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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류열풍 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가유
[중국]‘저물가 시대 끝났다’…경고음 울려 - 7월 상승률 5.6% ‘10년만에 최고’… 세계 경제 인플레 ‘우려’ | ||||||||||||||||||||
중국 경제의 골디락스가 끝나가는가. 중국의 7월 물가상승률이 5.6%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성장 저물가’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물가는 2004년 3.9% 상승해 불안감을 높였지만 2005년과 2006년 각각 1.8%, 1.5%로 상승폭이 둔화돼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민은행의 연간 억제 목표치인 3%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중국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골드만삭스)는 진단도 나온다. 8월 21일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인플레 억제를 위해서다. 올 들어 네 번째 금리 인상이기도 하지만 주 후반이나 주말을 이용해 금리를 올리던 관행을 깨고 주 초반에 올린 것은 그만큼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다급함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지금의 물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빈곤층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지도부가 내세우는 조화사회 건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해 시민들의 불만이 쌓일 경우 1989년의 톈안먼 사태와 같은 소요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로이터통신)는 분석은 물가 불안을 정치적인 압력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당국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중국 언론들은 가난한 서민의 식탁 위에 주식(主食)과 같은 돼지고기가 오르는 횟수가 1주일에 평균 5회에서 2~3회로 줄었다며 인플레가 빈곤층에 실제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 물가 상승의 주범이 돼지고기 등 식품 가격 급등에 있기 때문이다. 런민대 리용선 교수는 “물가 상승이 수년 전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가난한 지역에서는 식품 가격 상승이 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가격 급등과 관련, 중국청년보가 2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90.9%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동북 3성의 하나인 헤이룽장성의 자무스시에서 부인과 아들을 부양하는 한 실업자는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그가 실업자 수당으로 받는 돈은 한 달에 500위안. 하지만 자무스시에서 돼지고기 값이 20위안으로 두 달 만에 58% 급등했다. 콩기름도 1년 전에 비해 28% 올랐다. 두부는 400g에 1.2위안에서 1.6위안으로 올랐다. 빈곤층 일부는 아예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짝퉁이 넘쳐나는 암시장을 찾기도 한다. 가짜 달걀에서부터 가짜 우유, 가짜 생수 등 중국에선 생명을 위협하는 짝뚱 식품이 넘쳐난다. 서민의 총리로 불리는 원자바오 총리가 베이징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를 찾아 현장 물가 지도를 하고 중국 당국이 물가 상승 억제 조치를 쏟아내는 것도 이 같은 현실 인식에 기인한다. 국무원(중앙정부)이 최근 “지방정부가 식료품 가격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 않다”며 인플레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증시가 작년 초 이후 200% 이상 급등하고 최근 4년간 연평균 급여 인상률이 12%로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따른 수혜는 빈곤층보다 상위 계층이 더 많이 본다는 점도 중국 당국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위의 설문 조사에서 월 급여 수준이 1000위안 아래인 응답자의 경우 9.6%만이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을 챙기고 있고, 20.6%가 임금 인상 수혜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월 급여 수준이 6000위안 이상인 응답자는 그 비율이 각각 37.4%, 43.4%였다. 물론 지금의 물가 상승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국가정보센터)는 시각도 많다. 중신증권의 수촹 연구원은 “올 3분기에 물가 상승률이 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경고음을 울릴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물가 상승 내용을 들여다보면 물가 상승에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중국의 물가 상승은 질병으로 돼지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이 대체 에너지 개발용으로 사용되면서 기본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돼지고기 가격서 불안 촉발돼 올 들어 7월까지 물가 상승률은 3.5%로, 이 가운데 식품 가격은 8.6% 올라 물가 상승에 2.9%포인트 기여했다. 반면 오락 교육 문화용품 및 서비스 가격은 되레 1.3% 하락했다. 공산품 출고가 역시 같은 기간 2.7% 올라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0.2%포인트 둔화됐다. 중국은 전체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급등은 초래되기 힘들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물가 불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앤디 무커지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인플레의 근본 원인은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평가된 위안화와 막대한 중국의 무역 흑자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무역 흑자는 전년 동기보다 76% 늘어난 244억 달러로 사상 두 번째로 많았고 총통화(M₂) 증가율도 18.5%로 예상치인 17.0%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의 물가 불안은 우리에게 크게 2가지 과제를 던져 준다. 하나는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이 소비재 가격 인상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농심이 중국에서 단행한 라면 가격 인상이 가격 담합이라는 이유로 현지 당국의 시정 명령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물가 불안 대응책으로 최저 임금 기준 인상 등의 복지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여 현지 진출 업체들의 비용 부담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물가 급등은 대외적으로도 세계의 중앙은행들에 골칫거리를 던져준다. 식품 가격 상승-생활비 상승-인건비 인상-위안화 가치 상승-중국산 수출 상품 가격 급등-세계 경제 인플레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물가 안정에 1등공신인 중국이 거꾸로 ‘인플레 수출국’으로 지목 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상품 평균 수입 물가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평균 0.3% 올라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최근 발언은 이 같은 우려를 보여준다. 소시에떼제네랄 런던 지점의 브라이언 힐리어드는 “중국의 저가 제품이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 할인매장에 공급되면서 물가를 안정시켜 왔다”며 “이제 그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인 면을 상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세계 중앙은행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는데 중국발 인플레가 가시화될 경우 이 같은 유동성 공급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의 물가 불안을 세계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느긋하게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광진·한국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