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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13
1. 몽타주 (학교)
- 걸어오는 보라의 구둣발. 어깨를 웅크리고 걸어오는 보라.... 쓸쓸한 느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보라가 도착한 곳은 학교다. 학생들 몇 명 쯤 띄엄띄엄 오가는 학교 캠퍼스.
- 4부에서 태웅이 손을 흔들던 곳.
보라, 걸어가며 힐끗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고...
- 7부에서 태웅과 함께 앉았던 벤치 앞.
보라.. 지나가다가 문득 벤치를 보는데.. 다른 연인들이 앉아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 보라, 태웅을 떠올리는 느낌으로 학교를 둘러보며 걷는다.
2. 학교 일각 (낮)
보라가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 (12부 52씬)
김회장 : 걔가 뭐가 불쌍해? 열일곱에 죽은 니 오빠가 불쌍하지 걔가 뭐가 불쌍해!!!
# (12부 46씬)
태웅 : 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도 좋으니까... 자기 자신만은 아프지 않게... 나 때문에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그냥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 (12부 52씬)
김회장 : 그래. 불쌍해. 안됐어. 하지만.. 난 정규가 더 불쌍해. 어쨌든 그 앤... 살아있잖아.
# (12부 46씬)
태웅 : 보라야... 내가 누군지 너... 알잖아. 차라리 날 미워해. 이렇게 괴로워하지 말고 날 미워하라구...
보라,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간다.
3. 농구장 (낮)
보라가 농구장으로 들어선다. 쓸쓸한 표정으로 농구장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골대 앞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무심히 보는데.... 점점 눈이 커지는 보라. 태웅이다!
우선, 눈물부터 그렁 고이는데...
4. 농구장 일각 (낮-전회연결)
철렁, 공이 들어가고... 태웅은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선다.
그런데.. 멈칫 굳어지는 태웅의 표정.
보라가 눈물고인 채... 태웅을 바라보고 있다.
깜짝 놀라는 태웅!
두 사람, 멍하게 그렇게 바라보는데... 보라가 몸을 돌려 달아난다.
태웅, “보라야!”하며 반사적으로 달려가 보라의 손목을 확 잡아 돌려세운다.
눈물 고여서 태웅을 바라보는 보라.
태웅, 그런 보라를 보다가 문득 보라 손목을 잡은 자신의 손을 본다. 아.. 이래선 안되는 거지.. 깨닫는 태웅.. 툭... 손을 놓는다.
태웅 : ...미.. 미안... 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그냥.. (말을 못하는데)
보라 : ...너 왜 여깄어....?
태웅 : (본다....!!!)
보라 : ...니가 왜 여깄어....?
태웅 : .....보라야...?!
보라 : 너... 혹시 나 기다리고 있던 거니? 그런 거야?
태웅 : (그렇다는 듯 말없는)
보라 : (울면서) 야 이 바보야.. 니가 왜 여기서 날 기다려....
보라,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엉엉 울어버린다.
태웅, 그렇게 우는 보라를 멍하게 내려다보며 서 있다.
5. 병원 일각 (낮)
깜짝 놀라며 건우를 돌아보는 지혜.
지혜 : 그럼 결국 보라씨도 알아버린 거에요?
건우 : (씁쓸하게 끄덕하는)
지혜 : ... 아, 태웅이 어떡해... (후.. 안타까운 한숨..)
건우 : ... 난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한득구로 살거야... 어서 빨리 한태웅으로 돌아가야지.
차라리 잘 됐다고 봐, 나는..
지혜 : 그러면 좋지만... 태웅이 성격에.. 더 자책하고 괴로워하지 않을까 걱정돼요.
건우 : 그렇겠죠.. 충분히 그럴 사람이야. 근데.. 홍선생.. 그거 알아요?
지혜 : (보면)
건우 : 난.. 득구씨가 부러워.
지혜 : (표정)
건우 : 솔직히 나한테 득구씨처럼 살라고 하면 난... 못 살거야... 근데도 난 득구씨가 부러워요.
어찌됐든.. 보라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득구씨잖아..
지혜 : ...선생님..
건우 : (머쓱하게 웃으며)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이 아니죠? 아.. 나이 먹어서 이럼 안되는데...
지혜 : (안쓰러운데)
건우 : (짐짓 명랑한) 홍선생, 득구씨 만나면 잘 위로해줘요. 친구잖아. 난 보라씨 위로해주고 싶어도.. 못해. 그럴 자격도 없고.
건우, 씁쓸하게 웃으며 가고.. 착잡하게 바라보는 지혜.
6. 병원 데스크 (낮)
건우가 걸어오는데... 호출이 온다. 확인하며 데스크 쪽으로 다급하게 뛰어간다.
건우 : (민호 발견하고) 무슨 일이냐?
민호 : (구석 가리키며)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신다.
건우 : (돌아보는데 저만치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는 김회장) ...아버님?
김회장 : (건우 목소리에 돌아보는 표정)
7. 병원 휴게실 (낮)
건우와 마주 앉아있는 김회장... 생각 많은 표정으로 묵묵히 앉아있다.
건우 : (어색한) 여기까지 어쩐 일로..
김회장 : (꿰뚫을 듯 바라보는)
건우 : (어색하고 의아한데)
김회장 : ....자넨.. 알고 있었지?
건우 : (멈칫 보며) ...네..?
김회장 : 한태웅이 누군지.. 자네는 알고 있었던 거지?
건우 : (표정!!)
김회장 : (보는데)
건우 : (시선 떨구고) .....죄송합니다.
김회장 : (역시...!!)
건우 : (입술 깨문 채 할 말이 없는데)
김회장 : (천천히 시선을 들어 날카롭게 건우를 보는) 내가.. 한가지만 묻겠네. 솔직하게 대답해주게.
건우 : (긴장해서 보면)
김회장 : (떨리는) ...그 애... 우리 보라랑 어떤 사인가..?
건우 : (표정!)
김회장 : 내가 걱정할만한 그런 사이는 아니지? 그렇지...? (뚫어지게 보는데)
건우 : (당혹스러워 하다가 시선 떨어뜨려버리는)
김회장 : (깨닫고 경악하는 표정인데)
건우 : (망설이다가 결심하고) 아버님...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 정말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드시다는거 알지만 그래도...
김회장 : (부들거리다가 벌떡 일어나 가버린다)
건우 : ....아버님...!!! 아버님!!
건우, 쫓아가는데 뿌리치고 가버리는 김회장.
건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8. 스탠드 (낮)
스탠드에 웅크리고 앉은 보라.
태웅이 한두 걸음 떨어진 옆에 앉아있다. 태웅, 생각이 많은데...
보라 : 여기서.. 널 만날 줄은 몰랐어.
태웅 : !!!!!
보라 : 하지만... (글썽해지는) 만나고 싶었어... 니가.. 보고 싶었어..
태웅 : (쓰린데..)
보라 : (글썽한) ....이렇게... 널 만나서... 너무 좋아. 좋아하면 안된다는거 아는데.. 아빠 생각하면 이래선 안된다는거 아는데...
니 얼굴 보게 되서 너무너무 좋아.. 그래서..... 싫어. (눈물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 내가 싫어. 너무 싫고... 미워.
태웅 : ......!!
고개 숙인 보라의 눈에서 눈물 방울들이 뚝뚝 떨어진다.
견딜 수 없이 아프고 괴로운 태웅... 가슴아프게 그런 보라를 보다가.. 보라의 앞에 다가가 앉는다.
보라, 고개 들지 못하고 계속 우는데..
태웅, 손을 내밀어 보라의 눈물을 닦아준다.
태웅 : ...보라야...
보라 : (그대로 눈물만 떨구는데)
태웅 : 보라야.. 나 좀 봐봐...
보라 : (그래도 보지 않는데)
태웅 : (물끄러미 보다가) ....보라야... 내가.. 약속 할게.
보라 : (멈칫.. 보는)
태웅 : ...나 이제.. 니 생각... 안할게. 이렇게 기다리지 않을게. 너.... 좋아하지 않을게.
보라 : .....!!!
태웅 : (짐짓 웃는) 널 위해 하는 첫 번째 약속이.. 잊겠다는 말이라 너무 미안하지만.. 그래도 지키려고 노력할게.
(글썽한) 아니.. 꼭 지킬게.
보라 : (뭐라 말할 수 없는데)
태웅 : (애써 웃어주며) 그러니까.. 그렇게 울지마. 너.. 미워하지마.
보라 : (주르륵 눈물 떨어진다)
태웅 : (가슴 아프게 보다가 일어선다. 조용히 손을 내민다) ....가자. 데려다줄게.
보라 : (올려다보는데)
태웅 : (손 내민 채 그대로 서서 아프게 보는)
보라 : (글썽해서 보다가... 마침내 태웅의 손을 잡는다)
보라의 손을 힘주어 꽉 잡는 태웅의 손.
9. 몽타주
- 꽉 잡은 태웅과 보라의 손. 두 사람, 손을 잡은 채 걸어간다.
무심히 두 사람을 스쳐가는 사람들.
- 손을 잡은 채.. 말없이 걷고, 걷고, 또.. 걷는다.
- 북적이는 번화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다정한 연인들. 무심하게, 혹은 즐겁게 지나쳐가는 많은 사람들..
- 인파 속을 걸어가는 두 사람. 사람들 속에 묻혀서 슬쩍슬쩍 보이는 태웅과 보라의 모습들..
-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바쁘게 퇴근하는 사람들 머리 위로, 껴안은 채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는 연인들 위로,
학원에서 우루루 몰려나오는 고등학생들 위로....
그리고.. 걸어가는 태웅과 보라의 위로.. 눈이 내린다.
- 두 사람, 눈 맞으며 하염없이 걸어가는 모습들이 길게 길게 계속 겹쳐진다.
10. 보라집 거실 (밤)
소파에 앉아있는 김회장... 복잡한 표정...
# (12부 51씬)
보라 : (넋이 나간) ... 한태웅을 만났어요...
# (9부 56씬)
태웅 : (떨리는) ...혹시 그 친구... (마른 침 삼키는) ...그 친구는 한번.. 만나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 (12부 52씬)
보라 : 그사람 너무 불쌍해요.
# (13부 10씬)
건우 : (망설이다가 결심하고) 아버님...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 정말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김회장, 안된다는 듯 거칠게 고개 흔들어 생각을 떨쳐내는데..
보라가 돌아온다.
김회장, 보라를 바라보는 표정.
보라, 들어오다가 김회장 발견하고..
보라 : .... 다녀왔어요...
김회장 : ...어디 갔다 오는 거냐..
보라 : 바람 좀 쐬고 왔어요.
김회장 : .... 혼자서..?
보라 : .... 네?
김회장 : (깊은 눈빛으로 뚫어지게 보는데)
보라 : (의아하고 불안한) ....아빠....?
김회장 : 한태웅, 그 친구... 니가 만났다고 했지?
보라 : (덜컹해서 보면)
김회장 : 데려오너라. 나도 한 번 보자꾸나.
보라 : (당황했지만 애써 아닌척) 아, 아빠가 그 사람을 뭐하러 봐요.
아빠가 그랬잖아요.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만나지 마세요, 아빠.
김회장 : ... 왜?
보라 : (문득 보면)
김회장 : ...한군 이라서..?
보라 : (깜짝 놀란다) 아... 아빠...!!!
김회장 : (부들거리는) 니네 둘이 좋아한다며?
보라 : (표정)
김회장 :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거냐? 그놈이 불쌍하다고 내 앞에서 그렇게 울었던 거야?
보라 : (표정..!!)
김회장,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보라, 멍하게 서있다.
순자와 득남, 구석에서 어리둥절한데..
보라, 그제서야 정신 차린 듯 퍼뜩 돌아서더니 "아빠! 아빠!“ 부르며 쫓아간다.
11. 보라집 일각 (밤)
보라가 달려와서 김회장을 잡는다. 보라, 애원하는 표정이다.
보라 : (눈물 고여서) 아빠...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건 잘못했어요. 하지만 말할 수가 없었어요. 용서해주세요. 아빠...
김회장 : 하나만 물어보자. 한군... 니가 정규 동생인 거 알면서도 좋다고 하디?
보라 : (표정! 그러다 바로) 아빠..! 한득구 잘못 없어요. 제가 좋아한거에요. 제가 먼저 좋아한거라구요!
김회장 : 뭐, 뭐야?
보라 : 다신 안만날게요. 다신 안만날테니까.. 그냥 모른척 넘어가주세요..
김회장 : (독한) 어떻게 모른 척해?
보라 : 아빠...!
김회장 : 걔가 한태웅이란 건.. 그래, 다신 안보면 되니까 그렇다쳐. 하지만 너랑 둘이 좋아하는 걸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해!!!
보라 : (눈물만 흘리는데)
김회장 : 다신 안만나? (차갑게 웃는) 내가 그말을 믿을거 같애? 난 너희들 못믿어.
보라 : ... 아빠....?!
김회장 : 내일부턴 집 밖에 나갈 생각 하지도 마. (순자보며 싸늘하게) 득남엄마, 보라 당분간 외출금지니까 그런 줄 알아요.
그리고 득남이 너!
득남 : (쫄아서) ... 네,네...?!
김회장 : 괜히 보라 도와준다고 허튼 짓 하지 말아라. 알겠지?
김회장, 보라 앞을 쌩하니 지나서 서재로 들어간다.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보라. 눈물이 뚝 흐른다.
순자와 득남은 잔뜩 굳어서 보라를 바라본다. 불쌍한 보라..
12. 보라방 (밤)
보라, 침대에 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13. 체육관 (밤)
충식은 링에 걸터앉아 있고 승리는 충식에게 물을 건네준다. 충식은 아직도 취기어린 상태.
승리 : 오빠 미쳤어?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냐? 엉?
충식 : (물잔 내려놓더니) 득구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오는 거야? 새끼, 오기만 해봐라...
승리 : (눈살 찌푸리며) 오빠 정말 이상하다? 왜 아까부터 계속 득구 오빠 욕을 하고 그래? 득구 오빠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하는데 체육관 문이 열리면서 태웅이 들어선다.
승리, 일어나며 “어 오빠!!!”하고 일어선다.
충식,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태웅에게 다가간다.
태웅, 무방비하게 웃으며 “충식아...”하는데 대뜸 태웅에게 주먹을 날리는 충식.
태웅, 놀라서 쳐다보고 승리는 “오빠!”하며 달려간다.
태웅 : (놀라서) ... 충식아....?!
승리 : (충식 잡더니) 오빠 왜 이래? 이게 무슨 짓이야?
충식 : (뿌리치며) 이거 놔봐. (태웅보며) 너.. 오늘 낮에 디게 멋지더라? 대학생들 모아놓고 강의도 하시고...
난 니가 그렇게 똑똑하고 잘난 놈인 줄은 몰랐다?
태웅 : (감잡은 표정)
승리 : 그게 무슨 소리야? 득구오빠가 강의를 하다니?
충식 : 승리, 너 똑똑히 들어. 득구, 이 자식... 그동안 너랑 나랑 다 속이고 살았어. 이 자식, 머리도 열라 좋고
이름도 한득구가 아니라 한태웅이야. 또 그 뭐냐... 올림픽인가 올림피아든가? 암튼 거기서 금메달 딴 수학천재란다.
승리 : (태웅보며 어리둥절) 오빠, 이게 다 무슨 소리래?
태웅 : (미안한) 충식아... 그건.. (하는데)
충식 : 됐어 임마!!! (웃는데 슬프다) 뭐? 과학고 적응 못해서 관뒀다구? 너... 나 불쌍해서 그냥 고개 끄덕여준 거지? 그렇지?
난 그것도 모르고 검정고시 준비해서 대학가라고 했으니... 너 나 열라 비웃었겠다?
나쁜 새끼... 다 끝났어! 넌 친구도 아냐 새꺄!!! (태웅 팍 치고 나가버린다)
태웅 : 충식아!! (바로 쫓아나가고.)
승리 :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답답한)
14. 체육관 앞 (밤)
충식이 가는데 태웅이 뛰어나와서 충식을 잡아 돌려세운다.
태웅, “충식아...”하는데 충식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태웅, 가슴이 팍 막힌다.
태웅 : 충식아... 내가 얘기할게. 내가 다 얘기해줄게.
충식 : 필요없엄마!! 너같은 놈을 친구라고 생각한 내가 병신인 거지... 비켜 새꺄!!! (뿌리치고 가는데)
태웅 : (붙잡는) 충식아..!!
충식 : 아, 듣기 싫다니까 그러네! (하고 가려는데)
태웅 : (버럭) 내 얘기도 좀 들어봐. (가라앉은) 충식아, 내 얘기도 좀 들어보라구...
충식 : (멈칫보면)
태웅 : (속상한) 첨부터 감추거나 속이려고 그런 거 아냐. 나도... 나도 다 말하려고 했어.
너하고 승리한테 다 말하고 맘 편하게 살고 싶었어. 하지만.. (하는데)
충식 : 하지만, 뭐?! 야.. 니가 뭔 사연이 있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엉?
태웅 : ... (괴로운)
충식 : (눈물고인) 난 그동안 너한테 빤스까지 뒤집어 보여줄 정도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면서 그렇게 살았는데...
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태웅 : ....!!
충식 : (눈물 찍 닦더니) 딴 건 다 좋아. 니가 천재였든지 뭐였든지 상관없어.
근데 너... 어떻게 나한테 진짜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오년을 지내냐? 최소한 이름 석자는 알려줬어도 되는 거 아니냐?
태웅 : (묵묵히 듣는)
충식 : (울것같은) 야, 한득구! 아니 한태웅... 말해봐라. 친구가 그런 거냐? 그런 거야? (돌아서서 가버린다)
태웅, 멍해서 충식 잡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이때 뒤에서 지켜보던 승리가 다가온다.
승리 : (사태 파악한) 오빠... 충식이 오빠 말이 다 사실인 거야?
태웅 : (멍해서 승리본다) .. 승리야..
승리 : (싸늘한)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한득구는 누구야?
태웅 : (괴롭다)
승리 : (태웅 보다가) ... 갈께. (하더니 돌아서서 가버린다)
태웅 : (참담하고 괴로운 심정)
15. 태웅의 방 (밤)
태웅, 방에 들어간다.
책상 앞에 앉는 태웅. 문득 충식이 선물한 수학정석이 보인다.
태웅, 첫페이지를 들추면 충식이 써놓은 “... 충식이가...”라고 쓰인 삐뚤빼뚤한 글씨가 보인다.
태웅, 괴로운지 책을 덮고 손으로 얼굴을 막 쓸어내린다.
16. 체육관 (낮)
태웅, 링에 걸터앉아서 충식에게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안받는다.
태웅, 한숨쉬며 핸드폰 내려놓고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금은동, 운동하고 있는데 이때 정대리가 두리번거리며 체육관에 들어선다.
정대리 : 저... 여기 한군 없나요? 한군 좀 만나러 왔는데...
동필 : 한군? (그러다) ..누구, 득구요? (태웅 가리키면)
태웅 : (퍼뜩 보고 핸드폰 링에 놓고 일어나며) 정대리님?
정대리 : 아, 한군 있었네...
태웅 : (다가서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정대리 : 아, 다름이 아니라 회장님이 좀 보자고 하시네. 같이 좀 가지.
태웅 : 회장님이요....?
17. 보라방 베란다 (낮)
보라, 베란다에 서서 마당을 내려다본다. 보디가드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 (13부 14씬)
김회장 : 걔가 한태웅이란 건.. 그래, 다신 안보면 되니까 그렇다쳐. 하지만 너랑 둘이 좋아하는 건.. 절대 용납 못해....!
보라, 불안한 표정이다.
보라, 핸드폰을 꺼내서 한득구를 누른다. 안받는 전화.
보라, 더 불안해지는 표정... 다시 한번 해본다.
18. 체육관 / 보라집 베란다 (낮)
링 위에서 울리는 태웅의 핸드폰.
금은동 권투 폼 잡으며 놀고 있다가 동필, 문득 전화 본다.
동필 : (핸드폰 보며) 아, 득구 이 자식 전화놓고 갔네... (전화에 뜬 보라이름 보더니 눈 띠용!) 어? 보라 아가씨다...
금복은수 : (우르르 다가오며) 정말? / 진짜?
동필 : 가만들 좀 있어봐... (목소리 가다 듬으며) 아가씨... 오랜만입니다.
보라 : (이상한) ... 저... 한득구 전화 아닌가요?
동필 : 맞습니다, 맞고요.. 저는 박동필이라고... 기억하시죠? (하하하 웃는)
보라 : ... 한득구 지금 거기 없나요?
동필(소리) : 네. 아가씨 아버님 그 뭐시냐... 회장님 운전기사가 와서 데리고 갔는데요?
보라 : (표정 확 변하는) 뭐라구요? 그,그게 정말이에요?
동필 : 네. 회장님이 잠깐 보자고 했다나 어쨌다나....
19. 보라집 베란다 (낮)
보라 : (얼굴 굳어서) ...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 끊는다)
초조한 보라. 보라, “어떡하지? 어떡하지?”하며 서성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핸드폰을 연다.
건우한테 전화하는 보라.
보라 : ... 건우씨. 나에요.... 네. (망설이다가) 미안한데... 나 좀 도와주세요.
20. 병원 진료실 (낮)
건우, 보라랑 통화하고 있다.
건우 : 그래요?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께요. 네....
건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운 벗는데 이때 문 열리고 민호가 들어온다.
민호 : 야, 너 뭐하냐? 왜 가운을 벗고 난리야?
건우 : 나, 보라씨한테 잠시 가봐야겠다.
민호 : (한심한) 뭐? 너 그러면 안돼. 내가 헤어진 여자한테 자꾸 부담주지 말랬지?
건우 : (듣지도 않는) 금방 갔다 올 테니까 니가 좀 적당히 때워줘라. 알았지?
건우, 쟈켓 대충 걸치고 진료실 나가면 민호는 걱정스럽다는 듯 혀 끌끌 찬다. “한심한 놈...”
21. 보라집 앞 (낮)
끽! 하고 건우차가 도착한다.
건우, 내려서 황급히 집으로 올라간다.
22. 보라집 거실 (낮)
보라와 득남이 있는데 건우가 뛰어 들어간다.
건우 : 보라씨!
보라 : 건우씨... 미안해요, 이런 일로 불러서... 아빠가 정말 꼼짝 못하게 해서요.
건우 : 어디 가는 건데요?
보라 : 아빠 회사에요. 아빠가 한득구를 불렀다는데.. 무슨 얘길 할지...
건우 : (안쓰럽다) ... 알았어요. 어서 가죠.
보라 : (득남에게) 나 갔다 올게.
보라와 건우가 함께 나간다.
득남, 걱정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득남 : 잘 빠져나가야될텐데..
23. 보라집 마당 (낮)
건우가 보라를 마치 부축하듯 데리고 나가면 보디가드들이 다가온다.
보디가드 : 아가씨... 어디 가시는 건지...
건우 : (의사증 꺼내 보이며) 보라씨 주치의에요. 지금 몸이 안좋은 거 같아서 병원에 가봐야합니다.
보디가드 : 회장님한테 말씀드려야 하는데...
건우 : (침착하고 자신있게) 그럼 연락해보세요. 저랑도 잘 아시니까 바로 허락하실 거에요.
보디가드 : (망설이는)
보라 : (순간 가슴이 아픈지 가슴을 잡고 휘청한다)
건우 : (멈칫 보고 놀란) 보라씨..?
보라 : (가슴 움켜쥐고.. 아픈데) 괜찮아요...
보디가드 : (놀란)
건우 : (화내는) 이래도 안보내줄 거에요? 보라씨, 잘못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 있어요?
보디가드들, 서로 눈치 보다가 이내 길을 비켜준다.
건우, 보라 부축하며 “가죠”하고 보라를 잡고 내려간다. 보라, 건우와 함께 집을 나선다.
24. 건우차 안 (낮)
건우의 차에 앉아서 달리는 두 사람.
건우, 흘낏 보라를 본다.
건우 : 보라씨... 연기 잘 하네? 어떻게 그 순간 아픈 척 할 생각을 다 했어요?
보라 : 네? 아아... (하면서 가슴에 손을 댄다. 진짜 아팠던... 이상한 느낌)
건우 : 어디로 가요? 아버님 회사에 가면 되나요?
보라 : 아뇨. 그냥 이 근처에 세워주세요.
건우 : (멈칫 보면)
보라 : 이만큼 해준 걸로도 너무 고맙고 미안해요.. 나 여기서 내려주세요.
건우 : 그래야 마음 편하겠어요?
보라 : ...네.
25. 도로변 (낮)
건우차가 멈추고 보라가 내린다. 윈도우 내리고 이야기하는 건우.
건우 : 보라씨.. 나 오늘 친구로 부른거 맞죠?
보라 : (보면)
건우 : 서운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아. 나.. 친구하면서.. 보라씨 잊을게.
보라 : 건우씨...
건우 : (싱긋 웃고 차를 출발시킨다)
보라, 멀어지는 건우차 본다.
보라, 다가오는 택시를 잡는다. 보라를 태운 택시가 어딘가로 달린다.
26. 김회장 사무실 (낮)
김회장과 태웅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김회장은 태웅을 애증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태웅 : 무슨일로 부르신겁니까?
김회장 : (힐끗 보며) 자네 친구가 말 안했나보지?
태웅 : (영문 모르는데)
김회장 : 우리 백화점 다녔다는 자네 친구.
태웅 : (순간 확 긴장하는)
김회장 : (태웅 보며) 그 친구가... 말해주더군. 자네 진짜 이름.
태웅 : ...회,회장님...
김회장 : 살다보면 말이지...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만나는 경우가 있어.
(괴로움 참고 냉정하게) 바로 자네랑 나같은 인연이 그런 거겠지.
태웅 : (눈빛 떨리는)
김회장 : ... (마음 아픈) 난 자네 좋아했어. 정규 생각이 나서 그랬을수도 있지만 왠지 자네가 그냥 좋았어.
그래서 자네한테 힘이 되주고 싶었고 잘 살게 도와주고 싶었어.
... 자네랑 이런 식으로 만나야 한다는 게... 나도 사실 힘드네.
태웅 : (눈시울 붉어진다)
김회장 : 피차 서로 괴로울 테니 긴 얘기 하진 않겠네... 한군!
태웅 : (목소리 잠겨서 간신히) ... 네, 회장님.
김회장 : 자네가 여길 떠나줬으면 좋겠네.
태웅 : (놀라는 표정!)
27. 회사 앞 (낮)
보라가 택시에서 내린다.
보라, 서둘러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28. 김회장 사무실 (낮)
김회장 : 자네도 우리 정규 때문에 힘들게 살아온 거 다 알아. 그러니까 다시 시작해. 미국이든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나라로 가.
어머니 모시고 가도 되고 혼자 가도 돼. 자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다 해주겠어.
태웅 : ...
김회장 : 자네, 다시 공부 시작하게. 아니, 공부를 하든 뭘 하든 상관안해. 떠나만 주게.
자네가 떠나만 준다면 내가 평생 뒷바라지 해줄 수 있네.
태웅 : (눈시울 붉어져서)... 정규 때문에 이러시는거라면...
김회장 : 아니, 보라 때문이야. 자네, 우리 보라 좋아하지?
태웅 : (표정)
김회장 : 정규 때문이라면... 자네 안보고 살면 돼.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구....
하지만 보라랑 자넨... 그 정도로는 안심이 안돼. 그게 이유야.
태웅 : (표정)
29. 사무실 앞 (낮)
보라, 비서들한테 인사하고 문을 열려고 손을 대는데 안에서 김회장 소리가 들린다.
보라, 멈칫한다.
김회장(소리) : 자네가 조금이라도 정규를 생각한다면... 보라와 나를 위해 떠나줘.
보라 : (놀라는 표정)
30. 김회장 사무실 (낮)
김회장 : 일주일 동안 생각할 시간을 주겠네. 그만 가보게. (하며 일어서는데)
태웅 : (김회장 앞에 무릎 꿇는다) ... 죄송합니다. 회장님..
김회장 : (확 보는데)
태웅 : (눈물고인) 보라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진심으로 보라 사랑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하는데)
김회장 : (휙 돌아보는) 그딴 소리 하지마!
태웅 : !!!
김회장 :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릴해? (버럭)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보라 사랑한단 말을 할 수가 있어!!!!!
태웅 : .....!!
김회장 : 자네가 정규를 생각한다면 이럼 안되는거 아냐?
정규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우리 눈 앞에서 사라져줘야하는거 아니냐구!!!
태웅 : (참담한데)
김회장 : 자네가, 우릴 위해 해줄 수 있는건... 딱 하나, 떠나는거야.
어디로든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하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보라가 들어온다.
보라 : (우는) 그만하세요. 아빠... 제발 그만하세요....
김회장 : 아니 너...?
태웅 : (놀라서 보라보며 일어난다)
보라 : (눈물 고여 불쌍하게) ...제가 안만날거라고 분명히 얘기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러시는 거에요? 이러시면 안되는거잖아요...
태웅 : (그만하라는 듯 작지만 단호한) 보라야!
김회장 : (눈 가늘게 뜨고) 안되긴 뭐가 안돼? 내가 못할 소리 했냐?
보라 : 아빠..!
김회장 : 그래 너 한군 좋아하더니 이제 정규는 안중에도 없는가부지? 정규가 왜 죽었는지 벌써 잊었어?!
태웅 : (표정)
보라 : (슬프고 처연하게) ... 한득구 잘못 아니잖아요.
김회장 : 뭐야?
태웅 : (보라보는)
보라 : 오빠가 죽은 이유... 한득구 때문이 아니라는 거... 아빠도 다 알면서 왜 이래요...
김회장 : (표정 그러다) 아니. 난 몰라. 그래, 니 입으로 한 번 말해봐라. 정규 왜 죽었니? 정규 누가 죽인거니?
보라 : (울며) 정규 오빠... 오빠 자신이 죽인 거잖아요.
태웅/김회장 : (표정)
보라 :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 마음이 약해서... 자기 열등감에 죽은 거잖아요.
하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회장, 보라의 뺨을 쫙 때린다.
휘청이는 보라.
태웅, 깜짝 놀라서 “회장님!”하며 김회장을 팍 안는다.
태웅 : 회장님, 이러시면 안돼요. 이러시지 마세요. (보라보며) 보라 너 어서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보라 : (뺨에 손대고 운다)
김회장 : (보라보는데 눈시울 붉어진) 나쁜 것! 어떻게 니가... 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런 말을...
다시 한번 말해봐. 정규가.. 정규가... 뭐가 어쩌고 어째?
보라 : (아빠 보다가 도망치듯 달려 나간다)
태웅 : 보라야! 보라야...
태웅, 보라를 잡으려고 따라 나간다.
김회장,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다.
31. 사무실 앞 일각 (낮)
보라, 울면서 빠르게 걸어가고 있고 태웅이 쫓아와서 잡는다.
태웅, 보라를 팍 돌려세운다.
태웅 : (단호한) 돌아가. 가서 아버님께 잘못했다고 해.
보라 : 싫어!
태웅 : 보라야!!!
보라 : (눈물 고인) 너, 바보니? 그래, 니 입장에선 우리 오빠... 너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할수도 있어.
하지만 난 알아. 우리 오빠... 너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는 거...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죄인처럼 살거니? 니가 왜 그래야 하는데?
태웅 : 난 살아있잖아.
보라 : (표정)
태웅 : 어쨌든 난 이렇게 살아있잖아. (한숨쉬며) 보라야...이러지마! 니가 이러면 내가 더 힘들어!
회장님이 정규 때문에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넌 잘 알잖아.
보라 : ... (울먹이는) 그래... 나도 알아... 아빠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괴로우실지 나도 아는데...
나도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아는데...
태웅 : 가자. 가서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해. 어서...
태웅, 보라의 어깨를 잡고 회장 사무실 쪽으로 걸어간다.
묵묵히 태웅을 따라가는 보라.
32. 김회장 사무실 (낮)
김회장, 멍한 얼굴로 서있는데 태웅이 보라를 끌고 들어온다.
김회장, 얼굴이 굳어진다.
태웅 : 회장님... 나중에 제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태웅이 인사하고 나가면 보라와 김회장만 남는다.
김회장, 싸늘하게 보라를 바라본다.
보라 : 그래도 난... 한득구 잘 못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회장 : (노려본다)
보라 : 그렇게 따지면.. 오빠에게 공부만 강요한 아빠가 더 나빠요. 오빠 놔두고 떠나버린 엄마가 더 나빠요.
오빠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하나도 몰랐던.. 내가 더 나빠요.
김회장 : 나가..!
보라 : 예전에 난 오빠가 아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안해요. 아빠 때문에 죽은거 아니에요.
그리고.. 한득구 때문도 아니에요..
김회장 : 나가....!
보라 : 아빤.. 그냥... 걜 원망하고 싶은거잖아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해요.
김회장 : (책상 가더니 인터폰 누르며) 김비서 들어와서 보라 좀 데리고 나가. 그리고 정대리 한테 차 대기하라고 해.
(끄더니 보라보고는) 집으로 가.
보라 : 아빠... (하는데)
김회장 : 너랑 얘기하기 싫다. 당장 돌아가.
이때 문이 열리고 김비서가 들어온다. 김비서, “아가씨...”하며 보라를 본다.
보라, 어쩔 수 없다는 듯 김비서 따라서 나간다.
김회장, 혼자 남게 되자 무너지는 심경이 된다. 김회장, 눈시울이 붉어진다.
33. 회사 앞 거리 (낮)
태웅, 회사를 걸어 나온다. 태웅, 몸을 돌려 김회장 사무실 쪽을 올려다보는데.... 괴롭다.
태웅, 눈물을 참고 어딘가로 걸어간다.
34. 관장실 (낮)
승리와 충식, 관장이 마주보고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승리와 충식, 놀란 눈으로 듣고만 있다.
관장 : (씁쓸하게) 어린 나이에 자기 때문에 친구가 죽은 것도 큰 상천데... 주위에서 천재라고 떠들어대니 얼마나 괴로웠겠어...
승리 : 그랬구나... 오빠... 너무 안됐다...
충식 : 그,그래도 이름까지 사실대로 말안해준 건 용서 못해요, 난...
관장 : 충식아... 이해해라. 득구도 슬슬 너희들한테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었던 거 같아. 근데... 회장님댁 딸이
그 죽은 친구 동생이라고 하더라구. 그러니 김회장 밑에서 일하면서 한태웅이라고 밝힐 수 있었겠냐?
충식 : (쿵하는) 뭐,뭐라구요?
승리 : 그,그게 정말이에요? 보라가 득구오빠 때문에 죽은 친구 여동생이라구요?
관장 : (착잡하게 끄덕하는)
승리 : (깨닫고) 오빠가 그래서.. 보라를 안만나려고 했던 거구나...
득구오빠... 정말 불쌍하다... 얼마나 맘이 아팠을까.... (하고 눈물 고이는)
충식 : (얼굴 하얗게 질려서) 어,어쩌지...? 내,내가 회장님한테 다 말했는데....
관장 : 그게 무슨 말이냐?
충식 : (얼떨떨해서) 어제 회장님이 체육관에 왔었는데.... 제가 그만.... 득구 그 자식 미워서...
득구 진짜 이름, 한태웅이라고... 말했어요.
관장 : (괴로운) 충식아....! (하며 말못하고 침통해하는)
승리 : (표정!!) 오빠..?!
충식 : (벌떡 일어나며) 나, 난 몰라요. 난 잘못 없어! 난 모르고 한 소리니까 내 잘못 아냐. 난 잘못한 거 없다구요!!!
(하더니 밖으로 나간다)
35. 관장실 앞 (낮)
금은동 관장실 옆에 붙어서 엿듣다가 갑자기 문이 발칵 열리자 와르르 무너진다.
충식, 뛰쳐나가고 승리는 충식을 따라나간다.
36. 체육관 앞 (낮)
승리, 오빠! 충식이오빠! 부르는데.. 충식 뒤도 안보고 달아나버린다.
충식을 쫓다가 착잡하게 멈춰서는 승리.
37. 보라집 전경 (밤)
38. 김회장 서재 (밤)
김회장, 들어와서 책상으로 가서 앉는데 보라가 들어온다.
보라 : ... 할 얘기가 있어요, 아빠.
김회장 : (서류 들추며) 나가. 너랑 말하기 싫다.
보라 : 아빠!
김회장 : (쳐다도 안보고) 당분간은 내 눈 앞에 얼씬도 하지마.
보라 : ...제가 떠날게요.
김회장 : (멈칫하더니) 뭐라구?
보라 : 제가 유학 갈 테니까 한득구한테 여기 떠나라는 말씀 하시지 마세요.
김회장 : (보라 쏘아본다)
보라 : 어차피 전 예전에도 유학가려고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갈께요.
김회장 : 한군이 그렇게 좋으냐?
보라 : ....
김회장 : 한군 위해서 이 애비 버리고 혼자 떠날 정도로... 그렇게 한군이 좋은 거야?
보라 : ... (눈물고이는) 죄송해요, 아빠. 아빠한텐 너무너무 미안한데... 한득구한테 떠나라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해요.
걔가 여길 떠날 이유가 없어요. 한득구... 팔년동안 오빠 때문에 힘들어 한 걸로 충분해요. 그렇지 않나요?
김회장 : (보면)
보라 : ...아빤 한득구랑 내가 우연이라도 만날 일만 없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갈께요.
김회장 : (이 앙물고) 니 맘대로 해. 니 맘대로 하라구...
보라 : 죄송해요, 아빠...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할께요. (보라 방을 나간다)
김회장 : (보던 서류 확 던지며 어쩔 줄 모르는)
39. 김회장 서재 앞 (밤)
보라, 서재를 나온다. 서재를 나와서 멈춰서는 보라.
김회장이 있는 서재를 한번 돌아본다.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에 보라는 마음이 무겁다.
한숨 쉬며 자기 방으로 올라가는 보라.
40. 체육관 (밤)
태웅, 체육관에 들어가면 승리가 링에 걸터앉아 있다.
태웅 : 승리 너... 집에 안가고 있었어?
승리 : 오빠! (하고 달려오더니 태웅을 팍 안는다)
태웅 : (멈칫했다가 보면 승리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승리 : (울먹이며) 낮에 아빠한테 오빠 얘기 다 들었어. 오빠한테 그런 일이 있었을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것도 모르고 나랑 충식이 오빠랑 심하게 말하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태웅 : 바보야...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니가 미안해하니?
승리 : (눈물이 계속 흐른다)
태웅 : 그만 울어 승리야... 니가 계속 울면 오빠가 더 미안해지잖아.
승리 : (배시시 웃는데 더 슬픈) 정말... 안울어야 하는데... 오빠가 너무 불쌍해서... 자꾸 눈물이 나.
(태웅보며) 오빠,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어? 응?
태웅 : (어색하게 웃으며 말돌리는) ... 충식이는? 집에 갔니?
승리 : (풀죽은) ... 충식이오빠, 연락 안돼.
태웅 : (표정)
승리 : 김회장님한테 오빠 얘기한 거 땜에 충격 받은 거 같아. 아직 집에도 안들어간 거 같더라구...
충식이 오빠도 불쌍해. 아까 울면서 갔어.
태웅 : (마음아픈) 그래.... (승리보더니) 승리야... 충식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마 너한테는 연락할거야. 전화 꼭 켜두고...
만약 연락 오면 나한테 제일 먼저 말해줘야 한다. 알았지?
승리 : 그래, 알았어.
태웅 : (웃어주며) 집에 가야지. 관장님 기다리시겠다.
승리 : (웃는) 어. 나 그럼 가볼께... 오빠 내일 봐. (하고는 체육관을 나간다)
태웅 : (그런 모습 슬프게 보는)
41. 태웅의 방 (밤)
태웅, 방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데 김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김회장 : (매정한) 자네 때문에 잃은 자식은 정규 하나로 족해. 보라까지 나한테서 잃게 하고 싶지 않으면... 떠나.
자네가 정규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떠나 달라구! 알았나?
태웅, 괴롭다. 어떡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 혼란스런 상태.
태웅, 한숨을 쉰다.
42. 체육관 (낮)
태웅, 멍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동필이 쭈삣 거리며 다가온다.
동필 : (쿡쿡 찌르며) 득구야..
태웅, 돌아보면.. 김회장이 서 있다.
43. 체육관 마당 (낮)
김회장과 태웅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회장 : 어제 내가 한 말은 잊게.
태웅 : (보면)
김회장 : 자네한테 떠나라 마라.. 얘기할 문제가 아닌데.. 내가 지나쳤어. 내가 한 얘기 신경쓰지마.
태웅 : 회장님...?
김회장 : (고통스러운) ...우리도 앞으론 자네 생각 안하고 살테니까... 자네도 나랑 보라 잊어버리고 자네 인생 잘 살아봐.
태웅 : .....
김회장 : 이게 자네랑 마지막으로 보는 거겠지? 그랬으면 좋겠어.
태웅 : (멍하게 보는데..)
김회장 : (돌아서 간다)
태웅 : (쫓아가며) ...아버님!
김회장 : (눈 커지는)
태웅 : ... (눈물고인) 정규 아버님이라는 거 알고 나서 한번은 아버님이라고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김회장 : (쓰린)
태웅 : ....건강하십시요.
김회장 : (묵묵히 서있다가... 눈시울 붉어진 채 간다)
44. 체육관 앞 (낮)
김회장이 차를 타고 떠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서있는 태웅의 착잡한 표정.
45. 엄마집 앞 (밤)
엄마, 집으로 향하다가 계단에 앉아 있는 태웅을 보고는 놀란다.
엄마 : 태웅아!
태웅 : (엄마 발견하고 웃으며 일어난다) ...엄마...?
엄마 : 왜 여기서 이러구 있어...
태웅 : (웃는) 엄마.. 나 자고 가도 돼죠?
46. 엄마집 (밤)
태웅이 이불을 깔고 있는 옆에서 돋보기 끼고 옷에 단추 달고 있는 엄마.
태웅 : (이불 깔다가 보고) 엄마 내가 도와줄까요?
엄마 : 됐어.. 이불이나 마저 깔어..
태웅 : 눈도 잘 안보이잖아요. 이리 주세요. 내가 할게.
태웅, 뺏어서 엄마 대신 단추를 단다.
엄마, 그모습 보다가...
엄마 : 너.. 그 아가씨 생각... 요즘도 하냐?
태웅 : (멈칫 하는데)
엄마 : (한숨) ...하긴.. 그렇게 쉽게 잊어지겠냐...
태웅 : (씁쓸한데)
엄마 : 태웅이 넌.. 나보다 늬아빠 많이 닮았어. (쓸쓸한) 얼굴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심지어 너 이렇게 사는것도.. 늬아빠랑 참.. 많이 닮았어.
태웅 : (보면)
엄마 : 늬 아빠.. 사람이 너무 좋아서.. 남한테는 싫은 소리 한 번을 못하고 살았더랬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잘못한 건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내탓이오 내탓이오.. (씁쓸한) 그러구 살다갔다, 사십년을.
태웅 : ......
엄마 : (태웅 보며) ....태웅아...
태웅 : 네.. 엄마..
엄마 : (물끄러미 보는)
태웅 : (어색한) 왜요...
엄마 : (애잔한) ...득구야...
태웅 : (왜..?) ...엄마...?
엄마 : (글썽한) 나는.. 태웅이가 참 안쓰러. 득구는 괜찮은데.. 태웅이는 참.... 불쌍해.
태웅 : !!!
엄마 : 태웅인 어깨에 짐이 너무 많아. 엄마한테도 늘 미안해하고.. 친구들한테도.. 죄지은 놈처럼 숨기고 살아야하고..
사랑도.. (글썽한) 맘대로 못하고... 태웅이가 너무 불쌍해...
태웅 : (눈물이 핑 돈다)
엄마 : 그래도.. 나는 니가 태웅이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득구면 어떻고, 태웅이면 어떻겠냐만...
그래도 난 니가 태웅이 찾아줬음 좋겠어... 왜냐면... 그게 너니까... 그게.. 진짜 너니까...
태웅 : ......
엄마 : ......
47. 병원 일각 (낮)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고.. 캐롤이 흘러나온다.
전구가 반짝이며 돌아가는 트리 앞에 어린이 환자들이 뛰어다니고..
복도 끝에서 건우와 민호가 걸어온다.
민호 : 아.. 그래도 명색이 크리스마스 이븐데 만날 사람이 없네... (그러다 건우보며) 넌 뭐할거냐?
건우 : (문득) 오늘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냐?
민호 : 이것봐라.. 정신없구나, 정신없어.
건우 : (멍한) 아... 그렇구나.. 크리스마스...
민호 : 에라이 불쌍한 놈아. 별 수 없다, 오늘도 너랑 나랑 둘이서 술 마시는 수 밖에. 으이구 지겨워.
민호, 먼저 가고.. 건우 씁쓸한 표정으로 트리 돌아보는데.. 그러다 멈칫 놀란다.
보라가 웃으며 서있다.
건우 : ....보라씨..?!
보라 : (싱긋 웃으며) 작별인사하러 왔어요.
건우 : (표정!)
48. 병원 휴게실 (낮)
건우와 앉아서 이야기하는 보라.
건우 : (당황하는) ..내일요? 내일... 떠난다구요?
보라 : (조용히 웃는) 네...
건우 : (착잡하게 보다가) 득구씨는..... 보라씨 이렇게 가는거 아나?
보라 : ...아니요... 사실... 아빠가 걔한테 외국으로 떠나라고 한 걸 제가 대신 가겠다고 한거에요. ....한득구는 아직 그거 몰라요.
건우 : (놀라 보면)
보라 : 건우씨도 알잖아요. 우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나랑 한득구.. 아무리 안만나겠다고 해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떠나야해요.
건우 : 그래도.. 말은 해줘야하는거 아닌가?
보라 : (고개 가로젓는다) 오빠 때문에.. 그리고 나 때문에.. 걔 인생 흔들리는거... 이제 보고 싶지 않아요.
유학을 가든 뭘하든.. 이제 한득구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문제에요.
(건우 보며) 그러니까 건우씨도 절대 얘기하지 마요. 알았죠?
건우 : (착잡하다) ....얼마나 있다 올거에요?
보라 : 글쎄요? 우선 여기저기 여행 좀 다니고.. 천천히 생각해 보죠.
건우 : 여행은... 어디 갈거에요..?
보라 : 음... (싱긋 웃는) ...라플란드.
건우 : (모른다).. 어디..요?
보라 : ...라플란드라고.. 제가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요. (쓸쓸하게 웃는)
49. 병원 앞 (낮)
건우, 보라를 배웅하러 따라나온다.
보라, 걸음을 멈추고 건우를 본다. 척 손을 내미는 보라. 건우, 멈칫 그 손을 보다가 잡는다.
보라 : 고맙다고.. 말해도 돼요?
건우 : (퉁명한) ...안돼요.
보라 : (멈칫 보면)
건우 : 꼭... 마지막 같잖아.
보라 : (짐짓 웃는) ....그런가?
건우 : 돌아오면 연락해요.
보라 : 당연하죠.
건우 : ....아쉽네.
보라 : (짐짓 도도한) 서건우 선생님, 손 좀 놓으시죠?
건우 : (피식 웃으며) 네, 네. 알겠습니다.
보라, 손 흔들어주고 가고.. 착잡하게 멀어지는 보라를 보는 건우.
50. 병원 앞 거리 (낮)
거리를 걸어가는 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뜬 사람들.
보라, 혼자 쓸쓸한 미소로 사람들을 구경하며 걸어간다. 왠지 마지막 같은 느낌으로 거리를 둘러보는...
그러다 손을 꼭 잡고 가는 다정한 연인들을 보는 보라.
# 태웅과 손을 잡고 걷는 보라.
보라, 태웅의 손을 잡았던 손을 살며시 펴보는 보라.
보라 :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한득구... 보고 싶다...
그렇게 잠시 서있다가.. 손 꼭 쥔 채 코트 주머니에 다시 넣고... 걸어간다. 쓸쓸히.
51. 거리 (낮)
태웅, 금은동, 승리와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체육관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왠지 보라가 부른 것 같은.. 그리운 느낌인데..
승리가 돌아보고 소리쳐 부른다. “오빠 빨리 안오고 뭐해?”
태웅,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따라 들어간다.
52. 체육관 마당 (낮)
체육관 안에서 캐롤 소리며 금은동이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리고 승리가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온다.
그러다 앉아있는 태웅을 발견하고 다가가 옆에 앉는 승리.
승리 : 어떻게 최충식 그 인간 하나 없다고 이렇게 분위기가 안나냐...
태웅 : (문득 보면)
승리 : 이 인간이 진짜 고향집에 가긴 간 건지... 밥은 먹고 다니는 건지...
태웅 : (문득 보며) 충식이 보고 싶지?
승리 : 보, 보고 싶긴...? 그, 그냥 맨날 있다가 없으니까 그런 거지... 아무튼 이번에 충식이 오빠 고향집 전화번호까지 외웠다.
태웅 : ...
승리 : 어쨌든 크리스마스에는 충식이 오빠, 꼭 왔음 좋겠다. 그래야 다들 신나게 맘놓고 놀지. 안그래, 오빠?
태웅 : 그래. 만약 충식이 내일도 안오면 우리 같이 충식이 고향집에라도 가보자. 어때?
승리 : 음... 좋쥐! 참, 오빠 크리스마스 선물 뭐해줄까?
태웅 : 선물? 됐다, 말만 들어도 고맙다.
승리 : 막상 받으면 말만 들은 거 보다 훨 좋아. 오빠, 뭐해줄까? 뭐 필요해?
태웅 : 됐네요, 이승리양! (하더니 팔 막 만지며) 승리야, 안춥냐? 어서 들어가자. 으 추워... (하더니 내려간다)
승리 : (안쓰럽게 보며) ... 불쌍하다, 득구오빠...
승리, 하늘 보며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씩 웃는다.
53. 보라방 (밤)
보라가 짐을 챙기고 있다. 옆에서 거들고 있는 득남.
보라, 그러다 문득 구석에서 둔 은방울꽃 말린 것을 본다.
# (2부 38씬)
태웅 : (은방울꽃 건네며) ...너... 이 꽃 꽃말이 뭔지 아니?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 (12부 46씬)
태웅 : 그애를 사랑하면서... 처음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보라, 글썽한 느낌으로 꽃을 들어본다.
득남 : (문득 보고) 짐 안 챙기고 뭐하냐?
보라 : ...이거.. 한득구가 준거다?
득남 : ...그래...?
보라 : 생각해보면.. 한득구는 나한테 준게 참 많아.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해준게 없네...? (서글픈데)
득남 : (안쓰럽게 보다가) 너.. 그것도 가져갈거야?
보라, 생각하는 표정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보라, 멈칫 번호 보고 의아해 하다가 받는다.
보라 : ....여보세요? ?
54. 체육관 앞 (밤)
승리가 태웅의 팔을 붙잡고 끌고 온다.
승리 : 빨리 와아!
태웅 : (승리에게 끌려가며) 어딜 가려구..?
승리 : 잔말 말구 따라오기나 해...
태웅 : (웃으며 따라가는) 승리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놓구 가...
55. 성당 앞 (밤)
뜨악한 표정으로 승리를 돌아보는 태웅.
태웅 : 갑자기.. 성당엔 왜 온거야? 너 신자도 아니잖아.
승리 : (웃으며) 크리스마스잖아. 크리스마스엔 원래 이런데 가줘야돼.
태웅 : (피식 웃고)
승리 : 들어가자. (그러다) 참, 오빠 먼저 들어가 있어라. 나 화장실 좀 갔다가 갈게.
태웅 : 그래. (무심히 들어가려는데)
승리 : 오빠!
태웅 : (돌아보면)
승리 : (씩 웃는) ...메리 크리스마스!
승리, 후다닥 화장실쪽으로 사라지고 갸우뚱한 표정으로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태웅.
56. 성당 앞 일각 (밤)
코너를 돌아선 승리, 씩 웃으며 태웅 쪽을 한 번 돌아본다.
씁쓸한 미소. 하지만 곧 씩씩하게 웃으며 간다.
57. 성당 안 (밤)
성가대가 “고요한밤 거룩한 밤” 같은 노래를 연습 중이다.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듣고 있는 태웅... 왠지 따뜻하고 슬픈 느낌이다.
그때 누군가 태웅의 옆에 앉는다.
태웅 : 승리야 왔어?
하며 돌아보는데... 숨이 탁 막힌다. 보라가 앉아있다.
태웅을 향해 생긋 웃는 보라.
태웅 : 보라야...?
보라 : 승리가... 너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더라?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괜찮다고 하려다가... 그냥 나왔어.
너랑 맞는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이니까.
태웅 : .....!!!
보라 : (성가대 보며 짐짓 웃는) ...노래 좋다.. 그치..?
보라, 성가대 보면서 노래를 듣는데.. 그런 보라를 멍하게 바라보는 태웅..
그런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성가대의 노래가 흐른다.
노래하는 성가대와 보라, 태웅의 모습이 몽타주 된다.
58. 성당 앞 일각 (밤)
태웅과 보라가 성당에서 나온다.
짐짓 웃으며 태웅을 돌아보는 보라.
보라 : 한득구, 크리스마스 선물 없어?
태웅 : (보면)
보라 : 진짜 없어?
태웅 : (어.. 난처한 듯 보는데)
보라 : (씩 웃는) 난 있는데. 것두 두개나. (태웅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척 내민다)
태웅 : (머뭇거리며 받아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는데 말린 은방울꽃이 들어있다. !! 보면)
보라 :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웃으며) ...기억나니? 니가 나한테 줬던 건데... 은방울꽃.
태웅 : (본다..!)
보라 : 아빠와 내가 널 원망했던 건...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 그런 것 뿐이야. 니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널 용서해. 그리고.. (글썽한) ...행복해져.
태웅 : (눈물이 핑돈다)
보라 : 이제 너.. 행복해져도.. 괜찮아. 오빠도.. 그걸 바라고 있을거야.
태웅 :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보라 :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
태웅, 문득 보라를 보는데.. 보라, 갑자기 다가와 태웅에게 키스를 한다!
태웅 : (멍하게 보라를 바라보는데)
보라 : (글썽해서 낮게 속삭이는) ....한득구... 이제 넌... 자유야.
그렇게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성가대의 노랫소리.. 다시 들리고..
59. 성당 앞 일각 (밤)
보라가 태웅을 남겨두고 먼저 돌아서 간다. 부감.
60. 태웅의 방 (밤)
태웅, 방에 돌아와.. 은방울꽃을 보고 있다.
보라(소리) : 이제 그만 널 용서해. 그리고.. 행복해져.
눈시울 붉어지는 태웅.
61. 보라집 전경
62. 보라방 (낮)
밤새운 느낌의 보라.. 창 밖을 보며 서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보라 : 들어와.
대답하고 돌아서는데 득남이 보물상자를 갖고 들어온다.
보라, 멈칫 굳어서 본다.
보라 : 너.. 그거 안버렸었어?
득남 : (테이블에 탕 내려놓으며) 니 아끼던 물건들인데 내가 어떻게 버리냐. 버려도 니가 버려야지. 안그래?
보라 : .....!
득남 : 근데... 추억은 간직하는거지 버리는게 아니다.
보라 : (멈칫 보면)
득남 : 아...! 어쩌다 내가 이렇게 멋진 말을 했지? 아 나 진짜... (그러다 싱긋 웃으며) 다 챙기면 내려와.
득남, 나가고...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보라. 삐삐와 그림책 등을 본다.
보라, 삐삐를 손에 꼭 쥐어본다. 반갑고.. 슬픈.
63. 보라집 거실 (낮)
보라가 수트 케이스를 들고 내려온다.
등돌린채 창밖을 보며 앉아있는 김회장.
보라 : 아빠... 저 가요..
김회장 : ....
보라 : 아빠... 저 가요...?
김회장 : .....
보라, 쓸쓸하게 앉은 김회장의 뒷모습을 보다가 돌아서 나간다.
보라가 나가고... 등뒤로 문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앉은 김회장... 쑥 늙어보이는 표정.
64. 천교수 연구실 (낮)
천교수, 논문 넘겨보고 있는데 태웅이 노크하고 들어온다.
천교수 : (신나서) 어, 왔어?
태웅 : 크리스마슨데.. 왠일로 나오셨어요?
천교수 : (엄숙한) 학문의 길을 가는데, 크리스마스가 문젠가?!
태웅 : !!!
천교수 : (씩 웃고) 사실은.. 너무 좋은 소식이라 얼른 알려주고 싶어서 불렀어.
태웅 : ....좋은 소식..이요?
천교수 : 그전에.. 숙제부터! (종이한장 슥 내민다)
태웅, 종이를 보는데.. “소수들 속에는 모든 길이의 등차수열이 존재한다”라고 적혀있다.
태웅 : (중얼거리는) 소수들 속에는 모든 길이의 등차수열이 존재한다...?
천교수 : 조합론 쪽 문젠데.. 자네가 증명해볼 수 있겠나..?
태웅 : 저.. 교수님 혹시 이거... 미해결 난제..아닙니까?
천교수 : 아네?!
태웅 : (표정)
천교수 : 미해결 난제에 도전하는게 꼭 수학자의 목표는 아니야.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지. ...도전해봐. 실패해보는것도 좋은 경험이니까.
태웅 : (문제 보며 두근두근 생각하는 표정인데)
천교수 : 그리고.. 좋은 소식은...
태웅 : (보면)
천교수 : 축하하네! 자네 논문이 저널에 채택됐어!
태웅 : (얼굴이 환해진다) ...정말인가요?
천교수 : (히죽 웃고 논문 내밀며) 수정할 거 있음 해서 빨리 좀 보내달래. 혹시 고칠데 있나?
태웅 : (논문을 살펴본다)
천교수 : (다른 일하며 대수롭지 않게) 내가 볼 땐 거의 없는거 같애. (하는데)
태웅 : (문득 생각하는 표정..) ...한군데.. 있네요.
천교수 : (멈칫 보는데)
태웅, 펜을 들고 논문에 뭔가를 적어 교수에게 내민다.
천교수, 어딜 고쳤나 논문을 뒤적여보는데...
맨 앞장.... 한글과 영문으로 같이 적혀있는 한득구라는 이름 위에 줄이 그어져있고.. 그 밑에 “한태웅”이라고 씌어있다.
천교수 : 한태웅..? (갸우뚱해서 태웅을 보는데)
태웅 : (씩 웃는 표정)
65. 학교 일각 (낮)
태웅, 홀가분한 느낌으로 천교수 연구실을 나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건우다.
66. 병원 휴게실 (낮)
건우가 기다리고 있는데 태웅이 들어온다. “득구씨 여기요!” 부르는 건우.
태웅.. 웃으며 다가가는.
(시간경과)
태웅 :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거에요?
건우 : (망설이다가) 득구씨... 오늘.. 보라씨 떠나는 거.. 모르죠?
태웅 : (멈칫 보면)
건우 : 보라씨가 득구씨한텐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그래도 왠지 그럼 안될 거 같아서. 작별인사는 해야할거 아냐.
태웅 : (표정 그러다) ...어디로.. 간데요?
건우 : 우선 여행 다니겠다고 하더라구요. 어디라더라? (생각하다가) 라플란드?
태웅 : (표정)
건우 : 맞다. 라플란드라는 곳에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태웅 : (그럴 줄 알았어.. 쓸쓸한 미소가 감도는데)
건우 : 득구씨....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야.. 오늘 두시 비행기라고 했으니까... 빨리 가봐... 가서.. 마지막 인사라도 해요.
태웅 : (흔들리는 표정..)
건우 : 득구씨... 어서요.
태웅 : (망설이다가) ....안갈래요.
건우 : 왜요..!!!
태웅 : 다시 보라 보면... 이젠.. 못놔줄거 같아요.
건우 : (표정)
태웅 : (짐짓 웃는) 그러니까.. 안갈래요. 마지막 인사 같은건.. 안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웃는)
67. 병원 일각 (낮)
태웅과 같이 걸어가는 건우.
태웅 : ..크리스마슨데 뭐하실거에요?
건우 : ..보시다시피, 당직이에요. (웃고) 득구씨는요?
태웅 : 저는... 저는... (웃고) ...약속이 있어요.
건우 : ...약속..?
태웅 : 아주 오래전에 한 약속인데... 그동안 못 지켰거든요. 오늘... 지키러 가려구요.
건우 : (의아하게 보는데 삐삐가 울린다. 꺼내보고) ...그럼 그렇지. 왜 안부르나 했다.
태웅, 문득 삐삐를 유심히 본다.
# 삐삐를 쥐고 있는 태웅의 손. (1부)
태웅 : (그러다 멍하게 중얼거리는) ...012 220 0284
건우 : 네?
태웅 : (씩 웃으며) 그냥.. 옛날에 알던 삐삐 번호가 생각나서요.
건우 : (싱겁다는 듯 웃고) 그럼 잘 가요..
태웅과 건우, 인사하고 헤어진다.
태웅, 그렇게 가다가 문득 멈춰서는 표정. 태웅, 핸드폰을 꺼내서 번호를 눌러본다. 012-220-0284..
혹시나 싶은 표정으로 번호를 누르는 태웅.. 신호를 기다리는데... 신호가 가고 덜컥 메시지 단계로 넘어간다.
“호출은 1번 음성녹음은 2번입니다....”
태웅, 당황해서.. 전화를 끊어버린다. 어..?
그러다가 문득 전화기를 바라보는 태웅, 갸우뚱한.. 설마..? 생각하는 표정.
68. 공항 (낮)
보라와 득남 순자.. 작별 인사한다.
득남 : 나 다음달에 바로 쫓아갈테니까 터 잘 닦아놔라.
보라 : 오지마. 아빠 스파이 노릇 하러 오는거, 하나도 안반가워.
득남 : 흥. 거기 도착하면 바로 맘이 달라질걸?
순자 : 보라야.. 전화 자주 해야하는거... 알지?
보라 : 네..... 아빠.. 부탁드려요.
순자 : 회장님은 걱정하지마.
보라 : ...가볼게요. (득남보며) ...간다?
보라, 명랑하게 웃고 돌아서는데.. 금새 글썽해진다.
순자와 득남을 두고 멀어져가는 보라.
69. 놀이공원 (낮)
관람차가 돌아가고.. 아이들이 오가는 놀이공원.
태웅이 놀이공원에 들어선다. 옛날을 떠올리듯 놀이공원을 둘러보는 태웅....
# (1부 35씬)
비행기를 타고, 관람차를 타고, 놀이공원에서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모습들.
# (1부 38씬)
보라 : 어떻게 내 이름도 안물어볼 수 있어요? 나중에 가르쳐주나 봐라, 흥!!!
태웅, 빙그레 웃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산책 나온 가족들, 뛰어노는 아이들... 아장아장 걷는 아기... 즐거워하는 연인들...
그런 모습들을 둘러보다가.. 태웅, 하늘을 본다.
태웅(N) : 넌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70. 몽타주
-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태웅(N) : 마지막 인사도 못해준건... 미안.
- (1부 30씬) 활주로.. 어린 보라의 손을 잡는 태웅의 손.
- (13부 9씬) 거리... 보라의 손을 잡는 태웅.
태웅(N) : 다시 널 만나면.. 그땐 니 손을 절대 놓지 않을게.
- (7부 37씬) 키스하려던 순간의 보라.
태웅(N) : ... 사랑해.
- (13부 54씬) 성당 앞에서 키스하는 두 사람.
태웅(N) : ... 사랑해.
- 예뻤던 보라의 모습들 한 장면 마다.. 얹혀지는 “사랑해”
태웅(N)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수트케이스를 끌고 걸어가는 보라. 주머니에서 삐삐가 불을 반짝이며 울리고 있다.
그러나 모르고 그냥 입국대를 향해 걸어간다. 그런 보라의 얼굴 위로,
태웅(N) : 널.. 사랑해.
- 놀이공원. 하늘을 올려다보며.. 슬프게 웃고 있는 태웅의 표정 위로..
(E) : (삐.. 소리) 메시지가 녹음 되었습니다.
71. 놀이공원 (밤)
관람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웅.
매표소 직원이 슬쩍 태웅을 바라본다.
직원 : (안쓰럽다는 듯 보며) 이제 끝날 시간인데.. 어쩌나?
태웅 : (문득 돌아보면)
직원 : 보니까.. 아까 낮부터 기다리던데.. 여자친구 아직도 안왔어?
태웅 : (싱긋 웃으며) 안올거에요.
직원 : !! 아니, 안오는데 여태 뭐하러 기다렸어?
태웅 : ....그냥.. 이렇게 기다리면서 생각하는게 좋아서요.
직원 : 뭔소리여?! 아무튼 끝날 시간 다 됐으니까 이제 그만 집에 가셔. 추워.
직원, 돌아서 가고.. 나가달라는 장내 안내방송.
태웅, 씁쓸하게 관람차를 올려다본다. 그러다 돌아서 간다.
태웅,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소녀(소리) : 오빠!!!!
태웅, 멈칫 보면.. 중학생 여자아이가 고등학생 정도 되보이는 남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며 달려가 쫑알거린다.
그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는 태웅. 옛날 생각 떠올리며 걸어가는데....
보라(소리) : 오빠....!
태웅 : (멈칫 선다! .....돌아보지 못한 채.. 두근두근한...)
보라 : .....내가 늦었다고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태웅 : (천천히 돌아보는데... 보라가 서있다. 믿을 수 없는데...)
보라 : (눈물 고인 채 바라보는...)
태웅 : 보라야.. 니가.. 니가 어떻게....
보라 : (삐삐를 들어보인다)
태웅 : (표정...!)
보라 : (글썽해서) 바보... 기왕이면 여기 있다는 말도 해주지... 핸드폰도 없는데..
놀이공원 다 뒤지고 다니느라 힘들어죽는 줄 알았잖아!
태웅 : (글썽해서 보는)
보라 : (마주 보는)
태웅 : (짐짓 웃으며) ...오랜만이다, 꼬맹아.
보라 : 오빠도...
태웅 : (눈물 날 것 같은)
보라 : 오빠... 다시 만나면.. 이름 가르쳐준다고 약속했었는데... 기억나?
태웅 : (....끄덕하는)
보라 : (눈물고인) ....내이름은 김보라야. 오빠 이름은?
태웅 : (...본다)
보라 : (보는데)
태웅 : (....눈물 고이는) ....내이름은... 내 이름은.. (미소로 보라보는) 한태웅이야.
눈물 고여 보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눈쌓인 설원의 풍경이 길게 디졸브된다.
72. 설원(골프장) (낮)
눈쌓인 설원을 태웅과 보라의 모습... 점처럼 작게 보인다. 마치.. 라플란드 같은 느낌.
두 사람 손을 꼭 잡은 채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걸어가다가 마주 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1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