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자면제 실무협상 타결-일시적 수요이탈 장거리재편 불가피
-외교부 “늦어도 내년 1월”…국회 비준 남아
여행업계의 ‘아메리칸 드림’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이 내년 1월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과 미 국토안보부 마이클 처토프 장관은 ‘여행자 범죄 정보 교환’에 관한 협정 문안에 합의했다. 무비자 미국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여행업계에서는 최종 확정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각 업체마다 조심스럽게 변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국 장관이 합의한 문안은 앞으로 법제처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미국과 최종 협정 서명이 이뤄지면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VWP 가입이 확정된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측이 10월 중순경, 우리나라를 포함해 VWP 신규 가입국을 확정·발표할 것이며 미국 전자여행허가제(ESTA)가 내년 1월12일을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기에 늦어도 그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방시장 기대… 저가경쟁 예고
미국 비자면제에 관한 뉴스가 연일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여행사에 걸려오는 고객들의 문의는 예상 외로 많지 않았다고 전한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지난 26일 “미국 패키지 여행객들은 재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비자 문제로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25일 본사에 보고된 비자 관련 문의가 하나도 없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당장 눈에 띄는 고객들의 반응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최종 확정 단계까지는 무비자 이후 수요를 예측하고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데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무비자에 대한 언론의 과장 보도 때문에 여행객들의 수요 이탈이 심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내년 1월에 확정된다면 10~12월까지는 일시적으로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서울보다는 지방 수요의 급증과 저가 덤핑 경쟁의 증가를 전망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라스투어 관계자는 “지방 패키지 수요는 무비자 이후에나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공서·학단 등의 인센티브 단체는 꾸준히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서울에 있는 랜드사들의 지방 진출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한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이기에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나투어 미주 진출, 항공 증편 ‘관심’
최근 이슈가 된 하나투어의 미주시장 재편에 대해서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현재까지 하나투어 왕인덕 상무가 미국에 체류하며 현지 4개 여행사들과 협업 내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관련기사 22일자 1면>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하나투어와 삼호관광의 ‘동거’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호관광 외 타 여행사도 하나투어와의 계약이 100% 확정적인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답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무비자가 확정되면 항공사들의 신규 취항, 증편, 직항 개설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상품 다양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비자 면제가 가시화되자 회사의 미주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부담감이 막중하다”면서도 “현재 250여개의 미주 상품이 있지만 이들 중 판매되는 상품은 손에 꼽힐 정도이기에 앞이며는 FIT 등 기존에 있던 상품을 보다 전략적으로 판매할 예정으로 항공노선이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새로운 상품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비자면제를 앞두고 장거리 경쟁 목적지인 유럽 및 대양주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행사 대양주 및 유럽 관계자들은 “호주는 저가 경쟁으로, 유럽은 환율로 직격탄을 입은 상황에 잠재적으로 미국시장에 여행객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하나투어를 비롯한 주요 패키지 여행사들이 미주·대양주부서를 통합한 이후 팀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해나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 비자면제가 언급되기 시작할 때부터 미주 지역으로 터전을 넓히고 있는 타지역 랜드사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며 미국 현지 여행사들의 한국 진출도 활발해져 과당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 미국 방문 어떻게 달라지나
VWP가 실시되면 90일 이내에 여행, 단기 출장, 친지방문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미국 입국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우선 미국 방문 희망자는 전자여권을 발급해야만 하고, 기존 여권 소지자도 전자여권으로 교체해야만 무비자 미국 여행이 가능해진다. 전자여권을 가진 사람은 미국 입국 72시간 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ESTA 시스템에 신원정보를 입력하고 미국 측으로부터 입국 허가를 받게 된다. 이후 미국에 도착해 공항에서 살인, 강간, 방화, 강도 등 특정범죄에 대한 범법여부를 확인하는 입국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외에도 과거 미국 비자에 거절된 이력이 있는 이들은 VWP의 혜택을 받기가 어려우며, 미국에 무비자로 들어가서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유학, 이민, 취업의 목적은 해당되지 않으며 항공편이 아닌 육로나 선박을 통해 입국하는 경우도 VWP에 해당되지 않는다.
여행사들은 ESTA에서는 승인이 났지만 미국 공항에서 거절을 당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게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또 현지에서 행사 중 잠적하는 고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여행을 가장한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