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마음팁] 하버드대생 매료시킨 한국인 스님
MBSR 명상 탄생의 주역, 숭산
미 하버드대 신경과학자 사라 라자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명상은 스트레스 감소 뿐 아니라 뇌 자체를 변형시킨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미 워싱턴 D.C. 근교 한 교회에서 미국인들이 위빠사나 명상을 수련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포스트
한국에도 부는 명상 바람.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명상이 소위 ‘MBSR’이다. 정식 명칭은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이라고 불린다.
1970년대말 이 프로그램을 창안하고 전세계적으로 ‘마음챙김(mindfulness)’ 붐을 선도한 존 카밧진 박사(미 매샤추세츠대 명예교수)는 이제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그의 스승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한국 조계종 스님으로 지내다가 1960년대 한국의 불교를 전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반 이민자들처럼 고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포교를 한 숭산스님(1927~2004)이 주인공이다.
숭산스님은 세계 32개국에 120여개 선원(Zen Center)을 세운 한국 불교 세계화의 아버지다. 1990년대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대에서 화계사까지’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대 출신 미국인 현각 스님도 그의 제자다.
숭산스님이 마음챙김 명상에 깊숙이 관여된 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1970년대초 미 MIT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막 받은 존 카밧진은 고된 연구활동으로 인한 피로를 명상과 요가로 풀고 있었다.
그의 나이 20대 후반. 베트남전과 반전운동, 서구 문명을 배격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히피 물결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미국 엘리트 학생들 사이에선 ‘동양 알기’ 붐이 일어나 불교 명상과 인도 요가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카밧진 역시 개인적인 스트레스 외에 인류의 장래, 생명체의 신비, 삶의 근원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이었다.
그때 동료들이 ‘영적 스승’으로 소개한 이가 보스턴 인근 프로비던스에서 세탁기 수리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한국인 숭산스님이었다.
1974년 숭산스님(당시 47세・가운데)이 미국 동북부지역 프로비던스 선원에서 포교활동을 할 때 미국인 제자 존 카빗진(30・오른쪽) 등과 함께. 존 카밧진은 이후 MBSR을 만들어 세계적인 마음치유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출처=현각스님의 블로그
카밧진은 숭산스님과의 만남을 이렇게 말했다.
“대선사님은 아주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는 분이었다. 선(禪)의 대가지만 세탁기 수리도 아주 즐겁게 하고 계셨다. 어떤 뽐내는 태도나 자만심도 없이 완전 삭발에 하얀 고무신, 너덜너덜해 보이는 갈색 가사를 입고 ‘엉터리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설법을 하셨다”
그런데 그 ‘엉터리 영어’에 미국 젊은이들이 매료됐다. 지적능력으로 따지면 세계 최고인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이 말이다.
“곧바로 나아가라, 네 마음을 확인하지 마라”,
“화살은 이미 시내에 도착했다”,
“내려놓아라, 다만 내려놓아라”,
“너는 이미 알고 있다”…
전혀 논리적이진 않지만 듣고 있노라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후련해지며 뭔가 빛을 본 느낌들을 받았다.
이후 카밧진은 숭산스님으로부터 배운 한국 선불교의 철학과 명상에다 남방불교의 위빠사나 명상, 인도의 하타요가 등 다양한 수행법을 녹여 이른바 ‘마음챙김 명상(MBSR)’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그는 1979년 매사추세츠대 병원에서 ‘스트레스 감소 및 이완 클리닉’이란 간판을 내걸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고통 받는 난치병 환자들을 상대로 MBSR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약이나 다른 의료기법의 도움 없이 오로지 명상・요가・인지행동 치료만으로 환자의 평균 30~50%가 심신 모두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3년 커버스토리로 ‘명상의 과학’을 다룬 데 이어 2014년 2월 다시 커버스토리로 ‘마음챙김 혁명(Mindful Revolution)’을 싣고 의료・심리 분야 뿐 아니라 직장・학교・가정으로까지 확대돼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 열풍을 보도했다.
정작 지금 한국인은 잘 모르지만 세계를 휩쓸고 있는 MBSR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전통 선불교 사상과 기법이 녹여 있다. 그런데 왜 요즘 한국인은 정신적으로 그렇게 힘들어하는가.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