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증
정기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은 1983년에 워렌과 마셜이라고 하는 호주의사가 위생검 조직으로부터 처음 분리한 나선형 모양의 세균으로 그람염색에 분홍색으로 염색된다.
이 세균은 원래 인류와 함께 있어 왔다고 생각되는데, 1906년에도 이 균을 검출하였던 보고가 있으나 단지 위장 조직에 오염된 균주 또는 소대장과 마찬가지로 위장에 존재하는 정상 세균 총 가운데 하나의 균주로 인식되어 왔을 뿐이다.
이 균은 성인에서뿐만 아니라 소아에서도 일차적인 만성 위염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균이고, 또한 소화성 궤양의 발병 및 재발과 관계가 깊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위암과 위점막의 임파종의 발병요인으로도 주목되는 세균이다.
헬리코박터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되어 있는 세균으로서, 그 감염률은 사회 경제적인 수준, 인종 및 연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감염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선진국의 감염률은 유아기에 낮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가하나,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특히 1세 이하에서 감염률이 높다. 헬리코박터감염은 주로 소아기에 이루어지고 성인에서의 감염률은 소아기의 감염률이 그대로 지속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감염률의 차이는 소아기의 감염률의 차이에 기인한다. 대체로 10세 미만의 소아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선진국의 감염률은 0%-5%, 개발도상국은 13%-60%이고, 10세 이후부터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매년 0.5%-2% 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인 미국의 알칸사스지역은 3-5세에서 24%, 16-20세는 45%의 감염률(평균 감염율은 31%)을 보이고, 영국 20%, 벨기에 7.3%, 이태리 6%, 핀란드 0.3%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인 인도의 감염률은 69%, 태국은 10-15세에서 50%, 방글라데시는 2세의 42%로부터 8세의 67%, 아프리카의 잠비아는 생후 20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15%, 40-60개월의 유아에서 46%, 나이지리아는 1세 미만에서 58%, 10세 이하 69%, 남미의 칠레는 1세의 28%로부터 15세 80%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중진국인 한국은 지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정상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5세 미만에서 1.1%, 5-9세 12.8%, 10-14세 20.4%, 15-19세 33.3%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1996년도 필자의 조사에서도 5세 미만에서 12%, 5-10세 15%, 11-15세 33%의 감염률을 보였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감염률이 높은 것은 생활환경과 경제적 수준의 차이 때문으로 생각된다.
즉 선진국에서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낮은 것은 의료혜택, 개인위생, 높은 소득으로 생활환경이 개선되어 소아기에 감염률이 낮은데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 또는 중소도시가 대도시에 비하여 높은 감염룰을 보이는데 이것도 경제수준과 생활환경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2001년 서울에 거주하는 소아를 대상으로 출신 지역 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호남 8%, 서울 17%, 충청도 20%, 영남 20%, 경기도 24%, 강원도 75%의 감염률을 보였다. 또한 연령, 소득수준, 주거환경, 가족구성원 수, 위암 및 소화성궤양의 가족력에 등에 따라 통계 처리한 결과 헬리코박터 감염을 가장 잘 일으키는 생활요인으로 가족의 수가 많을수록 감염률이 높았다.
헬리코박터 균은 물, 음식 또는 입과 입을 통하여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는 타액, 치석, 위액, 대변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직접적인 인체접촉과 대변-경구 경로가 중요한 전파경로로 생각된다. 정신 장애아 수용소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정상아보다 현저히 높고, 가족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가정의 아동의 감염률이 감염되지 않은 가정의 아동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보아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중요한 감염 경로로 생각된다.
또한 페루에서의 보고에 의하면 강에서 길어와 시에서 배달하는 물을 먹는 아동이 집 우물의 물을 먹는 아동에 비하여 3배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칠레에서는 오물에 오염된 채소를 날로 먹는 아동에서 감염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할머니가 음식을 씹어서 유아에게 먹이는 습성이 있는데, 이것도 입에서 입을 통한 전파경로로 생각된다.
가족 내 전파경로로 가족 중 형제자매의 수와 터울이 헬리코박터감염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형제수가 많을수록 또한 형제간의 터울이 짧을수록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간의 터울이 4년 이내인 경우가 10년 이상인 경우보다 감염률이 4.1배 높다고 한다. 필자의 조사에서도 형제수가 2명 이하에서는 13%이나 4명 이상에서는 30%로 형제수가 증가할수록 감염률이 증가됨을 보였다.
소아에 흔한 만성재발성복통과 헬리코박터 감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나, 외국의 경우 만성재발성복통 환아의 30-61%에서 헬리코박터가 양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보고에 의하면 만성재발성복통 환아 중 11.5-26.4%에서 헬리코박터 양성을 보여 외국의 경우보다는 양성률이 낮은 것 같다.
십이지장궤양은 성인의 경우 95-100%의 환자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에서는 카나다 88%, 스페인 90.9%, 호주 33%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십이지장궤양 아동의 헬리코박터 양성률은 53.8%이며, 주로 10세이후의 연령군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되어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염률이 높으나, 카나다와 스페인 보다는 양성률이 낮다.
위궤양의 헬리코박터 감염율은 성인에서 70-9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에서는 위궤양의 발생율이 적기 때문에 헬리코박터와 연관하여 발표된 보고가 드물다. 필자의 경우 내시경을 시행한 178예중 11예가 위궤양 환아였는데, 이중 2예(22.2%)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되어 십이지장궤양보다 낮은 양성률을 보였다.
헬리코박터 감염 초기에 위점막이 염증으로 인하여 자갈 밭 모양으로 보이는데, 이런 모양의 위염을 결절성위염이라고 하며, 성인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소아에서는 흔한 특이한 내시경 소견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에서는 결절성위염의 92%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된다고 하며, 아일랜드에서는 헬리코박터 양성 위염환아 중 54%가 결절성위염을 보인다고 한다.
북미의 카나다에서는 헬리코박터 양성의 위염 환아 중 62-67%가 결절성위염이라고 하며, 국내에서도 만성 활동성위염 환아의 82.5%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된다는 보고가 있다. 필자의 경우 최근 내시경을 시행한 만성반복성 복통 환아 1881명을 조사한 결과 10.1%에서 결절성위염을 보였고, 이중 90.5%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되었다.
기타 소아의 단순 위염은 아일랜드의 경우 헬리코박터 양성률이 25%, 스페인은 97.5%라고 하나, 필자의 경우 15%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 되었다.
헬리코박터 감염을 진단하는 방법에는 위내시경을 이용하여 검사하는 방법과 위내시경 검사 없이 진단하는 비내시경적 방법이 있다. 내시경적 방법에는 위점막 생검조직을 이용한 세균배양검사, 신속 요소분해 효소검사(CLO 검사)와 생검한 조직을 특수염색을 하여 진단하는 방법으로 정확도가 높다.
비내시경적 방법에는 동위원소가 함유된 요소를 먹고 측정하는 요소 호기검사(urea breath test), 혈액에서 헬리코박터에 대한 항체를 측정하는 방법과 대변에서 헬리코박터 항원을 측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헬리코박터에 대한 제균 치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인의 경우 소화성 궤양이 확진된 환자에게는 제균 치료가 원칙으로 되어 있으나, 특별한 병변이 없는 감염증에서는 증상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가 많다.
그러나 감염에 의한 증상이 있거나 소화성 궤양 또는 위암의 발병위험이 높을 때는 제균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상례이다. 소아에서는 대체로 만성반복성복통 등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고 앞으로 소화성궤양이나 위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의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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