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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18
s#1.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난정, 술잔에 입술을 적시며 윤원형을 보고 쌩끗 웃어준다.
윤원형 : (애가 탄다)..난정아, 웃지만 말고 어서 네 마음을 열어다오.
난정 : 나으리, 평생 장가를 아니드시고 정녕 이년 만을 안해로 데리고 사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했다. 대장부가 어찌 일구이언하겠느냐?
난정 : 하오면 글로 적어 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윤원형 : 뭐라? 각서라도 써달란 말이냐?
난정 : 이날을 오래오래 기리기 위해 나으리의 글을 간직하고 싶어서이옵니다.
윤원형 : 허, 내 약조 했거늘 네 어찌 날 믿지 못하는 것이냐?
난정 : 나으리 마음이 그리 철석(鐵石)같다면 그깟 글월 몇자 적어주시는게 무엇이 어려워 그러시옵니까?
윤원형 : (잠시 생각하다)..오냐, 지필묵을 가져오너라.
(짧은 시간경과)
붓을 벼루에 찍는다.
윤원형, 종이 위에 <一片丹心> 이라고 쓴다.
윤원형, 그 밑에다 尹彦平이라고 휘갈기고 붓을 놓는다.
윤원형 : (종이 들어 보며) 일편단심이라, 내 죽는날까지 너를 향한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을것이야. (건네준다)
난정 : (받아들고 흡족하게 보며) 고맙사옵니다, 나으리. 일편단심이란 네 글자 가슴에 묻고 살겠사옵니다.
윤원형 : (난정의 손을 잡으며)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 오늘밤 네 머리를 올려주마.
난정 : (손을 슬쩍 빼며)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 허어, 이리 각서까지 써 줬거늘 대체 언제까지 내 애간장을 태울셈이더냐?
난정 : 비록 이년의 지체가 짧아 첩실이 될지언정, 부부지연을 맺는 일이옵니다. 청실홍실을 드리우지는 못할망정,
작수성례라도 치루고 싶사옵니다.
윤원형 : (의아) 작수성례?
난정 : 나으리께서 초가라도 한 채 마련해주시면, 제가 신방을 꾸며놓은 연후에 택일을 하여 나으릴 뫼시겠사옵니다.
윤원형 : (시무룩해지는)...
난정 : (표정 살피며) 나으리 어찌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시옵니까?
윤원형 : 내 당장이라도 고래등짝 만한 기와집 한 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만, 사정이 여의치가 못하구나..
난정 : 예?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하오심은...?
윤원형 : (큰 한숨 내쉬며 한잔 마신다)...
s#2. 자운아 기방 다른 방 안 (밤)
자운아, 앞에 앉은 옥매향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다. 뒷 편에 앉아있는 심퉁이.
자운아 : 뭬이야, 됴툥관댁 데련님이 너한테 손띠검을 했어?
옥매향 : ...
자운아 : 에미나아래, 고 성깔 다 어디간기야? 기래 손띠검하는대로 당하고만 있었드랬단 말이네? 기러고도 니가 내 딸 맞네?
옥매향 : ...
자운아 : 매향아, 니가 피양기생 망신 다 시킨기야!
옥매향 : (짜증) 오마니, 다 디나간 닐이니끼니 고만 둄 하시라요!
자운아 : 쯧쯧..턈, 못도 났다. (심퉁보며) 심퉁아, 정렴인디 뭔디 하는 후레댜식이 또 탸댜오면
하인들 시켜 다리몽둥일 꺽어 버리라우.
심퉁 : 예? 그래도 어찌 양반댁 도령님을..
자운아 : 내레 다 알아서 할테니끼니 넌 시키는데로 하라우, 알간?!
심퉁 : 예. 알았시유.
자운아 : (옥매향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일어서며) 난뎡인, 아딕 승후관 나으리 뫼시고 있네?
심퉁이 : 예.
자운아, 방밖으로 나가면 심퉁도 따라나간다.
옥매향, 앞에 놓인 분통을 휙-내던지며 분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문다.
옥매향 : ...!
s#3.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난정, 윤원형의 침울한 얼굴을 보며 말한다.
난정 : 하오면 나으리댁 큰서방님께서 빼돌린 재물 때문에 봉물짐을 변통치 못하게 되셨단 말씀이옵니까?
윤원형 : 그래 내 꾸지람 듣는건 상관없다만, 중전마마께 누를 끼치게 되었으니 이런 불충이 어디있단 말이냐?
난정 : (뭔가를 생각하는)...
윤원형 : 내 당장 살림집은 마련해 줄 형편이 못되니..난정아, 이 기방에서 첫날밤을 치루는게 좋을 듯 싶구나.
난정 : (눈을 반짝 빛내는)..나으리, 제게 다 생각이 있으니, 걱정마시어요.
윤원형 : (솔깃하여 보며) 무슨 생각..?
난정 : (쌩끗 웃으며)..제 말씀대로 하시면 중전마마께 칭찬도 들으시고 신방을 차릴 집도 마련하실 수 있을것이옵니다.
윤원형 : (눈이 번쩍 뜨이며) 오, 그래? (바짝 다가 앉으며)..어디 네 생각이 무엇인지 한번 들어보자구나.
난정 : (미소)...
s#4.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윤원형, 대문밖으로 나오고 그 뒤를 난정이 따라나온다.
윤원형 : (반신반의) 정녕 네 일러준대로만 하면 만사형통이 되겠느냐?
난정 : 십중팔구는 그리 될것이옵니다.
윤원형 : (결심한 듯) 오냐, 내, 이번 일이 잘 성사되어 집을 마련하는대로 기별을 하마.
난정 : 기다리겠사옵니다.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 : (사인교에 오르며) 가자.
임서방 : (교꾼들에게) 어서 뫼시게!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떠나간다.
골목길 한 편에서 길상이가 그 모습을 착잡하게 지켜본다.
길상 : ...!
s#5. 난정모 방 안 (밤)
난정모, 쾡한 눈으로 손에 든 옥패를 내려다 보고 앉았다.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 : 어머니, 왜 안 누워계시고..?
난정모 : (옥패를 넣으며 냉랭하게) 난정아, 왜이리 늦은게냐? 또 기방이라도 갔던게냐?
난정 : 예, 어머니.
난정모 : (보며) 뭐라?..너..
난정 : 기방 일,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오는거에요. 걱정마세요.
난정모 : 음!!..에미 말 명심하거라. 에미와의 약조를 어기고 또 한번 기방 출입을 하는 날이면 다신 이 에미 얼굴 볼 생각 마라.
난정 : 예...!
s#6. 대비전 외경 (밤)
중종의 옥교가 놓여있는 모습 위로.
중종(E) : 예에? 경빈이 회임을요?!
s#7.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중종에게 말한다.
자순대비 : 예, 감축드립니다, 주상.
중종 : (얼떨떨하다)..허, 회임이라니..
자순대비 : 어서 경빈처소에 걸음을 하시어 경빈의 회임을 경하해 주세요.
중종 : 하오나, 소자는 경빈이 장경왕후에게 행한 참혹한 일을 사죄하고 잘못을 뉘우치기 전에는
경빈전을 찾지 않으려 하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그런 일은 없었다고 누차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어찌 이 어미의 말을 못믿으시는겝니까?
중종 : 어마마마께오서 답 하실 일이 아니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왕실의 후사를 보시는 일입니다. 경빈이 중궁전에 석고대죄를 드리고 토혈까지 하여 심신이 지쳐 있을겝니다.
게다가 생부인 박별좌까지 원방부처를 당했으니 상심이 클겝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아비의 따뜻한 위로가
백첩의 탕재보다 약이 되는 법입니다.
중종 : ...
자순대비 : 주상, 이 어미의 말을 들어주세요. 이 나라의 종사지경을 위한 일입니다.
중종 : ...
s#8. 경빈 처소 방 안
중종, 자리에 앉으며 건너편에 서 있는 경빈에게 말한다.
중종 : 경빈, 또 회임을 하셨다구요? 참으로 경하할 일이요..
경빈 : (다소곳하게 앉으며) 모두가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시옵니다.
중종 : (보다가)...경빈은 과인이 경빈의 아비, 박별좌를 내쳤는데 과인이 야속하지 않으시요?
경빈 : 야속하다니요, 천부당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오히려 신첩은 전하의 성총에 보은하지 못하옵고, 구설에 올라
전하께 누를 끼친 아비의 죄가 황망할 따름이옵니다.
중종 : ...황망하다?!
경빈 : 예,
중종 : 과인이 경빈에게 물어 볼 말이 있소. 다 짐작하고 묻는 것이니 추호도 거짓 없이 말씀해 주셔야 하오.
경빈 :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 경빈, 생전의 장경왕후께서 원자를 잉태하였을 당시..
경빈 : (흠짓)...
중종 : ..잉태한 원자에게 불경한 짓을 한 적이 있으시오?
경빈 : ...
중종 : 허어, 과인이 묻고 있지 않소?
경빈 : (머리를 방바닥에 박으며) 전하, 신첩을 죽여주시옵소서!!
중종 : 허면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경빈 : 신첩, 전하의 성총을 입어 복성군과 혜순옹주, 혜정옹주를 두었사옵니다. 만약 이들이 위험에 처한다면
신첩은 목숨을 내던져 지킬 것이옵니다. 자식을 아끼는 어미의 심정을 잘 아는 신첩이 어찌..
그것도 장차 이 나라의 대통을 이으실 원자께 불경한 짓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신첩을 전하의 곁에서 찍어내려는 누군가의 모함이옵니다.
중종 : ...
경빈 : 하오나 전하께오서 사특한 간언을 쫓으시어 신첩의 죄를 추궁하시오니,
신첩, 전하의 신임을 잃고 더 살기를 바라지 않사옵니다. 전하, 부디 신첩의 목숨을 거두워 주시옵소서!
중종 : 정녕 그런 일이 없었단 말이오?!
경빈 : (서럽게 흐느낀다)..전하..흐흑흑...
중종 : (마음이 흔들린다)...그만 눈물을 거두시오..복중의 태아에게 좋지 못하오.
경빈 : ...흐흑...(흐느낌을 참아낸다)...
중종 : 지난번 토혈로 신기가 많이 허해졌을께요. 과인이 어의에게 일러 보약을 지어 올리라 할테니
태아를 위해 몸조리를 잘 하도록 하오. 특히 섭생에 조심하도록 하오.
경빈 : (감격)..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중종 : (일어서려는데)...
경빈 : (보며) 전하, 신첩의 곁에 좀 더 머물러 주시지 않겠사옵니까? 신첩이 천일주와 주안상을 마련하라 일러 두었사옵니다.
중종 : ....
s#9.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 앞에 앉아있고 엄상궁이 고하고 있다.
엄상궁 : 전하께오서 자비를 물리시고 경빈전에서 침수 드셨다하옵니다.
윤비 :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하게)..물러가 있게.
엄상궁 : 예.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윤씨, 이마를 괸 채 황촛불을 응시하는 얼굴위로.
윤씨(E) : ..후사...후사가 있어야 되는게야..후사가 없이는 중궁의 자리가 높다한들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야...
s#10. 백치수 사랑채 외경 (낮)
s#11.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연상위에 삼만냥짜리 어음이 놓여진다.
윤원형, 삼만냥짜리 어음을 백치수에게 건넨다.
백치수 : (윤원형을 보며) 이 어음을 모두 미곡으로 바꾸어 달라 이 말씀이시옵니까?
윤원형 : 그렇소이다. 백도주의 수결이 있으니 설마 마다하진 못할게요.
백치수 :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허나..당장 이 많은 미곡을 마련할 수 있을런지..
윤원형 : 얼마씩이라도 마련 되는대로 교동 파산부원군댁으로 실어보내 주시오.
백치수 : 그러겠사옵니다.
윤원형 : 아,참. 그러고 근처에 두어칸 짜리 초가 한 채만 얻어주시오.
백치수 : 집이요?
윤원형 : 예, 이왕이면 사람들 이목이 번다하지 않은 그런 집 말이외다.
백치수 : 허허, 그런 집을 찾으시는 것을 보니 소실을 들이실 모양이옵니다.
윤원형 : 맞소, 기생년 하나가 첩살일 하겠다고 어찌나 귀찮게 조르던지
내 장가도 들기 전에 소실부터 맞아들이게 됐소이다, 허허허!
s#12.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길상, 방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춰선다.
백치수(E) : 그 소실이 지난번 말씀하신 자운아 기방에 있는 기생아니옵니까?
윤원형(E) : 허허, 백도주가 족집게시구려. 맞소이다, 난정이란 아이외다.
길상 : (표정이 굳는)...!
방문쪽에서 헛기침 같은 인기척이 나면 재빨리 몸을 피해 숨는 길상.
방문이 열리고 윤원형과 백치수가 나온다.
백치수 : 쌀섬은 달구지로 실어 보내드리고 소실 맞으실 집은 조만간 마땅한 곳을 마련하여 기별을 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 허면 이 사람은 백도주만 믿고 이만 가보겠소이다.
백치수 :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이 대문쪽으로 가고 백치수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숨은 곳에서 나와 윤원형이 간 쪽을 심각하게 보다가 어디론가 휙-간다.
s#13.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과 달래가 툇마루에 앉아있다.
능금 : 뭐어? 난정이를 만나?!!
달래 : (끄덕) 난정언니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내 병수발을 드느냐고 못들어왔던게요.
능금 : (벌떡 일어서며) 그럼, 길상이가 나 몰래 난정이를 만났단 말야?!
달래 : (의아하게 보며)...?
능금 : (씩씩대며) 내 이년을 콱! (달래 휙 노려보며) 달래야, 난정이 사는 곳이 어디냐?!
(손 잡아 끌며) 나하구 당장 가자! 일어나!
달래 : 왜 이러오? 난정언니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능금 : (벼르며)...난정이를 나 몰래 만나고 다녔단 말이지?
s#14. 난정모 대문 밖 길
난정, 대문 밖으로 나온다.
길상, 뛰듯이 달려오다가 저만치 난정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난정, 반대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런 난정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길상의 얼굴위로.
길상(E) : 난정아, 너 승후관의 소실로 들어간다는 것이 정말이냐? 정말이냐구! 왜, 하필이면 소실로 들어가야하는게냐!
난정의 모습이 골목 너머로 사라지면 길상, 괴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고개를 푹 숙인다.
s#15.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 걸어와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박희량(E) : 낭자!
난정, 돌아보면 박희량이 난정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 (의아)..뉘신지요?
박희량 : ..날 모르시겠소?..지난 밤에 렴이와 함께 이 기방에 왔던 사람이오.
난정 : (그제야 생각났다)...하온데 제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박희량 : 낭자가 렴이의 이복동생이라고 들었소. 맞소?
난정 : (표정이 굳어지는)...?!
박희량 : 아,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내 낭자를 처음 본 이후로 쭉 낭자 생각을 해왔소..
낭자와 잠시 얘기라도 나눴으면 하는데 어떠하오?
난정 : 서방님이 뉘신지는 모르겠사오나, 이년은 천기이옵니다.
천기가 어찌 대낮에 양반댁 자제분과 나눌 말씀이 있겠사옵니까?
박희량 : ...?!
난정 : (위악적으로) 이년과 말씀을 나누고 싶으시면 나중에 기방으로 찾아오세요. 허면 이년이 술시중을 들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박희량 : ...나,낭자..
박희량, 돌아서다가 다시 난정이 들어간 대문쪽을 휙-돌아본다.
s#16. 자운아 기방 안채방안
난정, 자운아 앞에 앉아 말한다.
난정 : 아주머니, 저.. 당분간 기방에 나올수 없을 것 같아서..말씀 여쭈러 왔어요.
자운아 : 허면 너, 기생되갔다는 생갹 아듀 걷어버린 거이네?
난정 : ..아니오, 당분간만이에요..어머니 편찮으신게 나으실 동안만이요.
자운아 : 기래?..오마니 병수발 들갔다는데 어카겠어? 알갔어..그리 하라우.
난정 : 고맙습니다.
자운아 : 난뎡아, 디난밤에 니 니복 오라비 귀싸대기를 텼다믄서?
난정 : ...
자운아 : (픽 웃으며) 턈 댤 한기야. 고뎌 고런 불한당 같은 놈들한테는 뽄대를 보여줘야 나듕에 띡소리 못하는기야.
난정 : ...
자운아 : 난뎡아, 잘 알아두라우. 기방튤입하는 사내는 두부류 밖에 없는기야. 그 텃번떄가 풍류객 손님들이시고,
나머진 술튀한 개들이야. 개는 개터럼 다뤄야 하는기야, 내 말 무슨 뜻인듈 알간?
난정 : 예..
s#17. 동 기방 마당
난정, 안채 방쪽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가는데 아랫방 문을 열고 옥매향이 난정을 부른다.
옥매향 : ..난뎡아..
난정 : (멈춰서 보는)..
옥매향 : 너 댬깐 나 둄 보자우.
난정 : ...?!
s#18. 동 기방 아랫방 안
옥매향과 난정이 앉아있다.
옥매향,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고 머뭇댄다.
난정 : (보다가)..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지금 말하기 편치 않으면 나중에 보자..(일어서려는데)
옥매향 : ..난뎡아.
난정 : (돌아보는)...?
옥매향 : 우리 화해 하자우.
난정 : ...?!
옥매향 : ..우리 녜뎐처럼 다시 동무 하자우!
난정 : (냉랭하다)..지난 밤에 내가 널 도와줬던 일 때문이니?
옥매향 : ...
난정 : 그 일이라면 잊어버려, 널 위해서 한게 아냐...날 위해서 한 거야..
옥매향 : 난뎡이 니가 디난밤 도와뒀다고 니런 말 하는거이 아니야.
난정 : ...
옥매향 : 내레 기동안 댤 알디도 못하고 널 오해 했던거 같애...
난정 : 오해?
옥매향 : 기래, 내레 널 댤 몰랐어..기런데 어뎨밤 널 보니..가슴속에 매틴게 턈 많구나..
난뎡이 이 에미나이래 같은 텹실의 소실이디만 나하곤 뎡말 다르게 살아왔구나..기런 생각이 들었어..
난정 : ...
옥매향 : 기래, 우린 가는길이 다를디도 몰라, 아니 다를거이야..그티만 내레 널 닌정해 주갔어..
기러니..우리 다시 녜뎐터럼 동무로 디내자우...
난정 : ...
옥매향 : (보며)..난뎡아, 기렇케 해듈수 있갔니?
난정 : (보는)...
옥매향 : (간절히 보는)..난뎡아..
난정 : (미소)..매향아, 난 널 항상 내 동무로 생각해 왔어. 하늘아래 둘도 없는!
옥매향 : 뭐이, 그거이 뎡말이네?..내레 널 기렇케 모딜게 대했는데도?
난정 : (끄덕여주는)...나라도 그리 했을거야...
옥매향 : (울컥 안아주며) 고맙다, 난뎡아, 기동안 댤못했어...내레 속이 너무 둅아던기야..
난정 : (옥매향을 다독여주다가 품속에서 비취가락지를 꺼낸다)...이거 돌려줄게..
옥매향 : (글썽하는 눈물 닦으며) 기럴거없어, 그 비취 내레 됴금씩, 됴금씩 모아서리 너 듈려고 산거이야.
난정 : 뭐어?
옥매향 : 언뎨고 니가 내 곁에 돌아오면 끼워듀려고 사뒀던거이야..그 비취반지는 네 꺼이야..
난정 : (생각하다가) 그럼, 매향아 네 손으로 끼워줘..(비취가락지 내밀며)..자.
옥매향 : (보다가)...기래. (비취가락지를 받아) 자.
옥매향, 비취 가락지를 난정의 손가락에다 끼워준다.
난정 : (울컥하여 손가락의 비취를 본다)...고맙다 매향아.
옥매향 : 난뎡아, 니뎨 우리 다시 동무 된거이 맞디?
난정 : 그래, 매향아 우린 죽을때까지 변치 않는 동무야.
난정, 옥매향을 안아준다..옥매향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인다.
s#19.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쌀가마니들이 잔뜩 쌓여 있고,
그 주변으로 궁핍해 보이는 백성들 남녀노소가 손에 바가지, 부대자루등을 들고 와글거리고 있다.
임서방과 윤원형네 하인들이 쌀을 나누어주는 중이다.
윤원형 : 파산부원군 댁에서 중전마마의 뜻을 받들어 구휼미로 푸는것이요. 자 쌀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차례대로 받아가시오!
윤원로, 느릿하게 팔자걸음으로 걸어오다가 걷다가 대문 앞의 모습을 보고 놀라 후다닥 윤원형 앞으로 달려온다.
윤원로 : 아,아니. 이게 무엇하는 짓거리냐?!
윤원형 : 보면 모르슈? 곤궁한 백성들을 위해 구휼미를 푸는거요.
윤원로 : 너 미쳤느냐? 지금 우리 코가 석자나 빠졌는데 뭐, 구휼미를 풀어?
윤원형 :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겠소? 형님은 잠자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시오.
윤원로 : 뭐, 뭐라고?!
송서방, 쌀가마를 잔뜩 실은 소수레 몇대를 이끌고 온다.
윤원형 : (보고) 오, 잘왔네. 여기다 부리게.
송서방 : 예. 나으리.
송서방, 객주 짐꾼들을 지휘하여 쌀가마를 바닥에 부린다.
윤원로 : (어이 없게 보며) 허어, 참!
s#20.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윤원형과 윤원로가 앉아있다.
윤원로 : (윤원형 보고) 야, 이놈아. 가난구제는 나랏님도 못하는 것이라 했거늘, 네 어쩌자고 선심을 쓰는게냐?
네가 무슨 암행어사라도 된다더냐?!
윤원형 : 이게 다 우리 목숨 보중하자고 하는 짓이니, 출가외인께선 참견말고 물러나 계시우.
윤원로 : 아버님, 이 철딱서니 없는 놈한테 뭐라고 말씀 좀 내려주십시요.
윤지임 : (못마땅) 나도 모르겠다. 지가 알아서 한다니 맡겨놓을 수밖에.
윤원로 : 맡겨놓다니요?! 이러다가 쪽박차고 거적위에 나앉기 십상이요.
(윤원형에게) 이놈아, 곳간 열쇠 이리 내 놔! (열쇠꾸러미를 뺏으려 하고)
윤원형 : (열쇠꾸러미 감추며) 형님, 첩년 치마폭에 재물 퍼주는건 아깝지 않고, 곤궁한 백성들에 구휼하는건 아깝단 말이오?
윤원로 : 이놈아, 아무리 퍼 줘봤자, 고자 처갓집 간 꼬락서니지. 누구하나 우릴 고맙게 생각 할 줄 아느냐?!
윤원형 : 아, 형님, 빼돌린 만량을 메꿔 놓지 못할 바엔 내 하는대로만 보고 계슈.
윤원로 : 어려서부터 골통만 크고 재주는 메주같은 네 놈을 뭘 믿고?! 어서 곳간 열쇠 내놓지 못해?!
윤원로, 열쇠꾸러미를 뺏기 위해 윤원형에게 달려들어 옥신각신 실갱이를 하는데.
윤지임 : 이 놈들아 애비 눈앞에서 상투잡이라도 할 작정이냐?! 너희들이 이 애빌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아는게냐?!
곳간열쇠 이리 내 놔!
윤원형 : ..아버님...
윤지임 : 내 놓으래두! (열쇠꾸러미를 건네 받는다) 앞으로 재물은 애비가 간수할테니 그리들 알어?!
윤원로 : 아버님, 잘 생각하셨사옵니다.
윤지임 : 시끄러워!..애시당초 네 놈이 만냥을 빼돌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사단은 없었을거 아니냐?
윤원로 : ..그게 다 아버님을 기방에 뫼시면서...
윤지임 : 시끄럽다, 이놈! 고놈의 주둥이 좀 닥치지 못하겠느냐?
윤원로 : ...?!
윤지임 : (한숨) 이번 일이 잘 넘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s#21. 대비전 외경
s#22.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윤비가 앉아있다.
자순대비 : 중전, 늙은이의 좁은 소견일지는 모르나 왕실의 편에서 보자면
조정의 충신 열 명 보다도 한명의 왕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겝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비록 경빈이 중전께 잘 못한 바가 있더라도 관용을 베푸세요. 경빈은 왕손을 잉태한 몸이 아닙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께서 들어오신 후로 흐뜨러졌던 내명부의 기강이 바로 서고 법도가 잡혀졌습니다.
이제는 회초리를 거두시고 덕으로 허물을 덮어주는 아량을 베풀도록 하세요.
윤비 : 대비마마, 지금 내명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기강이 서고 법도가 잡힌 듯 보이나 속으로 곪아가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윤비 : 속으로 곪은 상처를 째어내지 않고 놔두면 언젠가는 생살이 썩어 들어가게 되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내명부의 기강을 말씀하시는 중전께서 이 시어미의 말은 내치려하시는 겝니까?!
윤비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대비마마.
자순대비 : 내 중전을 탓하려는게 아니에요, 허나 이제는 중전께서도 대군을 생산하시는 일에 더 마음을 쓰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내 말을 명심하세요!
윤비 : 예..대비마마..
s#23. 경빈 처소 방안
경빈 앞에 금이가 앉아있다.
금이 : 중전마마께오서 대비전에서 꾸지람을 듣고 계시겠지요?
경빈 : (비웃음)..그러실게다.
금이 : 마마, 그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요?
경빈 : (손으로 배를 만지며) 이 복중에 용종이 자라고 있는 한 내게 함부로 하진 못하실게다. 호호.
금이 : 예.
경빈 : 내 이번엔 반드시 복성군에게 왕자 아우를 보게 해야 될 것이니 전국 명산 대찰에 산천기도를 올릴 채비를 차리도록 해라.
금이 : 예, 마마..하온데 지난번 마마께오서 토혈을 하신 연후로 복성군께오서 변하셨사옵니다.
경빈 : 변하다니? 어떻게 말이더냐?
금이 : 잘 웃던 웃음도 웃지 않으시고 나인들에게 역정을 내시고 호통치시는 일이 잦아지셨사옵니다.
경빈(E) : (희미한 미소위로) 암, 그래야지. 원자를 밟고 대위에 오르시려면 복성군께서도 모질어 지셔야 합니다...호호.
s#24. 후원 연못가 일각
복성군, 난간에 걸터 앉아 피묻은 한삼 수건을 내려다 보고 있다.
복성군, 손으로 핏자국을 쓸어보며 글썽 눈물짓는 얼굴위로.
s#25. 후레쉬 백(15회 s#16의)
경빈, 피묻은 한삼을 전해주며 복성군에게 피맺힌 부탁을 한다.
경빈 : 언제고 복성군의 마음이 흐뜨러지거나 약해질 때마다 이것을 꺼내보며 이 에미를 생각하시오!
피를 토하는 에미의 한을 생각해 주시오!
경빈 : 미야, 넌 꼭 보위에 올라야 한다. 보위에 올라 이 어미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해!!
s#26. 동 후원 연못가 일각
복성군, 한삼수건을 움켜쥐며 뭔가 결심하는 듯 입술을 깨무는데.
오상궁(E) : 중전마마 납시오-
복성군, 흠짓 정신을 차리고 돌아본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복성군쪽으로 걸어온다.
복성군, 황급히 한삼수건을 소매춤에 감추고 조아린다.
윤비 : (미소) 복성군은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고 있는게요?
복성군 : (움찔)..일전에 배운 시경의 구절을 되새기고 있었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복성군의 소매자락에서 삐죽 나온 피묻은 한삼을 보고)..소매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이요?
복성군 : 아,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윤비 : 이리 내어보오.
복성군 : (곤혹스럽게 보다가 어쩔수 없이 한삼을 꺼내 두손으로 바친다)...
윤비 : (피 묻은 한삼을 보고 움찔하는)...!
복성군 : ('호통이 떨어지는가?')...
윤비 : (표정 수습하며)...복성군은 총기가 뛰어나다고 들었소.
모쪼록 부지런히 학문과 덕을 닦아 전하의 장자로서 본보기가 되어주시오.
복성군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이 수건은 중궁전 나인들에게 깨끗이 빨게 하여 돌려 드리도록 하리다.
복성군 : (당황하여)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어찌..더러운 수건을..?
윤비 : (미소) 내 배로 낳지는 않았지만 복성군은 내게도 큰아드님 아니오? 에미가 이 정도를 못해주겠소?
윤비,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간다.
복성군, 조아렸던 고개를 들고 윤비의 뒷모습을 원망스럽게 노려본다.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피묻은 한삼수건을 노려 보고 있다.
윤비(E) : 이럴수가 이럴수가, 이건 분명...분명...허,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엄상궁(E) : (방밖에서) 중전마마, 상감마마 납시셨사옵니다.
윤비 : (생각에서 깨어나 한삼을 치우며) 어서 뫼시어라.
엄상궁(E) : 예.
윤비, 몸을 일으키면 방문이 열리고 중종이 들어온다.
윤비 : (조아리며) 전하, 어서 납시옵소서.
중종 : (상석에 앉으며 미소) 과인이 중전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왔소.
윤비 : (앉으며) 예에?
중종 : 조금 전 한성판윤이 올린 장계를 보았소. 파산부원군댁에서 구휼미를 풀었다 합디다.
윤비 : (영문 몰라) 예에? 구휼미라니요?
중종 : 일전에 부원군댁에서 하례물로 받은 봉물짐들을 과인이 모두 돌려주라 하지 않았소?
헌데 그 봉물짐을 미곡으로 바꿔 궁핍한 백성들에게 구휼미로 나누어 주었답디다.
윤비 : ...하오면 신첩의 사가에서 어명을 어겼단 말씀이옵니까?
중종 : 아니오, 아니오, 현명한 처신을 하시었소. 하례물로 받은 봉물을 사사로이 쓸수도 없는 처지에서
어떻게 할지 과인도 궁금하였었는데 구휼미로 나누워 줬다니 참으로 현명한 처사였소.
윤비 : ...!!
중종 : (미소) 이번에 둘째 처남이 좌찬성 김전의 손녀딸과 혼례를 올린다지요?
윤비 : 예.
중종 : 둘째 처남이 술을 좋아한다니, 이번 일을 잘 처리한 상급으로 과인이 어사주를 내릴까하오. 허허.
윤비 : 망극하옵니다.
중종 : (보며)..중전...과인은 누가 뭐래도 중전을 믿소.
윤비 : ...!
s#28. 경빈 처소 방안
심정 앞에서 복성군이 <大學>을 펴놓고 뜻을 새기고 있다.
경빈, 발 너머로 흐뭇하게 지켜본다.
심정 : 백성의 어버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옵니까?
복성군 : 무릇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불어 좋아하고 그 싫어하는 바를 베풀지 않을 때
백성들은 군주를 어버이처럼 따른다는 것이옵니다.
심정 : 잘하시었사옵니다..
경빈 : 호호, 내 배로 낳았다고는 하나 복성군의 글공부하는 모습을 뵈니 참으로 총기가 넘치시는구려.
복성군 : 과찬이시옵니다. 어마마마.
심정 : 하나를 일러드리면 열을 깨닫는 분이니 오히려 신의 미천한 학문의 바닥이 드러날까 걱정이되옵니다.
경빈 : 무슨 말씀을요?
심정 : ...
경빈 : 오늘 공부는 이만 파하도록 하시지요..
심정 : 예.
경빈 : 복성군, 어미가 화천군대감과 나눌 말씀이 있으니 먼저 일어나세요.
복성군 : 어마마마..
경빈 : 왜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오?
복성군 : ..아,아니옵니다..하오면 소자는 이만 물러가옵니다. (방문밖으로 나간다)
경빈 : 화천군대감께서 복성군이 지닌 왕재를 탁마해 주세요.
심정 : 예. 신명을 다 바치겠사옵니다.
경빈 : 화천군 대감 이리 가까이 내려 오시지요.
심정 : 예에?...(곤혹스럽지만 발을 걷고 들어와 경빈 앞에 앉는다)
경빈 : (패물 꺼내며) 받으세요,
심정 : 마마..
경빈 : 괜찮습니다. 화천군대감의 정부인께 드리는겝니다. 이 사람 안부도 전해주시고요.
심정 : (조아리며) 황감하옵니다..
s#29. 경빈 처소 마당
심정, 일각문 쪽으로 나가는데 희빈과 창빈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들어온다.
심정, 흠짓 놀라 비켜서면 희빈과 창빈, 고개를 돌리며 지나쳐간다.
심정, 희빈과 창빈 일행이 지나가면 재빨리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창빈, 의아하여 일각문쪽을 돌아보는데.
희빈 :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재물을 싸들고 와서 경빈에게 줄을 대려는 조정인사일게요.
창빈 : ...?!
s#30. 동 경빈 처소 방안
경빈, 희빈,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둘러 앉았다.
경빈 : 고맙습니다, 이 사람의 회임을 경하해주시러 이리 발걸음을 해주시다니요.
희빈 : (농담반, 진담반) 경빈, 참으로 용하기도 하시오. 이 노구에 회임을 하시다니요?
경빈 : 노구라니요?
희빈 : 옛말에 기생나이 스물이면 환갑이요, 후궁나이 서른이면 진갑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경빈 : 호호..그랬던가요?
창빈 : 태몽을 무엇을 꾸셨습니까?
경빈 : 별다른 꿈을 꾸지는 않았습니다..전하께오서 대신 꾸어주셨는지 나중에 드시면 여쭤봐야겠습니다.
희빈 : (시샘) 모쪼록 왕자를 생산하시길 바라오.
경빈 : 호호, 두분께서는 아드님을 두분씩 두시어 내심 부러웠었는데 이제야 그 한을 푸나보옵니다.
창빈 : (힐끔 바라본다)...
s#31. 중궁전 마당
윤원형, 중궁전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위로.
엄상궁(E) : 마마, 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E) : 뫼시게.
s#3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비 : 봉물짐을 미곡으로 바꿔 백성들을 구휼한 것은 참으로 잘하신 일이옵니다.
윤원형 : 마마, 신 황감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전하께오서 크게 흡족 하시어 오라버니 혼례일에 어사주를 내리시겠다고 하셨사옵니다.
윤원형 : 어,어사주를요?!
윤비 : 오라버니, 혼례날이 내달 초이틀이라고 하셨지요?
윤원형 : 예, 함진애비를 통해 혼서지와 혼수물목을 보냈사옵니다. 신도 전하의 예를 쫓아 친영을 할까 하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예, 마땅히 그래야지요..오라버니의 처가가 되실 가문은 삼한갑족의 가문이라 들었사옵니다.
오라버니의 안해 되실 분은 좌찬성 김전대감의 손녀이시고, 전하의 총애를 받고 계신 이조참판 김안로 대감의
질녀 되시는 분 아닙니까? 사돈댁에 책 잡히지 않도록 몸가짐을 바로하셔야 할 것 입니다.
윤원형 : 마마의 말씀,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윤비 : 장가를 드시면 기방출입은 금하시고 글공부에 더욱 힘을 써 과거에 입격하시어야 합니다.
윤원형 : 명심하겠사옵니다.
s#33. 대궐 일각
윤원형, 싱글 벙글하여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 (갸웃하며) 거 참 신기한 일일세, 모든게 난정이 말대로 딱딱 떨어지니 말씀이야?
생각하는 윤원형의 얼굴위로.
난정(E) : 나으리께서 지니신 삼만냥 중에서 살림집을 한 채 마련하시고 나머지는 미곡으로 바꿔 구휼미로
가난한 백성들에게 풀어주시옵소서.
s#34.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밤, 윤원형 회상)
윤원형이 난정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윤원형 : 모조리 다 말이냐?
난정 : 예, 사흘 밤낮으로 구휼미를 아낌없이 풀어야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난정아, 네가 제정신이냐? 나보고 그런 미친 짓을 하라고?
난정 : 미친짓이 아니옵니다. 요즘 같은 세상 인심에 구휼미를 푼다면 반드시 장안에 떠들썩하게 소문이 날터이고
상감마마께 장계가 올라갈 것이옵니다.
윤원형 : 장계라?!
난정 : 허면 상감마마께오서 전후사정을 살피신 연후에 나으리의 현명함과 덕행을 칭찬하실 것이옵니다.
혹시 아옵니까 전하께오서 어사주라도 내리실지요?
s#35. 대궐 일각
윤원형, 걸어가는 얼굴위로.
윤원형(E) : 허, 난정이가 총기가 뻗친 애구먼...어쩐다, 혼례를 치루기 전에 난정이와 합궁부터 해야 할터인데...
윤원형, 바쁘게 걸어간다.
김전과 김안로가 걸어오다가 윤원형의 뒷모습을 본다.
김안로 : 아,아니?..숙부님, 저 사람이 며칠후면 손주사위가 될 파산부원군댁 둘째 자제이옵니다.
김전 : 문식도 짧고 파락호나 진배없다던데 난 영 마땅치가 않구나?
김안로 : 중전마마의 오라버니되는 자이니 가문에 해가 될 일은 없을것이옵니다.
김전 : ..음!!
김안로 : 숙부님께오서 이번에 우의정으로 승차를 하실테니 집안에 경사가 겹쳤사옵니다.
김전 : (싫지 않은)...
s#36. 남소문 객주 외경 (밤)
s#37. 동 객주 아랫방 안 (밤)
능금과 달래, 이불속에 잠들어 있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능금의 얼굴위로.
능금(E) : 길상이를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구미호같은 기생년이든, 난정이한테 뺏기고 말거야...어떡하지...?
하는데 방밖에서 비틀거리는 발자국 소리.
s#38. 동 객주 마당 (밤)
길상, 술에 취한 비틀 걸음으로 마당으로 들어온다.
능금, 아랫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길상을 보고 뛰어가 부축한다.
능금 : 길상아, 웬 술을 이리 마셨어? (혹시?) 너 또 그 기방에 갔던거야?!
길상 : 아냐, 능금아..나 혼자 마셨어...
능금 : 들어가, 사람들 깨기전에.
능금, 길상을 부축하여 옆방 안으로 들어간다.
s#39. 동 객주 옆 방 안 (밤)
능금, 길상을 부축하여 방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방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능금 : (길상 보며)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이리 마셔?!
능금, 이불을 펼쳐 길상 위에 덮어준다.
길상, 그대로 잠에 빠져든다.
능금, 길상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려다가 멈칫선다.
능금 : (길상을 돌아보며)...!
능금, 뭔가 생각하다가 결심했다는 듯 저고리 고름을 풀고 치마끈을 푼다.
능금, 속치마 차림으로 길상이 누워있는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능금, 길상의 목을 꽉 끌어안는다.
길상, 숨이 막히는지 뒤척이다가 안겨있는 능금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길상 : 느,능금아..너 뭐하는 거야?!
능금 : (길상을 더욱 끌어 안으며) 길상아...나 좀 안아줘.
길상 : 능금아, 얘가 왜 이래?!
길상, 능금의 팔을 억지로 떼어놓고 일어나 앉는다.
길상 : 너 이게 무슨짓이야, 엉?!
능금 : 어차피 가시버시가 될 사인데 어때?
길상 : ..가시버시?..능금아..
능금 : 그럼 넌 나를 배필로 생각한게 아니었어?
길상 : ...
능금 : (옥가락지 낀 손을 내밀며) 그럼 이건 뭐야?! 정인의 정표로 니 손으로 끼워줬잖아!
길상 : 능금아, 난 널 친동생같이 생각해..달래처럼 말이야..우리 어릴 때 처럼 오누이처럼 지내자!
능금 : 싫어! 난 그리 못해! 내 마음속에 길상이 널 꼭 내 신랑으로 새겨놓았어!
능금,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들고 방밖으로 뛰쳐나간다.
길상 : 능금아!...(한숨을 푹 내쉰다)...
s#40. 난정모 집 마당 (낮)
난정, 맷돌을 돌리고 있는데 대문안으로 들어오는 임서방.
임서방 : 난정아..우리 작은 서방님께서 좀 보자 하신다.
난정 : ...!
s#41. 어느 초가 마당
윤원형, 툇마루에 걸터 앉아있는데 임서방이 난정을 데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윤원형 : (일어서며) 오, 난정아..내 너를 얼마나 보고싶었는 줄 아느냐?
난정 : ..이 집이옵니까?
윤원형 : 그래, 비록 초가여도 아담한게 신방을 차리긴 그만아니더냐?
난정 : (둘러보며)..예..제가 도배라도 새로한 연후에 택일하여 나으리를 뫼시겠사옵니다.
윤원형 : 오냐, 오냐..헌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거라..알겠느냐?
난정 : ...
s#42. 대궐 빈청 안
홍경주, 남곤, 영의정 정광필, 좌찬성 김전이 앉아있다.
홍경주 : 허어, 이게 말이 되는 처사이옵니까? 어찌 이번 우의정에 좌찬성대감이 낙마를 하실수가 있단 말이옵니까?
김전 : (침울하다)...
정광필 : 이 사람은 분명 좌찬성대감을 천거를 하였사오나, 전하께오서 결정하신 일이니..어찌하겠소이까?
남곤 : 이번에 안판서가 좌찬성을 제치고 우의정으로 승차한 것도 사림들이 안판서를 밀었기 때문이외다.
홍경주 : (탁자위의 기별지-朝報-를 들어보이며) 삼사가 온통 조광조의 패거리로 채워지고 있소이다.
이들이 의정부 정승의 인사까지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말씀이오!
안당과 이장곤이 빈청안으로 들어온다.
남곤 : (못마땅하게 보며) 허어, 우의정대감께서 오시는구려.
안당 : (김전에게)..대감, 자격도 없는 이 사람이 우의정이 되어 송구스럽사옵니다.
김전 : ..이 사람이 부덕한 탓이니 누굴 탓할 것 없소이다.
홍경주 : (안당보며) 자격이 없는걸 아신다면 스스로 사직을 청하시는게 도리 아니겠소이까?
이장곤 : 남양군대감, 전하께오서 결정하신 일이요! 그렇게 못마땅하시면 전하께
이번 인사에 잘못됨을 주청드리면 될게 아니외까?!
홍경주 : 뭐요?
이장곤 : 전하 앞에선 지당합소이다만 외우지 마시고 당당히 의견을 개진하라 이 말씀이외다.
왜요? 전하의 눈밖에 날까봐 두려우십니까?
남곤 : 저,저...
김전 : (연상 쾅 치고 일어나서 빈청 밖으로 나간다)...
s#43. 갖바치 마당
당골네, 주변을 둘러보며 갖바치 방쪽으로 다가와 방문에 귀를 대고 엿듣는다.
s#44.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조광조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 중이다.
갖바치 : 세간에 나으리에 대한 좋지 못한 말들이 떠돌고 있사옵니다.
조광조 : 이 사람도 잘 알고 있소이다. (미소) 성급한 개혁론자다. 너무 이상에만 치우쳐 현실을 살피지 못한다.
심지어 혹자는 장유유서도 모르는 버릇없는 자라고 까지 한다는것도.
갖바치 : 아시면서, 왜? 나으리..불 같은 성정을 누그러뜨리시옵소서..불은 모든걸 태워 버리옵니다.
모든게 타버리린 땅에서 다시 싹이 트려면 오랜 세월이 흘러야 되옵니다..부디 자중하시옵소서.
조광조 : ...!
s#45. 동 갖바치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당골네 보고) 아주머니, 뭐하세요?
당골네 : (놀라 방문에서 떨어지며)..아,아니다. 갖바치 아저씬 손님하고 말씀중이시다.
난정 : 오늘은 갖바치 아저씨가 아니라 아주머닐 뵈러 왔어요.
당골네 : (의아) 나를?
s#46.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난정, 당골네를 빤히 보다가 말한다.
난정 : 아주머니, 내 수발을 들어주실수 있으세요?
당골네 : 수발이라니?
난정 : 비밀을 지키실 수 있다면 후히 사례하겠어요.
당골네 : 사례?..비단옷이라도 한 벌 맞춤해주려느냐?
난정 : 비단신까지 맞춤해 드릴게요.
당골네 : 증말?
난정 : 대신 비밀은 꼭 지키셔야 돼요!
당골네 : 그러엄! 비단옷이 생기는 일인데 요 주둥이에 자물통을 채우마.
s#47. 동 갖바치 대문 앞
갖바치, 조광조를 배웅하고 있다.
조광조의 뒷모습이 멀어지면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갖바치.
s#48. 동 갖바치 마당
갖바치, 마당으로 들어오는데 아랫방 안에서 난정과 당골네가 나온다.
갖바치 : (보고 놀라) 아,아니..난정아..네가 와 있었드냐?
난정 : 예, 지난번 맞춤한 운혜를 찾으러 왔다가 손님이 계시다길래 기다리는 동안 아주머니가 차 한잔 주셨어요.
갖바치 : (당골네를 슬쩍 노려보면)...음!
당골네 : 나,난 난정이한테 들은 말도 없고, 한 말도 없소..(부엌쪽으로 가버린다)
난정 : (미소) 아저씨, 제 운혜는요?
갖바치 : ..오냐, 다 됐으니 가져다 주마. (작업대 쪽으로 간다)
난정 : (당골네 쪽을 보면)..
당골네 : (부엌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끄덕여준다)
s#49. 중궁전 외경
윤비(E) : 어서오세요, 창빈.
s#50.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창빈을 자애로운 미소를 본다.
윤비 : 창빈, 오늘은 안색이 안좋아 보이시는구려?
창빈 : 마마, 신첩이 낮에 화천군 대감께서 경빈전에서 나오시는 걸 봤사옵니다.
윤비 : 화천군이라면 복성군의 공부를 가르치시는 분 아니요?
창빈 : 예, 하온데 복성군의 방이 아니라 경빈의 방에서 나오시었사옵니다.
윤비 : 경빈의 방에서?
창빈 : 예, 혹시나 그 일로 후궁전 모두가 구설에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이옵니다.
윤비 : ...음!
창빈 : 더군다나 화천군이 복성군에게 왕세자 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 하옵니다.
윤비 : 뭬요?!
s#51. 중궁전 마당
오상궁이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금이 : (오상궁쪽 살피며 낮게) 중전마마께오서 또 무슨 일로 찾으실까요?
경빈 : (미소) 염려할거 없다. (배를 내려다보며 쌩끗 웃는)
s#5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아있는 경빈을 바라본다.
경빈 : 중전마마, 일전에는 신첩 몸이 불편하와 부르심에 답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신첩의 불충을 용서하시옵소서.
윤비 : 회임중이라 그럴수도 있었겠지요.
경빈 : ...?!
윤비 : 경빈, 요즘 복성군이 무슨 책을 읽고 있소?
경빈 : 예에?
윤비 : 화천군대감이 복성군에게 왕세자의 도를 가르친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요?
경빈 : (하얗게 질리며) 마마, 원자께오서 계시온데 신첩 어찌 감히 그런 역심을 품겠사옵니까?!
윤비 : 역심?! 역심인줄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한단말인가?!
경빈 : 신첩,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이 없사옵니다.
윤비 : (한삼수건을 꺼내 휙- 내던진다)..허면 이것은 무엔가?
경빈 : (방바닥에 떨어진 한삼을 보고 경악한다)...?!!
윤비 : 되먹지 못하게 토혈한 흔적을 복성군에게 간직하라 한 뜻은 무엇인가?!
폐주 연산의 전철을 밟아 조정에 피바람을 일으키려 하려는게냐?!
경빈 : (부들부들 떤다)...!!
윤비 : 내가 중궁의 자리에 있는한 그 누구도 원자를 밟고 세자에 책봉되지는 못할 것이야, 내 용납지 않을것이야!
정녕 복성군을 아낀다면 분에 맞게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할것이야!!
경빈 : (숨이 턱 막힌다)....
s#53. 경빈처소 마당
경빈, 굳은 표정으로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일각문을 들어온다.
경빈, 댓돌위로 오르려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쥔다.
경빈, 고통을 참지 못하고 댓돌 밑으로 굴러떨어진다.
금이 : (부축하며) 마마,마마..정신차리시옵소서!
상궁나인들이 다급하게 경빈을 방안쪽으로 옮긴다.
s#54. 갖바치 마당
당골네, 살금살금 대문쪽으로 나가는데.
방백인 : (뒷곁에서 허리춤을 잡고 나오다 보고) 이 여편네야! 또 어딜 나가려고?!
당골네 : (어색한 미소) 임자..언제 오셨소?
방백인 : 이 여편네가 바람이 들었나? 요즘들어 허구헌날 어딜 그리 쏘다니는게야!
당골네 : 내 비단옷 한 벌 입고 싶어 그러오.
방백인 : 뭐어? 비단옷?! 거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 말고 방으로 들어가. 오늘부터 금족령이야.
당골네 : 금족령이라니? 내 발 가지고 왜 내 맘대로 못다닌단 말이오?
방백인 : 시끄러! 잔말 말고 들어와서 어깨나 주물러.
당골네 : (한숨 폭)..에휴, 내 팔자야...알았소..
방백인 : (앞장서서 방쪽으로 가는데)..
당골네 : (방백인 눈치를 보다가 대문 밖으로 후다닥 도망친다)
방백인 : 야, 이 여편네야, 거기 못 서!
s#55. 남소문 초가 마당
난정, 부엌에서 나오는데 당골네가 대문안으로 허겁지겁 뛰어들어온다.
난정 : 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당골네 : (숨고르며) 아니다, 아무것도..
난정 : 아주머니, 마침 잘 오셨어요. 이 길로 교동 부원군댁에 가셔서...작은서방님한테 오늘 밤 해시에 들르라고 전해주세요.
당골네 : 그래, 알았다..(대문쪽으로 가다가 멈춰서서) 헌데 난정아, 이번 일만 잘 성사되면 비단옷은 틀림없는거지?
난정 : ..믿으세요.
당골네 : (쌜쭉 웃으며 대문밖으로 나간다)...오냐,오냐.
s#56. 윤원형 집 사랑방 안
윤원형, 흐뭇하게 웃는 얼굴위로.
윤원형(E) : 드디어 내일이면 이 윤원형이가 장가를 들어 면총각을 하는구먼! 허허허.
임서방(E) : 서방님!
윤원형 : 무슨 일이냐?
임서방(E) : 웬 아낙이 서방님을 뵙자 합니다요.
윤원형 : (돌아보며)...?
s#57. 동 윤원형의 사랑방 밖 마당
윤원형 대청에 서서 마당에 선 당골네를 내려다 본다.
윤원형 : 누구신가? 나를 아시는가?
당골네 : 오래전에 뵙습지요..갖바치 댁에 중전마마의 사주를 물으러 오셔서..그때..
윤원형 : (갸웃하다가)...오, 그래! 헌데 내집엔 무슨 일로?
당골네 : 난정아씨의 전갈을 가지고 왔습죠.
윤원형 : 난정이?!
당골네 : 예...작수성례 채비가 끝났다고 오늘 밤 해시에 들르시랍니다.
윤원형 : 그,그래?!..해시라,해시..오냐, 알았네.
s#58. 어느 초가 마당
난정, 부엌에서 나오는데 당골네가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 난정아, 승후관 나리께서 해시에 맞추어 오신단다.
난정 : 음식은 대충 차려놨으니 됐고, 나를 도와주세요 아주머니.
s#59. 동 초가 광 안 (밤)
난정, 욕통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있다.
당골네, 난정의 등판을 닦아주고 있다.
당골네 : (감탄)..하이고, 요 살결 매끄러운 것 좀 보게. 파리가 낙상하겠어..부럽다, 부러워.
난정 : ...
s#60. 동 초가 방 안 (밤)
난정, 경대를 보며 화장중이다. 분을 바르고 입술에 연지를 바른다.
난정, 입술로 한지를 물어 입술의 붉은 빛을 고르게 다듬는다.(DIS)
난정, 손가락에 옥매향이 준 비취 가락지를 낀다.(DIS)
난정, 당골네의 도움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옷을 차려 입는다.(DIS)
난정, 틀어올린 머리에 비녀를 꽃는다.
당골네 : (감탄하며) 양귀비가 환생을 한 것 같네.
난정,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쌩끗 웃는다.
s#61. 윤원형 집 안채 사랑방 안 (밤)
보료위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윤원형의 모습 위로.
윤원형(E) : 허, 이걸 어쩐다..내일 혼례 치룰 놈이 오늘밤 첩실하고 작수성례를 치룰수도 없고...
양손에 떡을 들고도 먹지를 못하니...허, 그거 참.
윤원형, 갈등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벌떡 일어선다.
s#62. 윤원형집 대문 앞 (밤)
윤원형, 살금살금 대문을 열고 나와 길쪽으로 내려가는데 윤임과 김안로의 사인교가 온다.
윤원형 : (사인교와 마주치자 깜짝 놀란다) 수,수,숙부님?!
윤임 : (윤원형 보고) 허 이사람, 우리가 어찌 올지 알고 마중을 나오셨는가?
윤원형 : 예에?
김안로 : 허허, 혼례를 앞둔 새신랑께서 야심한 밤에 어딜 가시려는가? 기방에라도 가려던 참인가?
윤원형 : 그,그런게 아니옵고...
윤임 : 자, 들어가세. 혼례 전날이니 술이나 한잔 마시며 덕담이나 해주러왔네.
윤원형 : 그,그럽지요.
윤임집사가 '이리오너라-'를 외치며 앞장서면 윤임과 김안로의 사인교가 대문쪽으로 올라간다.
윤원형도 어쩔수 없다는 듯 그 뒤를 따른다.
s#63. 어느 초가 마당 (밤)
당골네, 대문 밖을 기웃거리고 있다.
당골네 : (갸웃거리며) 거, 참 이상하네? 내 분명 시를 제대로 일러줬는데?
난정(E) : 아주머니-
당골네 : (방쪽을 돌아보고 쪼르르 달려간다)
s#64. 동 초가 방 안 (밤)
당골네 :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보며) 왜?
난정 : 나으리께서 좀 늦으시는 것 같으니 음식 식지 않게 데워 놓으세요.
당골네 : 그리하마. (방문 닫는다)
난정 : (뭔가 불안한 표정)...
s#65. 윤원형집 안채 사랑방안 (밤)
윤원형과 윤임, 김안로가 술상 앞에서 권커니 잣커니 마시고 있다.
김안로 : (윤원형에게) 자 한잔 받게.
윤원형 : (두손으로 받으며) 예, 대감.
김안로 : (농조) 자네 혼례를 치루고 나면 기방 출입 좀 삼가게. 만에 하나 내 조카딸이 독수공방 한다는 소릴가 들리면
내 자넬 가만두질 않을게야.
윤임 : 허허, 걱정할 것 없소이다. 원래, 조카같은 난봉꾼이 혼례를 올리면 안사람 한테 잡혀 지내는 법 아니오이까?
윤원형 : 예, 이놈 처갓집 말뚝뿐 아니라 빗자루엔들 절을 못하겠사옵니까?
김안로와 윤임이 껄껄대고 웃는다.
윤원형(E) : (웃음 짓는 얼굴위로) 허, 이거 어쩐다..벌써 이경이 넘었지 않은가?!
윤임 : (술주전자 들며) 자 내 술도 한 잔 받게.
윤원형 : 예, 그리합죠. (술잔을 내민다)
s#66. 달(INSERT)
s#67. 어느 초가 부엌 안 (밤)
당골네, 음식상이 펼쳐진 아궁이에 기댄채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s#68. 동 초가 방 안 (밤)
난정, 한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입술을 깨물며.
s#69. 윤원형 안채 사랑방 안 (밤)
윤원형, 대취하여 보료위에 누워서 코를 골아댄다.
임서방, 하인들을 거느리고 술상을 치우고 있다.
s#70.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낮)
임서방, 안장을 채운 당나귀의 고삐를 쥐고 있다.
봉물짐을 짊어진 하인들이 그 옆에 서있다.
열린 대문 안쪽에서 윤원로가 앞장서고 그 뒤로 사모관대를 입은 윤원형과 윤지임이 따라나와 계단을 내려온다.
윤지임 : 행여나 사돈댁에 결례를 범해서는 아니된다.
윤원형 : 아이 참, 아버님도 제 나이 이제 복숭아 털을 벗었사옵니다.
윤원로 : 걱정 마시옵소서, 소자가 우둔한 아우를 챙기겠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잘 다녀오너라.
윤원로 : 쯧쯧..이거야 원 새신랑이 아니라 꼭 홀애비 새장가 드는 꼬락서니구나.
윤원형 : 남 걱정말고 형님 앞가림이나 잘하시요.
윤원형, 하품을 쩍지게 하며 당나귀쪽으로 다가가는데.
쓰개치마를 쓴 난정이 윤원형 앞으로 불쑥 나타난다.
윤원형 : (보다가 깜짝 놀라) 나,난정아!
쓰개치마를 휙 젖히고 윤원형의 쏘아보는 난정의 독기서린 표정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