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온천장과 '곰장어 골목'
해질녘 지친몸 '족욕'으로 훌훌
아~ 따뜻하다. 따뜻하다. 무릎까지 걷어 올린 다리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온 몸으로 퍼지는 온기가 아직 차가운 봄밤의 쌀쌀함을 덮어준다.
그러고는 뒤이어 엄습하는 이 뜨거운 쾌감! 늦은 4월 봄밤의 절정이다.
온천장 '동래온천 노천족탕'. 온 산을 헤집고 다니다 늦은 걸음에 하산한 해질녘.
이 온천족탕에 지친 몸을 잠시 부린다.
꽉 조였던 등산화 끈도 풀고,양말도 시원스레 벗어던진다.
발이 갑자기 자유롭다.
마음마저 훌훌 자유롭다.
콸콸콸 쏟아지는 뜨거운 온천물이 노천족탕을 여유롭게 한 바퀴 돈다.
그 사이사이로 하산한 등산객과 마실 나온 할머니 등 남녀노소가 둘러앉아 족욕을 하고 있다.
모두들 느긋한 모습이다.
이 곳에서만큼은 세상사의 희로애락이 부질없는 듯 하다.
바야흐로 '노천 족욕'의 무아지경인 셈이다.
'동래온천'. 일명 온천장.
조선 숙종 때 온천으로 개발된 곳으로 전국 6대 온천 중 가장 오래되었다.
1910년 일본인이 근대적인 온천으로 개발한 것인만큼 '온천 나라' 일본인들도 '사족을 못 쓰던(?) 온천'이었다.
그만큼 물이 좋다는 뜻이다.
이 온천장 골목이 북적인다.
가족 단위로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주위의 대형 유흥업소를 찾는 아베크족,
등산 후 '술 한 잔' 하러 먹거리 골목으로 몰려드는 등산객들까지,이 곳 온천장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때문에 온천장 골목은 흥미롭다.
녹천탕,천일탕,허심청 등 유명한 온천들이 즐비한데다 주위로 '곰장어 골목' '칼국수 골목' '횟집 골목'등이
늘어서 있어서 '웰빙 체험 패키지'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금정산의 봄을 만끽하고 내려와,노천 족욕탕에 피곤한 발을 담그거나 온천욕을 한 다음,
식성에 따라 각종 먹거리 골목을 찾아 가는 코스.
그야말로 환상적인 '웰빙 코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족욕으로 피로가 가시자 시장기가 몰려온다.
휘황찬란한 네온불빛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곧이어 '곰장어 골목'으로 들어선다.
곰장어 굽는 냄새가 온 골목에 진동한다.
자갈치 아지매 곰장어,원조 곰장어,소문난 할매 곰장어 등등의 간판을 단 가게가 10여 집.
골목의 역사가 벌써 36년이라 하니 세월의 더께가 제법 묵직하다.
제일 오래 되었다는 곰장어집으로 들어선다.
봄날 휴일 밤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복잡하다.
한 자리 겨우 차지해 '소금구이' 한 접시를 시킨다.
곰장어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알려면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를 먹어야 한다.
뜨거운 돌구이판 위에서 곰장어가 몸을 뒤틀며 익는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곰장어 한 점을 소금장에 찍어 입에 넣는다.
꼬들꼬들하면서도 구수하고,들큰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소주 한 잔과 곰장어 한 점에 새로운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뒤이어 '양념구이'를 시킨다.
맵싸한 양념과 각종 야채즙이 곰장어에 배이면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깻잎에 한 점 싸서 먹으니,달콤하고 매콤한 맛이 서로 어울리며 조화를 이룬다.
남은 양념으로 밥 한 그릇 고슬고슬 볶아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온천장에 가면 하루를 제대로 투자한 느낌이 든다.
건강을 챙기며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온천장의 밤은 푸근하다.
기분 좋은 피곤함이 몰려온다.
오늘밤 이 곳을 거쳐 간 사람들은 모두,달디 단 잠을 청할 것이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