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청약경쟁률 수도권 보다 ↑…내집마련 수요자 몰려 수급 어느정도 맞춰지면 집값 상승률 둔화…분위기 반전은 주의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의 분양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대 광역시에서 시작된 분양열기가 소도시로 전이되면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 위주로 청약 성적이 좋게 나오고 있다.
높은 전세가격에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내집마련으로 돌아선 수요자들이 초기 목돈 부담이 적은 신규분양 아파트 청약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월말 기준 지방 아파트 전세가율 72.18%…수도권보다 ↑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시의 경우 올해 1분기에 공급된 단지 4곳이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지난 2월 분양된 광주시 북구 매곡동 '대광로제비앙'은 154가구 모집에 1만791명이 몰려 평균 70대 1을 기록했다. 3월 광산구 수완지구에 공급된 '수안채리치'는 평균 10.6대 1로 마감됐다.
한화건설이 지난 1월 경남 창원시 가음동에서 분양한 '창원가음 꿈에그린' 은 117가구 모집에 1순위에만 2만1703명이 몰려 평균 185.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달 부산 외곽에서 조성중인 양산물금신도시에서도 EG건설의 '양산신도시 5차 EG the1'이 평균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모두 채웠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지방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8.96대 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73대 1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2배 더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올해 전국 17개 시·도별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도 Δ부산(22.53) Δ광주(21.79) Δ울산(19.96) Δ대구(16.12) Δ경남(7.51) 등 상위권 5개 지역이 모두 지방에 포진돼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의 열기에 대해 높은 전세가율로 갈아타기 수요가 증가하고 집값 상승폭도 수도권에 비해 높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4월말 기준 지방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72.18%로 수도권(68.39%) 보다 여전히 높다.
집값 상승률도 지난 1년 동안 지방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은 5.49%(3.3㎡당 619만→653만 원) 오르면서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값 상승률 3.35%(3.3㎡당 1133만→1171만 원)보다 높았다. 올 들어서도 지방은 1.24%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수도권 상승률(1.21%)을 웃돌았다.
◇이 달 지방에서만 1.7만여 가구 공급…중대형사 혼재 이 달에도 지방에서만 모두 1만7000여 가구가 공급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방에서 25개 단지 1만7394가구가 분양전선에 뛰어든다. 지난해 같은 달 1만4694가구 보다 2700가구 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지역별로 경상권에서 8543가구, 충청권에서 3921가구 순으로 분양 물량이 나온다.
대림산업은 충남 보령시 동대동 187-2번지 일대에 'e편한세상 보령'을 선보인다. 전용면적 73~84㎡ 총 677가구로 조성된다. 보령~부여간 40번 국도가 올해 신규 착공에 들어가고 보령~태안 해저터널 등도 진행 중에 있어 교통여건이 좋아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충남 천안시 성성3지구 도시개발구역 A2블록에서 '천안 레이크타운 2차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전용면적 62~99㎡ 총 1730가구 규모로 지난해 11월 A1블록에서 공급한 1차 995가구와 함께 총 2725가구 규모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하철 1호선 두정역이 인접하고 천안버스터미널, 천안IC가 차량 10분 거리에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경남 거제시 문동동과 양정동에서 '거제2차 아이파크'를 공급한다. 1단지가 전용면적 73∼103㎡ 636가구, 2단지가 73∼84㎡ 643가구로 구성된다.
반도건설도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동대구 반도유보라'를 분양할 계획이다. 전용면적 39~84㎡ 모두 764가구로 구성된다. 이 중 563가구가 일반 분양한다. 단지 바로 앞에 대구 지하철 1호선 신천역과 1㎞ 내에 KTX 동대구역을 끼고 있다. 인근 동대구 복합환승센터까지 완공하면 KTX는 물론이고 도시철도와 고속·시내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지방 분양시장이 다소 소외된 느낌이 들고 있지만 지표만 높고 본다면 여전히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더 좋게 나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지방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수도권 분양열기와 맞물려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부입지·분양가 꼼꼼히 살펴야…일각에선 분위기 반전 지적도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통계로만 놓고 보면 투자 위험이 있는 시장이지만 공급이 적었거나 인기 주거지역인 경우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신규 분양의 경우 지역 상황을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재당첨 금지가 없어지는 등 단기투자 수요가 많은 만큼 해당 지역의 공급량을 우선 파악해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지역별로 양극화가 나타날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보다 세밀하게 시장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 대도시의 집값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뛰었다. 수도권이 아파트 포화상태에 이르자 투자자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해서다. 현재는 지방 대도시 분양시장과 기존 매매시장이 나란히 호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을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밖에 없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도 "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상승곡선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지만 앞으로 아파트 수급이 어느정도 맞춰지면 집값 상승률도 둔화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에 입주물량이 수만가구 쏟아질 경우 분양시장이 이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청약시장과 매매시장이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