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언론 환경에서 보낸 100일 창간사에서 다짐했던 우리 임무 충실하려 '민들레'의 주인인 깨시민들 소망 위해 전진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시간을 분초로 나누어 쓰며 이 일 저 일 부닥치고 해결하려다 경황이 없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도 지난해 11월 15일 출범한 이래 취재하고 기사 쓰랴, 칼럼 받아 챙기랴, 편집에서 발생하는 에러들 원인 찾고 고치랴, 이것저것 규정 만들고 필요한 것 계약하랴, 인력 충원하랴, 특히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명단 보도에 따른 압수수색 당하랴, 대표와 총괄에디터가 경찰서에 불려나가 수사 받으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지난 23일이 출범 100일이란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민들레’ 상임고문으로 있는 제가 칠순을 맞는 날이어서 조촐한 축하잔치를 벌였습니다. 한 후배 기자가 뭔가 덕담 한마디 하려고 2월 23일에 무슨 다른 의미가 있을까,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심각하게 계산도 해 보다가 드디어 자기 회사 출범 100일이란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지금은 그런 집이 별로 없지만 옛날에는 아기들 백일잔치를 따로 하는 집이 많았었지요. 위생이나 의료 사정이 아주 안 좋은 시기였던 데다 홍역이니 뇌염같은 유행병도 많아 태어난 아기가 제대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100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새 생명을 축하하는 백일잔치를 열고 100집에 떡을 돌리기도 하고 그랬었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민들레’도 비록 잔치까지 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글로라도 이날(태어난 지 100일)을 기특하게 여기고 독자들(동네사람들)에게 잘 살 것을 다짐한다면 그 의미가 각별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민들레’가 잘 먹고 잘 사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지금 윤석열 정권에서의 언론 환경이야말로 옛날 마마호환처럼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까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00일을 거뜬히 버티면서 뿌리를 내리고 널리 존재를 알렸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기쁜 마음입니다.
저희는 지난 100일 동안 창간사에서 다짐했던 우리의 임무를 충실히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는 창간사에서 “권력 및 자본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오직 독자들에게만 봉사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일찍이 월터 리프먼이 말한 바 "독자들의 충성심에 진정으로 의존하는 신문이 최대한으로 독립적인 신문"이며 "끊임없이 그 신문 곁을 지키는 독자 집단은 어떤 광고주가 휘두르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굳게 믿기에 우리는 그처럼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진정한 독립 언론이 되고자 했고 앞으로도 굳건하게 그 길을 갈 것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진정 언론에 원하는 것, 즉 권력과 자본 등 일체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할 것이며, 허울뿐인 객관주의를 내세우는 대신 해설과 관점을 중시하는 '오피니언 저널'을 지향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저희의 그런 결심을 믿어주시기에 큰 성원을 보내주시고 계십니다. 상세한 말씀은 드리지 못하지만 1년 동안 가야 할 목표의 절반을 벌써 채운 듯합니다. 인적 구성도 거의 완성했습니다. 제가 ’민들레‘ 식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새 식구가 늘어날 때마다 마치 ’투캅스‘에서 ’삼총사‘와 달따냥, ’독수리 오형제‘ ’7인의 사무라이‘ ’육탄 10용사‘ 등 소설이나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것 같다. 이제 3월이면 ’15소년 모험기‘가 될 테니 힘을 합쳐 거친 파도, 폭풍우를 헤치며 엄혹한 상황을 뚫어보자.”
우리가 싸울 것은 서민‧약자‧취약계층의 희생을 발판으로 소수 기득권층에게만 유리한 부자 감세 정책과 교묘한 민영화 정책, 그리고 제 수족과 같은 검찰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전(前) 정권 털기와 정적 제거를 시도하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 공작 게임입니다. 제 편은 악착같이 봐주고 반대편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검찰공화국의 살풍경입니다. (창간사의 일부인데 그 이래 100일 동안 변한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악화일로입니다.)
혹시 이런 거대악과 싸움에 있어 우리 ’민들레‘ 구성원들이 너무 나이 들지 않았나, 무슨 상임고문이 칠순이나 될 정도냐, 우려가 있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우려에 일정 정도 동의하기에 대표와 총괄에디터를 50대에 맡겼습니다. 이들 포함 10명의 에디터들은 비루하고 편협한 고집쟁이 영감들이 아니라 실로 연부역강한 언론인들입니다. 신문 통신사에서 30년 가까이 뉴스를 취급하면서 눈은 밝게, 손은 날카롭게, 머리는 냉철하게, 가슴은 따뜻하게 훈련하고 지켜온 명기자들입니다. 뒤틀리고 오염된 우리 언론에 한 줄기 맑은 물줄기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면서 적은 임금도 감수하고 기꺼이 참여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크게 격려해 주십시오.
100일 동안 뿌리를 내리고 존재를 알린 ’민들레‘는 이제 천지사방으로 꽃씨를 뿌리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민들레‘를 후원하는, ’민들레‘의 주인인 깨어 있는 시민들의 소망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