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세존 석가문불(大覺世尊 釋迦文佛)
-부(附) 서천(西天)에 응화(應化)한 현성(賢聖)
47. 일체(一切)
『원각경(圓覺經)』에서 말하였다.
"일체의 시간을 지내면서 망념(妄念)을 일으키지 않고,
온갖 망심을 쉬려고도 하지 않으며,
망상의 경계에 머물렀으되 애써 알려고 하지 않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진실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니라."
정엄수(淨嚴遂)가 송했다.
홀연히 이웃 집에 죽순 볶는 향기를 맡으니,
반 년 동안 묵은 병이 몸과 함께 없어졌네.
이로써 그것이 좋은 나물임을 알겠으나,
못난 이에게는 조금도 맛보여 주지 않으리.
천동각(天童覺)이 송했다.
높고 크고[巍巍] 당당하며[堂堂],
뾰족하고[磊磊] 낙락(落落)하도다.
시끄러운 곳은 머리를 시끄럽게 하니,
조용한 곳에 발을 멈추라.
발 밑에 줄이 끊어지는 것은 내 자유요,
코끝에 진흙이 없어졌으니, 그대 도끼질을 멈추어라.
움직이지 말라.
천년 묵은 종이 쪽이 약방문에 알맞네.
법진일(法眞一)이 송했다.
범부의 맘 쉬지 않으면 성현을 어찌 구하랴.
식후에는 산차(山茶) 한 잔 으레 마시노라.
꽃피고 꽃 지는 일 시절에 맡겼으니
이 세상 몇 철인줄 알아서 무엇하리.
운문고(雲門杲)가 송했다.
연잎은 둥글둥글 거울과 같고
마름의 모서리[菱角]는 뾰족뾰족 송곳과 같네.
바람이 버들개지에 불매 털 공이 날리고
비가 배꽃을 때리니 흰 나비가 난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손을 들어 남극성[南斗]을 만지고
손을 뉘어 북두성[北辰]에 기댄다.
머리를 내밀어 하늘 밖을 보니
누가 나와 같은 자 인고?
한암승(寒嵓升)이 네 마디로 나누어 송했다.
"일체의 시간을 지내면서 망령을 일으키지 않고"라고 한
구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송했다.
한 생각이 나지 않으나 찰나찰나에 항상 일어나니
일어나고 멸함이 때에 맞으나 시루가 땅에 떨어진 것 같다.
잠깐 기뻐하고 잠깐 성냄이 하나 둘이 아니니
하나와 둘이 이미 아니라면 어찌 3제(諦)를 꾸리겠는가.
천 개의 바위와 만 개의 골짜기요 동쪽 거리와 서쪽 저자로다.
마주 보는 즉시 드러내나니 무슨 코끝이 따로 있으랴.
"온갖 망심(妄心)을 쉬려고도 하지 않으며"라고 한
구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송(頌)했다.
마음이 본래 나지 않건만 망상에서 나왔으니
망(妄)과 진(眞)을 여의면 모두 한 덩어리가 된다.
바람을 얽어매고 구름을 결박하며
우레를 막고 번개를 가두니
어수선한 눈 앞의 것이 굴리지 않아도 저절로 구른다.
급류에 휩쓸린 공을 몇 사람이나 알아보랴.
안산(案山)을 들어 올리고는 이렇듯이 마주 본다.
"망상(妄想)의 경계에 머물렀으되 알려고 하지 않고"라고 한
구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송했다.
본래 머무르는 곳이 없으나 형편 따라 그치니
푸른 하늘 조각구름 몇만 리던가.
연기 없는 불을 피우고, 습기 없는 물을 길어다가
살림을 차렸으나 다리 부러진 냄비 뿐이로다.
향엄(香嚴)의 신통이 그것뿐임이 우스우니
차를 들고 왔으나 꿈 속에 있네.
"알지 못하는 곳에서 진실을 찾으려 하지도 않느니라"라고 한
구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송했다.
본래 있지 않거늘 없는 곳에 무엇을 채우랴.
또렷또렷이 항상 아나, 아는 것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날마다 장각과 물을 쓰니 집집마다 세 때의 밥이요,
눈망울을 움직이기만 하면 반 몸이 풀밭에 빠지네.
소양(韶陽:운문)이 알지 못했고 노호(老胡)도 몰랐으니,
끝내 어떤 사람이 믿음의 문으로 들어가는가?
열재(悅齋) 거사가 송했다.
나한(羅漢)은 1년에 스님하나를 제도했고
영남(嶺南)의 행자(行者)는 노능(盧能)이었네.
덕산(德山)은 불전(佛殿) 꾸미기를 허락하지 않으니
일시에 거두어서 바로 종(宗)에 들어갔네.
황룡청(黃龍淸)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석가 노자는 말이 잘못된 줄도 모르는구나.
말해보라.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
오늘 아침에 또 다시 승방을 순찰하고 싶지 않으니,
두 번 세 번 기동하는 폐단을 피하려는 뜻이다."
밀암걸(密庵傑)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고,
이어 설당(雪堂)의 염에서
"죽은 나무는 구름으로 잎을 삼고,
앙상한 매화 가지는 눈[雪]으로 꽃을 삼았네.
통(筒)을 쳐서 나무토막 소리에 견주고,
눈을 빚어 동과(冬瓜) 맛을 본다.
끝없는 하늘과 가을 물에 외로운 따오기 떨어지는 노을이로다"
한 것까지를 들고 말하였다.
"석가 노자는 짐을 한쪽에만 넣어서 지고 눈을 감고 나왔기 때문에
설당 화상을 만나서는 한쪽 짐을 더하게 되니, 속았도다.
나 상부(祥符)는 양반을 강제로 상놈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희고 검은 것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무쇠로 소를 만들어 보습을 끌고 다시 쟁기를 끌게 하니,
지혜로운 이는 흔연히 웃겠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깜짝 놀랄 것이다.
옛날이 가고 오늘이 오기까지 몇백 년인가?
다시 귀심의 문턱에 들어가서 거듭 점괘를 찾는구나."
그리고는 주장자를 번쩍 들고 말하였다.
"봐라. 석가 노자가 왔다. 여러분에게 말하노니,
범의 머리를 타고 범의 꼬리를 잡아 제1구(句) 속에서 종지(宗旨)를 밝히라."
그리고는 주장자를 한 번 굴렸다.
*코끝에 진흙이 없어졌으니 : 영인(郢人)이 자귀질이 능숙하여
사람의 코끝에다 진흙을 칠하고 자귀를 힘껏 쳐서
진흙만을 떼어냈다는고사에서 나온 말이니,
더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리 부러진 냄비 : 쓸모없는 도구이니, 있어도 있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향엄(香嚴)의 신통 : 위산(潙山)이 꿈을 꾸고 앙산(仰山)에게 해몽하라하니,
앙산이 세숫물을 들여와서세수를 했다.
때마침 향엄이 들어왔는데,
위산이 그에게도 그런 문제를 제시하니 향엄이 차를 달여 왔다.
이에 위산이 칭송하되,
두 사람의 재주가 사리불과 목건련에 버금간다 하였다.
*나한(羅漢)은 1년에 스님하나를 제도했고 : 나한계침(羅漢桂琛) 선사가
1년에 스님 한 사람씩 제도했다는 고사이다.
*노능(盧能) : 6조(祖) 혜능(慧能) 스님을 말한다.
*덕산(德山) : 당시 국왕이 덕산에게 와서
"제가 스님의 절 불전에 기와를 덮어 드리고자 하는데
의향이 어떠하십니까?" 하니, 덕산이 대답하되,
"왜 고공왕전(古空王殿 : 空한 境地)은 덮지 않으시오"
한 이야기에서 온 말이다.
*종(宗)에 들어갔네 : 차별된 도리를 일시에 모두 거두어서
바른 종지에 들어간다.
선문염송. 염송설화((禪門拈頌 拈頌說話) 중
제2권 대각세존 석가문불(大覺世尊 釋迦文佛)
47. 일체(一切) p252~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