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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등산 정보 스크랩 베를린의 사돈에게 Guten tag
황종원(중앙대) 추천 0 조회 79 11.09.15 11: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가장 가까운 부부지간에 사돈지간 역시 가까워지면 참으로 좋다.

이역만리 코리아에서 한국 사돈 부부를 초대하고서 독일 사돈댁에 비상이 걸렸다.

딸은 회사의 근무를 뒤로 미루고, 사위는 이때를 잡아 휴가를 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독일 사돈은 여름방학의 8일 동안을 우리를 위하여 비워 놓았다.

사돈끼리 상견례를 하는 밥상머리에서도 거북하고, 헤어지고서도 말 많은 게 한국 사돈지간의 현실인데다가 평생 동안 사돈과 몇 번이나 만나며 함께 먹고 자는 일이 어디 쉬운가.

거기다 여기 바깥 사돈은 10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과부댁 안사돈만 있는 곳에서 우리 부부와 딸네가 같이 8일간을 동거동락 하려니 별일이 다 생길 판이다. 

 

딸과 보리스가 독일에 오라는데 독일에 갈까 말까 .

궁리가 많았다.

딸 시집 보내는 데 사위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는 예의를 빠트릴 수 없고, 이 댁 사는 모습도 궁금했다.

사돈댁 가는 데 빈손으로 갈 수 없는 노릇.

한국 같으면 예단이라며 오고 가는 긴장의 절차품이 있으나 독일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딸 시집 보내는 무심할 수 없어서 사돈댁의 침대 시트를 챙긴다.

한국서 100만원 짜리를 샀다고 하니 사위가 깜짝 놀란다.

" 우리 독일선 그런 선물이 없어요. 우리가 여기 어머니 취향에 맞는 선물을 살테니 그 돈을 주세요. "

우리가 산 물건을 취소하고 그 물건값 반 밖에 안 되는 침대 시트를 아이들이 미리 사 놓았다.

딸과 사위가 결혼한다고 오고 간 예물은 그들이 서로 주고 받은 커플 반지 뿐. 우리가 해 준 것은 없다.

엄마 마음이 편치 못하다.

" 우리가 해 줄 것은 뭐 없니?"

딸은 말했다.

" 독일 오셔서 보리스 엄마 뵙고, 우리 결혼식에만 참석하시면 돼요."

이런 일이 다 있나.

독일이 이렇다 해도 이렇게 까지 하다니.

" 섭섭헤서 어떻게 하니. 엄마가 네 웨딩 드레스를 해줄게. "

독일에선 딸이 원하는 웨딩 드레스는 맞춤이 150만 원 정도.

사돈댁에서 8일 동안 침식을 돌보겠다는 초대를 한 여기 독일 사돈은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일까.

몇 시간을 함께 하여도 피곤한 관계가 사돈지간이다.

그런 사돈을 8일 동안 모시고 지내겠다는 그 마음은 우리 부부 자신이 참으로 한편 고맙고 한편 신기하다.

 Ya 와  Nein. 가부가 분명한 독일 사람이 아닌가.

 

사돈 댁 이름은 가부리엘 프로트진스키이다.

부인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우리 집 사위 보리스는 큰 아들, 마르코는 둘째로서 금년 5월에 크리스틴과 결혼을 했다.

우리가 오기 전 날에 마르코 부부는 3시간 길을 달려 어머니 Gabi댁에 왔다. 크리스틴은 아침 부터 시어머니를 도와 상을 차렸다.

 

보리스가 우리 부부를 안내를 한다.

우리 어머니 , 가비입니다.

아내와 가비, 나와 가비. 서로 악수를 한다.

(처음 만나면 포웅을 하는 게 아닌가. )

나는 영화 속 장면을 생각을 한다.

그건 친해지고 나서 헤어질 때 하는 거라우.

아내가 날 쿡 찌르며 내가 덥썩 독일 안 사돈을 껴안는 결례를 하지 않도록 주의 준다.

이크 ~^

 

 

 

아버님 들어 오세요. 어머니 집이에요.

오냐. 동네가 참 조용하구나.

 

우리와 악수를 하고서 안사돈은 집안 곳곳을 보여 준다.

우리네는 손님에게 거실만 보여 주고 나머지는 숨기듯이 하는 데 .

집안 창고까지 보여 주어서 깜짝 놀랬다.

 

여기는   부엌 입구입니다. 밖에서 외출하고서 옷을 걸때는 여기 옷걸이를 이용하고요.

부엌은 아무때나 이용하세요. 냉장고에 있는 과일이나 쥬스를 마음껏 드세요.

커피 기계는 이렇게 저렇게 조작하면 되고요.

 

우리 부부를 위해 준비한 식탁이 거실에 준비되어있다.

예쁜 카페의 특실인가.

 

여기가 두 분 방이랍니다.

창 문 밖은 그림 처럼 곱다.

방 안 곳곳엔 보리스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낡은 MD와 비디오 플레이어와 낡은 TV가 있다. 마치 방안은 우리 한국의 90년대 의 전기제품이 있어서 내가 가졌던 물건을 만난 듯 반갑다.

 

이 방은 보리스가 청년 시절에 지냈던 방이다. 가끔 보리스나 마르코가 오면 여기서 묵는 눈치다.

 

여기 벽장에 옷을 넣어두시고요.

 

우리가 보리스 방을 차지하자, 보리스는 옥탑방으로 밀려 올라 갔다.

괜찮아요. 여기가 좋아요. 아버님.

자기 어머니를 Gabi 라고 부르나 나와 아내에게는 아버님과 어머님이라 부른다.

딸이 제대로 말을 가르친 덕분이다.

 

벽에 걸린 꼬마 보리스.

너는 가비의 아들이듯 역시 우리 아들이 되었구나.

 

무슨 공장 시설이 아니다. 보리스 아버지때 부터 사용하던 공구가 모였다. 독일인들은 부부 모두 집안 일은 집에서 해결한다. 그러니 공구가 가득하다.

 

보리스야, 여긴 창고냐?

아니오. 세탁실이에요.

 

왠 와인창고? 여기는 식사 때 마다 와인을 꼭 마신다.

마치 우리 김치냉장고 같은 곳이다.

 

Gabi가 말한다.

My friend makes this cake for you!

아내의 표정이 Wonderful이다.

 

 

내가 가비에게 양해를 구한다.

여기서 가비는 가브리엘리의 애칭으로 함부로 남남이 부를 이름은 아니다.

" Frau Gabrieli Prunzislki. Would you permit me to say you Gabi? "

Gabi가 바로 답한다.

Sure, of course.

나는 가브리엘리 부인을 가비라 부르고, 가비는 우리 부부를 사돈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우리는 아직 우리 이름을 마구 부르는 데 익숙하지 못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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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는 우리를 위해 정성을 다 하고 보리스는 스프를 떠서 나눠주고,

 

마르코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우리 부부를 늘 지켜 보며 뭐를 원하는 지 미리 생각하며 챙겨주려고 애를 쓴다.

"What kind of music do you like?"

아는 음악이 우리 가요를 말한 들 무슨 소용.

아는 게 앨비스 프로셀리,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뭔가 생각 안 난다.

그랬더니 찾으러 갔다 한참 뒤에 온다.

" I am sorry not to find it . "

그러고는 조용한 음악을 틀어 준다. 이 댁은 이후에도 식사 때는 꼭 음악을 튼다.

 

이게 다 뭔고.

나는 먹다 말고 찰칵 찰칵.

참으로 무례하다. 알면서도 이 때를 놓치면 남길 수 없는 역사의 현장, 추억의 순간.

Please.

Gabi는 어안이 벙벙해도 한국 사돈의 주책을 말리지 못한다.

누가 나를 말려.

참 무례한 사돈이다.

 

나는 Gabi에게 드릴 책 한 권을 준비했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독일어 판을 구하여 책 한 권을 베꼈다.

독일어로 한 줄, 한글로 한 줄씩.

열흘동안 날마다 그려 한권의 스케치 북을 만들었다. 손바닥 크기이다.

내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부모에게서 자랐고 다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부모가 되었답니다.

늘 부모에게 기대를 주고 부모의 사랑을 배신하는 자식들에게 우리는 사랑을 주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입니다.

혼자 사는 엄마로서 가비에게 아들들이 서운하다고 할지라도 끝내 어머니에게 돌아 온답니다. 그런 맘으로 때로는 슬퍼도 이기고 사십시다.

 

그런 뜻이었다.

책을 펼쳐든 가비는 책 한 쪽 한 쪽을 끝까지 다 소리를 내어 읽는다.

다른 식구들은 조용하게 듣고 앉아 있다.

 

.

 

나는 가비가 '당케' 하며 받고는 몇 장만 보고 말 줄 알았다.

나는 가비의 태도에 압도 당하여 감동한다. 물론 책의 문장을 독일어로 써온 내 노력에 대한 답례로서 최상의 표시이리라.

책을 다 읽은 가비에게 나는 설명을 보탠다

" There are the names of our family. My adderss, e-mail,telefone number on last page. "

" Oh~ Yes. very good. "

 

두 아들이 싱긋하며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다.

우리는 엄마와 아들이 1촌이기는 하나 사춘기엔 사촌이 되고, 결혼하면 사돈의 8촌되고, 해외 가면 동포가 되는 현실에서 이 집의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참 신기하고 부럽다.

내가 자랄 때 나와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나는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자랐다. 그렇듯이 여기 아들들은 어머니와 쉬지 않고 대화를 한다.

뭐든지 이야기하고 답변을 구하면서 자기의 의지를 키운다. 어머니의 의견을 들으면서 어머니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주체성을 살린다.

부모와 대화를 않는 자식들을 모시는 우리 부모 현실과 영 다르다.

딸내미가 우리 곁에 붙어 앉아 통역을 하려니 죽을 맛이다.

내 영어에 녹슨 때를 벗겨내야 할 참인가 보다.

" Please Gabi. Listen to me. Between you and I talk with English. Because I can speak  a little German. "

" Oh, good. You can speak German? "

" Ja. let's start. Der des den dem die der den die....."

" What's that? "

나는 얼른 딸에게 구원을 청한다.

" 정관사의 격 변화라고 말씀 드려라. "

우리 시대에 뭐 때문에 이런 격 변화를 독일어라고 배웠는지.

회화나 글 읽고 쓰기를 먼저 배웠어야 하는 것인데도. 지금은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하다.

" ..,and I can say ' Ich liebe dich'"

처음 만난 안사돈에게 나는 사랑 고백을 한다.

다들 깔깔댄다.

" so I can speak to you in Konglish."

" Konglish? What?"

" Korean plus English is Konglish. "

" Oh, yes. Every time ok your Konglish.  I speak in Germanish. "

때때로 내 콩그러쉬와 저마니쉬가 안 통할 때는 생각하여 나는 수첩과 볼펜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말은 못해도 쓰는 것은 강한 한국인의 영어 실력이니까.

 

딸내미가 시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린다.

" 어머님을 위하여 제 어머니께서 준비를 한 것이랍니다. 마음에 드시는지요? "

"Beautyful. Thank you very much, Sadon. "

 

 

Color is very good.

 

Thank you so much.

 

I use it well. I  Always rember it and your minds.

 

아내는 마르코의 각시, 크리스틴에게 줄 선물을 건넸다.

차를 즐기는 여기 독일인에게 뭐가 좋을까. 아내가 사놓고서 쓰지 않고 10여 년을 묵혔던 찻잔 세트다.

 

독일인들은 선물 주고 받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열어 본다.

서로 긴장된다.

뭘까?

좋아할까?

 

 

Oh, beautiful. I wnat to have same like this one.

아름답다니 크리스틴이 곱게 보인다.

진심이 어떻든 작은 선물을 반기는 태도가 정말 고맙다.

 

받침도 예쁘네요.

하는 표정.

크리스틴을 돕는 마르크 손길도 조심 조심.

 

상을 물리고 크리스틴의 손길이 바쁘다.

 

딸내미야. 넌 크리스틴을 안 돕니?

엄마 아빠 곁에서 대화를 통역하라고 여기 있으래요.

 

아들들도 식탁 정리에 빠지지 않는다.

이 집 아들을 잘 두었구나.

엄마의 가르침이 만만치 않았구나.

 

 

상을 물렸는데 이건 또 뭐람.

"This cake is  for yours made by my friend."

 

 Gabi에게 한국 사돈이 오는 일이 혼자 가슴에 안고 살기엔 역부족이리라.

이웃과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일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마찬가지.

친한 친구는 Gabi에게 음식을 보낸다.

한국의 정서와도 같다.

달고 맛있다.

 

케키를 먹고서 Gabi네 집 둘레를 돈다. 온통 나무와  풀과 꽃과...

우리가 꿈꾸던 집이 이런 집이 아니었나.

 

집의 뒷마당.

 

앞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옆 집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사과 나무는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가 소년에게 사과를 주듯이 바닥에 사과를 잔뜩 떨어트렸다.

맛을 보니 신맛.

그래도 집안에 사과 나무가 있어서 따 먹을 수 있다니.

 

사과가 많네. 정말 많네.

 

Gabi네는 큰 집은 아니다. 집은 땅콩집이다. 독일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땅콩집을 짓고 살았단다.

지붕은 하나지만 두 집이 산다. 집 안으로 들어서는 통로는 주차장 겸용이다.

아내가 말한다.

자기가 타고 싶어 하는 폭스 바겐이네.

이번에 원 없이 탔다.

편했던가. 뒷자리에 셋이 타고 다니다 보니  삼성 SM 5 -7년 된 내 차가 그리워졌다. 

 

밖에서 보면 거실이 보인다.

이 댁 곳곳에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 피어있다.

우리나라 꽃이라면서 아파트 단지에도 보기 힘든 무궁화 꽃이 있다.

독일에 가니 무궁화는 곳곳에 많이 있다. 시내 중심가에도 무궁화꽃이 피어있다.

 

거실 앞 테라스에 식탁이 있다. 여기 식구들은 날 좋은 날에는 이 식탁에 나와 커피를 마시거나 밥상을 차린다.

 

 

Gabi가 어디 가고 싶냐 묻기에

" the walls between east and west of Berlin. "

말이 씨가 된다고 벽을 보여 주겠단다. 

집안 식구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나선다.

내가 언제 동서 베를린 장벽을 볼 수 있다고 꿈이라도 꾸었던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2011년 7월 30일 오후, 비가  오는 등 마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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