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을 보다가 나를 보았다
요즘은 길을 걷다가도
괜히 한 번씩 위를 올려다보게 됩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른 가지 같던 나무에
어느새 연분홍 기운이 돌고,
목련은 환하게 열리고,
개나리는 담장 밑에서 먼저 웃고,
벚꽃도 이제 막 봄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봄은 해마다 오는데도
올해 만나는 봄은 또 처음 같습니다.
어제,
꽃기운이 도는 길을 천천히 걷다가
문득 한 장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꽃 아래 서 있었지만
꽃을 대하는 모습은 모두 달랐습니다.
누구는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고,
누구는 웃으며 스쳐 지나갔고,
누구는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본 채
봄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 한쪽에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말없이 가지 끝을 올려다보고 계셨습니다.
손도 가만히 모은 채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말을 보태는 일이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이 깊어지는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젊을 때는 꽃기운만 돌아도
마음부터 먼저 달려갑니다.
예쁘다, 아깝다, 지금 아니면 놓친다 싶어
웃음도 커지고 발걸음도 바빠집니다.
그 또한 봄을 맞는 싱그러운 방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을 지나고 나면
꽃을 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집니다.
한철 피었다 지는 이치를 알기에
괜히 더 조용해집니다.
붙든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 감탄한다고 봄이 더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살면서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어른의 품격은
거창한 말이나 드러나는 몸짓보다
아름다움 앞에서조차 소란하지 않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는 체하지 않고,
유난 떨지 않고,
그렇다고 무심히 지나쳐 버리지도 않는 마음.
잠시 멈추어 바라볼 줄 알고,
바라본 뒤에는 미련 없이 걸어갈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뒷모습에서
어른의 깊이를 보게 됩니다.
봄꽃은 환하게 피지만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럽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차례가 오면 조용히 피고,
바람이 불면 소리 없이 흩어집니다.
사람도 꽃을 조금 닮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피었다고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고,
잠시 머문다고 세상을 다 가진 듯 들뜨지 않고,
떠날 때가 오면 원망보다 고요를 남기는 사람.
그래서 봄꽃은
구경하는 풍경이 아니라
문득 내 마음을 비춰보게 하는 거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을 때는 꽃이 고와서 봄을 찾았는데,
이제는 마음 한쪽이 비어 있을 때
봄이 먼저 와 내 안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꽃은 잠깐 피고 지는데,
나는 놓지 못한 마음 하나 품고
이 나이에도 철이 늦습니다.
--- 탁구시인
첫댓글 해마다 때가 되면 피는 꽃이지만 정말 나이를 먹으면 보는 꽃은 달라집니다. 조용히 꽃을 보면서 위안을 삼습니다. 지구촌은 전쟁으로 얼룩지는데 저꽃은 그 전쟁의 진혹감을 알고 있을까? 신비하고 마음의 평화를 주는 꽃.. 고맙기 한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보는 꽃은
정말 젊을 때의 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꽃은 조용히 위안을 주고,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잠시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줍니다.
함께 느껴 주셔서 고맙습니다.
꽃의 미덕을 닮자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꽃의 미덕을 함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리 없이 피고
때가 되면 조용히 물러나는 꽃처럼,
사람도 그런 품격을 조금 닮아가면 좋겠습니다.
한 철 잠시 피었다 지는 꽃과
긴 세월 사는 사람과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사람도 꽃같이 아름다워서 꽃 같을 때도 있었지요.
노인은 그 잠시가 아쉬운 것입니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아름답고,
꽃이 핀다는 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탁구시인님의 꽃을 바라보는 글에서,
어른의 품격을 읽었습니다.
꽃과 사람은 같을 수 없지만,
잠시 피고 머무는 아름다움 앞에서
서로를 비춰 보게 되는 순간은 있는 것 같습니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에서
어른의 품격을 읽어 주셨다니
더없이 고맙습니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국악 동요 '모두가 꽃이야'가 생각납니다.
젊을 때 보던 꽃이나 나이 들어 보는 꽃이나
모두가 꽃입니다.
‘모두가 꽃이야’라는 노랫말을 떠올려 주신 마음이 참 따뜻합니다.
젊을 때 보던 꽃도 꽃이고,
나이 들어 다시 보는 꽃도 꽃이지만,
그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세월 따라 조금씩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고운 생각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말을 보태는 일이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이 깊어지는 일이구나 싶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잡이 목련꽃에서 기다림과 준비를 배웁니다
그 문장에 마음이 닿으셨다니 고맙습니다.
말씀처럼 목련은
추운 겨울을 지나온 끝에 피어나는 꽃이라,
기다림과 준비의 시간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함께 느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들꽃 한송이도 너무 귀하고 소중하고
장하게 느껴집니다 .
어떤 모습이든 색깔이든 다 아름답고요 .
어제 들꽃을 많이 담아 왔습니다 .
가끔 저를 닮은 꽃을 찾아 보기도 합니다 .
나는 어떤 꽃이랑 닮았을까?
들꽃 한 송이에서도
귀함과 장함을 느끼신다는 말씀에
마음이 오래 머뭅니다.
저를 닮은 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마음도
참 아름답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꽃빛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운 마음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이가 들며
봄꽃만 보던 눈이
새잎이나 새싹을 같이 보는
눈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봄꽃만 보던 눈이
새잎과 새싹까지 함께 보는 눈으로 바뀐다는 말씀에
조용히 공감이 갑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화려함만 보는 일이 아니라
돋아나는 생명의 기미까지
함께 바라보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은 생각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저는 아직 찍고 있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 찍고 계신다는 말씀도
봄을 맞는 참 솔직하고 아름다운 방식 같습니다.
저마다 꽃을 만나는 때와 방식이 다른 것이겠지요.
나도 아직 철이 늦은가 봅니다.
꽃이 지기 전 부지런히 꽃구경 찾아 다닙니다
꽃이 지기 전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마음도
참 봄다운 마음인 것 같습니다.
철이 늦은 것이 아니라
아직 꽃 앞에서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가운 공감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한 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껴지는 것 중 하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 간다는 것은, 그 어떤 말로 미화하려 한들, 실상은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구나..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른의 품격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말 수는 줄이고 한 걸음 떨어져서 비켜서 있을 줄 아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지갑을 말 없이 열 줄 아는 여유... 참 어려운 말입니다. ㅎ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이 든다는 일이
말처럼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에
조용히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더더욱
말 수를 줄이고,
한 걸음 비켜 설 줄 알고,
필요할 때는 말없이 마음을 내어놓는 태도가
어른의 품격으로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지나며
사람은 조금씩 깊어지는가 봅니다.
따뜻한 생각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