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0장 38절~42절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바닷가 해변에서 파도와 배를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스노클 장비를 차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놀라운 산호초와 물고기를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성경 읽기가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었다면, 1세기 유대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알고 성경을 읽는 것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기존 신앙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깊고 풍성한 통찰과 경외감을 선사합니다.
예수님 시대 이후 2천 년 동안 유대 관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유대인의 모든 전통이 예수님 당시의 것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확하게 분별하며 연구해야 합니다.
구약 성경이 끝난 시점과 예수님이 활동하신 1세기 사이에는 수백 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약 성경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던 랍비, 회당, 바리새인, 사두개인, 열심당 같은 개념이나 종파들이 1세기 이스라엘에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신약성경 시대(1세기 유대 사회)의 주요 종교·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1. 랍비 (Rabbi)
뜻: '나의 선생님', '나의 거장'을 의미하는 칭호.
역할 및 특징:
모세 율법과 구약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던 전문 율법 학자이자 스승입니다.
성전이 파괴된 후(A.D. 70년 이후) 유대교의 중심이 성전 제사에서 율법 해석으로 이동하면서 유대 사회의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정식 학위보다는 민중에게 존경받는 스승에게 붙이는 칭호였으며, 예수님도 제자들과 대중에게 "랍비"라 불렸습니다.
2. 회당 (Synagogue)
뜻: '함께 모이는 곳(모임)'을 뜻하는 그리스어(Synagoge)에서 유래.
역할 및 특징:
바벨론 포로기 이후 예루살렘 성전에 갈 수 없게 된 유대인들이 율법을 읽고 기도하며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지역마다 만든 공동체 중심지입니다.
성전이 '제사(동물 희생)'를 드리는 곳이었다면, 회당은 '성경 교육, 기도, 회의'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유대인 마을마다 회당이 있었으며, 예수님과 바울 사도 역시 회당을 찾아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3. 바리새인 (Pharisees)
뜻: '분리된 자들'이라는 뜻.
특징 및 신학:
율법을 매우 철저하게 지키려고 애쓴 민중 중심의 종교 당파입니다.
성경(기록된 율법)뿐만 아니라 조상들의 구전 전통(구전 율법)까지 철저히 준수했습니다.
신앙적 입장: 죽은 자의 부활, 천사와 영적 존재, 내세의 보상과 심판을 믿었습니다.
예수님과의 관계: 형식주의와 자만심, 율법주의의 겉치레로 인해 예수님께 "외식하는 자들"이라는 강한 책망을 자주 받았습니다.
4. 사두개인 (Sadducees)
뜻: 솔로몬 시대의 대제사장 '사독(Zadok)'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
특징 및 신학:
대제사장 가문과 제사장 계급, 제사장과 연결된 귀족층으로 구성된 정치·종교 엘리트 집단입니다.
로마 정권과 타협하며 예루살렘 성전의 기득권과 경제적 기득권을 독점했습니다.
신앙적 입장: 모세오경(창세기~신명기)만을 오직 성경으로 인정했으며, 구전 전통은 거부했습니다. 바리새인과 달리 부활, 내세, 천사, 영적 세계를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현실을 중시했기에 사회적 소요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예수님을 위협 요소로 보고 십자가 처형에 적극 개입했습니다.
5. 열심당 / 가나안인 (Zealots)
뜻: '열심을 가진 자들' 또는 '혁명가들'.
특징 및 활동:
로마의 통치에 강렬히 반대하며 무력 항쟁을 통해서라도 이스라엘의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믿었던 극단적 민족주의 정치 당파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왕이시다"라는 구호 아래, 로마에 세금을 내는 것을 거부하고 로마인이나 로마에 협력하는 유대인들을 비밀리에 암살하기도 했습니다(시카리/단도당).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명이었던 '시몬'이 열심당원 출신이었습니다.
1세기 유대와 갈릴리에 살던 사람들은 과거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경건한 유대인들의 후손이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의 잔혹한 통치와 무거운 세금 압박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고통이 극에 달하자 백성들은 자신들을 로마의 압제에서 건져줄 **'메시아(구원자)'**가 오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 같았지만, 사두개파, 열심당, 에세네파, 바리새파 등 각 분파마다 메시아가 어떻게 오고 이스라엘이 어떻게 구원받을지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적 무대 위로 나사렛 출신의 랍비인 예수님이 등장하게 됩니다.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당대 유대 사회의 배경을 알면 말씀의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1세기 유대인들은 순회하는 교사(랍비)와 제자들에게 집을 개방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것을 당연하고 귀한 일로 여겼습니다. 마르다가 손님을 대접하느라 분주했던 것 역시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사역에 매우 중요한 기여였습니다.
유대인들은 랍비를 집으로 맞아들이는 것을 "하나님의 말씀과 복이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고대 팔레스타인과 중동 지역은 낮에는 혹서, 밤에는 혹한이 불어닥치는 건조한 광야 및 사막 지대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길을 가던 나그네나 여행자에게 숙식과 물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와 같았습니다.
"나도 언제든 광야에서 길을 잃거나 나그네가 될 수 있다"는 공동체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모든 유목민과 유대 사회의 최우선 도덕적 의무였습니다.
율법과 아브라함의 전통 유대인들에게 손님 대접(Hospitality, 히브리어 하크나삿 오르힘)은 단순한 에티켓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종교적 행위였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모범 (창세기 18장)아브라함이 대낮의 뜨거운 열기 속에 지나가는 낯선 세 사람을 정성껏 대접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하나님이 보낸 천사들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부지중에 하나님이나 천사를 대접할 수 있다"는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나그네를 맞이하는 것을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동일하게 보았습니다.
"너희도 나그네였다"는 율법의 명시 (출애굽기, 레위기)하나님은 구약 성경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을 기억하고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자신이 받은 구원의 은혜를 나그네와 가난한 자를 섬김으로써 갚는 것이 율법의 핵심 가치였습니다.
랍비 전통 문헌인 탈무드에는 *"손님을 맞이하여 대접하는 것은 하나님을 접견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다"*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나그네와 학자를 섬기는 것을 최고의 공덕으로 여겼습니다.
당대 랍비는 높은 의자나 베개에 앉고, 제자들은 바닥이나 매트 위, 즉 '랍비의 발치(sit at his feet)'에 앉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치에 앉았다'는 것은 단순한 청중이 아니라 예수님의 정식 제자로서 가르침을 배우는 위치에 있었음을 뜻합니다.
예수님 역시 마리아를 제자로 기꺼이 받아들이셨습니다.
제자가 바닥에 앉아 랍비의 가르침을 겸손히 듣고 순종하는 태도를 나타냅니다.
제자가 랍비의 뒤를 바짝 따라 걸을 때 랍비의 샌들에서 튀어 오르는 흙먼지를 뒤집어쓸 정도로 밀착하여 배움을 열망하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사건이 지닌 의미
'메시아(마쉬아흐)'는 문자적으로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뜻합니다.
고대 중동에서 성전의 매우 값비싼 성유로 기름을 붓는 것은 왕이나 제사장에게만 행해지는 의식이었습니다.
따라서 마리아의 행동은 예수님이 바로 그 '왕(메시아)'이심을 고백한 사건입니다.
마리아는 오빠 나사로가 죽었다가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로 다시 살아나는 역사적 사건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마리아의 향유 붓기는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듯 "예수님의 장례(죽음)"를 미리 준비하는 행동이었습니다.
마리아가 바친 순전한 나드 한 근은 노동자 1년 치 임금에 해당하는 거액의 향유를 허비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비난과 책망 속에서도, 마리아는 주님을 향한 사랑과 순종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리아의 순종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의 전능하신 구원 역사도 인간의 자발적이고 완전한 헌신과 순종을 통해 비로소 이 땅에 이뤄진다"는 진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최고 주권자에 대한 완전한 순종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과 여성의 영예를 상징하는 머리털로 발을 닦은 것은, 자신의 인생과 모든 소유를 다스리실 유일한 왕으로 예수님을 높이며 삶을 온전히 바친 충성의 표명이었습니다.
솔로몬 왕이 기름 부음을 받은 뒤 노새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했듯이, 예수님 역시 마리아에게 향유 기름 부음을 받은 직후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값비싼 향유의 향은 며칠 동안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고, 재판을 받으시고, 채찍에 맞으시는 수난의 순간에도 그분 몸에는 마리아가 부은 '왕의 향기'가 배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