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하면
역시나 학창 시절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거짓말도 모자라
이날은 아주 짓궂은 장난을 하는 날이다.
교실 바꾸고, 돌아서 앉고
이런 거는 너무 식상한 거 같아서
뭔가 새롭고 재밌게 만우절을 보내자고
만우절 하루 전, 반장 부반장을 비롯해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가장 치명적이고 쇼킹한 만우절 이벤트로
고안한 것이 남자 선생님에게 '물총 쏘기'
근데, 누가 물총을 쏘느냐였다.
뒷감당이 두려웠는지 재밌어하면서도
물총 쏘는 건 아무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
좋아!! 우리 반의 즐거움과 웃음을 위해서라면
내가 총대를 매지!!
나는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교탁 아래 숨어있다가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물총을 쏘기로 했는데
조준을 잘못했는지 하필이면 거시기에 쏘아버렸다.
거기다 당황했는지
친구들이 '위' 라고 한 싸인을 '더' 라고
잘못 알아듣고 거시기에 집중적으로 난사한 것이다.
선생님은 교탁으로 바지를 가리고
누구야? 어떤 녀석이야?
그래..학창 시절에 웃자고 한 일인데
내가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니?
내 바지에 총 쏘고, 쏜살같이 자리에 앉은 사람
빨리 나와! 그리고 주동자들, 다 나와!
안 나오면 단체 기합이다!! 어서 나오란 말이야!!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어! 이게 아닌데.....큰일 났네.
어떡해!! 선생님 진짜 화난 것 같다!!!
단체 기합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임을 알기에
나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남자는
예쁜 여자, 귀여운 여자, 착한 여자, 불쌍한 여자
의리 있는 여자에 약하다.
단체 기합이란 말에 놀라 나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 죄송합니다!!!
친구들은 상관없고 이 모든 걸
제가 혼자 다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겼으니
저만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 엄청난 일을 너 혼자 단독으로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겼단말이지?
좋아, 너의 용기와 의리를 가상히 여겨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다.
그 대신 춤과 노래나 개인기로 나를 웃겨야 한다.
근데 갑자기 사람을 웃기라니
그것도 이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그래도 이 위기를 모면하려면
어떻게든 선생님을 웃겨야 한다.
나는 온갖 익살스러운 표정에
가수 뺨치는 현란한 춤과 노래로 교실을 장악했는데
너무 기를 쓰고 힘을 썼는지 나도 모르게
방귀가 부룩부룩 나온 것이다.
친구들은 배꼽을 잡고 웃고
선생님도 폭소를 터트렸다.
그때부터 내 별명은 부룩이가 되어버렸다.
난 처음에 내가 예뻐서
빼어난 미인인 미국배우 브룩쉴즈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 브룩쉴즈인 지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방귀를 부룩부룩 뀌어서
부룩이란 별명을 갖게 된 것이다.
치사하게 나도 모르게 내 별명을 반친구들이
공유한 것이다.
어쨌든 선생님이 웃으셔서 잘 마무리 됐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아찔한 일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다른 건 다 넘어가겠는데
바지에 물총쏘는 거, 이거는 제발 하지 말아라.
젊은 놈이 오줌지린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단 말이지, 하시는데
정말 미안했다.
이리하여 교실은
또다시 한바탕 폭소의 도가니탕으로...
어쨌든 그때 무사히 잘 넘어가서 너무 다행이었다.
솔직히 선생님이 화 많이 난 줄 알고 엄청 쫄았다.
그냥 넘어가준
선생님의 아량에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선생님, 진짜 진짜 죄송했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책으로 바지 가리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손이 저릴 정도로 힘드셨다지요?
그 벌로 수업시간에 나만 시켰던, 아! 얄미운 사람
우째 나만 시켜 마음껏 졸지도 못하게 하셨는지요?
4월이 되면 이 일이 늘 떠오른다.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가슴에 무지개처럼 피어오른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다.
나는 여전히 지금도 웃고 웃기는 것을 좋아하고
가족들한테도 장난을 잘 치고 재롱을 떠는
철없는 중년의 아줌마이니 언제 철이 들까?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니
삶도 사랑도 웃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웃음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니
통탄할 일이다.
첫댓글 부룩이님 학창시절 인기가 좋았군요. 수고하셨어요.. 세상일이 복잡해도 웃고 살면 건강에도 좋습니다..
오늘아침 올림픽공원 걷기에 나온 8명이 방향을 틀어 석촌호수를 돌고 근처 구포국수집에서 잔치국수하고 들어 왔습니다. 즐겁게 지내면 복이 온답니다.
ㅎㅎㅎ~
맞습니다~
웃고 살면 건강에 좋지요
늘 웃으시면서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위의 글을 읽으니 나도 내 고등학교때 추억이 떠 오릅니다
나는 고등학교때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학생이었습니다
게다가 등치와 키도 작아서 한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가끔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당시 선생님들은 구타가 심했었습니다
나도 선생님들에게 많이 맞으면서 학교생활을 했었지요
고삼이 되어서 다들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학생들 끼리나 선생님들도 구타가 줄어 듭디다
삶의 지혜님의 그 선생님은 인간미가 있는분 입니다
내가 그당시 그 선생님이었다면?
학생이 악의 없이 장난을 한거 이기 때문에
아마 그정도 벌칙만 주었을거 같습니다
여기에 여담으로
나 대학교 입학한 이후에 나 다니는 대학교 선전 하려고 대학교 동문들과
모교 고등학교를 방문 했는데?
그당시 재수를 해서 고등학교에 들어온 중학교 동창들 에게서 영웅 대접을 받았던 경험도 있습니당
위의 글을 읽고 나 고등학교때 내 아픈 이야기와 내 자랑도 해 보았습니당
아픈 추억도 아름답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러셨군요~
아픈 일도 있었지만
영웅 대접을
받았던 경험도 있었으니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아름다운 추억 만드시고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많이 웃었네요.
어제의 피곤이 님의 글로 회복된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여학교에 부임해 오신
총각 선생님들, 수난의 계절일 겁니다.
학생들을 보고 수업을 진행 못하고
교실 뒷벽이나 유리창 너머 바다를 보고
수업을 진행했지요.ㅎ
요즘도 동창회에 가면,
그때 그시절 이야기하며
친구들 함께 웃는 시간이 됩니다.
젊었을 때 우리를 가르키신 선생님은
모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계시다
퇴직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였지만,
아이들 키우는 새에,
같이 늙어가는 신세가 되었지요.^^
삶의 지헤님,
만우절에 옛날 추억을 되새기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가르키신 ㅡ> 가르치신
이제사 보니, 잘못 썼습니다.
나이 들어 가니 쉬운 맞춤법도
곧장 틀립니다.^^
ㅎㅎㅎ~
콩꽃 님께서도
그런 재미난 추억이 있으셨군요
지난 추억들을 생각해보니
그때가 참 좋았단 생각이 듭니다
@콩꽃
틀릴수도 있지요~
저도 확인해도 간혹
오타나, 맞춤법이 틀리는데
이렇게 바로잡아주신
콩꽃 님의
친절한 마음씨와 정성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네 고마워요
자연 님,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아저씨인줄 알았어요. 남자같은 용기!
그땐 여고였나요?
ㅎㅎㅎ~
네~여고였지요~
고든 님의 댓글에
빵터졌습니다~
정말 그때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했단 생각이듭니다
유쾌한 선생님이셨네요.
어떤 선생님은 애들 혼내고 줘패고 그랬을텐데.
제가 학교 다닐땐 교사들 폭행이 예사였거든요.
네~선생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그냥 넘어가주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감사할 뿐입니다
ㅎㅎ 그땐 만우절이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를 하곤 했어요.
사실 별 일도 없었지만. ㅎ
삶의지혜님은 앞장서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드셨군요.
예전에는 만우절이면 가짜 화재신고가
너무 많아 소방업무 하시는 분들
고생이 극심했지요.
ㅎㅎㅎ~
그땐 나이가 어려서그런지
친구들과 재미난 추억 만들기에
늘 골몰했었죠~
이제와 생각해보니
이렇게 재미난 추억이 되었네요
삶의 지혜님. 학창시절에도 지혜로운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고, 푸른비 님의 칭찬을
홀딱 받아들이기에는
제가 너무 부족한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저는 65년 국민학교 2학년때
숙제를 안했다고 여자아이와
둘이 불려나가 팬티내리고 손들고
서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 그선생님은 20대 중반의
임신중인 여선생인데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얼마나 수치스럽고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이 가기에
오래 전의 이미 지난 일이지만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