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강, 격포항, 채석강 등 변산반도의 이름난 관광지가 바로 일몰 명소. 아니 반도 전체가 일몰 명소다. 이 가운데 솔섬 일몰도 유명하다. 이정표가 없지만 격포항과 모항 사이 학생해양수련관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인다. 반도 남쪽의 곰소는 과거 염전으로 유명했던 곳이지만 거의 사라졌다. 여기서도 일몰이 좋다.
겨울에 변산반도를 찾는다면 내소사는 꼭 들르는 것이 좋다. 내소사 들어가는 길 7백미터는 유명한 전나무 숲길이다. 눈까지 쌓인다면 천하의 절경을 연출하는데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일몰 장소다. 바닷가 일몰은 섬 남서쪽의 화도면 장화리에서 동막리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포인트다. 썰물 때면 바다 쪽으로 4㎞ 남짓 물이 빠져 1만8천여 평의 갯벌이 드러난다. 여의도 면적의 스무배.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다. 장화리에선 서해로 떨어지는 일몰을, 동막리에선 웅진군 장봉도 너머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썰물 때와 일몰 시각이 맞으면 천지가 온통 시뻘개진다.
마니산(4백70m) 자락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펄밭의 엄청난 규모가 더 크게 다가온다. 펄밭에 드리운 저녁 해의 꼬리가 더 길게 보인다.
사실 서해 연안은 자체로 일몰 포인트다.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녹아들 듯, 스며들 듯 사라지는 순간은 서해 어디에서 보더라도 황홀하고 감동적이다. 이 가운데 특히 일몰 명소가 되는 기준은 앞바다에 적당히 아기자기한 섬이 있느냐다. 또 그 섬 바로 옆으로 해가 잠길 때 일몰 명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의 일몰이 그래서 유명하다. 바로 앞바다에 나란히 서 있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의 좁은 바다로 퐁당 해가 빠진다.
태안반도 북쪽의 학암포 해변도 마찬가지다. 학암포 서쪽 해변에서 2백m쯤 앞바다에 소분점도라는 소나무 섬이 하나 떠 있다.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려 육지가 되고 겨울 해가 섬 바로 왼쪽 바다로 빠진다.
섬이 많아 다도해다. 크고 작은 섬들이 깨를 흩뿌린 듯 바다 곳곳에 박혀 있는데 그 섬바다 너머로 해가 넘어간다. 잔잔한 바다로 해가 시나브로 스며든다. 적당히 해무가 끼었을 때, 적당히 구름이 내렸을 때 '노을 안개'가 세상을 점령한다. 장쾌하거나 요란스럽지 않다. 되레 그윽하고 애달프다.
사천시 실안동에서 대방동까지 4㎞ 길이의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앞바다는 모두 한려해상 국립공원이다. 남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자 일몰 명소다. 각산(3백98m) 봉수대에서 내려다보는 일몰은 웅장한 기운이 있다.
완도는 다리로 연결된 섬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다. 사방이 해넘이 장소다. 우선 완도 본섬 서남쪽의 화흥포항. 다도해에 떠 있는 자잘한 섬들 사이로 저녁 해가 곡예하듯 떨어진다. 완도읍에선 해돋이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나가도 좋다. 이왕 나간다면 다도해 남쪽 끝섬인 당사도까지 가자. 동해의 호방한 일출과 비슷하다.
오달지게 일몰을 즐기겠다면 보길도를 권한다. 화흥포항에서 1시간 뱃길. 인구는 3천명이지만 연중 관광객은 50만명이 넘는다. 서남쪽의 망끝 전망대가 유명한 일몰 포인트다. 양식장 부표 너머로 지는 해가 평화롭다. 완도군청이 31일 화흥포에서 일몰 잔치를 벌이고 다음날 새벽 선상 일출을 위해 배를 띄운다. 일출은 당사도 앞바다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