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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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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덮친 화마로 강원도는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자연과 볼거리는 빛을 발한다. 강원도의 힘이다. 아름다움과 다채로움을 간직한 채. 거닐고, 바라보고, 체험하며 강릉·동해·삼척의 모습을 담아왔다.
단오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이다. 영동지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제일 큰 단오제는 매년 음력 5월 5일을 전후하여 강릉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시기적으로 단오는 농촌에서 모내기를 끝낸 후 본격적인 농번기 전에 잠시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 조상들은 단오 때가 되면 일손을 잠시 놓고 굿판을 벌이며, 신과 놀았다. <강릉 단오제>는 역사 문화적 침탈을 당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6.25전쟁 중에도 명맥을 이어왔다. 이처럼 비교적 온전히 전승되어 온 <강릉 단오제>는 1967년 중요무형문화제 제 13호로 지정되었고, 2005년 11월에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전 세계의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되었다. 2019년 <강릉단오제>에는 핵심행사인 단오굿은 남대천 단오장 가장 위쪽에 위치한 단오제단에서 진행되며, 관노가면극, 가산오광대 같은 공연/전시와 민속놀이, 단오 체험 행사, 사물놀이 경연대회, 강릉사천하평답교놀이, 불꽃놀이 등의 경축행사가 강릉 시내 곳곳에서 6월 3일 부터 10일까지 진행된다.
명주동은 최근 강릉의 ‘뉴트로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옛 골목 풍경에 레트로 감성을 담은 카페도 여럿 보인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최근 핫한 트렌드다.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한 이색 카페는 알고 찾아가지 않는 한 영락없는 방앗간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벽면의 오래돼 갈라진 페인트칠을 비롯해 타일까지 1940년대 지은 모습 그대로다. 오래된 목조건물을 활용해 카페와 서점 등으로 만든 문화공간도,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해 주민의 손때와 추억이 담긴 물건들로 꾸민 아담한 박물관도 눈길이 간다. 주민이 이끌어가며 느리지만 천천히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들처럼 벨벳 원피스, 망사모자, 레이스양산 등 복고풍 의상과 소품을 걸치고 마을을 거닐며 사진을 찍으면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더 살려준다. 강릉읍성의 흔적, 빨래터, 오래된 목조건물과 주택 등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강릉은 ‘강릉 단오제’를 비롯해 야간에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강릉 문화재 야행’, 매년 10월에 펼쳐지는 ‘강릉 커피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취향에 맞는 축제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골목여행을 기대해도 좋다.
바다 가까이에 놓인 기차역으로 유명한 정동진역은 익숙하지만, 인근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처음 접한다. 이유가 있다. 분단 이후 해안 경계를 위한 군 순찰 용도로만 사용되었지 일반인에게 발길을 허용한 것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안선을 따라 나타나는 계단 모양의 지형인 해안단구 옆에 탐방로가 열린 것이다. 강릉 정동진 해안단구는 지반의 융기 작용에 의해 형성됐는데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로 천연기념물 제437호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과 심곡항 사이 약 2.86km의 탐방로로 이뤄져 있다. 정동진, 심곡항 어느 방향에서든 출발이 가능하고 편도로만 이용해도 된다. 다소 오르내림이 있지만 대체로 평탄하며 천천히 걸으면 대략 1시간 남짓 걸린다. 정동매표소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면 빼곡한 나무 사이를 가르며 모습을 드러내는 짙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내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매끄러워진 몽돌들이 깔린 본격적인 바다와 마주한다. 한쪽으로는 쪽빛 바다가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해안 절벽이 펼쳐지니 저마다 다른 비경을 눈에 담느라 바쁘다. 장수가 투구를 쓴 모양을 연상시키는 투구바위가 자태를 뽐내며 다가오고, 45도로 누운 단층 바위도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와 바짝 밀착한 낭만적인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빨간 등대가 지키는 바닷가 마을 심곡리에 다다른다.
투명하고 깨끗한 코발트블루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장호항을 세계 3대 아름다운 항구 중 하나인 이탈리아 나폴리에 빗대 수식하는 이유를 알겠다. 바닷물이 맑고 아래가 투명하게 잘 보이는 덕에 스노클링과 투명 카누를 즐기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것은 갯바위들 덕분이다. 바닷물이 갯바위에 부딪치며 부유물질이 걸러져 정화되는 작용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
투명 카누를 타면 바닥이 투명해 불가사리, 성게와 해초 등 다양한 바다생물이 발아래로 보인다. 바위가 금방이라도 닿을 듯하거나 파도가 밀려들어올 때는 스릴 넘친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도 금세 익숙해지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직접 헤엄치며 바닷속을 유영하고 싶다면 스노클링 체험을 통해 더 많은 해양생물과 만나보자.
높은 곳에서 해안선을 넓게 조망하려면 해상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용화리와 장호항 사이 874m 구간을 잇는 케이블카는 최고 40~60m 높이에서 삼척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추암해변은 동해에서도 유난히 푸르다. 파도가 잦지 않을 때는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거친 파도가 바위에 쪼개질 때는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150m가량의 모래사장이 펼쳐진 추암해변은 수심이 얕아 여름철 가족 피서지로도 인기가 많다. 해변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해안절벽과 동굴, 크고 작은 바위섬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곳의 명물은 촛대바위. 바위에 걸친 일출이 가히 장관이라 해돋이 명소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촛대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형상의 바위인데 어딘가 낯익다. TV 등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해가 바위 상단에 걸치면 환하게 불 밝힌 촛불이 연상되기도 한다.
촛대바위와 함께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등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 추암의 다른 이름은 ‘능파대(凌波臺)’. 조선시대 세조 때 한명회가 이곳의 경관에 감탄해 미인의 걸음걸이에 비유하며 일컬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답게 바라보는 곳곳마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능파대를 등지고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 마주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한참이나 발을 묶어둔다.
해변 초입의 한옥도 멋진 풍경에 한몫한다.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나 제자를 가르치며 생활하던 ‘북평 해암정’이라는 정자다. 뒤로 갖가지 모양의 바위와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 있어 운치를 더한다.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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