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팬티
월요일 오후8시.
일주일 중 가장 손님이 뜸한 월요일은 삐가리치킨카페의 대청소와 소독하는 날이라 30분 후에 영업이 끝난다.
강달구는 주방을 맡고 미스터 양은 재료보관실을 맡아 위생비닐로 집기와 재료들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때 현장체포대원들처럼 우당탕 문을 밀치고 5명의 오드리회원들이 들이닥쳤다.
“우리 자리 어디에요?”
껌 씹던 여자의 말에 주방에서 뛰쳐나온 강달구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멀티타임이라 영업할 수가 없습니다.”
한상애가 따지듯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에요?”
“네에?”
“예약했잖아요?”
“네에?”
한상애가 여금자를 돌아봤다.
“어떻게 된 거니?”
여금자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어물거렸다.
“어떻게 해 언니? 나 스리고 독박 쓰느라 깜빡했어.”
강달구에게 사정조로 말했다.
“사장님 죄송한데요.”
“지금 모든 집기들을 다 엎어버려 도저히 영업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좀.”
재료 실에서 정리하던 미스터 양이 쪼르르 달려와서 여금자의 말을 가로챘다.
“다섯 분이죠? 저기 큰 소파에 앉으세요.”
다섯 여자들이 소파테이블에 앉았다.
서비스차를 가지러 가는 미스터 양 뒤를 따라가며 강달구가 말했다.
“어쩌자고 손님 받니?”
미스터 양이 쟁반에 포트와 컵을 올리며 대답했다.
“금일 매출이 너무 개판이잖아요? 찬밥 더운 밥 가릴 때에요?”
강달구가 미간을 찌푸렸다.
몹시 미안한 표정이었다.
주방집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거 다 포장했는데.”
미스터 양이 강달구를 째려봤다.
“장사란 그러는 게 아녜요. 고등어 한 마리 팔려고 10리 간다는 말 못 들었어요?”
“양군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또 양군! 잔소리 그만하고, 얼른 준비나 하세요. 저거 다 다시 풀고. 어서요! 아, 뭐해요?”
강달구는 어정쩡했다.
매출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만, 한주일 중 월요일 오후시간이라도 미스터 양을 쉬게 해주고 싶어서 멀티데이 운용하는데, 예고 없이 밀려온 손님들이 반갑지 만은 않았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미스터 양을 지켜보기만 했다.
미스터 양이 소리쳤다.
“아! 뭐해요? 정신 빠졌어요?”
강달구는 어쩔 수 없이 집기들의 포장을 풀었다.
미스터 양이 쟁반을 들고 소파테이블로 가며 한마디 더 했다.
“좀 빨랑빨랑해요. 그래서 내 알바비 주겠어요?”
미스터 양이 다그쳐도 강달구는 숨도 쉬지 않았다.
사뿐 차를 내려놓는 미스터 양을 보고 말수적은 여자가 물었다.
“자네가 사장이야?”
“아뇨.”
미스터 양이 엄지로 강달구를 가리켰다.
“뭐야? 이집은 종업원이 사장 같네?”
미스터 양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래도 사람은 오리지널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붙어 있죠.”
다섯 여자들이 엄지를 세웠다.
다섯 여자들은 들어 올 때와 다르게 다소곳하게 술과 치킨을 먹고 대화도 조용조용했다.
강달구는 카운터에 앉아 여자들이 고급지다고 생각 했다.
여자들을 지켜보는 동안, 미스터 양은 부지런히 여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났다.
서서히 다섯 여자들의 테이블에 활기가 넘쳐 나기 시작했다.
한상애가 손을 들어 카운터에 앉아 있는 강달구에게 사인을 보냈다.
“이봐요! 빨강 하나, 하양 하나 더!”
강달구는 한상애의 주문내역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주문서에 체크했다.
미스터 양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주방으로 들어가 직접 조리준비를 시작했다.
조리준비에 집중하던 강달구의 귀에 한상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주방 안까지 날아왔다.
“너 몇 번 쌌어?”
“세 번.”
세 번이란 말에 강달구의 귀가 당나귀처럼 쫑긋 섰다.
치킨에 물엿소스를 발라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온도를 측정하면서도, 강달구의 기는 여자들의 대화에 집중되었다.
“세 번 싸니까 기분이 어땠어?”
“그걸 말이라고 물어요? 세 번 싸고 버틸 년이 어디 있다고?”
또 다른 목소리도 들렸다.
“얘? 세 번 싸자마자 바로 자빠져 버리대. 호호호.”
“그깟 세 번 쌌다고 죽냐? 난 열 번 싸도 안 죽는다.”
강달구는 자신도 모르게 밀 홀을 통해 소파테이블을 훔쳐봤다.
세 번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라면 엄청난 여자들이라고 생각했다.
곁눈으로 찬찬히 여자들을 뜯어 봤다.
말 수적은 여자를 빼고 처년지 아줌마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계선의 여자들이었다.
코디도 개성이 뚜렷했고, 헤어스타일도 평범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깔깔거리며 거침없이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언니도 한번 싸봐. 싸봐야 내 기분 알지.”
“애, 나는 싸려고 노력해도 안 되더라. 싸는 것도 기술인가 봐.”
“오호호, 언니. 한번 싸게 만들어 줄까? 처음엔 그렇고 그렇지만 연거푸 싸면 하늘이 노래진다.”
여자들의 대화에 강달구의 항문은 쪼그라들었고, 불알 에서 탱탱한 당김 현상이 발생했다.
그 당김은 세포뭉치 속까지 파고들었다.
눈이 여자들의 테이블에 가 있어도 손은 능숙했다.
첫 번째 치킨을 기름에 담그고 강달구는 머리를 좀 더 밀홀 가까이 내밀었다.
한상애가 정통으로 바라보였다.
한상애가 꼬았던 다리를 소파에 걸치며 말했다.
“나도 예전엔 많이 싸봤다. 싸는 것도 한때인가 봐.”
강달구는 심장마비 직전의 심박동수를 기록했다.
다리를 소파에 걸친 한상애의 검은 스커트 속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꽃밭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꽃들이 한상애의 꽃무늬팬티라는 것을 의식하기까지의 3초간은 완전한 무중력무의식상태였다.
순식간에 강달구의 지퍼는 몽골 유목민의 게르처럼 쪼뼛하고 팽팽하게 세워졌다.
꽃무늬팬티 너머에 있을 검은 숲과 늪의 연상에 강달구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정신 줄 놓은 그 순간, 강달구는 짧게 비명을 질렀다.
“엇, 뜨거!”
주방 구석에서 양념을 다지던 미스터 양이 돌아봤다.
“뭐하세요?”
입에 넣었던 왼쪽손가락을 털며 강달구가 말했다.
“기름이 튀었다. 왜?”
“그렇다고 손가락을 빨아요? 행정처분 받고 싶으세요?”
“너무 뜨거워서 그랬다. 손 씻으면 되잖니?”
“음마! 통닭 튀기랬더니 손가락을 튀겨요? 기술 좋다!”
“잔소리 말고 붕대나 찾아봐.”
잠시 후, 미스터 양이 돌아와 고개를 흔들었다.
“없어?”
고개를 꺼덕이던 미스터 양이 검은 헝겊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붕대 가져 오랬더니 러닝쪼가리야?”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주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이걸로 감으세요.”
“그게 뭐야?”
된장을 보고 기겁하는 강달구를 째려보며 미스터 양이 말했다.
“잔소리 말고 가만 좀 있어요. 옛날엔 이런 것도 없어 병신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미스터 양은 강달구의 손가락에 된장을 듬뿍 바르고 검은 헝겊을 투박하게 칭칭 감았다.
된장 바른 후의 고통이 절정에 달해 강달구는 러닝조각으로 칭칭 동여맨 손가락을 입으로 불었다.
된장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이고 따가워라! 아이고!”
“엄살 그만 떨고 저리 비키세요.”
강달구를 엉덩이로 밀쳐내고 미스터 양은 조리하다 만 통닭에 양념과 튀김옷을 마저 입히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싸매고 아픔을 참고 있는 강달구에게 미스터 양이 눈총을 쐈다.
“뭐해요? 나가서 홀 보지 않고?”
미스터 양의 뒤통수를 향해 러닝쪼가리 감은 손을 치켜들다말고 강달구는 홀로 나왔다.
카운터에 앉았다.
10분후.
주방 밀 홀에 목을 내밀고 미스터 양이 아날로그 벨을 울렸다.
“찌링!”
맥주부터 한 모금 마신 한상애가 통닭다리를 포크로 찢었다.
속살 속의 하얀 뼈를 확인했다.
“국산 생닭 맞네?”
강달구가 양손을 지퍼위에 올리고 말했다.
“네, 저희 카페는 냉동중국산은 사용안합니다.”
한상애가 흘러내린 앞머리를 올리며 웃었다.
속살을 찢어 한입 넣고 고개를 꺼덕였다.
“좋아요. 아주 좋네요.”
“맛있게 드십시오.”
“좀 멀어도 앞으론 여기로 와야겠네?”
강달구는 얼른 허리를 굽혔다.
“잘 부탁합니다.”
“배달도 되죠?”
“그럼요. 한 달 전부터 배달서비스도 합니다.”
한상애가 네 여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네 앞으론 여기 시켜. 여기도 배달된다잖아.”
강달구는 정중하게 머리를 조아린 후 카운터로 돌아왔다.
다시 여자들의 소란은 시작됐다.
게걸음으로 다가온 미스터 양이 물었다.
“왜 저래요? 저 여자들?”
강달구가 눈을 아래위로 치켜떴다.
“쉬잇.”
“완전 남대문 수준이네.”
“으흣.”
목소리를 죽여 강달구가 미스터 양을 달랬다.
“손님이 없잖아. 좀 시끄러워도 참아.”
미스터 양이 말했다.
“이제 추가 주문 받지 마세요. 재료도 다 떨어졌어요.”
“알았어.”
미스터 양이 주방으로 들어가고 강달구는 매출마감을 시작했다.
손가락 통증이 완만해져 검은 천을 벗기다 문득 조금 전의 여자들 대화가 떠올랐다.
고개를 살짝 들어 소파테이블을 쳐다봤다.
한상애가 자세를 바꿔 앉아 있었다.
강달구와 정면이었다.
강달구는 또 한 번 강한 자극을 받았다.
한상애의 꽃무늬팬티가 화려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얼른 눈을 내리 깔았다.
그러나 강달구의 정상적인 이성은 그때부터 마비됐다.
한상애의 꽃무늬팬티를 중독성으로 훔쳐봤다.
다섯 번째 고개를 들다 한상애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이었다.
비단 찢는 소리가 한상애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저 새끼가?”
네 여자가 동시에 강달구를 쳐다봤다.
“왜? 무슨 일이야?”
한상애가 소리쳤다.
“저 새끼가 내 팬티를 훔쳐보잖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강달구가 말했다.
“저, 안 봤습니다.”
“뭐? 안 봤다고? 눈깔 팍 뽑아야 정신 차릴래?”
미스터 양도 뛰쳐나왔다.
껌 씹던 여자가 말했다.
“남자가 왜 그렇게 비굴해요? 봤으면 봤다고 솔직하게 사과하면 되지.”
말수적은 여자도 가세했다.
“사람은 순하게 생겼는데, 거짓말하노?”
강달구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제가 뭘 봤다고 그러세요? 정말 전 아무 것도 못봤어요. 서로 눈이 마주친 것뿐이잖습니까?”
한상애가 소리쳤다.
“어머. 저 개새끼 좀 봐. 얘, 얼른 112신고해!”
껌 씹던 여자가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미스터 양이 강달구의 앞을 가로 막고 여자들을 향해 점잖게 말했다.
“고객님! 여기서 보이는 건 테이블위의 치킨뿐인데, 우리 사장님한테 왜 그러세요?”
여금자가 미스터 양에게 물었다.
“정말이에요?”
미스터 양이 강달구 앞에서 한발 비켜서며 말했다.
“여기 와서 보세요. 뭐가 보이는지.”
여금자가 한상애에게 말했다.
“언니가 오해했나봐?”
한상애가 조금 누그러진 투지만 여전히 독살스럽게 말했다.
“한번 두 번도 아니고 주방에서부터 자꾸 훔쳐보는데 저걸 그냥 둬?”
그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고리아니마가 말했다.
“오드리, 훔쳐보는 저 사장도 잘못이지만, 네가 더 잘못이네? 여자가 벌리는데 안쳐다 볼 남자가 있겠니?”
여금자도 거들었다.
“그래요. 언니가 원인 제공했네.”
화해모드를 읽은 미스터 양이 맥주세병을 가지고 소파테이블로 얼른 다가갔다.
병마개를 터프하게 따며 미스터 양이 말했다.
“우리 사장님 싱글이라 봤다면 어디까지나 호기심일거에요.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허지만 우리 사장님은 길에 떨어진 동전 한 푼도 주머니에 안 넣는 진국이에요. 그래서 제가 여기 붙어 있는 거에요.”
어찌 들으면 자신을 어필한 말 같기도 하고, 강달구를 대신해 사과하는 것 같은 말을 미스터 양이 했다.
그런데 여자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어머, 저분 총각이에요?”
미스터 양이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요즘 총각이 어디 있겠어요? 허지만 싱글은 분명하걸랑요. 그건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여자들은 일제히 미스터 양의 말에 고개를 꺼덕였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강달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강달구는 미스터 양이 무슨 말을 했기에 여자들과 당장 한판 놀아도 좋을 만큼 분위기가 좋아졌는지 궁금했다.
강달구가 꼬치꼬치 캐물었다.
미스터 양이 귀찮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동전은 앞뒤, 초록은 동색! 몰라요? 모르면 관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