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상실, 그 끝에서 얻은 작은 꿈 하나
계사년 첫 서울둘레길 여행입니다. 겁 없는 여행자들이 겨울산을 걸었습니다. 은둔의 땅, 청계산을 동서로 가로지른 것이지요. 고요할 줄 알았던 눈 속 하얀 육봉(肉峰)들은 탐욕의 발걸음으로 뒤덮였고, 여행자는 '상실감'에 아팠습니다. 그 끝에 얻은 작은 꿈 하나, 여행협동조합.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새해가 되면 대게 시산제(始山祭)나 설제(雪祭)를 지냅니다. 관례나 전통이 있어 그런 건 아니고, 그저 한해 무사 산행을 기원하려는 것이지요. 산을 깔보지 않고 사랑하겠다는 다짐이지요. 땅의 주인에게 경외감을 갖자는 것이고요.
둘레길 여행자들은 산을 오르는 것만은 아니니, 구태여 따지면 시보제(始步祭)가 맞겠지만 그 예가 없어, 그냥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딜쿠샤'(둘레길모임 별명)의 새해 첫 행보이니 여느 때와는 좀 다른 자세가 필요했을 테지만, 게으른 여행자는 그리 못했습니다.
여행협동조합 창립대회를 예정해놓고 있어 좀 일찍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사당동 행사장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지를 찾다보니 청계산을 꼽았고요. 여느 때보다 1시간 이른 10시 양재역 10번 출구. 시간을 당겨선지 정초 딴 일들이 있어선지, 4명만 모였습니다.
약탈·도둑 심보 가득한 청계산
'옛골'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데, 늘어선 이가 60여 명. 5~10분마다 50~60여 명을 퍼 나르니, 몰려 들어가는 셈입니다. 등산로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웰빙' 바람 때문인지. 자본사회 최고 미덕이 소비라더니, 정말 산을 소비하려는 것인가요. 오지와 원시림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