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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고 소박했던 폐교가 화가 박기호의 귀향이 된 곳, 작업실과 활동 무대로 활용되던 이곳에 풍경화를 그리듯 다양한 꽃, 나무, 식물을 심고 가꾸며 작가는 마음의 집을 지었으며, 이곳은 작가의 영혼이 위로받고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곳이다.
2011년 아미미술관으로 개관하기까지 어언 20년의 세월이 세기를 바꾸고,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스타 정원”으로 떠올랐다.
“어찌 예측 할 수 있었겠는가!”
인스타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공간은 모름지기 SNS에 올릴 사진이 멋진 곳, 그 공간에서 얼마나 멋지게 자신들이 존재하는 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소위 인스타머블한 장소를 말한다. 그런 곳에 하나로 “인스타 정원”이 뜨고 있고, 시대의 흐름에 부흥하듯 아미미술관은 핫 플레이스가 됐다.
공간은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창구다.
작가가 살아낸 삶을 바탕으로 한 번 더 창조되고 표현된 이곳 정원은 화가 박기호에게 본질적으로 지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공간이며, 그동안 작가에 의해 심어지고 가꾸어져온 식물들은 다양한 형상과 색채로 유희와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은 자연이었다. 아미미술관(구 유동초등학교)에 축척된 시간성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담쟁이와 아이비가 건물의 안과 밖을 힘찬 생명력으로 휘감고, 흰 격자나무창은 우리들에게 사진프레임이 되어주는 곳. 누구나 쉽게 인생사진을 건져 낼 수 있는 곳 “인스타 성지” 아미미술관이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초까지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말한다. 교육수준이 높고 정보통신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이 세대들의 특징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SNS로 소통하는 포노사피언스들은 역사상 가장 자신들의 삶을 자주 들여다보는 환경에 놓여있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반려식물을 키우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삶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식물은 새로운 공간 트렌드를 만드는데 중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작가에 의해 심어지고 가꾸어져온 식물들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그들을 따듯하게 유혹한다.
영국의 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풍부한 언어는 풍부한 창작표현과 닿아있고, 우리를 더 내밀한 세계로 접근 할 수 있게 해준다.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은 자연과 관계 맺고 다시금 소통하기 위한 일종의 언어다. 죽어 방치된 나무들이 마법에 걸린 듯 살아 꿈틀대며 천장을 휘감아 돌며 공간을 점령하고, 무게를 상실한 깃털들이 별이 되어 쏟아지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 은폐된 작가의 자아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땅속에서 7년을 은거하고 태어나 힘차게 존재를 알리는 매미처럼 작가의 30년의 은거는 21세기가 지향하는 공간 트렌드가 됐다. 이제 작가의 설치 작품인 인스타 정원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언어들을 발견하고 잠시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보자.
- 큐레이터 구현숙
김혜성, 영혼의 꽃밭 展 중에서
순성미술관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사진출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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