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속에는 저마다의 낙원을 품고 살아간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순백의 비치, 파란 하늘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상상 속 풍경. 그 풍경을 현실 속의 나에게 선물하는 힐링여행을 훌쩍 떠나왔다.
5월 15일 오후 7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전세기에 탑승한 기자는 6시간 반 동안 하늘을 날라 태국 푸켓공항에 도착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400여명의 평생 동지들이 카오락(Khao Lak)에서 갖는 5박6일간의 비전세미나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날이 밝자 기자는 2004년 어마어마한 쯔나미의 흔적이 보존된 메모리얼 파크로 향했다. 그 현장에 보존돼 세월에 파묻혀 녹슬어 가는 군용선박이 기자의 눈길을 끈다. 바다 가운데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선박이 쯔나미에 육지로 밀려와 멈춘 그 자리에서 14년 동안이나 쯔나미의 참상을 웅변적으로 증언한다.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사건의 주범은 2004년 12월 24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약 60km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8.9의 지진과 그로 말미암은 쯔나미다. 1900년대 이후 5번째로 큰 이 지진은 발생 3시간 만에 수마트라 섬에 쯔나미로 들이닥쳤고 이후 약 7시간 뒤엔 태국 푸켓 해변가를 강타했다. 이때 쯔나미의 높이가 최고 36m, 최저 18m에 달했다는 기록에 말문이 닫힌다.
이 지진의 쯔나미가 300km넘게 떨어진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을 순식간에 휩쓸면서 무려 30만명의 사상자를 냈으니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한낱 티끌에 불과한 게 아닐까. 이때 우리나라 사람 18명도 무참히 희생됐다고 전해졌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쯔나미의 속도가 시속 985km로 비행기와 맞먹는 속력이었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기념공원의 선박은 묵묵히 그러나 웅변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 이종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