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나이키사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글러브 시장입니다. 야구화와 야구장갑쪽에선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글러브쪽에 있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죠. 뭐 요즘들어 마리아노 리베라, 호세 콘트레라스 등의 투수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긴 합니다. 이때문인지 확실히 투수들중엔 나이키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이 늘어났죠. 하지만 아직도 야수글러브쪽에서는 롤링스, 윌슨, 이스턴, 미즈노 등의 기존의 메이져사를 뚫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대표적인 나이키파로 알려진 푸홀스와 지미 롤린스(골드 플래시시리즈를 사용)도 언젠가부터 롤링스를 쓰더군요.
나이키 글러브의 특징이라고 하면 글러브를 끼었을때 가죽글러브를 끼었다기보다는 손에신는 운동화를 신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겠죠. 운동화 내부처럼 땀흡수가 잘 되는 특수한 구조로(Dri-Fit 기술) 인해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이지만 롤링스글러브같은 글러브가 주는 전통적인 느낌을 주지 못하니 어색함만 느껴질 뿐입니다. 사실 실험적인 것이란 게 항상 각광받는 것은 아니죠.
이번에 소개할 글러브는 이스트베이와 기타 몇몇 사이트들에서 한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나이키 프로 프리메라 시리즈 11.5인치 십자웹 글러브입니다. 비록 기존 나이키 글러브의 한계 - 손에신는 운동화 -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지만 독특한 보강형 십자웹과(미국회사 글러브에서 십자웹을 보는일은 그리 흔한일이 아니죠) 예술적인 색상 및 심플한 디자인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제 수하에 두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잘 닦고 관리한 마호가니 책상에서 나오는 은은한 적갈색이 윤까지 반지르르 흘러 자칫보면 글러브가 아닌 무슨 예술품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백쪽이 은은하게 윤이나는 적갈색 가죽이라면 공이 자주 접촉하여 쉬이 더러워지는 손바닥쪽은 가장 무난한 검정색입니다. 가죽의 느낌 역시 다르구요. 백쪽 가죽은 윤이나고 미끄러워 먼지가 잘 붙지 않는반면 안쪽 가죽은 비교적 부드럽고 공을 잘 감싸도록 되어있네요. 손가락쪽이 두개의 줄로 튼튼하게 묶여있는 것도 장점이구요. 확실히 나이키 글러브들중엔 가장 신경써서 나온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이 매우 단단한것도 인상적이군요.
단점이라면 글러브에서 가죽냄새보다는 운동화 냄새가 난다는 점과 은은한 적갈색 가죽이 플레이 의지를 꺾어버리는 점 이 둘을 들 수 있겠네요. 살짝 윤이 나는 미끈미끈한 적갈색 가죽을 흙먼지 묻혀가며 쓸 엄두가 감히 나질 않는군요. 그래서 게임용보다는 소장용, 전시용 글러브가 어울릴것 같아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