이에게 말하고 있다.
자운아 : 심퉁아, 대문에 텽사툐롱은 내 걸었네?
심퉁이 : 예.
정렴(E) : 이리오너라-
정렴과 박희량, 중문안으로 들어온다.
자운아 : (돌아보고) 이거이 누구야요? 됴툥관 대감댁 데련님 아니야요?
정렴 : 내 이번엔 초시에 입격한 생원나으리와 동행했으니 문전박대하진 않겠지?
자운아 : (박희량을 훑어보며) 생원 나으리?..심퉁아, 뭐하네..손님들 행랑태로 모시라우.
정렴 : 이보게, 보아하니 다른 빈방도 많은데 행랑채로 들라니?
자운아 : (미소) 싫으시면 딴 기방으로 가보시던디요.
정렴 : 아, 아닐세. 들어가세.
정렴과 박희량, 심퉁을 따라 행랑채 쪽으로 간다.
s#53. 동 기방 아랫방 안 (밤)
난정, 춤사위를 연습하고 있다.
자운아(E) : 난뎡아!
자운아,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본다.
난정 : (춤 멈추고 보며) 예?
자운아 : 니 대감마님댁 망나니 데련님이래 행랑태에 있으니끼니 오늘은 닐찍 딥에 돌아가보라우, 알간?
난정 : ..예.
자운아 : (씩 웃어주며) 일튀월댱이야, 에미나이래 튬솜씨 많이 늘었구만..(방문닫고 간다)
난정, 다시 춤사위를 펼친다.
s#54. 동 기방 행랑채 방 안 (밤)
정렴과 박희량, 꾀죄죄한 방안에서 앉아있다.
박희량 : (일어서며) 내 이런 곳에선 술을 마시고 싶지 않네. 돌아가세.
정렴 : (잡으며) 희량이, 친구좋다는게 뭔가? 예서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게. 응?
박희량 : ...음!
정렴, 방밖으로 나간다.
s#55. 동 기방 마당 (밤)
정렴, 밖으로 나와 방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뒷곁으로 간다.
s#56. 어딘지 처량해 보이는 달(INSERT)
s#57. 동 기방 뒷 곁 (밤)
옥매향, 자신의 자리에 앉아 달을 보고 있다.
옥매향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단소를 부는 길상의 이미지. (16회 s#51의)
그리고 이미지와 함께 들려오는 구슬픈 단소소리.
옥매향 : (한숨 푹 내쉬며)..애간댱 녹이는 단소소리 한번 더 들었으면 좋갔구만...
정렴, 옥매향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히죽 웃는다.
정렴, 살금살금 다가와 옥매향의 등뒤에서 와락 껴안는다.
옥매향 : (화들짝 놀라) 에그머니나!
정렴 : 매향아, 나야 정렴이!
옥매향 : 이 데련님이래 미텼시요, 이거이 놓지 못하갔시오?!!
정렴 : 매향아!! 관례 올리면 찾아오란 약속 잊었어?
옥매향, 정렴의 손을 뿌리치며 휙 돌아선다.
옥매향 : 비키시라요!
정렴 : 매향아, 내 친구도 데려왔으니 니가 따라주는 술 한잔 먹자, 응?
옥매향 : 뎌리 비키디 못하갔시오?
옥매향, 정렴을 확 밀쳐버리고 가는데
정렴, 히죽거리던 표정이 사라지고 눈빛이 살기등등하게 변한다.
정렴, 옥매향을 쫓아가 손을 확 잡아챈다.
옥매향 : (휙 쏘아보며) 뎡말 왜 이러시는거야요?!
정렴 :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보며) 이년아! 기생년 주제에 술을 따르라면 따르고 옷고름을 풀라면 풀것이지
웬 잔말이 그리 많아?! (손 잡아 끌며) 따라와!
옥매향 : 놓으시라요!!
옥매향, 정렴에게 끌려가다가 정렴의 손등을 깨물어버린다.
정렴, 물린 손등을 보다가 옥매향의 뺨을 갈겨버린다.
정렴 : 이년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옥매향 : (뺨을 잡고 정렴을 노려본다)..
정렴 : 니가 눈깔을 치켜뜨면 어쩔건대?! (한대 더 치려는데)
난정, 뒷곁으로 나오다 정렴과 옥매향을 보고 달려온다.
난정 : 그만두지 못해!
정렴 : (난정을 보고) 허! 그 잘난 첩의 딸년이 여기 계셨구만?
난정 : (옥매향을 감싸며) 매향아, 다친데 없니?
옥매향 : (눈물이 그득히 고인다)...난뎡아..
난정 : 가자..
난정, 옥매향을 감싸안고 안채쪽으로 가려는데.
정렴 : (난정의 어깨를 잡으며) 가긴 어딜가?! 가려면 너나 가. 난 아직 매향이하고 볼일이 있으니까?
난정 : (정렴을 쏘아본다)...이 손 놓으시오!
정렴 : 어쭈, 왜 예전처럼 내 뺨이라도 쳐보시려고...?
난정 : (돌아서서 옥매향을 데리고 가려는데)....
정렴 : (난정의 팔을 움켜잡으며) 어허, 못간다니까 그러시네?!
난정, 휙 돌아서서 정렴의 뺨을 있는 힘껏 찰싹-갈겨버린다.
정렴 : (어이없어 보는)...이 창기년이?!
난정 : 그래, 난 창기다. 첩년이 딸로 태어나 본것도 없고 배운것도 없어서 창기가 됐어.
헌데 넌 잘난 대갓댁 도령이란 놈이 고작 기생년이나 희롱하고 손찌검이나 한단 말이냐?!
정렴 : ..뭐,뭐야?!
난정 : 그리도 체면을 따지는 정씨 문중의 종손이 겨우 이것 밖에 안되는게야?!
정렴 : 이,이년이?! (때릴 듯이 손을 치켜드는데)
박희량, 어느새 나타나 정렴의 손을 잡아쥔다.
박희량 : 렴이, 그만 가세.
정렴 : ..이,이년을 그냥 두고 가잔 말이야?
박희량 : (정렴을 잡아끌며) 더 있어봤자, 자네만 망신이네. 가자니까!
박희량, 씩씩대는 정렴을 끌고 가면서 난정을 인상적으로 돌아본다.
옥매향 : ...난뎡아..
난정 : 조선 최고의 명기가 되겠다면서 그깟 풋내나는 도령하나 못다뤄서 쩔쩔 매?..너도 어쩔수 없구나? (쌀쌀맞게 가버린다)
옥매향 : ...!
s#58.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난정,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윤원형의 사인교가 멈춰선다.
윤원형 : (반갑게)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나으리!
윤원형 : 허허허, 내 어쩐지 여길 오고 싶더라니...자, 들어가자.
난정 : ...
s#59. 동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밤)
난정, 윤원형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윤원형 : 조금만 늦었어도 널 못 볼 뻔 했구나.
난정 : ..나으리, 지난번에 하신 말씀...변함 없으시지요?
윤원형 : 너 하나만 안해로 여기고 살겠다는 약조말이냐?
난정 : 예.
윤원형 : 암, 그렇구 말구...왜? 네가 오늘밤에 답을 해주려느냐?
난정 : (결심한 듯) 예..
윤원형 : (바짝 다가 앉으며) 오, 그래? 허면 네 마음은 가하냐 불가하냐?
난정 : 나으리, 이년한테도 술 한잔 따라 주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오냐, 오냐!
윤원형, 난정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술잔에 입술을 축이며 윤원형을 보고 쌩끗 웃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