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9세 10명 중 6명은 노동자…고용률 상승 이끌어
경사노위, 정년 논의 착수…한국노총도 국민청원 시작
사회적 대화 중단했지만 '의견교환' 환경 만들어질 듯
일하는 노년층이 늘면서 계속고용과 정년연장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찌감치 당선인 시절부터 '65세 정년연장'에 대한 카드를 꺼내들었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최근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출범해 본격적인 정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벌어진 '금속노련 사태'로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선언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단계적 정년연장에 대한 국민청원을 시작하면서 연일 대립각을 세워오던 노정이 다시 대화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55~79세 10명 중 6명은 일한다…고용률 상승 이끄는 노년층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2%였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고용률 상승을 이끄는 최전방에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고용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9만8000명이나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의 '허리'로 여겨지는 40대 취업자수는 13개월 연속 감소하고 20대와 30대 청년층 고용률이 점차 둔화하는 상황에서도 1982년 이후 역대 7월 통계 중 최고 고용률을 기록한 데에는 노년층의 힘이 컸다.
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크다. 통계청 5월 부가조사에서 노년층 68.5%는 장래에도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례없는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정부 이어 노동계도 정년연장 화두 꺼내
정부가 일하는 노년에 주목하는 이유는 총인구의 20% 이상이 60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불과 2년여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건 그 속도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독일은 36년, 미국은 15년, 일본은 10년이었으나 우리나라는 불과 7년이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
우리나라의 법정정년은 2016년 한 차례 연장된 뒤 8년째 '60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력난 심화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정년연장 필요성을 제기했고, 올해 초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고령층의 계속고용 문제를 경사노위에서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계 역시 정년연장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드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부터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법정정년을 일치하는 내용의 국민동의청원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이 되면 65세로 연장된다. 지금도 법정정년과 수급개시연령 사이에 3년이 차이 나는데 10년 뒤에는 그 간극이 5년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후 낮은 일자리로의 이동 관행이 60대 비정규 노동을 확산하고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며 "법정 정년연장을 통해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을 늦춰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비하는 최선의 고령자 고용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년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서종수 한국노총 자동차노련위원장(왼쪽 네 번째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등이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2023.01.06. xconfind@newsis.com
사회적 대화 끊겼는데…노사정 논의 가능할까
경사노위는 지난달 말 이 문제를 논의할 초고령사회 계속고용연구회를 발족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에도 노동계 참여 없이 학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난 6월 한국노총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련 간부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에 격분하면서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이후 유일한 노동계 대화 파트너였던 한국노총 없이는 경사노위 정식회의체가 열릴 수 없는 구조다.
그동안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총들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없다는 점을 관계 회복의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한국노총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쉬운 해고'로 대변되는 양대 지침 추진에 반발하면서 경사노위를 탈퇴했지만, 이듬해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노동계 한 인사는 "한국노총도 대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 다만 대화를 시작할 명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정부와 입장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금속노련 사태는 그 상황을 더욱 안개 속으로 몰고 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대화 재개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노총이 시작한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 심사를 거치게 된다. 제안 내용상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등 인구 고령화 문제도 함께 거론될 수밖에 없는데, 마침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 개혁도 논의 중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최근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수급개시연령을 늦추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로 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급개시연령과 정년연장 화두를 꺼내들 경우 의제가 자연스럽게 공론화되면서 경사노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노정, 더 나아가 경영계와도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입장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대화 복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경사노위는 꾸준히 물밑에서 한국노총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복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역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역시 지난해 말 발간한 '정년과 연금수령 불일치로 인한 소득공백 해소방안'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고용 축소 등 부차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하반기 정책 과제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경사노위 논의와는 관계없다"면서도 "청원이 다 끝나고 국회가 논의에 착수하면 우리도 의견을 내고 의제 자체가 공론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시스
고홍주 기자(adelante@newsis.com)
첫댓글 모든 세대에 사회적 합의가 중요할 것 같네요.
빨리합의가 되서 결정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