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 토

<A name="[문서의 처음]"></A>   追悼辭   임은 갔습니다. 아아 - 사랑하는 나의 임은 갔습니다.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 하였으나 사랑하는 나의 임은 갔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던가요? 개나리가 실눈을 뜨고 목련의 허연 속살이 터지는 이 4월이 왜 이리도 시리고 아프단 말입니까? 사랑하는 나의 임 신용민, 당신은 두견의 핏빛 같이 붉은 진달래가 들불처럼 번지는 이 봄날에 미처 보내드릴 준비조차 덜 된 우리를 두고 야속하게도 동백의 꽃송이 지듯 그렇게 훌쩍 떠났더란 말이오? 늦게나마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을 신의 은총이라 생각하며 얼마나 고마워하며 살아왔는데, 만남은 애초에 이별을 잉태한다고 하더니 이렇게 바람처럼 돌아설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인연이나 맺지를 말 것을……. 이보시오, 신선생! 오늘 부산문화회관 무대에 펼쳐지는 저 춤의 물결이 보이시오? 당신이 그렇게도 피땀을 흘리며 다듬던 춤사위가 보이나 말이요! 그리고 귀청을 뒤흔드는 광란의 음악소리와 객석을 넘쳐흐르는 관중들의 감탄과 탄식이 들리지 않소? 어디 있소? 어디 한 번 말해보란 말이오! 오늘 이 자리에 나랑 같이 나란히 앉아 당신의 작품을 감상하기로 하지 않았소? ‘삶은 누리는 게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라는 내 말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산다던 당신, 그래 고작 여기까지밖에 견뎌내지 못했단 말이오? 이 바보 같은 사람아! 사랑하는 신용민! 이제 어쩌란 말이오? ‘미스터 신 댄스스튜디오’는 어쩌고, ‘신라대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는 어찌하며, 더욱이 한국 초유의 ‘썬 공연단’은 어쩌란 말이오? 그뿐 아니라 아직도 토끼눈 같이 당신만 쳐다보고 있던 당신의 새끼, 지웅이 세웅이는 어찌하며 또 한국의 많은 댄스마니아들은 어쩌란 말이오? 우리 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신용민, 진정 당신은 우리나라 댄스스포츠계의 거목이었소. 지칠 줄 모르는 한 마리의 야생마였소. 제주산 토박이 조랑말이었소. 당신은 미미하게 이어져오던 댄스스포츠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새롭게 불을 붙였소.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신들린 듯이 지도하던 모습과 끝을 모르는 해박한 지식은 댄스마니아들을 황홀하게 하였소. 그러나 그 모든 것 보다도 당신은 우리나라 댄스파티의 한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특히, 댄스스포츠공연단을 만들어 전국 무대를 돌며 공연하는 한국 초유의 일을 해냈소. 당신은 짧게 살았지만 굵게 살았소. 그리고 불같이 살았소. 천상병은 귀천을 노래하는 그의 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라고 노래하였는데, 당신은 이 세상에 소풍 왔다가 잠깐이지만 멋지게 놀다 갔소. 당신은 '살아있는 라틴의 신화'로 살다가 '전설속의 라틴의 신화'로 승화하였소. 당신은 이제 천국에 갔으니 그곳에서 천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당신이 혼줄을 놓을 그 순간까지도 의사한테까지 가르치고자 했던 ‘오픈 힙 트위스트’도 가르치고 알젠틴 탱고의 ‘볼레로’도 가르치며 천국의 소풍을 누리시오. 여기 남은 우리들은 살랑거리는 파마머리와 구름을 희롱하는 선녀 같은 당신의 그 몸놀림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 것이오. 이제 우리는 임과의 이별을 마냥 슬퍼할 것이 아니라, 임의 뜻을 기리고 이어서 다시 한 번 댄스스포츠의 중흥을 위해 다 같이 땀을 흘릴 것이오. 이곳 걱정일랑 마시고 부디 편히 잠드소서! 임의 명복을 빕니다.    2010년 4월 18일 THE SUN 공연단의 네 번째 공연장에서 경남교원댄스스포츠연구회장  고 정 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