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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알고 있다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하는 식물의 감각 세계
저자 대니얼 샤모비츠
출판사 서평
식물도 색(色)을 볼 수 있다 // 식물도 시차를 느낀다
밀 냄새보다 토마토 냄새를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 //
식물은 클래식 음악이나 시끄러운 록 음악을 들을 수 없다 //
조금만 건드려도 시들어 죽는 식물이 있다 // 식물도 트라우마를 겪는다
“식물은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감각을 총동원해 세계를 인식하는 영리한 식물들
식물은 ‘인식’한다. 이것은 수많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실제로 식물은 자기 주변의 환경을 정확히 인식한다. 그들은 빛의 색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또 자신을 둘러싼 냄새를 맡아 위험을 감지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력을 감지해 싹은 위로 뿌리는 아래로 자라도록 방향을 틀기도 하고, 심지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 현재의 상태를 조정한다. 그동안 우리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식물이 가진 뛰어난 인식 체계와 섬세하게 발달된 감각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식물의 ‘눈(目)’을 알아내고자 했던 다윈의 굴광성 실험에서 최신 유전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생존을 위해 발달시켜 온 식물의 여섯 가지 감각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눈이 없어도 보고, 코가 없어도 냄새 맡고, 뇌가 없어도 기억하는 식물의 감각 세계를 엿보며, 우리 도처에 숨 쉬고 있는 식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교양과학 잡지로 잘 알려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서 출간된 이 책은, 2012년 아마존 과학 분야 Top10에 꼽혔으며, 『네이처』, 「가디언」,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 「시카고 트리뷴」, 「월스트리트 저널」 , 『커커스 리뷰』 등 전 세계 언론들의 극찬을 받았다. 전문용어는 최소화하고,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 지식들을 쉽게 풀어낸 이 책은, 출간된 지 약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식물의 정신세계(The Secret Life of Plants)』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어판에서는 식물의 후각을 다룬 2장에 인용된 논문의 저자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소속 류충민 박사가 감수를 맡아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책 서두에 실린 「감수의 글」에서는 식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이 분야에 오랫동안 매진해온 과학자로서, 그의 글은 식물에 대한 이해를 넘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식물인간. 식물 국회. 식물 정부……
정말 식물은 우리 생각처럼 단순하고 무능력한 생명체일까?
우리가 흔히 식물을 빗대 쓰는 말들을 살펴보면,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식물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그 자리에 고정된 채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식물들. 오랫동안 우리 눈에 식물은 자유로이 기능하지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생명체로 비춰져 왔다. 정말, 식물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기억’한다. 식물은 당신이 입고 있는 셔츠가 푸른색인지 붉은색인지를 알고, 이웃 식물들이 내뿜는 죽음의 향기를 몰래 맡아 다가오는 적들의 공격에 대비한다. 또한 호되게 아팠던 경험을 기억 속에 남겨두어 다음 세대에 전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내용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예상과는 반대로,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빠르게 알아채고 거기에 맞춰 적응했다. 그리하여 식물들은 특유의 감각을 인간 못지않게 더욱더 예민하고 정교하게 발달시켰다. 진화의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물리적인 세계를 감지하고 인식하는 데 식물은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처절한 생존양식에서 비롯된 식물의 여섯 가지 감각을 관찰하며, 우리에게 식물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한다.
인간의 감각 vs. 식물의 감각
식물의 여섯 가지 감각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안내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만나식물생명과학센터 소장인 저자는 이 분야의 수많은 논문과 연구 자료들을 바탕으로 식물의 감각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식물학과 의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은 이 책이 담고 있는 논의를 더욱 풍부하고 독창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식물과 인간이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동식물이 유전적으로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기반으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기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책에서는 식물도 인간이 가진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하에 시각, 후각, 촉각, 청각, 자기수용감각(위치 감각), 그리고 기억하는 능력에 대해 다룬다. 각 장별로 인간이 가진 특정한 감각을 강조하고, 그 감각이 인간과 식물에서 각각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식물의 특질을 분석하였으며, 그동안 인간의 경험에만 한정되어 사용된 ‘감각’에 관한 용어들, 이를 테면,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한다’는 용어들을 식물을 대입하여 사용함으로써 새롭게 정의 내린다.
이 논의는 얼핏 보기에는 근거 없는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19세기 다윈의 ‘굴광성’ 실험에서부터 최신 유전학 연구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것이 명백한 사실임을 입증한다. 이 책을 통해 식물이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어떤 생물체보다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며, 식물을 무지하고 단순한 생명체로만 바라보았던 우리의 시각을 곱씹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점은 ‘과학적 시각’에서 기술되었다는 점이다. 식물을 인간과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내용의 책들은, 흥미롭지만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해 과학자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반면 이 책은 이 방면의 수많은 연구들을 바탕으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지식을 제공한다.”
― 류충민(식물병리학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973년 출간 이후 오랫동안 식물학 분야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식물의 정신세계』는 우리의 관심을 식물에 돌리는 데 공헌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논의를 제기하면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이 책은 식물에 관해 알려진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받은 실험과 연구 결과만을 기반으로 논의를 펼친다. 이로써 불확실한 추측이나 단순한 가정에서 벗어나 식물의 생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식물의 감각과 인간의 감각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식물이 인식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감각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동식물의 우열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식물도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한다면 과연 인간과 식물을 구별하는 ‘지능’이란 특질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 질문들의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저자는 이 논의를 발전시켜 식물이란 무엇이고, 식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돌이켜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 도처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에 관심을 기울인 적은 드물 것이다. 사실 유전학적으로 볼 때 식물은 동물보다 훨씬 더 복잡한 존재이다. 식충식물 연구에 푹 빠져 있었던 다윈을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식물의 생태에 관심을 보였고, 과학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실험들이 주로 식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식물을 관망의 대상으로만 여기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울타리 밑을 비집고 나온 민들레, 담장 너머로 핀 꽃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왔던 주변의 식물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프롤로그 감각하는 식물
1. 식물은 어떻게 보는가
2. 식물은 어떻게 냄새 맡는가
3. 식물은 어떻게 느끼는가
4. 식물은 어떻게 듣는가
5. 식물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아는가
6. 식물은 어떻게 기억하는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26/2013042602592.html
신비주의 틀 벗고 '과학'으로 식물을 분석하다
거의 30년 전에 읽은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이 지금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잘 쓴 걸작이자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책은 많은 식물학자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당시의 최신 연구 성과를 탁월하게 조명했지만, 그것을 책 제목 그대로 정신세계와 신비주의에 접목했기 때문이다. 과학에 신비주의가 가당하기나 한가. 식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서든 남의 연구에서든 의인화의 낌새가 엿보이기라도 할라 치면 단칼에 잘라버리는 태도를 갖게 된 데에는 그 책의 책임이 컸다.
새롭고도 신기한 현상들을 계속 접하면서도 근본 원리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신비주의의 유혹에 끌린다. 근육도 없는 미모사는 어떻게 건드리자마자 잎을 닫을까. 새싹은 어떻게 햇빛을 향해 줄기를 뻗을까. 개나리는 봄이 오고 꽃을 피울 때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옆의 식물이 곤충에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서 방어 화학물질을 다량 생산하는 것일까. 이렇게 환경의 자극에 반응하여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식물도 동물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반응 방식은 다르다. 동물에겐 뇌가 있다. 뇌가 있기에 의식하고, 파악하고 대처한다. 하지만 식물은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알고 행동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과감하게 식물 연구자들이 기피해 왔던 방식을 택한다. 인간과 식물을 직접 비교한 것이다. 인간은 눈으로 보는데, 식물은 무엇으로 세상을 볼까. 인간은 뇌로 기억하는데, 식물은 무엇으로 기억을 할까. 저자가 당당하게 이런 접근법을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비주의에 기대지 않고서도 이런 의문들에 답할 만큼 과학적 연구 결과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결과들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식물과 인간은 빛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비슷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또 근육을 움직이는 인간의 신경이든 잎을 닫는 미모사든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기본 원리는 같다. 기억도 동일한 세포학적 과정을 통해 후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비교를 통해 저자는 의인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식물이 인간 못지않게, 아니 때로는 인간보다 자기 환경을 더 잘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안다'라는 단어를 식물에 맞게 정의함으로써, 식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다. 최신 과학이 밝혀낸 이 모습은 신비주의에 휩싸인 모습보다 더 당당해 보인다. 많은 내용을 짧은 지면에 쉽고도 재미있게 압축한 저자의 필력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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