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맨유 이적설이 터졌다. 발신지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미러]. 루머를 많이 다루는 신문이기는 하지만 단신이 아닌 상세 기사 형태로 게재한 것을 보면 얼토당토않은 '작문'기사는 아닌 것 같다. 정황상, PSV와 맨유 사이에 낀 에이전트나 맨유 구단 관계자를 통해 관련 정보를 듣지 않았나 싶다. 요는, 만들어낸 기사가 아닌 것 같으니 무언가 이야기가 오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얘기다. 향후 진행이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설령 이번 건이 이뤄지지 않고 박지성이 PSV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발행부수 300만부에 이르는 일간지에서 뒷면 박스에서 내지로 이어지는 긴 기사로 그의 이적설을 다뤘고, 그 대상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적어도 맨유팬 정도는 죄다 이렇게 묻지 않겠는가? "대체 Park이 누구야?"
재미있는 것은 다른 루머성 기사들에 비하면 개연성도 높다는 사실. PSV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야프 스탐, 반 니스텔로이, 아르옌 로벤(결국 첼시 입단)의 입단 교섭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이러한 업무적 연관성은 두 팀간 교섭 작업설이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또, 나이키로 엮인 두 팀은 2004/2005시즌 개막을 앞두고 함께 친선 대회를 가졌을만큼(우라와 레즈도 끼긴 했지만;) 이래저래 꾸준하게 접촉을 유지해왔던 사이다. 그러니 타블로이드지 보도라고 마냥 무시하기엔 심상찮은 낌새가 느껴진다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적 완료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므로 최종 성사 가능성이나 진척 상황에 대한 장담은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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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이적설이 성사될 경우를 가정해 썰을 풀어보자면, GQ에 기고한 글에서 밝혔듯 맨유에서 박지성이 차지할 위치는 애매모호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추측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반 니스텔로이의 파트너인) 세컨드 스트라이커 내지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판단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긴데 이 자리에서는 박지성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웨인 루니, 폴 스콜스 등이 건재한 맨유의 공격진은 루이 사하, 알란 스미스까지 벤치에 대기중인데다 다음 시즌에는 솔샤르의 복귀마저 예상되는 탓이다.
가능성을 좀 더 확장해 이야기를 풀어보면, 퍼거슨이 박지성에게서 기대하는 역량은 현재로선 다음의 세 가지 가능성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전천후 백업, 사이드 미드필더,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는 일단 위에 언급한 이유로 배제한다. 즉, 퍼거슨이 박지성을 원한다면 현재로선 미드필드 보강을 위한 복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 전천후 백업의 경우라면 박지성만한 선택은 찾기 어렵다. 박지성 입장에서는 달가운 손짓이 아닐테지만 올시즌 긱스와 포츈이 다퉜던 왼쪽 미드필드, 로날도가 차지한 오른쪽 미드필드, 그리고 전성기가 끝난 로이 킨까지 커버 가능한 박지성의 활용도를 감안하면 가장 가능성이 큰 이야기일 수 있다. 맨유가 제안한 이적료가 300만 파운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설득력이 큰 이야기이기도 하다. 맨유 급의 팀이 주전감 영입에 투자하려는 액수치고는 너무 적은 액수다.
2) 주전 경쟁이라면 측면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확인한 박지성의 장점을 살리려면 이 이상 끌어내려서는 곤란하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도 박지성의 침투 능력과 기동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자리가 적격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PSV에서 박지성이 주로 측면 공격수로 기용됐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맨유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밀란에게 두 경기 모두 영패했다. 분통했을 퍼거슨 감독에게 밀란의 수비벽을 헤집고 골을 집어넣은 박지성의 움직임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밀어넣기 부담스럽다면 로날도와 함께 양쪽에 세워두는 것도 괜찮은 해법이다. 로날도와 박지성 모두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들인만큼 전술적 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3) 미러지 기사에서 제기한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무게를 싣고 싶지 않다. 미러지는 박지성이 로이 킨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이라며 "워커홀릭 미드필더"라고 소개했지만 네덜란드보다 훨씬 체력소모가 많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이 연간 70경기에 달하는 장기 리그를 부상없이 소화하기란 무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경향은 중앙 미드필더의 전술적 역할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 이 자리에 선 선수의 역량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러한 자리에 유럽에서 이 위치를 꾸준히 소화한 일 없는 동양 선수를 세워둔다는 것은 무리다. 이것은 단지 '체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강력한 태클, 롱패스를 통한 공격방향 전환 등에 주력하는 맨유 포맷의 로이 킨 포지션이라면 더하다. '언어'와 '터프함', '리더쉽' 등이 부가적으로 요구되는 포지션상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박지성이 빅 리그 데뷔 포지션으로 껴안기엔 부담스럽다. 물론,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공간을 지워내는 능력보다 뛰어난 박지성을 하프라인 아랫쪽에 가둬두자니 아쉬운 생각이 들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한국 에이전트들의 근거없는 발언에 의한 기사가 아니라 영국 현지발로 우리 선수의 명문팀 입성 루머가 나오는 것을 보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어떤 선택이든, 박지성 선수에게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었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잘 뛰어주리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첫댓글 아무리 생각해도 300만 파운드는..무슨 psv에서 바겐세일 하는 것도 아니고... 난감....ㅡㅡ
기냥 딩크 할배 밑에서 일년간 더 수련후 옮기는게 최선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