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이 안팎으로 모진 시절을 맞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 사회 경제 어느 곳 하나 편한 지역이 없어 보입니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는 의료 대란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무작정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경제적으로는 IMF 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보루라는 수출도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도 지친 표정이 역력합니다. 이런 와중에 나라밖 이야기이자 강건너 불이라고 여겼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요즘 한국 뉴스의 맨 앞줄을 채우고 있습니다. 무엇이 한국을 굳이 러우전쟁의 늪속에 빠지게 하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현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하자 마자 동북아지역의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추종자로 삼고자 했습니다. 중국을 겨냥해 동북아지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마침 일본 정부와 한국의 정부는 친미적인 외교정책을 펴고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그리고 호주까지 포함시켜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과 러시아까지도 효율적으로 방어한다는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한국의 전 정권이 견지한 미국과도 중국과도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 방식에서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것입니다. 친미 그리고 친일적인 행보는 지금껏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속에 러우전쟁이 터졌고 나토의 리더국가인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어느정도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종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이런 저런 군수물자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선을 한달정도 앞두고 러우전쟁에 상당한 이상기류가 감지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총공세에 나서고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렸다는 소식입니다. 그러자 우크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갑자기 북한의 러우전쟁 파병설을 들고 나왔고 한국의 정보기관은 그 소식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내놓게 됩니다. 그때까지 미국과 나토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뉴스입니다. 어떻게 러우전쟁의 핵심국인 미국과 나토핵심국들이 언급하지 않는 정보를 우크라이나가 먼저 제시하고 그것을 그 전쟁과 사실상 전혀 관련이 없는 한국의 정부기관이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미국 등 서방의 정보업체에서 제공한 정보를 우크라가 입수해서 터뜨린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 파병설을 재빠르게 제시한 것은 미국의 대선과도 연관이 많습니다. 미국의 대선 풍향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돌풍을 일으킨 미국 민주당 해리스후보의 기세가 꺾인 틈을 타서 트럼프 후보가 치고 올라갔습니다. 트럼프의 우세를 예측하는 미국내 전문가집단과 언론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의 젤렌스키는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트럼프 후보는 우크라에 대한 지원에 아주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나토와도 거리를 두고 있는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일주일내에 러우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확언하는 인물입니다. 또한 트럼프 후보와 러시아 푸틴과는 막역한 사이이자 브로맨스를 구가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경제적 책사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가 최근 2년동안 푸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아 왔다는 보도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우크라 젤렌스키 입장에는 거의 악몽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나토국들의 적극적인 도움 그리고 북한군에 상응하는 나토 군대파견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북한군이 러우전쟁에 배치되었다는 공식적인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러시아도 언급을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은 북한군과 관련해 양국의 상호 군사지원 조항의 틀 안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은 나토국들의 우크라 지원이 증가할 경우 북한군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지금 러우전쟁은 말로는 러시아 우크라의 전쟁이지만 실상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만의 1대 1 전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미국의 대응도 혼란스럽습니다. 어제 만일에 북한군 파병이 공식 확인되면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은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던 미국이 오늘 신중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미국의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북한군 병력 사용 의도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 참전이 아직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1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과 나토국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반면 유독 한국 정부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대통령부터 북한군이 참전하게 되면 한국도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공식 언급했습니다. 육군 장성 출신이자 국민의 힘의 여당 4선인 한기호 의원이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러시아에 파병된 북괴군 부대를 우크라이나가 폭격하도록 해서 심리전에 써 먹자"는 내용이 지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한기호 의원은 사적인 표현이라고 말했지만 더불어 민주당은 정권의 신 북풍몰이라고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 정권이 한반도 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 국내 정세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계엄이 선포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하원에서 비준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제 내놓고 동맹을 과시하는 모양새입니다. 북러 조약은 지난 6월 푸틴과 김정은이 평양에 만나 체결한 것입니다. 양국 중 한 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 쪽이 군사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러시아 푸틴의 동북아 팽창 전략과 북한 김정은의 러시아 지원과 경제협조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미국 바이든 정부는 러우전쟁을 확산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안그래도 중동전쟁과 러우전쟁 등 국제 외교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러우전쟁이 확대되면 더욱 곤혹스런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토의 핵심국들도 러우전쟁 확산에 말려들고 싶은 의지가 없습니다. 국내상황도 좋지 않아 최악의 유럽인 것을 감안할 때 나토핵심국가들의 행보가 어떨 것인지는 미뤄 짐작이 됩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세계 정치 외교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중동 전쟁과 러우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상황이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보겠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상 이상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우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 그리고 그 러우전쟁에 휘말려들고 싶어 노력하는 북한과 한국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휴전에 압박을 가하고 러시아가 동의할 경우 정말 조속히 마감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면 파병하려는 북한 정권이나 그것을 노리는 한국정부나 상황은 허망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종의 대도박앞에서 패를 들어다보는 형국이라고 표현이 될 듯합니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후보측에서 선거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미국은 상상하기 힘든 난국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제시됐습니다. 내전에 준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래 저래 미국의 대선을 둘러싼 각국의 노림수가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지금 미국의 경합주 7주에서 트럼프후보가 앞서고 있다는데서 어느 정도 예측만을 해 볼 뿐입니다.
2024년 10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