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함께 “교리 문해력” 높이기 (22)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넘쳐흐른다 – 원죄
고해성사 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죄의 고백은 “주일 미사를 빠졌습니다”입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경우 그다음에 이어지는 고백은 침묵이거나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입니다. 더 고백하실 죄가 없는지 되물어도 아예 죄가 없다는 답변 또는 특별히 ‘고백할’ 죄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곤 합니다. 온갖 질병으로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가 다 필요 없으니 진통제나 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진행의 상태’로 만드셨고 피조물의 자유를 존중하기에 악을 허락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10~311항). 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그 자유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저지르게 됩니다. 인간은 본래 하느님과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며 죽음도 고통도 없고 쾌락이나 욕망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원초적인 의로움’을 지닌 존재였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74~376항). 그러나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자유를 남용하여 “하느님 없이, 하느님보다 앞서서, 하느님을 따르지 않고서 하느님처럼 되기를” 원하였던 인간은 이 모든 조화를 잃어버리게 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98항). 죄의 결과로 인간은 원초적인 의로움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되었으며 모든 조화는 깨지고 탐욕과 지배욕으로 얼룩진 관계가 생겨났습니다. 결국 죽음이 인류 역사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99~400항). 아담의 첫 범죄 이후로 인간
의 본성은 이처럼 본래의 의로움을 잃고 손상되어 죄에 기우는 경향을 갖게 되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05항).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불순종하여 타락하게 된 인간을 버려두지 않으시고 오히려 타락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실 것임을 알려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세상 창조 이전부터 계획된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부활로 이루어집니다. 원죄 교리는 우리로 하여금 죄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계획되어 있었던 만큼 인간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89항).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자유로이 당신을 사랑하는 존재로 살아가길 바라시며 창조하셨지만 인간은 그 자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죄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마저도 이미 아시고 죄에 빠진 인간을 다시 구원할 방법으로 당신 아드님의 죽음과 부활도 계획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주 그분의 뜻을 따르지 않고 죄에 빠져듭니다. 이를 무시하고 자기 죄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죄로 인해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된 마음을 잘 이겨내고 자신의 죄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가운데 하느님 앞에 솔직하게 자신의 죄를 드러내기만 하면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여 주시고 당신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더 큰 선을 이루어 내시기 위하여 악을 허락하기도 하시며, 이 때문에 바오로 사도는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로마 5,20)’고 말했습니다.
QR코드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 이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교리서 170~185쪽, 374~421항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024년 9월 1일(나해) 연중 제22주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