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달, 초열흘, 쇠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가 전쟁을 벌이면서
아직도 야만의 행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곳곳에서 분쟁과 갈등이 벌어진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얼마 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뒤이어 이스라엘이 반격을 하면서
또 하나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은 악의 무한순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참으로 그 역사가 길고도 복잡합니다.
까마득한 옛날, 메소포타미아에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마침내 떠돌이 무리를 이루다가
그 무리가 이집트의 군사력으로 제압되어
길고 험한 종살이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에서 빠져나와 찾아 간
젖과 꿀이 흐른다고 하는 땅 팔레스타인,
간단히 정리하기에는 그 과정이 아주 복잡하고 어수선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밀고 들어가 적응하고 정착하는 과정이 또 혼란스러웠다는 것이야
누구라도 쉽기 짐작되지만
거기서 나라를 이루며 살다가 오래지 않아 나라는 망하고
다시 떠돌이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
그 사이 천 년이라는 세월이 두 번이나 흐르고
그 과정에서도 신기하게도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던 유태인,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히틀러 같은 인간에게 6백만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학살당하고
그런 과정에서 영국의 부추김을 받으면서 싹을 틔운
다시 자기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온주의’,
그리고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국제연합이 승인을 하면서
다시 불거진 팔레스타인 문제,
철저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과 거기 살던 사람들은
난데없는 벼락을 맞은 건데
이후 잔인하고 야비하며 포악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책은
언제 저항을 받아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고
‘인티파타’라고 하는 극단적 저항이 시작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
사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견딜 수 없어 마지막 선택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것은 공격이 아니라 처절한 자기 표현이었던 것,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계속해서 올가미를 죄어 왔고
그래서 최후의 몸부림을 친 그들더러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대학살이 시작되었고
이제는 그 학살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국제연합까지도 은근히 이스라엘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처음에는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던 미국도 한 발 물러섰지만
이스라엘이 알고 있는 것,
절대로 미국은 이스라엘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근거 확실한 믿음,
그래서 아무리 국제연합과 양심적인 세계 시민들이 비판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이스라엘은
만일 미국이나 영국이 정말로 그들을 등지고 돌아선다면
그 자리에서 힘이 빠져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저 무자비한 학살을 응징할 길이 없고
횡포는 국가의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으니
땅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죽는 사람들, 다치는 사람들을 살릴 길이 없는
이 혼란의 도가니,
악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은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만적 제국주의 국가들,
그들의 그림자인 국제연합,
그리고 그 앞잡이인 이스라엘,
저것들이 바로 사악함으로 똘똘 뭉친
악마의 실체,
인류가 찾아야 할 ‘인간다움의 세계’에 대한 꿈이
벌써 두 발짝이나 저 멀리 달아나고
손 뻗어도 거기 닿을지 몰라
그저 발만 동동 구르는
샛별은 그래도 여전히 반짝이는
비움달 초열흘 이른 아침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