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뛰어든 기아 “중고 전기차 신뢰 높여 시장 활성화”
‘5년, 10만km 내’ 자사 차량 대상
배터리 수명-안전성 측정후
최저 성능 만족한 차량만 판매
수도권에 성능평가 전담 센터 설치
한 달간 중고차 체험뒤 구매하고 ‘구독 서비스’ 프로그램도 도입
기아가 중고 전기자동차 거래와 중고차 구독 서비스 등으로 특화된 인증 중고차 사업 운영 방안을 내놨다. 최대 한 달간 중고차를 체험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기아는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 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에 대해서만 판매하는 구체적인 인증 중고차 사업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기아는 정밀 진단, 내외관 개선, 200여 개 항목의 품질 인증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취급한다는 계획이다. 신뢰도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중고 전기차의 거래 신뢰도를 높여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7만1785대를 팔았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2만2768대를 판매했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고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고 전기차 거래량은 1만2960대로 2020년의 7949대보다 63.0% 늘었다.
중고 전기차는 객관적인 성능 평가나 가격 산정 기준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모호한 편이다. 더구나 개인 간 거래 비중이 64.3%를 차지한다. 개인 간 거래는 사업자 거래에 비해 향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기아는 중고 전기차의 객관적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차량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에 대해 잔여 수명과 안전성을 측정한 뒤, 향후 최저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아는 전기차만을 위한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수도권에 우선 들어설 인증 중고차 전용시설 ‘리컨디셔닝 센터’(가칭)도 눈에 띄는 계획 중 하나다. 중고차의 성능을 진단하고 상품화와 품질 인증 등을 담당하게 될 시설이다. 전기차 전용 작업장과 상품화 전담 조직 등도 이곳에 위치할 것이라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중고차 구독 서비스도 도입한다. 현재 신차만으로 운용되는 구독서비스 ‘기아 플렉스’에서 계약이 끝나 반환된 차량을 점검한 뒤 구독서비스에 재투입하는 것이다. 구독서비스 이용자들은 향후 신차와 중고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중고차를 구독하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출고 대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아는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시장 점유율을 올해 1.9%, 2023년 2.6%, 2024년 3.7%로 제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2024년 점유율 상한선을 5.1%로 제시해 양사 점유율은 2024년 9%를 넘지 않게 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길이 열렸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가 중기부에 사업조정 신청을 하면서 사업 범위와 물량 등을 놓고 여전히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기아는 “정부의 사업조정 결과가 나온 후 사업계획과 상생방안을 더욱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