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귄 지 3년이 된 여자친구가 있어.
여자친구를 처음 본 건
대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동안
쉴새 없이 나랑 눈을 마주치며
날 가슴 뛰게 만들었어.
알고 보니 우리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퀸카였고
수많은 남자의 대시를 받는 여자친구는
정작 나한테 고백을 해.
"공연 이후부터 계속,
너만 생각나"
나는 여자친구의 예쁜 외모와 넘치는 끼도 좋았지만
밖에서는 도도하고 까칠해도
나한테만 잘해주는 게 가장 좋았어.
문과생인 나는 시험 기간이 되면
늘 학교 도서관에서 밤을 새다시피 하는데
그럴 때면 늘,
"니가 없는 집은 넘 외롭다,
나 이렇게 기다리는데,
빨리와"
라며 예쁘게 사진을 찍어 보내서
날 유혹하기도 하고,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매장 앞에서
몰래 날 기다렸다가,
"짠~"
하고 나타나서 나를 감동시키기도 해.
한번은
여자친구의 공연을 몰래 보러 가.
나도 여자친구가 해준 것처럼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거든.
알아보지 못하게
일부러 나름의 위장을 하고 공연장을 찾아가면,
어느새 날 알아보고
관객이나 동료들이 보던 말던
나만 보며 귀엽게 애교를 부려.
이 날,
공연이 끝나고
회식을 하느라 여자친구가 집에 늦게 들어왔어.
나는 조금 섭섭해 하며,
"밖에서 재밌는 일 많았나봐.
이렇게 늦은 거 보면."
퉁명스럽게 말해.
그런 내 질투가 귀엽다는 듯이 날 빤히 보면서,
"재밌는 일...
이제부터 하게, 너랑.
그러니까
그만 방으로 들어오지?"
나는 민망해하면서도,
여자친구의 말에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어.
시간이 흘러,
우리는 졸업을 하게 됐어.
나는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여자친구는 배우를 꿈꾸며
변하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하면서.
나보고는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는 아르바이트하느라 바쁜 여자친구가,
나는 마음이 쓰여.
그래서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해.
아는 선배의 소개로
부잣집 재벌 2세라는 사람의비서를 하게 된 거야.
회사가 아니라 집으로 출근하라는 게 의아하긴 하지만,
단 2주 동안 높은 페이를 받을 수 있어서
나는 결정을 내렸고,
여자친구의 응원을 받으며 집을 나서.
큰 이층집 앞에 도착한 나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
그런데,
들어가서 30분이 지나도 아무 인기척도 없고
어디서 기계가 돌아가는 것 같은 소리만 들려.
나는 그 소리가 들리는 방 앞으로 가서
문을 살짝 열어 보는데,
웬 여자가 런닝머신을 뛰고 있어.
뭐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운동하는 사람 처음 봐요?
뭘 그렇게 보고 서 있어요?"
"아,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나는 방문을 닫고 서둘러 다시 거실 소파로 돌아와.
이 큰집에 어째서 사람이라고는 저 여자 하나뿐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앉아 있는데,
"새로 온 비서분 맞죠?"
갑작스러운 여자의 등장에 내가 놀라 일어나.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지 마요.
그것만 지켜주면 돼요."
여자는,
차갑게 말하고는 2층 방으로 올라가.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싶어
얼른 선배에게 전화해.
그리고 선배는,
"회사 기밀이라 긴말은 못해.
그냥 모르는 척 그 여자 옆에서 2주만 있어.
어차피,
앞을 못 봐서 니가 뭘 하든 신경 안 쓸 거야."
나는 여자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처음 들어.
조금 전,
여유 있게 계단을 올라가던 모습에서
전혀 눈치챌 수 없었거든.
나는 여자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만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하고
짐을 풀어.
그리고 점심시간이 됐어.
요리사는 조용히 음식만 차려놓고 사라졌고,
나는 여자와 단둘이 식사를 하게 돼.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힐끗 여자를 봐.
여자의 눈 코 입을 차례로 보며
나는 여자가 정말 인형같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
저렇게 고운데
어째서 앞을 보지 못할까...
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여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날, 저녁
소화가 안된다며 밥을 거른 여자를 위해서
나는 내가 직접 죽을 만들어.
여자의 방으로 들어가니 여자는 머리를 빗고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죽을 탁자에 놓고 나오려고 해.
그런데,
"이사들이 이제 그런 것도 하라고 시키나 보죠?"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해서,
"네?"
여자는, 헛웃음을 짓고 굳은 얼굴로 말해.
"놀라는 거 보니까
독이라도 탔나 보네요."
태연하게 독을 탔냐는 여자의 말에,
나는 기분이 상해.
"제가 맘에 안 드실 수 있다는 건
이해하는데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밥을 못 먹은 게 걱정이 돼서 직접 만들어 온 거고.
이건 그냥 제 순수한 호의에요.
앞으로 2주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어디서 용기가 나왔는지 당차게 얘기를 하고
방을 나가.
내가 나가고,
여자는 가만히 죽이 놓인 탁자 쪽을 봐.
여자는 방금 내가 한 말을 떠올려.
여태껏 많은 비서 중
순수한 호의를 베푼 사람이,
내가 처음이었던 거야.
다음날,
여전히 차가운 여자를 보며
나는 어젯밤 여자가 했던 말이 신경 쓰여.
이사들은 누구고
독을 탄다는 건 또 뭐였을까.
궁금증투성이야
그렇게 오후가 되니
한 중년 여자가 자신을 박이사 라고 밝히고
여자를 찾아왔어.
나는 차를 가지고 여자와 박 이사가 있는 응접실로 향해.
그런데,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울고 있는 여자가 보여.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여자가 울먹이며 말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우리 부모님을 죽게 한 것도 모자라서
날 감시하려고 수십 명의 비서를 내 옆에 두었다가 갈아치우는!
당신 같은 사람을,
내가 왜 도와야 하는데!"
나는 너무 놀라 더는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어.
내가 감시용이었단 말인가.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방으로 돌아와.
뭔가 크게 잘못 돼가는 느낌이 들어.
나는 불안한 마음에
더는 일 할 수 없을 거 같단 생각을 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하려고
나는 2층 계단을 올라가.
그런데,
샤워를 하고 나온 여자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걸어가.
나는 첫 날,
여자의 차갑고 냉정했던 태도가 떠올라.
늘 저렇게 혼자 아픔을 감췄을까.
여자를 보며
어느새 나도 눈물이 고여.
나는,
이 여자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음 날 아침,
여자는 드라이브를 가고 싶다고 말해.
내가 운전을 해서 가까운 교외로 나왔어.
나는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어렵게 여자에게 내 마음을 전해.
여자는 내 한마디에 울음을 터뜨려.
그리고,
"그냥... 옆에만 있어 줘요.
난 그거면,
충분해요."
나는 옆에 있어달라는 여자의 말에
마음이 요동치는 걸 느껴.
그러면서, 나는 여자의 상황을 알게 돼.
여자는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은 재벌 2세로,
회사의 5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회사 이사진들은
여자의 지분을 확보해서 원하는 사장을 앉히기 위해,
앞이 안 보이는 여자를 이 집에 감금 아닌 감금을 해두고
비서를 붙여 감시하고 협박했던 거였어.
"내가 늘 있을게요,
당신 옆에."
나는 우는 여자를 조심스럽게 안아줬어.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여자를 웃게 하기로 마음먹어.
하루는,
여자가 어릴 때 정말 좋아했다는 솜사탕을 선물하기도 하고.
또 하루는,
내가 아는 재밌는 농담들을 해주면,
여자는 너무 맑고 예쁘게 웃어줘.
나와 있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밝은 여자를 보며,
나는 너무 행복해.
그러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점점 여자에게 마음이 흔들려.
이러면 안되지 싶어
애써 마음을 다잡는데,
여자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말해.
"같이 샤워해도 되는데."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져.
여자는 그런 내 모습을 이미 짐작한 듯
귀여워 웃고 말아.
그런데,
내가 여자와 지내면서
여자친구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
나는 여자에게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고 해.
주말이라, 늦잠을 잘 것 같아서
전화 없이 바로 집으로 왔는데
"이제야 왔네, 우리 애인"
여자친구는 조금 지친 눈으로 날 보며 말해,
내가 언제 올지 몰라 잠도 못 자고 기다린 거야.
나는 너무 미안해져.
그런 내 표정을 보고
여자친구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려.
내 마음이 흔들렸다는 걸.
여자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거기... 다시 가지마."
나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외로운 곳에,
혼자 있을 여자를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는데.
지금 눈앞에 여자친구는 내가 3년을 사랑한 사람이야.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해.
나는 다시 여자친구와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어.
오랜만에
여자친구의 아르바이트 행사장에 찾아가,
날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 여자친구에게 나도 손을 흔들어.
그런데,
자꾸 여자가 생각이 나.
또
나 없이 혼자 울고 있을 여자가 눈에 밟혀 미칠 것만 같아.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여자친구와 지내며
원래 내가 그곳에서 있기로 했던
2주의 시간도 다 지나갔어.
그런데, 이상하게
여자에게서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어.
나는,
그냥 여자가 그렇게 날 잊었겠구나...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해.
그렇게 며칠 후
낮잠을 자는 여자친구를 깨우지 않고,
조심히 청소를 하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영상이 첨부된 문자가 와.
나는 문자를 열어서 영상을 확인해.
그런데,
"잘... 지내고 있죠?"
그 여자야.
나는 반가움과 그리움이 뒤섞여
보자마자 눈물이 흐르는데,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흔들릴 거 같아서..."
여자가 울컥하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전해져.
내 마음이 무너져 내려.
"같이 함께 한 시간 동안,
많이 행복했고
많이 좋아했어요. 그쪽을.
나한테 돌아오지 못한
그 마음도 이해해요.
그러니까, 여자친구랑 행복하게 잘 지내요.
나는 이제 한국에 없을 테니까."
순간, 나는 눈 앞이 하얘져.
어쩌면 여자를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이성을 놓치고
여자에게 가려고 현관문을 여는데,
내 등 뒤로 여자친구의 울음소리가 들려.
"가지마. 제발"
1.송혜교
2.수지
고맙습니다! 열심히 써볼게요♥
허... 돌아오셨어 정말로.. 너무 고마워요 글써줘서 !! ♡.♡
송혜교 상황은 딱하지만 전 수지!
매번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ㄱㅆ아... 하아...나 이거보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데 다음껀 조이로 쓰는거 고려해보면 안될까...?ㅎㅎ강요는 아니고 조이로 써도 몰입잘될거같애서ㅎㅎㅎㅎㅎ
응! 조이로도 열심히 구상해볼게^^ 고마워♥
조이좋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마워. 최대한 겪은 일처럼 쓸 수 있게 노력 중이야!>< 잘봐줘서 고마워♥
수지.
수지ㅠㅠㅠㅠㅠㅠㅠ 글진짜잘써...ㅠㅠ
고마워여ㅠㅠ 좋은 하루 보내♥
아.... 도저히못고르겠다 그래도 ㅠㅠ 그래도 아 아아앙ㄱ ㅅ어악ㄱ 수지 수지야 사랑해
수지
아 언니..어쩌지 진짜ㅠㅠ
짤이랑 내용이랑 너무 잘 맞아서 나 실신하겠어요.... 아.... 혜교님 ㅜㅠ 아...수지야...ㅠㅜ 누굴골라 ㅠㅠㅠㅠ 나 어떠케요언니 ㅠㅠ
나쁜년이라도 송혜교...
송혜교...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4.11 20:4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4.11 22:22
송혜교...
아 이번편도 밸런스 개쩖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맘아프지만 수지..ㅠㅠㅠㅠㅠ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이 고맙습니다ㅠㅠ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ㅠㅠ 열심히 써올릴테니 잘봐주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냈길 바래요♥
닥 수지
수지......
혜교..ㅠ
아 시벌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면서 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지야....ㅜㅜㅜㅜㅜㅜㅜ
수지야 미친 수지야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