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진홍 스님·운문사 단체 수상
9월 예선 거친 개인·단체 실력 겨뤄
외국어 랩·연극 등 발표 방식 ‘다채’
‘재미있는 불교’ 확인한 축제의 장
|
|
|
동국대 서울캠퍼스 단체팀의 경연 모습. ‘SHOW ME THE BUDDHA’ 팀은 영어 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
See! What is Buddhism.(자! 불법이란 무엇인가)
I fought the Dead and Live.(나는 삶과 죽음과 싸웠지.)
You can't but never know,(당신은 절대 알 수 없어)
Four Noble is a truth.(네 가지의 진실한 진리를.)
Buddhism is never fault.(불법은 절대 틀리지 않아.)
Do you know what it means?(이 깊은 뜻을 너는 알겠는가?) 경쾌한 비트박스가 대회장을 채우니 이내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분한 학인 스님이 영어로 랩을 친다. 다른 편에 서 있던 달마대사가 부처님의 랩을 받아 대승불교를 설명하는 랩을 이어간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10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개최한 ‘제1회 학인 외국어 스피치 대회’ 결선은 학인 스님들의 외국어 실력과 회색 장삼 속에 숨은 재기 넘치는 ‘끼’에 다시 한번 놀라는 자리였다.
9월 예선을 거쳐 선발된 개인 13명(중국어 2명, 일본어 2명, 영어 10명)과 단체부 6팀(영어 5팀, 중국어 1팀)이 1달 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 수준 높은 발표를 선보였다. 외국어 스피치의 발표 방식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영어 랩부터 뮤지컬, 연극, 토크쇼까지 다양했다.
|
|
|
청암사 승가대학 고우 스님의 경연. 고우 스님은 ‘H3 비타민’을 통해 108배, 명상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
유창한 외국어에 불교적 메시지까지
개인 부문 경연은 주로 발표 형식으로 이뤄졌다. 5분 간 혼자 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학인 스님들은 이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불교적 메시지로 채웠다. 특히 예선보다 훨씬 깔끔한 진행이 돋보였다.
‘승가 교육 현대화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영어 개인 부문의 동학사 진홍 스님은 사찰을 찾은 한 어머니가 자녀에게 쓰레기를 치우는 자신을 가리키며 “너도 공부를 못하면 저렇게 된다”는 말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었다. 스님은 승가 이미지가 현대인에게 친숙하지 못하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는 ‘승가교육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염불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청암사 승가대학 고우 스님은 ‘H3 비타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었다. 고우 스님은 108배와 명상, 미고사(ITI,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로 이뤄진 ‘H3 비타민’은 치유(Healing), 희망(Hope), 행복(Happiness)의 효능을 가져온다고 재미있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
|
|
해인사 승가대학 단체팀의 중국어 경연. 팔상성도를 연극으로 꾸며냈다. |
동국대 경주캠퍼스 도현 스님은 깜짝 마술을 선보이며 불교를 통해 마음을 어떻게 변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중국어 개인 부문의 통도사 승가대학 금행 스님은 자신의 출가 인연과 사리불·마등 존자 일화를 소개하며 인연의 중요성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일본어 개인 부문 경연에 참가한 동학사 승가대학 마승 스님은 동학사 남매탑에 얽힌 설화를 통해 대승불교 계율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카카오톡 형식의 P.P.T에 직접 그린 캐릭터까지 삽입해 전달력을 높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
|
|
운문사 승가대학 단체팀의 경연 모습. ‘I'm Everything’을 주제로 진행된 발표에는 단 체 최대 인원인 27명 참여했으며, 한편의 종합예술공연으로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었 다. |
예선보다 화려해진 단체 경연
단체 부문 경연은 예선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다. 단체팀들은 외국어 연극, 뮤지컬, 랩 배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뽐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1학년 학인 스님들로 구성된 ‘SHOW ME THE BUDDHA’ 팀은 영어 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학창시절 힙합 거리 공연을 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법상 스님이 비트박스를 넣고 석가모니 부처님과 제자들, 달마 대사와 법맥들이 서로 랩을 통해 불교 교리를 설명했다.
동학사 승가대학은 ‘탐·진·치’를 주제로 영어 연극을 진행했다. 학인 스님들의 영어 실력이 깔끔한 구성과 호연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봉녕사 승가대학 역시 무상 등의 주제를 토크와 합창 등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선보인 곳은 운문사 승가대학이다. ‘I'm Everything’을 주제로 진행된 발표는 한편의 종합예술공연으로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체 최대 인원 27명이 참여한 운문사 승가대학 발표는 무용, 마임, 합창 등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무아’를 표현했다. 특히 후반부 ‘자비송’ 합창은 장엄 그 자체였다.
|
|
|
동학사 승가대학 단체팀의 영어 경연. 삼독심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냈다. |
“다음 대회 더욱 기대된다”
치열한 경연 끝에 대상은 개인 부문 동학사 승가대학 진홍 스님, 단체 부문 운문사 승가대학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청암사 승가대학 고우 스님, 통도사 승가대학 금행 스님이 개인부문 수상을, 동국대 서울캠퍼스가 단체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 개인부문은 운문사 승가대학 법여 스님과 동학사 승가대학 마승 스님이, 단체 부문은 봉녕사 승가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결선 진출자에게는 원력상이 수여됐다.
대회 심사위원장 종호 스님(조계종 교육위원장)은 심사총평을 통해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스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많은 스님들이 노력·정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특히 불교를 해석하고 나타내는 방식이 기존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대화된 형식으로 불교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
|
|
1회 대회 대상 수상자들. 운문사 승가대학 단체팀 대표 혜정 스님<사진 왼쪽>과 개인 부문 동학사 승가대학 진홍 스님<사진 오른쪽> |
결선 참가 스님들은 외국어 등 경연대회가 ‘젊고 재미있는 불교’를 알리는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우 스님(청암사 승가대학)은 “영어를 극복하고 싶어서 도전했다”면서 “학인 스님이 오롯이 주인공이 돼 대회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열정과 도전, 노력과 다양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경연대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승 스님(동학사 승가대학)은 “한국불교 세계화와 대중화를 위해서는 비불자들의 호응을 높여야 한다”면서 “한문공부 뿐만 아니라 외국어 공부도 이뤄져야 하는 것은 현대사회 승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학인 스님들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확대된 경연대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분해 랩을 했던 지수 스님(동국대 서울캠퍼스)은 “스님이 랩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불교를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데 불교도 재미있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같은 경연대회는 포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총무부장 지현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외국어 학습은 한국불교가 세계문화와 교류할 수 있는 전제조건과 국제적인 자질을 갖추기 위한 유익한 방편”이라며 “오늘 쌓아온 실력을 맘껏 펼쳐 보이는 것은 한국불교 세계화에 한층 탄력을 주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