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복음화 이전의 세상….
메마르고 갈라진 이 수단 땅에 육화하시는 아기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며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미 시작된 한해도 주님의 은총으로 영육 간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여기 수단의 작은 마을, 마치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인 우리 아강그리알에서는 주교님들과 교구 신부님들, 특히 문 신부님의 노고와 사랑, 배려에 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을 모아 저희를 위해 지원해 주시는 신부님이 아니셨다면, 저희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성장과 전진도 신부님께서 교구 신부님들과 신자들을 모아서 도와주시는 지원과 배려와 연대와 협력에 달려있기에, 저희들이 목메어 요청하는 간곡한 요청을 윤허하여 주시길….
시급한 것은 의약품 문제입니다. 지난번에 성 빈센트 병원에서 지원받은 의료물품과 약품으로 아강그리알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일단 학교의 어린이들의 외상치료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저희들이 무료로 봉사하고 치료해 주는 그 약값으로 “슈끄런 아부나”, “아빠더뻬이 아부나”라고 감사 인사를 하도록 가르쳤고, 이젠 아이들끼리 서로 가르쳐 가며 꼭 감사인사를 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다음세대 어린이들에게 한차원 복음화의 길로 다가가도록 이끄는 기초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끔찍한 외상(곪을 대로 곪은 상처들)을 지켜보는 것만큼 가슴 아픈일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요즘에 걱정이 덜 한 것은, 지금은 치료가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이 방학해서 다 집에 갔기 때문이죠.
저희들은 어린이들만 치료해 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빤아킴(클리닉이라기 보다는 TB환자들을 위한요양소 개념)에서 치료하도록 보내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까지 줄 약품도 없을 뿐더러, 어른들은 소를 팔아서라도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겠지요. 그런데, 이제 그 약품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뭐 약품이 없으면, 저희들도 일 안하고 편하고 좋습니다만, 풍토병에 죽어가는 이들은 둘째치더라도 매일 곪아 터지는 상처와 누덕누덕 덮어씌워진 부스럼을 안고 오는 아이들을 그냥 둘 수가 없네요.
그리고 나이로비에서 의약품을 사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이고요. 그래서인데, 이번에 오는 컨테이너 편으로 의약품을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 저희들이 주로 필요한 약품은 외상치료용 약품류입니다. 베타 딘, 하이드로겐(H2O2), 광범위 피부질환 치료제(세균성), 후시딘산 같은 연고제.
아이들의 치료에 제일 많이 필요로 하는 기초 의약품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약국에서도 쉽게 구할수 있는데, 여기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 머리에 부스럼이랄까요, 버즘같은 피부병이 많습니다. 머리가 하얗도록 버즘 때문에 무좀약 같은 세균성 약을 발라주라는데, 약이 있어야지요. 조금이라도 좋으니 확보되는 대로 보내주세요. 아무쪼록 기쁜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구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 분들께 요청합니다.
선교사제들이 필요한 기초 의약품을 지원해 주실 분들은 수원교구청 주소에 <수단선교위원회>
앞으로 택배나 우편으로 1월 말까지 도착하도록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이 글은 1월 3일, 한만삼(하느님의 요한) 신부님께서 교구 복음화국장 문희종 신부님께 새해 인사와 함께 긴급 도움을 요청하며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교우들의 이해를 위하여 맞춤법이나 문장 수정 없이 편지 내용 그대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