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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불안 불편하지만 오히려 신나는 이들
중계하는 것 넘어서 응원하고 부추기고 있어
총선참패, 채상병 등 궁지 벗어나게 해 줄 '선물'
조선 중앙의 남북대결 조장 보도는 '대남 전단'
조선일보의 6월 10일자 1면 머릿기사와 그 밑에 실린, 미국 의원들의 활짝 웃는 사진.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대결로 남북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물 풍선이 남한 곳곳에 불안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만 오물풍선에 오히려 신나 보이는 곳도 있다. 다름 아닌 한국의 이른바 '보수'언론들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계열 언론들은 이를 관전하는 것을 넘어서 응원하고 부추기고 있다. 남쪽은 북쪽에 비방 전단을 날려보내고, 북쪽은 남쪽에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는 치졸하고 위험한 대결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치닫고 있지만 보수 언론들은 마치 운동 경기 구경처럼 이를 전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상호 중상·비방을 강화하는 지금 상태를 이어가며 물러서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에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것이 쓰레기 풍선이 아니라 총알과 포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이들 언론에는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듣지 않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다음 단계'가 되는 것을 바라는 듯하는 보도 양상이다.
남북 대결을 중계하듯 보도하면서 오히려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총탄 없는 전투’를 축구나 야구 경기 보듯이 보도하는 이들 언론의 지면에서는 더욱 '극적인' 장면까지 벌어지기를 바라는 기색까지 보인다. 전단과 풍선의 대결 정도가 아닌, 확전돼서 실제 총탄이 오가는 것을 바라는 듯하다.
이들에게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오물풍선은 오물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물품' '구호물품'에 가깝다. 악취를 풍기는 오물이 아닌 낭보이며 선물이다. 가뭄의 단비와도 같이 여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자신들이 처한 궁지를 벗어나게 하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북한발 '복음'으로 여기는 듯하다.
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부터 대남 오물풍선 330여 개를 살포했고 오전까지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고 밝혔다. 2024. 06 0.9 [합동참모본부 제공] 연합뉴스
조선일보 10일자 1면 머릿기사는 <북 오물에 대북 확성기 6년 만에 가동>이라고 제목을 내걸고 있다. 기다렸던 대북 확성기가 드디어 가동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이 신문의 지면에서는 득의의 표정이 엿보인다. 대북 확성기 재개 소식 밑에 큼지막하게 실린 사진 한 장이 이 희소식을 뒷받침하는 조선일보의 내심을 전하고 있다. ‘미국은 단결할 때 가장 강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사진은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 기념으로 미국 여야 의원들이 수송기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다. 이 웃는 얼굴이 바로 조선일보의 표정처럼 보인다. 조선일보의 '희색 만면'이다.
중앙일보는 1면에 <대북 확성기 6년 만에 재개>라고 전하면서 <'북 감내하기 힘든 조치' 행동 착수>라고 제목을 붙였다. 동아일보가 그나마 ‘남북 강대강'으로 단서를 단 것이 이채로울 정도다.
이들 언론은 총선 참패 이후로 한동안 회색조의 지면이었던 것이 오물 풍선 사태 이후로 분홍색으로 채색되는 듯하다. 보수 언론에는 늘 호재였던 북한의 대남 도발이지만, 특히 지금의 오물 풍선 사태는 보수 언론들에게 어느 때보다 바랐던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은 다른 사안과 이슈를 덮는 효과가 있으며 안보 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이번에는 특히 북한의 도발이 더욱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조선 중앙일보 등 보수 세력에게는 어느 때보다 궁지에 몰리고 있는 국면이었다. 총선 참패에다 채상병 특검법 등 문제가 겹치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었다. 이런 형편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은 조선일보 등 극우 보수 세력들을 구해주는 선물과도 같다. 북한을 규탄하고 비난하지만 북한에 감사라도 보내고 싶은 내심이 엿보인다.
대통령실은 오물풍선에 대응해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주문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감내하기 힘든 것은 북한이 아닌 남한이다. 그러나이들 보수 언론에는 그같은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단과 오물이 오가는 대결에서 어느 쪽이 더 유리하고 승산이 있는가를 묻는 것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우문이다. '눈에는 눈으로' 식의 대응은 남한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무엇이 먼저냐고 따지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
경기 강원도의 연천이나 철원 등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오물 풍선이 마치 포탄이 날아다니는 상황처럼 여겨질 만큼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불안과 위협은 이들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전국의 접경지화'가 벌어지고 있다. 피해의 범위와 수준에서 북한과 남한은 비교 자체가 되기 힘들다. 북한에선 확성기 피해가 접경지 일대에 한정되지만 오물풍선의 남한에 대한 피해는 접경지를 지나서 서울을 비롯해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미치고 있다. ‘북 대남전단 추정 오물로 서초구 방배동 일대 피해 발생. 야외활동 자제 및 미상불체 발견시 접촉하지마시고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 주시기 바람’이라는 서울 서초구청 발 문자 메시지가 서울의 피해 상황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해 지역은 경상도와 전라도 등 남부 지방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오물 풍선 낙하 피해는 오히려 작은 부분이다. 전 국민의 일상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야말로 더욱 큰 문제다. 북한은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까지 필요하지도 않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 경제와 사회의 개방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현실이 치러야 할 댓가다.
오물풍선을 규탄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부추기는 보수 언론들은 전단 살포 단체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 30만 장과 K팝, 드라마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000개를 애드벌룬 20개에 띄워 보냈다고 주장하는 내용 등을 중계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비판과 우려도 하지만 슬쩍 끼워넣는 정도다. 무엇보다 언론의 관심은 이들 극단적인 반북 단체들이 원하는 바다. 주목받기 바라는 이들에게 보수 언론들은 '확성기'를 내주고 지면을 내주고 있다. 국민의 불편과 불안이 커질수록,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질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점에서 이들은 목표와 이해관계가 거의 일치한다.
일부 반북 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고 있다면 보수 언론들의 지면 기사들은 북한이 아닌 남한의 국민들을 상대로 한 '대남 삐라'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들이 날마다 뿌리는 '대남 전단'이 남북 관계와 남한 국민들의 일상을 오물처럼 오염시키고 있다.
출처 : 오물 풍선은 반가운 단비? 웃고 있는 보수언론들 < 미디어비평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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