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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주 한일우정걷기 기행록(1)
1. 한일간의 우정을 되새긴 발대식
-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2014년 3월 31일, 오전 9시 50분에 광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예년보다 빠른 꽃소식 따라 도로변의 산과 들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들이 화사한 빛깔로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막힘 없이 달린 버스는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세 시간 만에 부산 사상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부산을 가로지르는 낙동강변의 흐드러진 벚꽃행렬이 먼길 달려온 손님을 반기는듯, 따로 맞아주는 이 없어도 훈훈한 마음이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VIP모텔) 인근의 연산역에 내려 전화로 위치를 확인하니 여주인이 출구까지 직접 마중나온다. 친절에 감사하며 숙소에 이르니 오후 2시, 다른 이들보다 일찍 도착한 편이다. 방을 잡아 잠시 쉬고 있으려니 일본에서 온 일행들이 들어오고 곧 이어서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이 주최측과 함께 도착한다. 반가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아내는 일본에서 온 여성들과 따로 만나 담소를 나누며 간단히 준비한 선물을 건네기도.
오후 4시 반, 참가자 전원이 숙소 인근의 식당(조방낙지)에 모여 한국일주 후반 대장정의 발대식을 가졌다, 발대식 참석자는 일본에서 11명, 한국에서 8명의 풀코스 참가자와 일부구간 참여자등 25명이다. 이 자리에는 재부산일본총영사관의 마츠이 사다오 총영사도 참석하여 한일우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그는 작년의 조선통신사 걷기행사 때도 부산에 도착하는 날 함께 걸은 적이 있어 구면인 셈이다. 내일 하루 걷기에 참여할 예정이란다.
발대식에서 주최측 대표인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은 '뜻깊은 한국일주 후반 해파랑길 참여를 환영하며 시종 즐겁고 보람된 여정이 되도록 뒷바라지하겠다'고 다짐하였고 엔도 야스오 일본측 대표는'2년 전 전반기 한국일주에 이어 2년만에 다시 후반기 한국일주에 참여하게 되어 반갑다. 한일간의 미묘한 기류에 흔들리지 말고 기쁘게, 예쁘게, 재미있게 걷자'고 제안하였다. 마츠이 사다오 총영사는 '재작년에 이어 다시 이어지는 한국일주 후반기 걷기행사를 축하하며 성공적인 여정이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하였다. 최연장자인 한동기 회원이 '한국과 일본의 우정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제의하는 등 오랜 친구처럼 다정한 동호인들이 함께한 발대식은 한일간의 우정과 신뢰를 되새긴 화합의 장이 되었다. 폐회에 앞서 예의 모임에서 처럼 단골로 부르는 만남, 후루사또, 아리랑의 합창의 메아리가 긴 여운을 남기고.
잠시 틈을 내어 마츠이 사다오 총영사에게 작년의 조선통신사 걷기 때 쓴 '제4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을 전달하였다. 이를 통하여 갈등과 시련의 파고가 높은 때에도 한국과 일본의 민간부문에서 꾸준하게 이루어지는 선린우호의 실상을 일본정부의 외교관이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발대식에서 만남을 열창하는 일행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작년의 조선통신사 걷기 행사 때 후지사와에서 만난 재일동포 탁명숙 씨가 '한국일주 후반 대장정에 나서며'라고 쓴 메일을 보고 다음과 같은 답시을 보내왔다.
'늘 보내주시는 메일로 선생님의 건재를 알게 됩니다. 메일을 통해 여러 소식도 알게되니 반갑습니다.
제가 4월 13일에 귀국하여 19일에 떠나옵니다. 여고 동창회인 백합동문회의 2박 3일 14~16 일정에 참가하려고요.
가는곳은 강구안해변- 동피랑벽화마을-이순신공원-거제자연휴양림- 바람의언덕,신선대,여차홍포-소매물도- 산방비원- 청마생가,기념관- 거제자연휴양림- 학동몽돌해변- 대우해양조선-해저터널이 행정에 신선대가 어렸을적 피난생활을 보냈던곳이지요.
19일은 매주 토요일 서울과 그 주위를 걷는 후배들의 걷기모임에 참가하고 올가합니다. 지난해 가을같이 서울 주변을 걷는 날이 있다면 바랍니다만 이번 행정은 제가 참가하기에는 역부족의 거리이군요. 사모님께도 안부 드려 주시고 한국체육진흥회 선상규 회장님께도 안부 드립니다.
내일 출발하시는군요.
여러분의 건강과 건투를 빕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3월 31일, 일본에서 V 싸인으로 드립니다 ㅎㅎ'
2. 벚꽃 만발한 갈맷길(부산시청-기장 35km)
4월 1일, 한국일주 후반 대장정이 시작된다. 오전 6시 반에 숙소 옆 식당(참숯마을)에서 깔끔한 미역국을 곁들인 백반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7시 20분에 2년 전 한국일주 전반 대장정의 마지막 도착지이자 후반 출발지점인 부산시청으로 향하였다. 밥맛 돋우는 봄철이어서인가, 건물 외벽에 '얘들아 어서 와 밥 먹자.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 숨넘어간다'고 써붙인 표어가 눈길을 끈다. 위정자들의 역점과제가 무엇인지를 일깨는 사례라고 할까.
7시 40분에 가진 출발행사에서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은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에게 손짓한다. 한 분도 낙오 없이 서울까지 완주하기를 당부한다. 한일우정증진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행사가 되기바란다.'고 말한다. 엔도 야스오 일본대표는 일본속담을 인용하여 '처음이 좋으면 마지막까지 좋다. 모두가 화목하게 걸으며 맛있는 맥주로 행복을 누리자'며 즐거운 걷기가 되기를 염원한다.
오전 8시, 정규 참가자 25명에 마츠이 사다오 재부산일본총영사, 시오이리 유우이치로 서일본신문사 기자, 부산 사는 여행친구 이승희 씨, 작년에 오사카 - 도쿄 간 조선통신사가 갔던 길을 답사한 동아대학생 2명 등이 1일참가자로 합류하여 총 30명이 부산시청을 출발하여 수영방향으로 접어들었다. 화창한 날씨에 화사한 벚꽃을 비롯하여 형형색색의 꽃길이 아름답고 갈맷길로 이어지는 해파랑길이 운치 있다. 수영 사거리를 지나 해운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벚꽃만발한 달맞이고개에서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숨을 고른다.
달맞이 고개로 올라가는 전망대에서 한 커트, 고개 위에 달맞이에 맞춤인 해월정이 있고' 달맞이 고개에는 계수나무가 있다'고 새긴 비석 주위로 여러 그루의 계수나무사 심겨 있다.
고개 너머에 있는 서울깍두기라는 곰탕집에서 이른 점심을 들고 이어진 길은 송정해수욕장 쪽으로 향하는 동해남부선 폐선 철길, 오래만에 걷는 기차길이 동심을 자아낸다. 기차길을 걷는 젊은 여성들이 우리 깃발을 보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걷느냐며 경이로운 눈빛이다. 연만한 어른들이 피곤한 기색 없이 당당하게 걷는 것이 부럽다며. 마래의 주인들이여. 더 나은 어른의 몫을 감당하시라.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기장쪽으로 들어서니 곳곳에 도시개발 공사가 한창이고 해변의 암반 위에 세운 해동용궁사와 그 옆의 수산과학원을 지나는 해파랑길이 아름답다. 멸치로 유명한 대변항 어판장에는 싱싱한 미역과 굵은 씨앗의 멸치들이 풍성하고 죽성의 왜성이 임진왜란의 상흔을 일깬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죽성초등하교의 건물 외벽에는 'I have a drearm'이라 쓴 큰 글자가 인상 깊고 그 옆으로 한때 떠들썩했던 박태선 장로의 신앙촌이 꽤 크게 자리잡고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들어선 기장군청과 경찰서의 건물이 우람하고 군청에는 야구 명예의 전당유치가 확정되었다는 대형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한적한 마을이었던 송도와 기장군이 세계로 발돋움하는 항도 부산의 배후도시로 탈바꿈하는 모습이 상전벽해를 떠올리게 한다.자라는 세대만이 아니라 온 주민이 웅대하게 뻗어가는 꿈을 꾸는구나.
대변항에서 산길로 접어드는 오솔길이 제법 높은 오르막이어서 숨이 차기도 하였는데 걷기의 막바지는 늘 힘들다. 이를 견디며 목적지인 일광면소재지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 미리 답사한 주행거리보다 긴 35km의 먼길을 걸었다. 스트래칭으로 뻐근한 몸을 풀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숙소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일광해수욕장 쪽의 해산물 음식점(속시원한 대구탕)에서 대구뽈찜으로 저녁을 들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기행록을 적는 일이 또 다른 일과,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빠듯하면서도 알차게 보낸 하루가 뿌듯하다. 엔도 대표의 말처럼 처움이 좋았으니 마지막까지 좋기를 기대하며 컴퓨터 자판에서 손을 떼니 저녁 9시 반이다. 먼길 걸은 후 족삼리에 뜸을 뜨라는 한의사의 권유 따라 무릎 아래쪽에 뜸을 뜬 후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힌다. 푹 자고 새 힘을 얻자.
* 일행 중 고령자인 오소카와 코조(76세) 씨와 재일동포 안정일(73세)씨가 깃발을 들고 늠름하게 걷는 모습이 당당하다. 다리가 불편한 사또 에이코(77세), 나카무라 스스무(74세), 이나가키 유키(70세) 씨의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도. 젊은 편인 이은지 씨가 세탁 봉사하느라 수고하고 오영란 씨 자매는 떡을 해 오는 등 힘을 합친다. 숙소에 도착하니 광주의 천혜경로원장이 피곤을 풀라며 비타민 음료를 한 박스 택배로 부쳐주어 감사하다.
3. 한산한 갯마을에 불어닥친 문명의 물결(기장 일광에서 울주 진하 33km)
4월 2일, 한국일주 후반걷기 이틀째다. 아침 7시, 숙소(발리모텔) 전날 저녁을 든 식당으로 향하였다. 아침 메뉴는 대구탕, 속시원한 대구탕이라는 옥호에 맞게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식사 후 커피 서비스는 내 몫, 2년 전 걷기 때부터 해온 터라 익숙한 일이다.
오전 8시, 식당 앞의 해수욕장 빈터에 모여 가볍게 몸을 풀고 파이팅을 외친 후 해안길을 따라 울산 방향으로 출발하였다. 아늑한 천혜의 포구인 일광해수욕장 주변 어촌은 50연 전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진 오영수 소설 갯마을의 현장이란 돌판이 두 군데나 새겨졌다. 한적한 어촌 주변에 들어선 고층빌딩들이 현대판 상전벽해의 모델이 된 셈일까?
자전거도 통향할 수 없는 좁은 오솔길 따라 해안모퉁이를 지나니 또 다른 어촌이 나타난다. 기장 김다시마특구로 지정된 이동마을이다. 넓은 시멘트 바닥에 생미역이 가득하고 이를 다듬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갈맷길로 이어지는 해변경관들이 수려하고 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맑음 바닷물이 비취색으로 아름답다. 곁에서 걷는 엔요 교코 씨가 서투른 한국어로 해수가 아름답다며 동의를 구한다. 아침 커피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힌시간 반쯤 해안길을 걸어가니 먼발치로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나타나고 경관 좋은 바닷가에는 별장과 펜션들이 즐비하다. 이름모를 첨단산업 회사가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출입하는 차량이나 사람이 눈에 띠지 않아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어진 어촌은 치암칠암항, 수협공판장에는 박대, 가자미, 수조개 등을 말리는 건조대가 넓은 광장을 꽉 메운다. 그곳의 한적한 정자에서 잠시 휴식하며 간식을 드는 것도 걷기하며 누리는 즐거움이다. 오전 간식은 떡 한조각과 비타민 음료 한병 씩, 멀리 광주에서 택배로 부쳐온 비타민 음료(작은 물병보다 큰 용기에 담겨 제법 양이 많다)가 피로회복에 좋다며 크게 반긴다. 기왕이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 좋을 듯, 광주의 천혜경로원을 전화로 연결하여 재일동포와 통화를 하니 엔도 대표가 수화기를 가로채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다. 통역 없이 전하는 인사를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이혜미자 씨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귀한 선물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다고 귀띰한다. 전화를 받은 박영숙 사무국장이 갑작스런 일본인과의 통화에 당황하였다며 오아시스라는 말은 들었는데 나머지는 잘모른다는 문자를 보내왔기에 그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아름다운 한일친선의 에피소드.
이어진 어촌 임랑해수욕장에는 마침 5일자이 섰다. 오전 11시에 벌써 파장인 듯 한산한데 건장한 주민에게 장닐인가 물으니 2일과 7일장이 서는데 아침에 장어가 싱싱하기에 사러왔더니 벌써 다 팔린 것 같다며 아쉬워한다. 이어서 월내마을, 그 옆이 고리원자력발전소다. 원자력발전소 정문을 지나 화사한 벚꽃길을 걸으니 31번 국도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점심 식당까지는 국도, 차량들이 질주하는 산업도로 옆으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가 나타난다. 잠시 걸으니 행정구역이 부산광역시에서 울산광역시로 바뀌고.
12시에 도착한 도로변 식당의 점심메뉴는 바지락칼국수, 주최측에서는 걷기 중 총 90여끼니의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는데 박정애 칼국수라는 간판을 자랑스럽게 내건 집답게 음식맛이 깔끔하고 값은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이런 서비스업체들이 많아지면 좋으리라.
오후 1시에 식당을 나서 다시 해안길로 접어든다. 신리해안길의 400년 넘은 노송이 품위 있고 어촌에 우뚝하게 자리잡은 서생중학교의 위용이 웅장하다. 국제경기도 치를 것 같은 우레탄 운동장은 한국체육진흥공단의 지원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 교문에 붙어 있고 웅비하는 큰 꿈을 가꾸자는 표어도 붙어있다. 소년이여, 야망을 품으라.
긴 해안길을 돌아서 멈춘 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가 뜬다는 간절곶, 잘 가꾸어진 공원에 노란 유채꽃이 눈부신데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소라서 평일인데도 찾는 이들이 많다. 일본인들에게 이곳에 적힌 글을 설명해주었다. '울산 간절곶에 아침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
오후 2시 반에 간절곶을 출발하여 목직지인 지하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온산공단을 배겨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경관을 바라보던 엔도 대표는 일본의 에게해라 불리는 우시마도 항구(두 번이나 함께 갔던 곳)만큼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찬탄한다.
가외로 들른 곳은 서생포 왜성,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1593년에 쌓은 서생포 왜성은 그가 귀국 후 고향 구마모도에 쌓은 구마모토성의 모델이 되었다는 전략요충지인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여러 차례 찾은 구마모도성의 유래가 이곳이었다니. 133m의 봉우리에 쌓은 천수대까지 올라가니 벚꽃이 만개하여 화사한 빛을 뿜고 아래로는 지하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막판의 오르막길이 힘들었지만 돌아보기 잘 하였다.
숙소(해변의 몽 모텔)에 이르니 오후 5시 20분, 전날과 비슷한 33km의 아름다운 해안길을 걸었다. 인근의 식당에서 뷔페 한식으로 저녁을 들고 방에 돌아와 기록을 열심히 하는데 갑자기 컴퓨터 전원이 꺼진다. 미처 저장하지 못한 체 쓴 글도 날아가고. 이처럼 예기치 않은 일도 일어나는구나. 우선 자고 보자.
km)
서생포왜성에서 바라본 진하해수욕장
4. 울산은 아직도 진화 중이다(울산 처용암에서 정자항까지
4월 3일, 걷기 사흘째다. 점입가겨경이라더니 경치가 아니라 거리가 늘어난다. 전날 묵은 진하항에서 온산공단으로 이어지는 공장지대는 오염이 심하고 악취가 많이 나서 걷기 대신 택시로 이동하였다. 오전 7시 20분에 숙소를 출발하여 택시를 타고 30여분만에 도착한 곳은 처용설화로 유명한 울산 남구의 처용암, 전날 저녁에 유인물을 나눠주며 처용설화를 소개하였는데 그 현장을 목도하니 더 실감이 난다. 신라 헌강왕 깨의 일이니 벌써 1200년 전 설화인데 오히려 용왕의 아들 처용의 몸짓이 한국의 굴뚝으로 발전한 울산의 지금 모습에서 발현되는 느낌이 하루 종일 울산공역시를 관통하며 깨친 소회는 나만의 것일까?
오전 8시에 울산 남구 횡성동의 처용암을 출발하며 진행자의 요청으로 출발구호를 외쳤다. '신라의 멋쟁이 처용의 기운을 받아 멋지게 걷자.' 그런데 울산대교 상판의 상량식이 벌어지고 대왕암의 상가지구 준공행사 현장에서 팡파레를 듣는 등 멋진 걸음이긴 하였지만 예상보다 10여km 늘어난 고난의 행군이기도 하였다. 태호강 지나 길게 이어지는 정주영 회장의 아호를 딴 아산로는 울산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한 정주영의 이름을 새기는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의 과거와 현재가 응축된 현장이고.
남구에서 시작하여 중구, 동구, 북구로 이어지는 긴 행로의 마지막은 꽤 높은 산길을 오르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머나 먼 길, 그간의 여러 차례 걷기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장장 46km를 걸어 마지막에는 비까지 흩뿌리는가운데 저녁 7시 반에야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숙소에도 들르지 않은체 시강에서 회정식으로 저녁을 들고 숙소(하이얏트 모텔)에 들어오니 저녁 9시가 가깝다. 몸을 씻고 그대로 쓰러져 자다 일어나니 새벽 4시, 전날 날아간 기록까지 이틀분을 적느라 머리가 복잡하고 손가락이 아프구나, 이쯤 멈추자.
* 작년의 오사카 - 도쿄 조선통신사 일본 행사에 참여했던 울산대학교의 홍명의 교수(부단장)와 울산대학생 두 명이 전날 저녁부터 오전 걷기에 동참하였다. 마침 처용설화를 설명하는데 홍명희 교수(일본어전공)의 도움이 컸다
. 그 내용을 덧붙이려는데 컴퓨터에서 이를 옮길 수 없어 다음기회로 미룬다.
대왕암 주변의 울산 동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