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식당) 파출부
잡부 남규원
식당직원들 안나오는 날
땜빵 질 하는 일당파출부.
식당직원들을 아낀다고
힘들일 모아두었다가
일당파출부에게 일 시켜 반쯤 죽인다.
늘 그렇듯 쓰레기 같은 사장 놈 만나면
시간되면 땡 하는 순간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겉치레인사 뒤 줄행랑 다반사
다시는 가고 싶지 않지만
돈이 없어 억지로 또 가면
하루가 고역 같은 천년이라.
닭갈비 쏘스 1말짜리 9개를 섞는
쏘스 만드는 일(마늘, 생강, 배, 사과, 풋고추 가 는 것)
돈이 뭔지 팔이 아파 떨어질 지경
무거운 쏘스 통 핸드카에 싣고 가면 늦다고
양손으로 들고 나르라는 불호령
말이 좋아 써빙이지
음식 올린 쟁반을 들고 뛰기 일 수
다리마저 후 달리는데
조금만 실수하면 잔소리가 따갑고
편히 먹고 가는 손님
고양이 눈물만큼만 생각해줘도 감사.
하루 종일 뺑이 처도
두 다리 뻣 고 쉬는 시간
일용파출부에게 어디 있으랴.
손님이 없으면 사장 놈 눈치 보며
눈 밖에 나면 이 짓도 못하지
걸레로 식당 구석구석 닦아야지
한 모퉁이에서 사장 아들놈의 새끼
우릴 쓰레기 취급하듯 보란 듯
컵 닦는 싱크대에서 헉 구역질 하며 양치질 한다.
직원은 매일 보던 일이라 괜찮다고.
매일 12시간씩 2교대로 중노동 했건만
쉬는 날은 한 달에 2번
아파도 나가서 일 할 수밖에 없는 처지
쌔빠지게 일시키면서
“너 아니면 사람 없냐?”며 노예취급 해놓고
뻔뻔스럽게 식당주인 찾아와 일 해달라고 사정
한달 일 더 해줄 때는 맘 편히 일했고
14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올려준다고 꼬시지만
골병들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는 일.
자식이 고등학교2, 대학2학년
아저씨는 인테리어 목수 일을 하지만 돈은 들쑥날쑥
가정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만만치 않더라.
생전 코 한번 골지 않고 새근새근 잤건만
밤이면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니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알고
아이들 알아서 커주니 한시름 놓지만
현장(식당)만 가려면 왜 이리 발이 안 떨어지는지.
내 팔자가 여기인가.
자식을 위해서
손마디가 붇고 쑤신데
가족들 속 옷 손빨래 하며 속절없이 눈물을 훔친다.
주방이라고 들어가는 날이면 초죽음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위안한들
고통은 고사하고 자존심(체면)은 집에 매달아두고
이 여인네가 노동(생산)이 뭔지를 배웠겠냐.
누구나 이해 할 것 같아도
고통은 소리 없는 역사 속에 묻힐 뿐.
더러운 세상구조는 노동(생산) 때문에 돌아간다.
‘소말리아, 스리랑카를 생각하라’ 며
이 나라 이사회는 미친 듯이 돌아간다.
주석)
1. 파출부: 찬모, 도우미, 주방, 서빙, 청소, 가정도우미, 심지어는 상가 집도 일 감.
1. 직원: 보통 숙식하는 직원들은 과부가 많으며 출퇴근 하는 파출부는 가정주부가 많음.
1. 일없어: 1-3월은 비성수기 라 일이 더없음.
1. 파출부 단가: 2007년 서울기준 5만 5천원. 용역(인력)에 파출부까지 인력수급을 하는 곳은 일당에 10%를 떼지만 파출부만 하는 용역에서는 한달에 3만원을 내는 곳이 많음.
1. 2교대: 보통 10: 00- 22: 00이며 12:00-24:00하는 곳이 있음.
1. 주방은 초죽음: 보통 주방(찬모)이 힘들어 써빙을 해도 주방은 안하는 분이 많음.
첫댓글 현실적인 대안이 없지 않습니까...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일 해봤다고 자신하지만... 그나마도 그것에 감사하지요. 몸이라도 건강하다는 것에...
그래도 또다시 씁쓸해지는군요. 어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